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노승유 >
에릭 라우어(Eric Lauer), KIA 타이거즈
1995년 6월 3일생(만 29세)
선발투수, 좌투우타, 190㎝ 103㎏
계약 총액 35만 달러 (계약금 5만 달러, 연봉 30만 달러)
숱한 논란(링크) 끝에 KIA 타이거즈가 외국인 투수를 확정 지었다. 대체 외국인 선수로 활약한 캠 알드레드는 아쉽게 선택을 받지 못했다. 팀의 선택은 빅리그에서 활약한 에릭 라우어였다.
배경
오하이오주의 미드뷰 고등학교 시절 라우어는 투수와 1루수로 뛰었다. 빅리그 스카우트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것은 투수로서 능력이었다. 당시 포심 구속이 150km/h 이상 나올 만큼 강속구를 뿌렸다. 고등학교 3학년 당시 47이닝을 던지며 ERA 0.15, 96탈삼진, 그리고 12피안타라는 대단한 성적을 기록했다. 당시 오하이오 지역의 유명 신문인 ‘The Cleveland Plain Dealer’는 그를 2013년 올해의 선수로 꼽기도 했다.
2013년 신인 드래프트 17라운드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지명을 받았으나, 대학 진학을 택했다. 대학 리그에서도 활약은 계속됐다. 2학년이던 2015년에는 86.1이닝에서 ERA 1.98을 기록했다. 정점을 찍은 것은 3학년이다. 15경기에 나서 104이닝을 던지는 동안 ERA는 0.69에 불과했다. 이는 1979년 이후 디비전 1에서 가장 낮은 ERA였고, 라우어는 뛰어난 성적을 바탕으로 당해 ‘대학 야구 올해의 투수상(The National Pitcher of the Year Award)’을 수상했다.
대학 야구 역사에 남을 만한 성적을 올린 만큼 신인 드래프트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2016년 드래프트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1라운드 25순위로 지명받았다. 갓 프로에 데뷔한 2017년 팀 내 16위 유망주로 꼽힐 만큼 기대를 받았고 승격 속도도 빨랐다. 입단 후 3년이 지난 2018년, 만 23세의 나이에 빅리그에 데뷔했다. 데뷔전이었던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에서는 3이닝 동안 6자책점을 허용하는 등 부진했으나 이내 빠르게 안정감을 찾았다. 시즌 내내 샌디에이고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하며 112이닝 ERA 4.34 fWAR 0.8을 기록, 신인치고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올렸다.
빅리그 로스터에서 시즌을 시작한 다음 시즌도 성적은 비슷했다. 30경기에서 10번의 퀄리티스타트와 함께 ERA 4.45를 기록했다. 그러던 와중 라우어의 야구 인생에 변화가 찾아온다. 소속팀인 샌디에이고가 잭 데이비스, 트렌트 그리샴을 받는 대가로 라우어, 루이스 우리아스, 그리고 지명권 또는 현금(지명권과 현금 중 택 1)을 밀워키 브루어스에 내준 것이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환자 밀접 접촉으로 인해 기회를 거의 받지 못했고,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밀워키 선발진에서 기회를 잡게 된다. 성적도 괜찮았다. 2년간 팀에서 세 번째로 많은 277.1이닝을 투구했고 ERA도 3.47로 준수했다.
하지만 2023시즌 라우어는 완전히 무너졌다. 구속이 떨어지며(링크) 고전했다. 전반기 피OPS가 0.971에 달했으며, ERA도 5.48로 팀 내에서 30이닝 이상 투구한 선수 중 가장 높았다. 시즌 도중 빅리그 로스터에서 제외됐고 시즌 후에는 지명 할당되었다. 라우어는 이를 거부하고 FA 시장에 나왔다. 하지만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는 데 그쳤다.
피츠버그에서도 라우어는 고전했다. 트리플A에서조차 5.52의 ERA를 기록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옵트아웃을 선언하며 향한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도 기대만큼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지는 못했다(46이닝 ERA 5.09). 결국은 KIA 타이거즈와 계약을 맺으며 한국 땅을 밟게 됐다.
스카우팅 리포트
1라운더였지만 라우어는 특급 유망주와는 거리가 멀었다. 에이스의 잠재력을 갖춘 선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전체적인 구종의 완성도가 높았고, 믿을만한 선발투수(Reliable Starter)로 성장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링크).
유망주 때부터 가장 좋은 점수를 받은 구종은 포심 패스트볼이다. 구속, 무브먼트, 그리고 제구력까지 모든 게 갖춰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드래프트 당시,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는 20-80 스케일의 스카우팅 리포트에서 그의 포심이 미래에 빅리그 평균 이상의 구위를 지닐 것이라 평가하기도 했다(60). 2022년에는 200타석 이상 포심을 던진 선수 중 가장 높은 Whiff%(스윙 중 헛스윙 비율) 29.8%를 기록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지난해 구속이 3마일가량 떨어졌지만, 떨어진 구속도 90.8마일(약 146km/h)로 KBO에서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또한 수직 무브먼트는 여전히 빅리그 평균 수준이었던 만큼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올해 트리플A에서 포심의 Whiff%는 23.1%로 리그 평균(23.3%)과 거의 비슷했다.
포심 다음으로는 커터를 많이 던졌다(트리플 A 구사율 22.8%). 유망주 시절 라우어의 슬라이더는 무브먼트가 부족해 때때로 커터로 분류됐다. 이에 라우어는 기존의 슬라이더를 더욱 세게 던지며 컷 패스트볼로 탈바꿈시켰고, 아예 다른 슬라이더 그립을 배우며 두 구종을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커터의 구속은 86.6마일(약 139.3km/h)로 정점을 찍었던 90마일(약 144km/h)에서는 조금 내려온 상태. 마이너리그에서의 성적은 좋지 못했다. 피홈런 11개 중 절반 이상인 6개를 커터로 맞았고, xBA(기대 타율) 또한 0.317에 달했다.
슬라이더는 횡 무브먼트보다는 종 무브먼트가 돋보인다. 빅리그 시절부터 라우어는 슬라이더를 유인구로 사용해 헛스윙을 끌어내기보다는, 존 안으로 던져 범타를 유도하고자 했다. 이러한 전략은 올해 마이너리그에서도 주효했다. 슬라이더의 대부분이 존 안에 투구됐다. Whiff%는 12.1%로 높지 않았다. 하지만 0.233의 xBA, 0.262의 xSLG(기대장타율)을 기록하며 타자들을 효과적으로 잡아냈다.
< 라우어 트리플A 좌우 스플릿 >
또 다른 브레이킹 볼인 커브도 트리플A에서 괜찮은 성적을 올렸다. xBA는 0.175, xSLG는 0.236으로 모두 수준급이었다. 체인지업의 피안타율이 0.450, 피장타율이 0.650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라우어가 우타자 상대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커브에 있다. 우타자 상대 56개의 삼진 중 19개를 커브로 잡았고, 피안타율도 0.225에 그쳤다.
앞서 언급한 체인지업 또한 빅리그 평균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라우어는 대학 시절부터 체인지업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고, 사용했을 때 성적도 그리 좋지 못했다. 한국 무대에서도 동일한 레퍼토리를 유지해 체인지업보다는 포심과 브레이킹 볼의 조합을 선보일 것으로 생각한다.
제구력은 평범하지만, 전임자인 알드레드보다는 낫다. 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커맨드는 없지만 볼넷을 남발할 유형은 아니다. 빅리그 통산 BB/9는 3.5, 올해 마이너리그에서는 3.7의 BB/9를 기록했다. 빅리그 시절에도 Zone%는 매년 리그 평균 혹은 그 이상이었을 만큼 제구가 날리는 선수는 아니다. 다만 존을 구석구석 찌르는 탁월한 커맨드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선발 경험은 풍부하다. 커리어 내내 선발투수로 활약했고, 빅리그에서도 정상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다. 또한, 당장 지난 7월까지 마이너리그에서 선발 투수로 뛰었을 정도로 선발 등판에 대한 별다른 적응은 불필요해 보인다. 견제 능력에서도 강점을 보인다. 2018년 빅리그에서 10명의 주자를 잡아내며 견제사 1위를 달성했다. 당장 지난 선발 등판이었던 8월 11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도 김지찬을 날카로운 견제로 잡아낸 바 있다.
전망
첫 등판은 실망스러웠다. 포심의 구속이 평균 147.5km/h가 나오는 등 컨디션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이 드러났지만, 또 다른 주 무기인 커터가 난타당하며 고전했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첫 실전 무대였던 만큼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베이스볼 서번트의 선수 유사도 측정 시스템 Affinity는 지난해 SSG 랜더스에서 뛰었던 커크 맥카티를 라우어와 가장 비슷한 선수로 소개했다. 맥카티 또한 첫 등판에서는 커터 제구에 애를 먹으며 부진했지만, 이후에는 압도적인 피칭을 선보인 바 있다. 당시 첫 등판을 제외한 맥카티의 4월 성적은 26.1이닝 1자책점이었다.
마이너리그에서의 성적만 놓고 보았을 때는 좋은 활약을 기대해 볼만하다. 압도적인 공은 없지만 포심, 커브, 그리고 슬라이더는 트리플 A에서 모두 좋은 성적을 올렸다. 현재 NC 다이노스에서 뛰고 있는 카일 하트와 마찬가지로 안정적인 구위와 제구력, 그리고 풍부한 선발 경험을 갖췄다. 트리플A에서는 평범했던 하트가 KBO에서는 기대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라우어 또한 KIA가 원하는 성적을 올려줄 가능성은 충분하다.
최근 KIA의 선발진은 상황이 녹록지 않다. 전반기 부동의 에이스였던 네일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윤영철은 부상으로 이탈했으며 이의리가 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아웃되었다. 황동하가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우승을 위해서는 확실한 선발 카드가 필요한 상황. 라우어의 활약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참조 = Baseball Reference, Baseball Savant, Fangraphs
야구공작소 원정현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민경훈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노승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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