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타격폼과 성장하는 브렌튼 도일

< 사진 출처 = 콜로라도 로키스 공식 트위터>

지난해 콜로라도 로키스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59승 103패로 2년 연속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최하위를 기록하며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투타 할 것 없이 곳곳에서 문제점이 드러난 한 해였다. 이번 시즌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콜로라도는 전반기 34승 63패로 마무리하며 ‘만년 하위권’ 이미지를 이어갔다. 지구 내 꼴찌는 물론이고 리그 전체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71패) 다음으로 많은 패배를 기록했다.

암울한 팀 성적에도 한 줄기 희망은 있다. 바로 브렌튼 도일이다. 도일은 지난 시즌 데뷔해 팀 내 주전 중견수로 활약했다. 환상적인 수비 능력으로 NL 외야수 부문에서 최초로 골든 글러브를 수상한 신인이 됐다. 이번 시즌 붙박이 중견수로 나서 한층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데뷔와 동시에 주전 자리를 꿰찬 루키. 지금부터 쿠어스 필드 중앙의 새로운 주인, 도일에 대해 알아보자.

 

독보적인 수비

도일의 수비는 감탄을 넘어 황홀함마저 안겨준다. 빠른 발을 이용한 넓은 수비 범위는 중앙이 거대한 쿠어스 필드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또한 동물적인 반사신경으로 역동적인 수비 장면을 만들어낸다. 특히 슈퍼맨을 연상케 하는 다이빙 캐치는 도일의 시그니처가 되어가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도일은 리그 상위 1%의 강한 어깨를 지녔다. 2023년 9월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경기에서 던진 홈 송구는 105.7마일(약 170km)을 기록했다. 이는 스탯캐스트 시대에서 외야수가 던진 송구 중 가장 빠른 속도다. 독보적인 수비력, 그것이 지난 시즌 fWAR 1이 채 되지 않는 수치에도 수많은 하이라이트 장면을 남긴 이유다.

< 2024.06.18 vs LA다저스 다이빙 캐치 >

< 2023.09.02 vs 토론토 블루제이스 105.7마일 홈송구 >

2023년 도일은 각종 수비 지표에서 놀라운 수치를 기록했다. DRS(Defensive Run Saved) 지표가 등장한 2003년 이래로 콜로라도 중견수 중 한 시즌 동안 DRS +6 이상의 수치를 기록한 선수는 없었다. 도일은 지난해 DRS +19로 콜로라도 구단 역사상 외야수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달성했다. UZR(Ultimate Zone Rating) 또한 중견수 부문 2위 달튼 바쇼(9.2) 보다 약 3배 높은 24.5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차이를 보였다. 이번 시즌에도 OAA(Outs Above Average) 상위 4%, UZR 전체 1위로 변함없이 최상위권 수비력을 과시하고 있다.

< 2023년 수비 지표 >

 

심각한 공격력 부재 그리고 새로운 타격폼

< 연도별 성적 >

앞선 최고의 수비력이 무색할 만큼 타격 능력은 처참했다. 쿠어스 필드는 리그 대표적인 타자 친화적 구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도일은 리그에서 가장 생산적이지 못한 타자 중 한 명이었다. 세부 타격 지표에서 최하위권에 머물며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 타격에서 놀라운 발전을 이뤄냈다. 그 해답은 새로운 타격폼에 있다.

< 2023년 세부 타격 지표 >

< 2023년 수정 전 타격폼 >

AAA에서 통했던 타격법은 빅리그에서 통하지 않았다. 도일의 타격폼은 닫힌 스탠스를 유지하며 손은 턱 쪽에 위치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때 배트는 꼿꼿이 세운 모습이다. 문제는 테이크 백(손을 뒤로 당기며 추진력을 얻는 동작)이다. 어깨와 턱 쪽에 위치했던 손은 타격 시 급격하게 아래로 내려온다. 이는 타이밍을 늦추고 공을 맞히는 데 어려움을 초래했다. 불필요한 손 움직임과 함께 다리를 살짝 들어 올리는 레그킥 동작 또한 도일에겐 타이밍을 늦추는 요소였다.

< 좌 = 시즌 초반 / 중 = 시즌 중 8월 / 우 = 시즌 중 8월 >

도일은 지난 시즌 말부터 타격폼을 조금씩 수정하면서 실마리를 풀어나갔다. 8월 한 달은 도일에게 실험의 연속이었다. 우선 스윙 궤도와 더 직접적인 경로에 손을 전보다 높게 배치했다. 꼿꼿이 세웠던 배트는 자연스럽게 어깨 부근까지 내려왔다. 스윙 궤도와 가까워진 손과 배트는 간결하고 짧아진 테이크 백을 형성했다. 테이크 백이 짧을수록 신체 중심 이동이 적어 보다 정확한 타격이 가능해진다. 이전 불필요한 손동작이 사라지면서 공을 맞히기 좀 더 수월한 모습이었다.

하체의 변화를 가져가 보기도 했다. 기존 다리를 살짝 올리는 레그킥에서, 스트라이드 없이 타격하는 토탭 형태를 보였다. 일반적으로 토탭은 레그킥에 비해 장타력에 다소 불리할 수 있지만, 정확성 부분에서 더 유리하다. 존에 들어오는 공에도 헛스윙을 남발하고 컨택에 어려움을 겪던 도일에게 별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 2023년 9월 수정 후 타격폼 >

그리고 9월. 손의 재배치와 토탭이 합쳐져 현재와 유사한 타격폼이 됐다. 9월 새로운 타격폼으로 경기를 나선 도일은 스몰 샘플이지만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다음 시즌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 2023년 월별 성적 비교 >

< 오프 시즌 훈련 >

< 2024년 스프링캠프 배팅 훈련 >

오프 시즌에도 끊임없는 타격에 대한 연구가 이어졌다. 헨슬리 뮬렌 타격 코치를 필두로 여러 타격 강사와 비디오를 보며 부족한 점을 채워 나갔다. 지난해 시즌 말미에 변경한 새로운 타격폼에서 뒷다리(오른쪽 다리)에 좀 더 무게 중심을 두는 형태가 됐다. 그리고 완성된 현재 타격폼은 빅리그에서 도일을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 연도별 세부 타격 지표 >

지난 시즌 막바지에 좋았던 모습은 이번 시즌에도 계속됐다. 도일은 올 시즌 wRC+ 108로 생산력 있는 타자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그 중심엔 높아진 컨택률이 있다. 지난해보다 스윙률은 줄었지만, 더 높은 컨택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존에 들어오는 공에 대한 컨택률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삼진율 또한 줄었다. 도일은 타격폼을 변경하면서 투구에 반응할 시간을 더 많이 갖게 됐다고 밝혔다(링크).

<좌 = 2023 컨택 히트맵 / 우 = 2024 컨택 히트맵>

 

마치며

도일은 지난해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발전된 타격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문제점과 한계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받아들인 것이 주요했다. 과감한 결단력과 실행력은 소포모어 시즌을 맞이하는 선수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웠다.

현재 애런 저지와 재런 듀란에 이어 중견수 부문 fWAR 3위를 기록하며 팀 내 핵심 자원으로 거듭났다. 또한 높아진 출루율은 더 많은 베이스를 훔치게 했다. 지난해 22개 도루에 이어 이번 시즌 21개 도루를 기록했다. 잔여 경기가 많이 남은 만큼 도루 또한 커리어 하이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타격폼으로 공격력까지 탑재한 도일에 대해 알아봤다. 수비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메이저리그 외야 수비의 최고봉을 보고 싶다면 브렌튼 도일을 주목해 보시라.

 

참조 = Baseball Savant, Fangraphs, MLB.com, Baseball Prospectus, Purple Row, @ascent_athlete_

야구공작소 박영웅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도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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