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야구공작소 황규호)
팬그래프 시즌 예상: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95승 67패)
시즌 최종 성적: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92승 71패)
[야구공작소 차승윤] 화룡점정의 점 하나가 부족했던 해. 2017년 LA다저스는 그런 팀이었다. 미래를 지키면서 우승 트로피의 한 걸음 앞까지 다가갔다. 그러나 우승이 보였다고 다저스의 스토브 리그가 변한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눈에 띄는 영입은 없었다. 오히려 포스트시즌 대활약한 셋업맨 브랜든 모로우가 컵스로 이적하며 빈 자리만 생겨 났다.
언제나 그랬듯이 시즌 시작은 부상 릴레이였다. 시범경기부터 터너가 사구를 맞고 이탈했다. 지난 시즌부터 팔꿈치 통증을 느꼈던 시거는 수술로 시즌 아웃을 선언했다. 개막 한 달여 만에 푸이그가 극심한 부진 하에 부상으로 이탈했고, 5월에는 커쇼와 류현진, 힐이 연이어 DL에 올랐다. 연이은 중심 선수들의 이탈은 3년째 운영된 다저스의 두터운 선수층으로도 쉽게 극복하기 힘들었다. 게다가 NL 서부지구는 5팀 중 4팀이 포스트시즌을 노리는 치열한 경쟁 체제였다. 안팎의 어려움 속에 다저스는 4월 15일과 5월 17일 지구 최하위를 기록하며 좀처럼 반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 시즌 최고의 활약을 보였던 선수들의 부진도 시즌 초 추락한 팀 성적에 기여했다. 신인왕 벨린저는 좌완 상대로 확연한 약점을 드러내면서 작년 대비 성적이 하락했다. 지난 해 깜짝 활약했던 테일러 역시 삼진이 늘어나면서 다소 아쉬운 성적으로 마쳐야 했다. 그러나 가장 큰 변화는 마무리 잰슨의 부진이었다. 지난 해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던 잰슨은 시즌 초 구속 하락과 시즌 중반 심장 이상을 겪으면서 뒷문을 헐겁게 했다.
구멍 난 전력을 메꾼 건 의외의 얼굴들이었다. 전력 상승이 아닌 페이롤 감축을 위해 트레이드로 돌아온 켐프는 다이어트의 성과를 성적으로 증명했다. 대체 선발 정도로 여겨졌던 로스 스트리플링은 구속 상승과 커브 변화를 통해 에이스의 자리를 대신하며 대체선수로나마 올스타의 영광을 누렸다(전반기 95.1이닝 ERA 2.08 8승 2패). 여기에 터너와 테일러에 이은 세 번째 신데렐라가 혜성같이 등장했다. 방출생 출신 거포 맥스 먼시의 독보적인 활약이 더해지면서 다저스는 다시 순위 싸움을 이어갔다. 비록 부상으로 풀 타임을 뛰지는 못했으나 신인 투수 뷸러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선보였다. 트레이드 마감 시한에 맞춰 영입된 마차도가 수비에서는 시거의 빈 자리를, 공격에서는 4번 타자의 역할을 다 했다.
승수는 예년만 못했지만 팀 세부 성적은 여전히 돋보였다. 팀 홈런 235개(NL 1위, 전체 2위, 팀 신기록. 지난 시즌 221개), 팀 wRC+ 111(전체 1위), 804득점(NL 1위), 팀 ERA 3.38(전체 2위, NL 1위), 610실점(NL 최소 1위) 등 투타 모두 지난 시즌 압도적인 수치를 이어갔다.
절대적 약팀도 강팀도 없는 지구 상황 덕에 추격도 어렵지 않았다. 샌디에이고를 제외한 네 팀의 물고 물리는 장기전이 벌어졌다. 다저스가 전반기를 1위로 마쳤지만 네 팀의 접전은 계속 이어졌다. 여름이 지나고 한 팀씩 낙오되면서 순위 싸움의 링 위에는 콜로라도와 다저스만이 남게 되었다.
두 팀의 순위 싸움 2라운드 역시 치열했다. 연승과 연패로 뒤집힌 순위는 언제 그랬냐는 듯 연패와 연승으로 다시 뒤집혔다. 다저스가 마지막 맞대결인 3연전(9.18-9.20)을 싹쓸이하며 2.5게임 차이로 달아났을 때, 승부는 결정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콜로라도가 8연승을 달리면서 순위 싸움은 162경기 그 이후, 타이 브레이커로 넘어갔다. 최후의 맞대결에서 뷸러의 호투와 타선의 자축포가 터지면서 다저스는 천신만고 끝에 6년 연속 지구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해냈다.
6년 연속으로 진출한 포스트시즌, NLDS와 NLCS에서 다저스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어린 선수들로 구성된 애틀란타를 비교적 쉽게 꺾었지만 밀워키와의 챔피언십 시리즈는 1차전부터 패배하며 고전했다. 믿었던 선발진이 흔들렸고 상대 불펜 에이스 헤이더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시리즈를 어렵게 끌고 갔다. 다저스 타선은 대신 밀워키 불펜의 다른 한 축인 제프리스를 성공적으로 공략했다.(시리즈 1패 ERA 7.71) 약점이라 생각했던 불펜도 살아나면서 밀워키 불펜과 대등한 승부를 펼치며 7차전까지 승부를 끌고 갔다.(밀워키 불펜 시리즈 45.1이닝 ERA 3.38 / 다저스 불펜 시리즈 31이닝 ERA 1.45) 결국 7차전에서 뷸러의 호투와 테일러의 호수비, 푸이그의 쐐기포로 다저스는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2년 연속 진출한 월드시리즈에서 마주친 벽은 그린 몬스터보다 높았다. 다저스 타자들은 보스턴의 강속구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NLCS까지 위기마다 틀어 막아 준 매드슨이 경기마다 역전을 허용했다. 연장 18회를 버티고 간신히 거둔 1승이 그들이 거둔 전부였다.
발전한 선수
워커 뷸러
(출처-LA 다저스 공식 페이스북)
시즌 성적: 24경기 8승 5패 137.1이닝 37볼넷 151탈삼진 12피홈런 ERA 2.62 fWAR 3.3
다저스의 6년 연속 지구 우승 뒤에는 팜을 지킨 덕에 꾸준히 등장한 최상급 신인들이 있었다. 2013년 푸이그와 류현진, 2016년 코리 시거, 2017년 벨린저는 데뷔하자마자 팀의 주축 선수로 자리 잡았다. 다저스가 차근차근 준비해 뒀던 신인 투수 워커 뷸러 역시 선배들 못지않은 활약을 선보였다.
뷸러는 갈비뼈 부상을 입어 자연스레 이닝 관리를 받았으나 존재감은 확실했다. 평균 구속 96.2마일의 시원한 속구와 슬라이더, 커브, 커터의 레퍼토리로 신인답지 않은 완성된 투구를 선보였다. 중요한 경기에서 보여준 활약도 인상적이었다. 6년 연속 지구 우승이 달려있었던 타이 브레이커, 리그 우승이 달린 NLCS 7차전, 여기에 월드시리즈에서도 선발 중 유일하게 무실점 호투를 기록하며 포스트 커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커쇼가 흔들리고 있는 지금 뷸러의 활약은 커쇼 이후의 다저스를 준비해야 할 다저스에게 중요할 수밖에 없다. 팀 린스컴과 저스틴 벌랜더가 거론될 만큼 뷸러의 향후 기대치도 드높다. 과연 뷸러가 린스컴처럼 우승의 숙원을 풀어주고, 벌랜더처럼 오랜 시간 에이스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돌아온 선수
맷 켐프
(출처-LA 다저스 공식 페이스북)
시즌 성적: 146경기 506타수 134안타 21홈런 85타점 36볼넷 115삼진
0.290/0.338/0.481/0.818, 1.6 Fwar
KEMVP가 돌아왔다. 프리드먼 체제의 시작과 함께 트레이드 되었던 켐프는 3년 만에 친정팀에 복귀했다. 실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은 아니었다. 사치세 탈출을 위해 고액 연봉 선수를 교환하길 원한 다저스가 켐프를 다시 짊어졌을 뿐이었다. 친정팀은 그를 다시 처분하려 했고, 그를 찾는 팀 없이 켐프는 2018시즌을 친정팀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켐프가 없었다면 다저스의 지구 우승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터너와 시거가 이탈하고 푸이그와 벨린저가 부진했던 시즌 초 타선을 지킨 것은 켐프였다. 여전히 최악의 수비와 출루율을 보였지만 팀 내 타율 1위(0.290)로 기대 이상의 장타력을 선보이며 중심 타선 역할을 다 했다. 전성기 성적에 미칠 바는 아니었으나 다저스 타선의 한 축을 맡기에는 충분했다.
물론 나름의 활약을 했더라도 2019시즌 켐프의 입지가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다. 테일러, 피더슨, 벨린저 등 젊은 외야수들이 넘쳐나는 다저스의 선택은 신시내티행 트레이드였다. 장기 계약의 마지막 해, 고액 연봉에 수비까지 불안한 켐프가 새 팀에서 얼마나 기회를 받고 어떤 결과물을 낼 수 있을까?
최고의 선수
맥스 먼시
시즌 성적: 137경기 481타수 104안타 35홈런 79타점 79볼넷 131삼진
0.263/0.3391/0.582/0.973, 5.2 Fwar
Mad Max. 2014년 터너, 2017년 테일러에 이어 다저스의 세 번째 성공작이 탄생했다. 오클랜드에서 데뷔했지만 빅리그 통산 0.195 5홈런 17타점만을 기록하며 초라하게 방출되었던 먼시는 올 시즌 0.263 35홈런 79타점을 기록하며 환골탈태를 넘어 MVP에 준하는 활약을 선보였다.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은 덕분이었다. 터너와 시거의 부상으로 내야가 비자 먼시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먼시는 특출난 수비 포지션은 없었지만 3루, 2루, 1루 모두 출장하면서 기회를 얻었다. 타율(0.263)은 낮았지만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압도적인 장타력과 출루율(0.391)이 돋보였다. 플래툰 기용으로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음에도 리그 홈런 5위(35개, 1위 아레나도 38개)를 기록했다.
먼시와 포스트시즌 타석을 나눈 프리즈의 재계약, 어느 한 곳 확실하지 않은 수비 포지션, 다저스의 두터운 선수층 등 2019년 먼시의 활약에는 여러 변수들이 존재한다. 과연 먼시가 뛰어난 플래툰 타자를 넘어 다저스 최고의 해결사로 성장할 수 있을까?
최악의 선수
접전에 무너진 방망이들
2018년 수치로 보여진 다저스의 타선은 완벽했다. 유인구에 속지 않고 스윙을 아끼면서 타자 구장이 아님에도 리그 2위의 팀 홈런(1위 양키스 267개)을 기록했다. 타율은 높지 않았지만, 장타력을 바탕으로 높은 팀 득점을 만들어냈다. 피타고리안 승률도 102승으로 106승을 거뒀던 지난해와 견줄 만 했다.
하지만 실제 승수는 기대 승수와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불안한 불펜진도 문제였지만 득점권만 되면 침묵하는 타선이 더 문제였다. 팀 OPS는 0.774로 전체 3위였지만 득점권 OPS는 0.760으로 14위였고, 접전 상황인 하이 레버리지 상황의 팀 OPS는 0.682로 22위에 불과했다. 반대로 주자가 없을 때와 승부가 결정된 로우 레버리지 상황의 OPS는 각각 0.791과 0.795로 1위였다. 접전이 벌어질 때마다 승리를 내어 주니 기대승률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얻을 수밖에 없었다.
타선의 문제점은 포스트시즌까지 이어졌다. 포스트시즌에도 수 차례 홈런포를 제외하고는 좀처럼 주자를 불러들이지 못했다. 유일한 약점이라 여겨졌던 불펜이 분투했음에도 디비전 시리즈 1, 2차전 이외의 경기에서는 매번 접전이 벌어졌다. 두 차례나 연장 승부(NLCS 4차전, 월드시리즈 3차전)를 가는 과정 역시 답답한 타선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2nd starter, RYU
(출처-LA 다저스 공식 트위터)
시즌 성적: 15경기 7승 3패 82.1이닝 15볼넷 89탈삼진 9피홈런 ERA 1.97 fWAR 2.0
2018년 류현진의 성적은 빛났지만 부상이 다시 한번 발목을 잡았다. 호성적의 바탕에는 지난해 장착한 커터가 있었다. 커터와 커브의 비중을 늘리면서 다시 한번 변신했다. 4월에 기록한 28.1이닝 ERA 2.22는 시즌 후 FA계약도 기대하게 했다. 문제는 다시 찾아온 부상이었다. 5월 2일 애리조나전 도중 왼쪽 사타구니 인대 염좌가 찾아왔다. 재활 도중 사타구니 통증이 재발하면서 8월에야 마운드로 돌아올 수 있었다.
부상 탓에 소화 이닝은 적었지만 복귀 후에도 활약을 이어갔다. 9월 5일 메츠전 대량 실점(5실점 1자책)을 제외하면 모두 5이닝 이상 3실점 이하를 지키며 팀의 선두 싸움에 일조했다. 지구 우승이 달린 자이언츠와 최종 3연전에서는 범가너와 맞서 6이닝 1실점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최종 ERA는 1.97. 부상으로 82.1이닝 소화에 그쳤지만 어깨 수술 이후 변화한 류현진의 가치를 충분히 입증한 시즌이었다.
포스트시즌은 용두사미에 가까웠다. 로테이션을 맞추기 위해 커쇼 대신 1선발로 등판한 NLDS에서는 7이닝 무실점 8K로 애틀란타 타선을 압도했다. 그러나 NLCS 2, 6차전과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는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아쉬움을 남기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유독 약했던 올 시즌 원정 성적(홈 ERA 1.15/원정 ERA 3.58), 레퍼토리를 읽힌 후에 빅 이닝을 허용하는 한계가 발목을 잡았다.
시즌 종료 후 FA 권리를 받았지만 류현진의 선택은 다저스의 퀄리파잉 오퍼였다. 따뜻한 홈구장에서 매년 우승을 바라보는 강팀이자 선발 관리에 철저한 다저스는 FA 재도전을 노리기 좋은 팀이다. 높은 연봉, 2018시즌의 좋은 모습을 고려한다면 내년 선발 로테이션 소화 가능성도 높다. FA로이드를 재충전하기에 최적의 시즌이 될 전망이다. 과연 류현진은 우승컵을 들고 FA를 맞이할 수 있을까?
전망
2018시즌 다저스의 성적은 프리드먼 체제 수뇌부가 만들어낸 야구 실험 3년차의 결과물이다. 2016년 이후 불려온 뎁스, 2017년 이후 만들어온 멀티 포지션과 퀵 후크 체제에 이어 2018년 적극적인 플래툰까지 더 해진 다저스 선수단은 MLB 역사 상 유례가 없을 정도의 독특한 팀으로 변모했다.
비록 우승에는 실패했으나 페이롤 감축과 동시에 성적을 일궈낸 것이 가장 눈에 띈다. 중계권 문제로 2013년 이후 악성계약들과 높은 팀 연봉에 시달려왔던 다저스는 6년만에 사치세에서 벗어났다.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다저스에게 사치세 탈출은 단비와 같다. 거액의 FA는 지양했지만 팜 유망주를 지키고 적극적인 트레이드를 통해 6년 연속 지구 우승은 이어갔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2019시즌에도 프리드먼 체제의 실험은 계속될 것처럼 보인다. 구단 측은 여전히 사치세를 넘길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다저스의 야구 실험이 철회된 적 없이 매년 이어지고 더해져 온 것에서도, 작금의 다저스 야구가 계속될 것임을 알 수 있다. 로버츠 감독과의 장기계약 추진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과연 다저스는 한 단계 더 진화하여 3년 연속 월드시리즈 진출과 우승의 염원을 이룰 수 있을까?
기록 출처: Fangraphs, MLB.com
에디터=야구공작소 유기호 & 나유민 / 일러스트=황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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