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야구공작소 이찬희)
애드리안 샘슨, 롯데 자이언츠
선발 투수, 우투 우타, 188cm, 95kg, 1991년 10월 7일생
[야구공작소 김동민]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포스트시즌에 나갔던 시절로 돌아가기 위해 롯데 자이언츠는 상당한 금액을 투자했다. 그러나 2017년을 제외하면 계속 하위권을 맴돌았다. 직전 시즌인 2019년엔 10위까지 추락했다. 다른 곳도 구멍이 많았지만 특히 외국인 투수는 삼성 라이온즈 못지않게 빈약했다. 조쉬 린드블럼이 이탈한 이후 브룩스 레일리 혼자만이 제 구실을 했을 뿐이었다. 닉 애디튼, 펠릭스 듀브론트에 이어 제이크 톰슨과 브록 다익손이 거쳐갔지만 모두들 금방 잊혔다. 더군다나 올해부터는 레일리도 없다.
물론 레일리의 이탈은 애드리안 샘슨의 영입 후에 일어난 일인지라 당장 이 선수의 입지에는 큰 영향이 없긴 했다. 2019시즌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추신수의 동료로 뛰었던 샘슨은 이제 추신수의 절친한 친구인 이대호와 함께 뛰게 된다. 총액 83만 9700 달러. 지난 몇 년간 2번째 외국인 투수 잔혹사를 썼지만 새로운 프런트 오피스에서 2:2 트레이드와 함께 내놓은 첫 결과물인지라 팬들이 거는 기대는 크다.
배경
워싱턴주 레드몬드에서 태어난 샘슨은 같은 주에 있는 스카이라인 고등학교와 벨뷰 커뮤니티 칼리지를 나왔다. 1학년을 마치고 2011년 드래프트에 참여한 샘슨은 16라운드 493번째로 플로리다 말린스(현재의 마이애미)에 지명되었으나 이를 거절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이듬해 학교를 졸업한 샘슨은 다시 드래프트에 참여했고, 5라운드 166번째에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그를 선택, 이윽고 팀과 계약하면서 프로 야구에 뛰어들었다. 이전보다 월등히 상승한 순서였다. 같은 라운드에서 그의 앞뒤로 크리스 테일러나 맥스 먼시, 로스 스트리플링 등이 뽑혀 나갔다.
마이너리그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샘슨은 뛰어나진 않지만 그렇다고 모나지도 않은 성적으로 차근차근 레벨을 올라갔다.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5라운드 지명자였지만 MLB 파이프라인 기준으로 2013년에는 팀 내 18위 유망주에 올랐다. 2014년 베이스볼아메리카(BA)는 그를 팀 내 15위 유망주에 올렸다. 그해 애리조나 가을리그에도 참가하면서 꽤 기대치를 모았다.
2015년 7월 31일, 트레이드 데드라인에 피츠버그는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J.A. 햅을 받으면서 그 대가로 샘슨을 넘겼다. 이때부터 샘슨의 야구 인생은 바뀌기 시작한다. 비교적 투수 친화적이었던 트리플 A 인터내셔널 리그에서 뛰었던 샘슨은 팀을 옮기면서 극악의 타고 리그인 퍼시픽 코스트 리그(PCL)에서 던지게 되었다. 3점대 후반이었던 그의 평균자책점은 7점대까지 뛰었다. 이듬해인 2016년엔 상당히 적응된 모습을 보이며 활약했고 꿈에 그리던 빅 리그에 콜업됐다. 그러나 샘슨의 시애틀 생활은 고작 한 경기에 선발 등판하여 4.2이닝 동안 홈런 두 개를 얻어맞는 것으로 끝이었다. 등판 이후 샘슨은 오른팔 굴곡근(flexor tendon) 파열로 수술을 받으면서 남은 시즌을 뛰지 못했다.
수술 이후 재활하고 있던 샘슨은 2016시즌이 끝난 후 웨이버 공시되었고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그를 클레임했다. 시즌이 시작된 후에도 재활로 인해 제때 던지지 못한 샘슨은 후반기에 들어서야 경기에 뛰기 시작했고 괜찮은 활약을 보였다. 부상 이후 첫 풀 시즌이었던 2018년 역시 트리플 A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시즌 말미엔 메이저리그에도 모습을 보였다. 2019년엔 데뷔 후 처음으로 개막 로스터에도 포함되면서 인지도를 올렸다. 이후 6월에는 완투승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반짝 활약에 불과했고, 이후로는 스팟 스타터와 패전 처리를 오가는 역할밖에 해주지 못했다. 시즌이 끝나자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 놓이게 된 샘슨은 입지가 불투명해지자 빠르게 다음 무대를 찾았다. 안정적인 외국인 선발 투수를 찾고 있던 태평양 건너 대한민국의 롯데 자이언츠였다.
[표1] 애드리안 샘슨의 최근 5년 및 커리어 통산 성적
(출처=Baseball-Reference)
스카우팅 리포트
유망주 시절 샘슨은 평균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은 평균 150km/h 초반의 패스트볼과 슬러브 성의 커브, 그리고 평균 이하의 평가를 받은 체인지업을 구사했다. 그 기조는 현재에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다만 커브는 시간이 지나면서 슬라이더 성으로 바뀌었고, 그 때문에 지금은 트랙맨이나 피치 f/x 모두 이 구종을 슬라이더로 분류한다.
[표2] 애드리안 샘슨의 2016~2019년 구종별 성적(메이저리그 기준, 구속은 km/h)
(출처=Brooks Baseball)
배경에서 언급했고 [표1]에서도 볼 수 있듯 샘슨의 메이저리그 커리어는 2016년 1경기, 2018년 5경기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작년인 2019년에 만들어졌다. 그로 인해 구종의 구속과 구사비율 등의 성적은 2019년의 것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스카우팅 리포트의 구종별 성적 파트는 역시 2019년 성적을 대부분으로 하여 작성되었으므로 유의하기 바란다.
샘슨의 레퍼토리는 패스트볼이 55%를 차지하고, 슬라이더 – 체인지업이 그 뒤를 잇는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패스트볼을 던졌을 때의 결과물이다. 피안타율이 0.349, 피장타율이 0.672에 이른다. 평균 149km/h에 이르는, KBO 리그 평균보다 약 7km/h 정도 빠른 구속의 패스트볼을 가지고 있지만 빅 리그 레벨에서는 위와 같은 난타를 당했다. [표2]에는 언급되어 있지 않지만 샘슨은 메이저리그 통산 허용한 36개의 홈런 중 2/3인 24개를 패스트볼을 던졌을 때 맞았다. 반대로, 세컨드 피치인 슬라이더는 피안타율과 피장타율 모두 수준급이었다. 세 번째 구종인 체인지업은 허용한 안타 대비 장타를 억제하는 것이 보인다.
특이한 것은, 우투수인 샘슨이 좌타자보다 오히려 우타자에게 약한, 이른바 ‘역스플릿 투수’라는 것이다.
[표3] 애드리안 샘슨의 타자별 구종 구사 비율과 상대 성적
(출처=Brooks Baseball)
샘슨은 우타자에게 철저히 포심 – 슬라이더 조합으로 상대를 하지만, 좌타자 상대로는 체인지업의 비중을 26% 이상까지 끌어올린다. 좌/우타자 상대 피안타율과 피장타율을 비교하면 어느 하나도 예외 없이 모두 우타자에게 매우 약한 모습을 보인다. 슬라이더를 빼면 모두 3할 중후반의 피안타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포심 패스트볼의 경우 피장타율이 7할을 넘는다. 반대로 좌타자를 상대한 결과는 ‘상대적으로’ 우타자에 비해 뛰어나다. 특히 슬라이더는 여느 메이저리그 에이스들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
정리하자면, 샘슨은 패스트볼의 경쟁력은 매우 떨어지나 슬라이더는 상당한 임팩트가 있다. 체인지업은 좌타자에게 효과적이나 우타자에게는 던지지 못한다. 투피치 투수가 된 샘슨은 우타자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다. 이를 KBO 리그에 대입해본다면 어떨까? 리그 평균보다 빠른 구속을 지니고는 있지만 구속에 비해 떨어지는 성적은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지난해 제이콥 터너(전 KIA)를 생각해보자. 평균 150km/h에 이르는 패스트볼을 가지고 있었지만 모두 공략당하면서 스탯티즈 기준 -10.8의 구종 가치를 찍고 1년 만에 쫓겨났다. 이는 필자가 작년에 작성했던 스카우팅 리포트에서 고스란히 예견했던 일이다(제이콥 터너 스카우팅 리포트 링크). 이는 샘슨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다. 다만 터너와 샘슨은 다른 점도 있다. 터너의 경우 괜찮은 세컨드-서드 피치가 없었다면 샘슨은 훌륭한 슬라이더와 좌타자에게 효과적인 체인지업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적절히 활용하면 준수한 성적을 거둘 가능성도 적지 않다.
[표1]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통산 삼진/볼넷 비율(3.47)에서 샘슨의 또다른 장점이 나타나는데, 바로 뛰어난 컨트롤이다. 유망주 시절의 스카우팅 리포트에는 평균 정도의 컨트롤 포텐셜이 보인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마이너리그에서는 9이닝당 1개 중반에서 2개 가량의 괜찮은 볼넷 허용률을 보여주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역시 9이닝당 2개 중반으로 리그 평균인 3.3개보다 낮은 기록이다. KBO 리그 투수의 9이닝당 평균 볼넷이 3.4개라는 것을 감안하면 샘슨의 제구력은 매우 큰 메리트다.
샘슨은 장타 허용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9이닝 당 2.2개라는, 매우 높은 피홈런 수치를 기록했지만 이는 마이너리그 통산에서 0.8개로 뚝 떨어진다. 특히 부상 이전인 2016년과 부상에서 복귀한 후인 2018년은 PCL에서 뛰었음에도 훌륭하게 피홈런을 억제했다. 더군다나 작년부터 투고타저 영향이 두드러진 KBO 리그에서 홈런이 쏟아지는 메이저리그에서의 피홈런율에 크게 연연할 필요는 없다.
단점으론 낮은 삼진 비율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는 메이저리그에서만 뛰면서 9이닝당 7.3개의 탈삼진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이전에 마이너리그에서 기록한 성적들은 대부분 9이닝 당 5개에서 6개 후반대다. 마이너리그 통산 역시 9이닝 당 6.3개로 부족한 면이 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의 기록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타자를 압도하는 것에서 불리한 싸움을 할 수 있다. 후술하겠지만 롯데의 수비를 생각하면 이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프로 리그에서 8시즌을 뛰었지만 부상자 명단에 단 한 번 올라갔을 정도로 부상 이력이 적다. 단, 건강했다고 하기에는 애매한 것이, 그 한 번 당했던 부상 이력이 위에서 언급한 굴곡근 손상이었기에 앞으로도 면밀한 관리가 필요하다. 물론 지난 2년은 아무 탈 없이 보냈지만 굴곡근 손상은 투수들이 자주 당하는 부상인 만큼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전망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샘슨은 스터프가 뛰어난 투수가 아니다. 이 말은 곧 인플레이 타구로 연결되는 것이 많다는 이야기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팀의 수비가 얼마나 그를 받쳐주느냐에 따라 성적이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롯데의 수비는?
‘스탯티즈’는 1982년부터 2019년까지의 팀 수비 효율성을 WAA로 표현하여 정리했다. 여기서 2019년의 롯데 자이언츠는 역대 팀들 중 가장 낮은 위치에 있다(-6.751). 최저 2위인 2015년 KT 위즈(-4.041)를 여유롭게 제치고 역대 최악의 수비 효율을 기록한 팀으로 남았다. 그만큼 롯데의 지난 시즌 수비는 처참했다.
반등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와 비교해 수비 라인업의 구성이 꽤나 달라졌다. 좌익수에서 안 좋은 수비를 보여준 전준우가 1루수로 옮겨간다. 유격수가 신본기에서 딕슨 마차도로 바뀌는 것은 매우 크다. 마차도는 마이너리그 시절에도 훌륭한 수비 능력을 인정받았던 만큼 상당한 업그레이드가 될 것이다. 포수는 나종덕 – 안중열에서 지성준으로 바뀌는데, 공을 던지는 샘슨 입장에서는 작년의 외국인 투수들보다 훨씬 부담이 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준우만큼은 아니지만 평균 이하의 수비 기록을 보여준 민병헌과 손아섭 등의 외야수는 그대로다. 민병헌의 경우 중견수에서 좌익수로 옮겨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악의 수비를 보여줬던 손아섭은 그대로다. 이 때문에 전체적인 외야 수비의 개선은 장담할 수 없다. 내야진에서도 이번에 새로 합류한 안치홍은 루키 시절 매우 뛰어난 수비를 보여줬지만, 나이가 들면서 이 역시 상당히 퇴화했다. 주전 3루수로 옮겨간 신본기가 ‘헤딩 수비’를 잊고 재평가를 받을 것인지도 변수다.
최고의 시나리오는 샘슨의 슬라이더가 패스트볼을 커버할 정도로 리그를 지배하는 것이다. 탈삼진율을 높게 가져가면서 인플레이 타구를 적게 만들어낸다면 수비수들의 부담이 덜해질 것이고, 이를 통해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물론 인플레이 타구가 많아진다고 해도 롯데의 수비가 작년의 지우고 싶은 과거에서 벗어나 반등을 이뤄낸다면 이 역시 좋다. 최악의 가정은 샘슨의 스터프가 마이너리그 시절처럼 뛰어나지 않은데 수비는 전혀 나아지지 않는 것. 결론적으로 관건은 샘슨 본인의 역량도 있겠지만 롯데 수비의 발전 정도가 매우 크게 작용할 것이다.
여러모로 힘들었던 지난 시즌을 뒤로 하고 롯데와 샘슨 모두 새로운 길을 택했다. 과연 그는 어두웠던 롯데 외국인 2선발의 흑역사를 지우고 새로운 1선발 댄 스트레일리와 함께 강력한 원투펀치로 거듭날 수 있을까? 시즌 시작과 함께 확인해보도록 하자.
에디터=야구공작소 양정웅
기록 출처=mlb.com, Baseball-Reference, Baseball America, Brooks Baseball, Stat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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