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탯캐스트의 도입으로 공과 선수의 움직임을 추적해 수치화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렇게 얻은 자료를 활용해 만든 수비 지표가 바로 OAA(Outs Above Average)다. 2018년 야구공작소에서는 외야 OAA를 바탕으로 토론토 외야진의 수비 능력을 분석한 바 있다. [관련 칼럼: 새로운 수비 지표로 들여다 본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외야] 당시에는 외야수 대상 OAA만이 공개됐으나 올해부터는 내야수 OAA 정보도 알 수 있다.
OAA는 수비 성공 확률(Estimated Success Rate)을 기반으로 평균 대비 얼마나 많은 아웃을 잡아내는지 보여준다. 예를 들어, 수비 성공 확률이 0.75인 타구를 처리하면 +0.25를 얻고 반대로 실패하면 0.75를 잃는다. 수비 성공 확률을 구하기 위해서는 포구 지점까지의 이동거리, 이동시간,송구 거리, 타자의 주력 등을 고려해야 한다.
OAA에서 기본이 되는 정보는 수비수의 위치다. 앞서 언급한 여러 요소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어느 위치에서 수비를 시작했는지 알아야 한다. 또한 위치 정보를 활용해 시프트를 고려한 수비 실력을 평가할 수 있으며 선수들의 OAA를 위치별로 세분화해서 볼 수도 있다. 이번 글에서는 수비 위치를 중심으로 내야수의 OAA에 대해 알아본다.
시프트와 무관한 OAA
OAA는 수비에서 시프트가 미치는 영향을 배제한다. 시프트로 수비 난이도가 낮아졌다면 그만큼 수비 성공 시 획득하는 점수도 작아진다. 예를 들어 유격수 A는 정상 수비, B는 2루수 방면 시프트를 취했다고 가정하자. 동일한 유격수 방면 타구에 대해 B의 수비 성공 확률은 A보다 낮을 것이다. 시프트로 인해 수비에 필요한 이동거리와 이동시간이 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일한 타구를 처리해도 낮은 성공 확률을 갖는 B가 더 높은 점수를 얻는다. 이처럼 시프트에 따라 성공확률을 조정함으로써 OAA는 시프트의 영향력을 배제한다.
수비위치별 OAA
위치 정보를 통해 수비위치별 수비 수준도 알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수비위치는 단순히 라인업에 적힌 포지션이 아니라 ‘실제 수비한 위치’를 말한다. 수비 시프트 시 수비수들은 본인의 포지션 이외의 지역에서 플레이한다. 그러나 시프트 상황에서의 수비 결과는 실제 위치가 아닌 해당 경기 라인업에 적힌 포지션에 기록된다. 실제 수비한 포지션과 기록이 반영된 포지션이 달라진 것이다.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의 시프트 사용률은 25.6%에 달했다. 다행히 OAA는 한 포지션 안에서도 다시 수비 위치에 따라 나누어 제공된다.
지난 시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유격수 브랜든 크로포드는 OAA -4를 기록했다. 이는 유격수 포지션에서 평균 이하의 수비를 보여줬다는 뜻이다. 그러나 수비 위치를 기준으로 보면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사실 유격수 수비는 문제 없었다. 유격수로서 2루수 자리에서 뛰었을 때가 주된 문제였다. 포지션 이외의 지역에서 수비한 기록이 포지션 기록을 망친 것이다.
크로포드처럼 OAA 성적에 손해를 본 경우가 있다면 반대로 포지션 이외의 지역에서 수비한 기록으로 이득을 취한 선수도 있을 것이다. 위의 표는 해당 포지션 이외의 지역에서 얻은 OAA 상/하위 내야수 5명의 명단이다. 시프트 시 다른 포지션에 비해 위치 이동이 적은 1루수는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브랜든 크로포드, 아지 알비스, 디디 그레고리우스는 원래 수비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수비해 포지션 기록에 손해를 본 선수들이다. 반대로 엘비스 앤드루스, 조나단 스쿱, 프레디 갈비스는 전체 수비 성적에 이득을 본 선수들이다.
그렇다면 시프트로 다른 지역에서 수비해 포지션 기록에 손해를 본 경우, 시프트 비중이 줄어들면 OAA 성적이 상승할까? 100% 확답할 수는 없다. 크로포드나 알비스는 시프트 비중이 줄어든다면 OAA 성적 상승을 기대할 만하다. 이들은 포지션 이외 지역에서만 수비에 어려움을 겪을 뿐 원래 포지션에서는 좋은 수비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레고리우스의 경우는 다르다. 시프트 비중이 줄어든다 해도 원래 포지션에서의 수비도 좋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낮은 OAA를 기록할 것이다. 이처럼 해당 포지션 OAA, 포지션 이외 지역 OAA에 따라 다른 해석이 가능해진다.
위 그림의 가로축은 포지션별 담당 수비 지역에서만 기록한 OAA 성적이다. 즉 유격수는 유격수 위치에서, 3루수는 3루수 지역에서 수비했을 때 기록한 값이다. 반대로 세로축은 포지션 이외의 지역에서 기록한 OAA 성적이다. 그리고 0을 중심으로 선수들을 그룹 1~4로 나누었다.
그룹1은 맡은 구역에서도 좋은 수비를 보여주고 시프트로 다른 지역으로 위치해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 선수들이다. 포지션에 상관없이 어디에 위치해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그룹 2는 포지션 이외의 지역에서 + OAA를 기록했지만 정작 포지션에 해당하는 수비 지역에서는 평균 이하의 실력을 보여준 선수들이다. 만약 시프트 사용을 줄이면 포지션 이외의 지역에서 보여준 수비 비중은 줄고 담당 수비 지역 비중이 늘어나 OAA가 하락할 것이다.
그룹3은 그룹2와는 반대의 특징을 갖는다. 담당 수비 구역에서도 못하고 포지션 이외 지역에서도 불안한 수비를 보여준 선수들이다. 따라서 시프트 비중이 변화해도 여전히 낮은 OAA를 기록할 것이다.
그룹4는 시프트로 인한 위치 이동이 반갑지 않을 것이다. 기존 수비 지역에서는 잘하지만 시프트로 수비 위치가 변하면 불안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룹1과는 반대로 시프트 사용을 줄이면 기존 수비 지역 비중이 늘어나 OAA가 상승할 것이다.
물론 OAA 스탯이 완벽한 수비 지표는 아니다. 단순히 아웃을 기준으로 수치를 산정해 상황마다 다른 아웃의 가치를 고려하지 않았다. 또한 포지션별 차이 역시 고려되지 않아 2루수의 OAA와 3루수의 OAA를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위치 정보를 활용해 내야 수비를 좀 더 다양한 관점으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지표다.
참고 = Baseballsavant, Mlb.com, Wikimedia Commons
야구공작소 박선후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도상현, 오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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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전문가의 향기가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