<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신민경 >
윌 크로우(William Chandler Crowe), KIA 타이거즈
1994년 9월 9일생 (만 29세)
선발투수, 우투우타, 188cm 111kg
계약 총액 100만 달러(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 옵션 20만 달러)
지난해 KIA 타이거즈 외국인 투수들의 성적표는 처참했다. 숀 앤더슨과 아도니스 메디나는 부진으로 모두 시즌 도중 교체됐고, 대체 선수 마리오 산체스와 토마스 파노니 모두 sWAR 1을 넘기지 못했다. 시즌 후 KIA는 새판짜기에 돌입했다. 그리고 지난 1월 7일 첫 번째 외국인 투수를 발표했다.
2년 전 피츠버그 파이어리즈 불펜의 중심으로 활약했고, 지난해까지 빅리그에서 공을 던진 윌 크로우가 그 주인공이었다.
배경
윌 크로우는 고등학교 졸업 후 열린 2013년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서 클리블랜드 인디언즈(현 가디언즈)의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크로우는 프로 입성 대신 대학 진학을 선택했고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교에 입학한다.
대학교 시절은 순탄치 않았다. 첫해였던 2014년은 91.2이닝 ERA 2.75를 기록하며 손쉽게 적응하는 듯했으나, 이듬해 4월 토미존 수술을 받게 된다. 이후 2년간 크로우는 재활에 힘썼고 2016년 6월이 돼서야 다시 마운드를 밟는다. 당해 드래프트에서 클리블랜드의 지명을 받았지만 그는 다시 한번 계약을 거부했고, 한 해를 더 기다린 후 2017년 워싱턴 내셔널스에 입단한다.
당시 크로우는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와 훌륭한 슬라이더를 구사한다고 평가받았다. 베이스볼 아메리카의 유망주 순위에서 그는 팀 내 8순위 유망주로 평가받았다. 높았던 기대만큼 그는 마이너리그에서도 준수한 모습을 보였다. 입단 3년 만에 트리플 A까지 올라가는 데 성공했다. 2020년에는 스티븐 스트라스버그가 로테이션에서 제외되면서 빅리그에서 던질 기회도 짧게나마 주어졌다(8.1이닝).
2020년 겨울, 워싱턴은 피츠버그에 크로우와 팀 내 12위 유망주 에디 인을 내주고 조쉬 벨을 받아오는 트레이드에 합의한다. 당시 피츠버그 투수진은 리그 ERA 19위(4.68)를 기록하는 등 상황이 좋지 않았기에 많은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크로우는 주어진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2021시즌은 선발투수로 116.2이닝을 던지며 ERA 5.48을 기록하는 등 좋지 않았다. 하지만 해당 시즌 피츠버그 투수진은 50이닝 이상 투구한 선수 중 3점대 ERA를 기록한 선수가 리차드 로드리게스가 유일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다음 해에도 기회는 주어졌다. 이번 보직은 불펜투수였다. 그리고 크로우는 전반기 51.2이닝 동안 3.31의 ERA를 기록하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 냈다.
하지만 기쁨의 순간도 잠시, 다시 부진의 시간이 찾아왔다. 후반기 그는 ERA 6.66으로 무너졌고 애런 저지의 60번째 홈런을 헌납하기도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23시즌 크로우는 4월 29일 어깨 문제로 부상자 명단에 들었다. 이후 그의 계약은 마이너리그로 이관됐고 11월에는 피츠버그에서 방출되고 만다.
빅리그에서 꾸준히 기회를 받았지만 확실한 주전이라는 인상은 주지 못했고 나이 또한 이제는 만으로 29살, 더 이상 유망주라고 부르기는 힘들었다. 재작년까지 빅리그 주전이었음에도 크로우는 과감하게 한국행을 택했다. 1월 8일 KIA 타이거즈와 옵션 포함 100만 달러의 계약을 발표했다.
스카우팅 리포트
크로우는 총 5개의 구종(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 스위퍼, 체인지업, 커브)을 던질 수 있다. 다만 지난해부터는 싱커와 커브를 거의 던지지 않는 만큼, 현재는 3개의 구종을 구사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2022년 크로우가 던지는 포심의 구위는 압도적이었다. 피안타율은 0.178에 불과했으며 Whiff%(스윙 중 헛스윙 비율)도 22.7%에 달했다. 당시보다 구속은 떨어졌지만, 스트라이크 높은 존에 제구되는 포심의 위력은 여전하다. 작년 마이너리그에서 포심의 Whiff%는 무려 29.73%에 달했다. 일반적으로 타자의 Whiff%가 30%를 기록했을 때 그리 좋지 못하다고 해석하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는 매우 높은 수치다(링크). 구속 또한 떨어졌다 해도 KBO에서는 여전히 위력적인 축에 속한다. 마지막 선발등판에서 포심의 평균 구속은 92.5마일(약 148.9km/h)이 나왔는데 이는 2023시즌 KBO 평균(143.8km/h)과 꽤 차이가 나는 기록이다.
< 윌 크로우 커리어 통산 좌/우 스플릿 성적 >
체인지업의 위력도 굉장하다. 크로우는 커리어 내내 좌타자에게 그다지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는데, 체인지업의 완성도가 좋았기 때문이다.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크로우의 구종 중 체인지업에 가장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지난해 마이너리그에서도 체인지업의 위력은 굉장했다. 피안타율은 0.067에 불과했으며 Whiff%도 35.7%에 달했다.
슬라이더와 스위퍼도 기대를 모을 만한 프로필을 보여주었다. 구속은 평균 130km/h 후반대였고, 종 무브먼트는 슬라이더와 거의 동일하지만 횡 무브먼트가 약 7.7인치(약 19.6cm) 차이 난다는 점에서 타자들을 헷갈리게 할 만한 여지도 존재했다.
걸리는 부분은 지난해 마이너리그에서의 성적이다. 슬라이더의 Whiff%도 26.1%로 그리 높지 않았고 피안타율이 0.424에 달했다. 특히 안타의 절반 이상이 장타였다는 부분이 우려를 자아낸다.
볼넷 관리 능력도 안정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베이스볼 아메리카가 컨트롤에 50점(평균 수준)을 부여했듯 제구력이 나쁜 선수는 아니다. 다만 마이너리그와 빅리그에서 모두 존 안 보다는 존 근처를 공략하는 접근법을 선보이며 생각보다 많은 볼넷을 허용했다. 2022년 후반기부터 부상이 계속되는 것도 우려다. 2022년 10월에는 팔꿈치 부상을, 지난해 4월에는 어깨 부상을 당했다. 지난 시즌 산체스의 부상으로 골머리를 앓은 KIA이기에 메디컬 테스트를 어느 때보다 꼼꼼하게 진행했다고 하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전망
크로우의 빅리그 경력은 과거 수많은 KBO의 외국인 선수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수준이다. 불과 2년 전까지 팀 불펜의 주축 투수로 뛰었으며 지난해에도 부상만 아니었다면 빅리그 로스터에 충분히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선수였다.
물론 화려한 빅리그 경력이 꼭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크로우는 다르다. 수준급의 포심 패스트볼, 훌륭한 체인지업을 갖췄다. 슬라이더도 마이너리그에서는 통하지 않았지만, 빅리그에서 보여준 구속과 무브먼트 자체는 훌륭했다. 지난해 롯데 자이언츠의 애런 윌커슨도 하이 패스트볼,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수준급으로 구사하며 좋은 성적을 거뒀는데, 크로우는 모든 구종의 레벨이 윌커슨보다 한 단계 위이며 스위퍼까지 갖췄다.
결국 관건은 긴 이닝을 끌어주는 이닝이터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 그리고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소화할 수 있을지의 여부다. 앞서 말했듯 지난해 말부터 부상으로 고생했고, 선발 경험은 있지만 미국에서도 6이닝 이상을 소화한 적은 드물다. 기복과 부상 없이 로테이션을 얼마나 꾸준하게 소화하고 얼마나 많은 이닝을 끌어줄 수 있을지가 성패를 가를 것이다.
아퀼리노 로페즈, 헥터 노에시, 애런 브룩스 등 KIA는 리그를 평정한 외국인 투수들을 여럿 보유한 바 있다. 심재학 단장은 크로우를 ‘건강만 보장이 된다면 충분히 기대해 볼 수 있는 투수’라고 평가했다. 과연 크로우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이들의 계보를 이을 수 있을까?
참조 = BrooksBaseball, BaseballSavant, Fangraphs, BaseballReference
야구공작소 원정현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조광은, 민경훈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신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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