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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마운드의 철인을 따라가려 했던 자

By 오정택
2017년 5월 28일 4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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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공작소 오정택] 뉴욕 메츠의 올드팬들은 제시 오로스코라는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데뷔 직후 마무리투수로 100이닝 이상을 던지며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견인했던 ‘어메이징 메츠’의 일원으로써 말이다. 오로스코를 소개하자면, 통산 87승 144세이브를 기록하며 올스타에 2회 선정되었고 두개의 월드시리즈 반지를 가진 불펜투수이다. 오로스코는 ‘마운드의 철인’이라는 별명이 있는데, 바로 저 기록들을 1979년도부터 2003년까지 24시즌동안 메이저리그 불펜투수 역대 최다인 1252경기를 출장하며 이룩했기 때문이다. 마무리투수 보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47세까지 마운드에 오르며 보여준 꾸준한 모습은 ‘철인’ 그 자체였다.

물론 30대가 넘어가며 조금씩 하락세를 보이는 오로스코에게 100이닝 이상을 던지는 전천후 불펜투수의 역할을 기대하기는 무리였다. 하지만 오로스코는 그만의 임무를 확실하게 처리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바로 ‘좌타자를 깔끔하게 잡아내는 것’ 이었다. 80년대 중반 토니 라루사 감독의 ‘투수진 분업화’가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도 오로스코는 이러한 역할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다. 오늘날 그 보직은 ‘좌완 스페셜리스트’라 불린다.

 

오로스코를 닮고자 한 소년

오로스코를 닮고자 했던, 랜디 초트 (사진 출처=Wikimedia Commons)

2017년 2월, 십여년 전 오로스코를 우상으로 삼는다고 밝혔던 한 선수가 은퇴를 선언했다. 통산 메이저리그 아홉 팀에서 뛰며 역대 좌완투수 최다등판 3위에 해당하는 672경기에 출전한 랜디 초트였다. 초트는 국내 야구팬들에겐 다소 생소한 이름일지도 모르지만 좌완 스페셜리스트로 명성을 떨친 선수이다. MLB.com은 초트와 동시기에 은퇴했던 하비에르 로페즈를 묶어 ‘men who epitomized the term “LOOGY”’(루기*라는 용어의 본보기를 보여준 자)라고 칭하며, 제시 오로스코의 뒤를 이어 좌타자를 상대로 가장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준 선수로 이들을 기념하기도 했다.

*LOOGY : Left-handed One-Out Guy를 줄인 단어로, 미국에서 좌완 스페셜리스트를 지칭할 때 사용하는 용어

사실 초트의 우상이 그랬듯, 초트도 좌완 스페셜리스트로 커리어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초트는 1997년 신인 드래프트 5라운드에 뉴욕 양키스에 지명되어 로우 싱글A의 10번의 등판에서 평균자책점 1.74를 기록했던 선발투수 유망주였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급격히 높아진 피안타율 때문에 불펜투수로 전환하게 된다. 롤모델을 따르라는 신의 계시였을까, 초트는 불펜으로 자리를 옮긴 후 2년만에 메이저리그에 입성하여 우승반지까지 얻는 행운을 누리게 된다. 그러나 그 이후엔 인상적인 활약을 하지 못한 채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가는 그저 그런 불펜투수로 전락하고 말았다.

 

두번의 트레이드, 반전의 계기

결국 양키스에서 제 자리를 찾지 못한 초트는 2003년 12월 트레이드를 통해 몬트리올 엑스포스(현 워싱턴 내셔널스)로 이적하게 되지만 2004년 스프링캠프 종료 시점이었던 3월말에 애리조나로 다시 한번 트레이드 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선수생활을 이어가려던 오로스코가 2004년 애리조나와 스프링캠프 계약을 맺은 뒤 돌연 은퇴를 선언하였다는 점이다. 덕분에 초트는 오로스코가 맡을 뻔 했던 불펜의 한 자리를 맡으며 오로스코의 뒤를 잇게 되었다. 우상의 기운을 받은 것일까, 초트는 그 해 74경기에 등판하며 역대 애리조나 좌완투수의 한 시즌 최다 등판 신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마이너를 전전하며 지명할당, 방출 등 악재를 겪으며 자신의 커리어를 마감하는 듯 했다.

하지만 2009년, 초트는 템파베이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4년만에 다시 메이저리그에 복귀, 좌완병기로 61경기 동안 3.47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다시 기회를 잡게 된다. 이때 초트의 나이는 오로스코가 필승조에서 조금씩 미끄러지기 시작했던 33세였다.

 

오로스코를 향하여

표1. 랜디 초트의 좌타자 상대 성적 (해당기간 100이닝 이상 소화기준)

비록 오로스코만큼 긴 기간은 아니었지만, 초트는 30대 초반에 본인의 전성기를 맞이한 뒤 좌타자들을 상대로 리그 최고수준의 피칭을 보여주었다.(표1) 데뷔했던 1997년부터 다시 두각을 나타낸 2008년까지, 초트는 매년 마이너리그로 강등된 경험이 있지만 그 이후 은퇴하기 직전인 2015 시즌까지 7년동안 마이너리그에서 단 한 이닝도 소화하지 않으며 좌타자 전문 메이저리그 불펜투수로 자리잡았다.

그렇다면 초트가 좌타자를 상대하는 비법은 무엇이었을까?

그림1. 초트의 좌타자 상대 슬라이더 분포도(좌)와 피안타율(우) (투수시점)

초트는 좌타자를 상대로 크게 두가지 구종을 던졌다. 먼저 움직임이 큰 싱커를 속구 대신 사용한 뒤, 결정구로는 횡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사용했다. 초트는 범타를 만들기 위해 슬라이더를 최대한 좌타자의 바깥쪽으로 던지는데, 이는 그림1의 피안타율 히트맵에서 나타나듯 굉장히 효과적이었다, 실제로 초트의 슬라이더는 표1의 7시즌 동안 49.3%라는 높은 삼진율과 .307이라는 피OPS를 기록하며 좌타자를 압도했다.

또한 초트는 ‘원샷원킬’에 능했던 투수였다. 좌완 스페셜리스트는 그 특성상 빠르게 한 타자를 처리하고 내려가야 하는 경우가 다반수다. 따라서 공 하나로 아웃을 잡고 내려가는 일명 ‘One-outing’이 필요할 경우가 있으며 초트는 이 부문에서 21개를 기록해 역대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역대 1위는 제시 오로스코의 28개)

초트가 좌타자를 상대로 보인 압도적인 모습 때문에 한 매체에서는 초트를 ‘LOOGY(Left-handed One Out GuY) KING’으로 지칭하기도 했었다.
역설적이게도 그 점이 바로 초트의 한계였다. 결과적으로 우타자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 했던 점 때문에 초트는 커리어 내내 스페셜리스트에서 벗어나지 못 했다.(표2)

표2. 초트의 좌/우타자 상대 통산성적

 

커리어를 마무리하다.

초트는 2015년 세인트루이스 소속으로 75경기에 출장하여 3.9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무난한 시즌을 보냈다. 이후 다저스와 마이너계약을 맺으며 오로스코처럼 커리어를 지속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5점대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부진, 결국 은퇴를 선언하게 된다. ‘나는 LOOGY의 시대에 존재했고, 그 덕을 봤던 사람이다.’는 초트의 발언은 자신의 은퇴 시기에 대해 깊이 고민한 흔적이 드러나는 듯 하다. ‘좌타자는 좌투수에게 약하다’라는 오래된 야구격언이 세이버메트릭스의 확산으로 인하여 점차 힘을 잃기 시작하며 자신같은 LOOGY가 설 자리 또한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점을 초트 같은 베테랑이 몰랐을 리 없으니 말이다. 결국 오로스코를 동경하던 소년은 오로스코를 넘어서진 못했다. 하지만 그 소년이 자신의 이름조차 남기지 못했을까? 오로스코가 데뷔한 이후로도 수많은 투수들이 야구사에 이름을 남기기 위해 도전해왔고, 또한 수많은 투수들이 선발, 마무리 투수로 명예의 전당 등에 올라 있다. 하지만 ‘LOOGY’로 이름을 남긴 선수는 하비에르 로페즈, 마이크 마이어스, 테리 멀홀랜드, 제시 오로스코 등 지금까지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초트가 비록 오로스코만큼 커리어를 길게 끌어나가지는 못 했지만, ‘LOOGY’를 기억하는 팬들의 기억 속엔 오로스코와 나란히 이름을 남기지 않았을까.

기록 출처: Fangraphs, MLB.com

참조 기사:
http://m.mlb.com/news/article/216212682/randy-choate-javier-lopez-were-top-loogys/
http://newyork.cbslocal.com/2017/02/16/sweeny-randy-choate-retirement/

(일러스트=야구공작소 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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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OGY랜디 초트제시 오로스코좌완 원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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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빈은 대만과의 예선 첫 경기에서 6이닝 동안 피안타 없이 삼진 10개를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지켰고, 일본과의 결승에서도 111구를 던지며 6⅓이닝 4피안타 9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습니다. 결승전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금메달의 발판을 놓기에 충분한 투구였습니다.

최민석은 중국과의 슈퍼라운드에서 결승 진출을 이끌었습니다. 96구로 7이닝을 책임지며 7피안타 9탈삼진 1실점. 두산에서 곽빈과 함께 원투펀치를 이루고 있는 최민석의 호투 역시 금메달로 향하는 중요한 발판이 됐습니다

이번 대회 곽빈과 최민석은 도합 21.1이닝 2실점 30K ERA 0.84를 기록하며 두 선수가 이틀간 던진 207구로 결승으로 향하는 길과 금메달을 결정짓는 무대, 한국의 우승을 뒷받침했습니다. 

이제 두 선수는 소속팀 두산으로 복귀해 순위 경쟁에 합류합니다.
김원형 감독의 계획에 따르면 최민석은 10월 1일 NC전, 곽빈은 3일 대구 삼성전에 등판할 예정입니다. 아직 5위를 확정하지 못한 두산. 대표팀의 마운드를 지킨 두 투수에게 가을야구로 향하는 중요한 등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작: 야구공작소 박경진
#야구 #국가대표 #곽빈 #최민석 #두산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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