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비어 스크럭스, NC 다이노스
1루수, 우투우타, 183cm, 98kg, 1987년 9월 23일생
[야구공작소 김태근] 2016년 11월 30일, 에릭 테임즈가 떠났다. 9개 구단 팬들에겐 해방일이나 다름없었다. 2014~2016년 기준으로 테임즈는 홈런∙타점∙득점 같은 전통적 지표는 물론 WAR∙OPS∙wRC+등 최신 세이버메트릭스 지표에서도 전부 1위를 차지했다. 지난 3년을 ‘테임즈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테임즈의 발자취가 크면 클수록 그를 떠나보낸 NC 팬들의 공허함도 컸다. NC 구단이 팬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은 테임즈의 뒤를 이어 활약할 외국인 타자를 데려오는 것 뿐이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재비어 스크럭스다. 스크럭스는 NC 다이노스와 1년 총액 100만 달러의 계약을 맺고 2017시즌을 KBO리그에서 뛰게 되었다.
창원에 ‘야구’하러 왔어요! (사진 제공=NC 다이노스 페이스북)
배경
캘리포니아 포웨이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스크럭스는 그 당시부터 유망한 선수였다. 졸업시즌인 2005년엔 지역리그에서 팀을 우승시키고 ‘포웨이 지역 올해의 남자 선수’로 뽑혔다. 실제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도 스크럭스에게 관심을 가졌으나 그 스스로는 프로 직행을 희망하진 않았다.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그의 의중을 파악한 후 지명을 회피했다(50라운드 전체 1477순위).
고교 졸업 후 스크럭스는 대학(UNLV)에 진학했다. 그리고 스크럭스는 대학 3년간 0.328/0.427/0.652(타율/출루율/장타율)을 기록하며 자신의 가치를 더 높였다. 특히 3학년이던 2008년엔 대학지역리그인 ‘마운틴 웨스트 컨퍼런스(MWC)’에서 타격 5관왕을 차지하며 ‘MWC 올해의 선수’로 선정됐다.
대학 마지막 시즌 직후,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한 스크럭스는 19라운드(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지명됐다. 그러나 이것은 스크럭스가 가진 타격 잠재력에 비하면 한참 낮은 순위였다. 당초 스크럭스는 5라운드 지명까지 예상됐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키(183cm)의 1루수라는 것이 걸림돌이 된 것으로 보인다(스크럭스는 대학 재학 중 3루수에서 1루수로 전향했다).
스크럭스는 지명된 해인 2008년부터 바로 마이너리그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쇼트시즌 싱글 A(A-)부터 출발한 스크럭스는 매년 승격을 거듭하며 입단 3년차인 2010년엔 더블 A에 안착했다. 그 후 2014년까지 5시즌 연속으로 20홈런을 때려내며 구단에서 주목하는 거포 유망주로 거듭나게 되었다. 유망주 전문 평가 기관인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2013년 세인트루이스 유망주들 중 스크럭스가 최고의 파워(Best Tool)를 지녔다고 평가했다.
2014년 9월 4일, 스크럭스는 입단 6년만에 드디어 빅리그의 부름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게 되었다. 이듬해, 스크럭스는 좌타자인 맷 애덤스∙브랜든 모스와 짝을 맞출 1루수 플래툰 파트너의 자리를 노렸지만 40홈런 타자였던 마크 레이놀즈의 벽을 넘지 못했다. FA로 영입된 레이놀즈를 제치기 위해선 인상적인 타격이 필수적이었으나 그 부담감 때문이었는지 스크럭스의 2015년 성적은 커리어 최악이었다. 메이저리그(9경기 0.200/0.333/0.267)에서뿐 아니라 마이너리그(109경기 0.238/0.341/0.410)에서도 부진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인상적인 기록을 남기지 못한 스크럭스는(메이저리그 26경기 0.246/0.295/0.298) 결국 시즌이 끝난 후 마이너리그 FA 자격을 얻어 마이애미 말린스로 이적했다. 그 후 스크럭스는 마이애미 산하 트리플A 98경기에서 21홈런 50타점 0.290/0.408/0.565의 무력시위를 벌인 끝에 다시 한번 기회를 얻었다. 마이애미 유니폼을 입고 뛴 2번째 경기에선 마침내 빅리그 데뷔 홈런을 쏘아올리기도 했다.
마침 마이애미 주전 1루수인 저스틴 보어는 왼 발목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스크럭스는 이번에도 기회를 잡지 못했다(24경기 0.210/0.290/0.306 1홈런 5타점). 결국 스크럭스에게는 트리플A에서는 압도적이지만 빅리그에서는 쩔쩔매는 AAAA 선수라는 꼬리표가 붙기 시작했다. 마침내 스크럭스는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바로 KBO리그로의 진출이다.
<재비어 스크럭스의 메이저리그&마이너리그(MiLB) 통산 성적>
스카우팅 리포트
스크럭스의 장점 중 가장 먼저 언급할만한 점은 단연 ‘펀치력’이다. 실제로 아마추어 시절부터 마이너리그 시절까지 스크럭스의 스카우팅 리포트에는 ’Power’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았다. 스크럭스의 마이너리그 통산 장타율은 0.472로 준수한 수준이며, 순수 장타율은 0.215에 달한다.
스크럭스는 마이너리그 9시즌 동안 통산 169홈런을 터트렸다. 연 평균 20개의 홈런을 생산한 셈이다. 특히 2013년엔 29홈런을 기록하며 리그 홈런 2위에 오르기도 했다. 마이너리그에서 평균 20.11타수마다 1개의 홈런을 쳐냈는데, 이 홈런 생산력은 탑클래스로 분류될 수 있는 수치다.
<스크럭스의 마이너리그 홈런 기록>
스크럭스의 단점은 삼진을 많이 당한다는 점이다. 배트에 공을 맞추는 능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스크럭스의 컨택 비율은 줄곧 하위권이었으며 마이너리그에서조차 3할 타율을 기록한 시즌 없이 통산 0.257의 타율을 기록했다.
스크럭스는 마이너리그 9시즌 통산 1061개의 삼진을 당했으며 100개 이상의 삼진을 당한 시즌이 6번이나 있었다. 마이너리그 통산 삼진율도 26.84%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보통 어느 리그든 평균 삼진율은 2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2016년 기준 메이저리그 21.12% / KBO리그 17.34%).
하지만 최근엔 삼진율을 낮춰가면서 약점을 보완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2014년을 기점으로 마이너리그 통산 삼진율은 29.18%에서 22.43%로 대폭 감소했다. 동 기간 스크럭스가 속한 퍼시픽 코스트 리그의 평균 삼진율인 19.51%임을 고려하면 상당히 발전된 성적을 올린 것이다.
스크럭스는 마이너리그 통산 볼넷 비율이 10.84%로 선구안이 좋은 편에 속한다. 이는 시즌 83볼넷과 15.00%의 볼넷 비율을 기록한 2013시즌을 기점으로 더욱 좋아졌다(볼넷 비율: 2008~2012 10.23% / 2013~2016 12.05%).
*스크럭스의 최근 마이너리그 출루율 (괄호는 리그 평균)
2013: 0.376 (0.320)
2014: 0.370 (0.344)
2015: 0.341 (0.338)
2016: 0.408 (0.336)
삼진율은 낮추고 볼넷 비율은 끌어올린 스크럭스는 2016년 4할이 넘는 출루율을 기록하며 수준급의 출루 능력을 보여줬다. 마이너리그 통산 0.257의 낮은 타율이지만 0.355의 통산 출루율은 준수한 타격 생산력으로 이어졌다. ‘홈런 아니면 삼진인 공갈포’라는 오명을 얻었던 스크럭스가 ‘홈런과 선구안을 겸비한 애덤 던 스타일의 타자’로 변신에 성공한 것이다.
또한 스크럭스는 큰 부상이 한번도 없을 정도로 건강한 신체를 타고났다. 스크럭스는 메이저리그로 승격되기 전 마이너 7시즌 동안 771경기에 출장하며 거의 개근하다시피 출장했다. 실제로 스크럭스를 영입한 NC 다이노스는 따로 메디컬 테스트를 하지 않고 계약했다는 후문이다.
스크럭스의 수비력 또한 장점으로 꼽힌다. 스크럭스의 주포지션은 1루수로, 마이너리그 9시즌 동안 수비수로 898경기를 선발 출장했는데 이중 824경기를 1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스카우팅 리포트에 따르면 스크럭스는 풋 워크가 자연스럽고 수비 범위도 넓은 편이다. 이는 메이저리그 기록에서도 엿볼 수 있다.
스크럭스는 빅리그에서 3시즌동안 1루수로 244이닝을 소화했다. 비교적 적은 수비 이닝이지만 안정적인 수비로 통산 1.6의 UZR을 기록했다. 150경기로 조정한 수치인 UZR/150로 환산하면 8.1이다. 자신의 수비구역에서 평균적인 수비수보다 얼마나 많은 안타성 타구를 낚아챘는지 알 수 있는 RngR도 통산 2.1을 기록했다. 스크럭스의 1루수 수비력이 빅리그 레벨에서도 평균 이상이라는 뜻이다.
미래
재비어 스크럭스가 NC 다이노스에서 해야할 일은 명확하다. 바로 에릭 테임즈의 빈자리를 메워주는 것이다. 전임자인 테임즈의 역할은 1루수와 4번타자였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좋은 수비수로 평가받은 ‘1루수’ 스크럭스는 KBO리그에서도 뛰어난 수비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4번타자’로는 어떨까? 과연 스크럭스는 테임즈만큼의 성적을 올릴 수 있을까? 둘의 마이너리그 경기수는 차이가 있지만 비율 성적을 기반으로 어느 정도 추정해볼 수 있다(스크럭스 9시즌 973경기/테임즈 5시즌 394경기).
<테임즈∙스크럭스의 마이너리그 통산 성적 비교>
흥미로운 점은 테임즈와 스크럭스 둘 다 KBO리그 진출 전 3시즌 동안 퍼시픽 코스트 리그(PCL)를 경험했다는 점이다.
<테임즈∙스크럭스의 KBO리그 진출 직전 3시즌 성적 비교(PCL)>
두 기록을 볼 때 테임즈와 스크럭스는 여러모로 비슷한 유형의 타자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많은 삼진을 대가로 치루긴 하지만 많은 홈런과 볼넷을 얻어내는 유형이다. 특히 홈런과 볼넷 부분에서는 스크럭스가 테임즈보다 더 뛰어났다. 물론 KBO리그에서 엄청난 발전을 이룬 테임즈는 ‘아웃 라이어’였긴 하지만 스크럭스에게도 비슷한 기대를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연습경기에서 연타석 홈런을 친 스크럭스 (사진 제공=NC 다이노스 페이스북)
한편 NC하면 생각나는 팀컬러는 ‘뛰는 야구’이다. 두산의 육상부 야구를 주도했던 김경문 감독과 대도 출신 전준호 주루 코치가 버티고 있는 NC 다이노스는 1군 무대에 진입한 이후(2013~2016) KBO리그 팀 도루 1위 팀이다. 여기에 이번 오프시즌엔 삼성에서 3년 연속으로 도루왕을 배출시킨 김평호 코치를 영입했다.
스크럭스는 마이너리그 통산 973경기 40도루로 준족은 아니지만, 2012년~2013년엔 2년간 19도루를 기록하기도 했다. 여기에 NC 코칭 스태프들의 도움을 받는다면 스크럭스에게도 도루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NC 구단이 스크럭스를 영입하며 “뛰는 4번타자가 될 것”이라고 한 이유다.
여러 사실을 종합해 봤을 때, 현재 재비어 스크럭스는 3년 전의 에릭 테임즈에 밀리지 않는 기량을 갖춘 선수임을 알 수 있다. 아직 만 29세인 스크럭스는 시간이 갈수록 더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산점을 줄 수 있다. 만약 스크럭스가 다시 한번 테임즈의 사례를 재현해낸다면, 다른 구단들의 ‘NC 공포증’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
Welcome, X-Man! (사진 제공=NC 다이노스 페이스북)
재비어 스크럭스의 별명은 ‘X맨’이다. 스크럭스의 이름인 재비어(Xavier)에서 나온 별명으로 미국에서는 영화 ‘엑스맨’이 연상되는 근사한 별명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10여년 전 한 예능 프로그램의 여파로 X맨은 ‘팀 내부의 스파이 혹은 적’이라는 의미로 통용된다. 과연 마산으로 온 X맨은 전자일까, 후자일까?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결국 “뚜껑은 열어봐야 한다”.
출처: MLB.com, MiLB.com, Baseball America, Fangraphs, Wikipedia, Baseball Heatmap, Baseball Reference
(일러스트=야구공작소 디자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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