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런 알테어, NC 다이노스
1991년 1월 14일(만 29세)
외야수, 우투우타, 195cm 98kg
2019시즌 SYRACUSEMETS(뉴욕메츠 산하 AAA)
28경기 88타석 4홈런 3도루 13타점 9득점 0.270/0.375/0.527 wRC+ 128
[야구공작소 송동욱] NC 다이노스가 또 한 명의 눈에 띄는 외국인 선수를 영입했다. 테임즈와 스크럭스는 NC의 중심 타선을 각각 3년, 2년간 책임졌지만, 2019년 베탄코트와 스몰린스키의 조합은 실망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아쉬움을 NC는 해가 바뀌기도 전에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로 바꿔놓았다.
2019년 KBO리그는 공인구를 교체하면서 하늘을 찌를 듯한 타고투저가 다소 누그러졌다. 리그 전체적으로 장타는 급감했고(리그 평균 장타율 18시즌 0.450 / 19시즌 0.385), 그러자 장타를 노리던 타자들은 크게 당황했다. 알테어는 이렇게 급변하고 있는 KBO리그에 입성하게 됐다.
배경
알테어는 야구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독일에서 태어났다. 독일 출생 외국인 선수는 KBO리그 역사상 최초다. 물론 축구 선수 아버지와 미군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알테어가 독일에 곳에 머무른 시간은 6개월 남짓이었다. 이후 미국 애리조나 주에서 성장한 알테어는 고등학교 때부터 투수와 유격수를 겸하며 본인의 능력을 맘껏 뽐냈다.
알테어는 아쿠아 프리아 고교 3학년 재학 시절 팀을 애리조나 주의 4A 컨퍼런스 챔피언십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런 활약을 펼친 알테어를 주목한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2009년 드래프트 9라운드에 그를 지명했다.
출발은 좋지 못했다. 싱글A에서 1~2년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지만 입단 4년 차까지 여전히 상위 싱글A에서 머물러 있었던 것이 그 증거다. 당시 알테어는 팔다리가 길고 돋보이는 운동능력을 갖췄으나 아직 다듬을 부분이 많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도 마른 몸에 근육이 붙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알테어가 반전을 만들어낸 것은 2012시즌을 마친 후였다. 독일 국가대표로 WBC 대회에 참가한 알테어는 인상적인 활약(11타수 6안타 2홈런)을 펼쳤고, 이후 한층 나아진 성적을 기록하면서 2년 뒤인 2014년 6월 마침내 빅리그에 데뷔했다.
빅리그에서의 시간은 짧았지만(2경기 5타석) 그가 다시 필라델피아의 일원이 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후 2016년까지 알테어는 메이저리그를 들락거리며 출전 시간을 늘려나갔다. 그렇게 필라델피아는 미래의 중심타자를 얻는 듯했다.
악재는 이듬해 스프링캠프에서 발생했다. 알테어는 수비 도중 손목 인대가 끊어지는 대형 부상을 당했고 전반기에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복귀한 후반기에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가까스로 다져 놓은 입지가 위태해졌다. 입단한 지 8년째 되는 알테어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았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2017시즌 알테어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400타석 이상 들어서며 한 명의 주전 야수로 풀타임을 소화했다. 부상으로 날린 경기수도 적지 않지만 출전한 107경기에서 상당한 공격력을 선보였다(wRC+120, 19홈런 65타점). 그리고 9월 18일 클레이튼 커쇼에게 뽑아낸 빅리그 첫 만루홈런은 최고의 시즌에 어울리는 화룡점정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온갖 부진과 반등을 겪으며 가까스로 얻어낸 외야 한 자리는 오래가지 못했다. 2017시즌 후 필라델피아는 대대적인 보강을 계획했고 이 과정에서 포지션 중복이라는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채 FA 1루수 카를로스 산타나를 영입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팀 내 최고 유망주 리스 호스킨스에게 주어졌어야 할 1루 자리는 엉뚱한 선수에게 돌아가고 말았다.
결국 구단은 1루 수비도 좋은 판정을 받지 못했던 호스킨스에게 무리한 외야 수비를 요구했고 이는 외야수로 경기에 나서야 하는 알테어의 자리가 사라지는 참사를 낳았다. 갑자기 설 자리를 잃은 그는 흔들렸고 이전부터 단점으로 지적 받던 높은 삼진율은 끝끝내 발목을 잡았다.
분석 당한 2년 차부터 완전히 무너져 내린(243타석 91삼진, 삼진율 31.9%) 컨택과 더불어 구단은 그를 경기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전혀 도와주지 못했다. 외야 전 포지션을 커버 가능한 운동능력과 장타력을 입증했지만 공을 방망이에 맞추지 못하는 선수는 가치가 없다는 평가만을 반복하며 알테어의 입지는 점점 좁아졌다.
결국 알테어는 올 시즌 3개 팀(필라델피아,샌프란시스코,메츠)을 전전하며 저니맨 생활을 했고, KBO리그를 찾는 대다수의 외국인타자들처럼 떠돌이 생활 끝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됐다.
스카우팅 리포트
SWOT 분석
S(strength) – 알테어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장타력과 준수한 운동능력이다. 2017시즌 한 시즌이지만 빅리그 무대에서도 19홈런을 기록했고, 마이너 무대에서 30도루 시즌을 기록해 본 적도 있는 빠른 발도 갖췄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 알테어는 거포 스타일은 아니다. 정확히는 평균 이상의 파워에 스피드를 갖춘 호타준족이다. NC에서 맡을 역할이 중심타자인 만큼 많은 도루를 시도하지는 않겠지만 루상에서의 능력도 출중하다. 단순히 큰 거 한 방을 노리는 타자는 아니라는 뜻이다.
코너 외야수로 주로 나서긴 했지만 중견수까지 무리 없이 소화한 수비도 괜찮은 모습을 기대할 수 있다. 빠른 발을 바탕으로 평균 정도의 중견수 수비, 코너 외야수로써는 평균 이상의 수비를 보여줬다. (통산 DRS 코너 외야수 +6, 중견수 +0)
*DRS – 총 수비 득점 세이브(Defensive Run Save) 한 선수가 동일 포지션의 평균적인 선수와 비교했을 때, 필드 상에서 얼마나 많은 점수를 억제했는지(+)/더 내줬는지(-)를 나타내는 지표.
게다가 고등학교 때까지 유격수와 투수로 활약한 선수가 프로에 와서야 외야수비를 경험했음에도 전 지역을 커버 가능할 정도의 모습을 보여준 점은 높게 평가할 만 하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KBO리그행을 택한 점도 팀과 본인에겐 플러스 요인이다.
W(weakness) – 알테어는 좋은 선수지만 KBO리그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컨택 능력의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 프로생활 초창기부터 알테어의 컨택 능력은 늘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매년 높은 삼진율(K%)와 헛스윙률(swSTR%)을 기록했고 공에 방망이를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곤 했다. 리그를 불문하고 컨택이 되지 않는 선수는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매우 힘들다. 특기인 장타를 치려면 일단 방망이부터 공에 맞춰야 한다.
2016년 손목 인대파열, 2017년 우측 햄스트링 염좌, 2018년 오른쪽 펜스 충돌로 인한 엄지 발가락과 오른쪽 무릎 부상까지 알테어는 늘 프로 생활 내내 늘 크고 작은 부상들을 달고 다녔다. 올 시즌 양의지와 나성범 두 중심타자의 부상으로 고생한 NC 입장에서 외국인 타자까지 유리몸 기질을 보이는 건 썩 달가운 면모는 아니다.
마지막으로 최근 2년간 부진을 거듭하며 빠르게 추락한 점도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다. 불과 2017년만 해도 알테어는 메이저 무대에서의 미래가 창창한 선수였다. 그런데 불과 2시즌 만에 컨택이 급격하게 무너지며 KBO리그행을 택했다. 이미 이름값만 보고 영입한 뒤 실패한 전례들은 부지기수다. 과연 이번에는 어떨까?
O(opportunity) – 모든 외국인 선수들이 마찬가지지만 기회를 찾아 떠나야 하는 ML 무대와는 달리 KBO리그의 외국인 타자라는 자리는 어느 정도 기회가 보장된다. 외야 가운데 어느 위치일지는 아직 미정이지만, 내년 NC에 알테어를 위한 한 자리가 있을 것이라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포지션 문제를 겪었던 전임자와 달리 알테어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코너 외야 한 자리에서 활약이 가능하다는 이점도 있다.
또 NC는 이호준의 은퇴 이후 고정적으로 지명타자 자리에 출전하는 선수 없이 시즌을 운용했다. 알테어는 프로 생활 내내 지명타자 제도가 없는 내셔널 리그에서 야구를 했다. 그런 그에게 지명타자 제도는 소소한 이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수비 없이 조금 더 타격에 집중할 수 있다면 시즌 도중의 체력 안배 및 휴식, 부상 방지 차원에서의 출전도 가능하다. 일단 주변환경은 알테어에게 나쁘지 않다.
T(threat) – 올 시즌 알테어가 메츠 산하 AAA에서 보여준 모습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AAA에서 사용하고 있는 공인구는 올 시즌 이전까지의 KBO리그 공인구와 상당히 흡사한 성질을 보인다. 리그 전반적으로 장타가 늘어났고 특히 홈런의 폭발적인 증가가 일어났다. 그렇기에 올 시즌 메츠 산하 AAA에서의 성적은 어느 정도 공인구의 영향력을 감안하고 평가해야 하는 부분이다.
문제는 KBO리그 공인구는 AAA와 성질이 완전히 다르다는 데 있다. 타고투저 현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올 시즌부터 새롭게 도입한 공인구는 리그의 색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가진 재능의 차이가 크긴 하지만 시즌 도중에 합류한 롯데의 제이콥 윌슨도 새 공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19시즌 OPS AAA – 1.013, KBO – 0.784). 바뀐 무대에 알테어가 적응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공인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전망
유망주 시절 때와는 달리 이제는 한 팀의 중심타자로써 확실하게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역할을 맡았다. 달라진 기대치는 곧 모든 팀들이 공략하려 엄청난 분석에 들어갈 것을 의미한다. 컨택에 약점이 있는 알테어를 공략하기 위해 KBO리그 투수들은 유인구를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기록상으로는 상대하는 투수의 유형을 크게 가리는 타자는 아니다. 올 시즌 AAA에서 우투/좌투를 상대로 각각 0.8이상의 OPS를 기록했고 메이저 무대의 기록을 봐도 비슷하다(ML 통산 OPS vs좌투 – 0.717 vs우투 – 0.704). 컨택 문제를 딛고 초반에 적응만 잘 한다면 분명 본전 이상은 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대신 그만큼 불안한 컨택 문제가 초반에 터진다면 걷잡을 수 없이 페이스가 무너질 수도 있는 유형이다.
- 고등학교 때까지 유격수로 활약
- 프로에 와서 팀/개인 사정상 외야수로 전향, 준수한 수비력 보유.
- 가진 재능(운동능력)은 분명 훌륭한데 부상, 부진으로 매년 아쉬운 모습.
- 가장 큰 문제가 부족한 컨택능력 + 많은 삼진
약간의 끼워 맞추기를 해 보자면 KBO리그에서 가장 흡사한 타자는 임병욱이다. 좋은 운동능력을 가진 야수들에 대한 기대는 늘 있어 왔다. 하지만 그 재능이 성적으로 연결되지 못한 경우도 상당히 많다. 알테어는 과연 어느 쪽 모습을 KBO에서 보여줄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한 선수라는 점이다.
에디터= 야구공작소 곽찬현, 이청아
일러스트= 야구공작소 이찬희
기록 출처= fangraph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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