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회 황금사자기 결승전 기록지. /사진=SPORTS KU 제공
[야구공작소 남경무] 야구를 사랑하는 팬이라면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지명한 신인 선수가 어떤 선수인지에 대해 궁금증을 품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궁금증을 해결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첫째, 직접 그 선수의 경기를 찾아보는 것. 둘째, 경기를 직접 본 사람들에게 정보를 듣는 것. 셋째, 기록을 찾아보는 것.
직접 선수의 경기를 찾는 첫 번째 방법은 보통의 열정으로는 시도하기 힘들다. 대부분의 아마야구 경기가 평일 낮에 열리는 데다가, 본인 스스로 선수를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 안목을 기르는 것 역시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관련 직종에서 일하는 전문가가 아닌 이상 현실적으로 시도하기는 어려운 방법이다.
대부분의 야구팬들에게는 기사를 통해 정보를 얻는 두 번째 방법이 가장 보편적이다. 기자들은 코칭스태프나 스카우트로부터 정보를 듣고 기사를 작성한다. 하지만 그 내용 중에는 제자를 아끼는 마음에 후한 평가를 내리는 코치의 정보나 프로팀 간의 스카우트 전쟁 속에서 흘려진 거짓 정보가 섞여 있기 마련이다.
기록을 찾아보는 것은 선수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쉽고, 객관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144경기를 치르는 KBO리그와 달리 많은 경기를 치르지 않는 아마추어 선수들의 기록이 선수의 진짜 실력이나 잠재력을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을까?
1. 부족한 샘플 사이즈
2016년 기준으로 고등부와 대학부는 각각 6개 대회로 운영되고 있다.
대회의 수 자체가 적기도 하지만, 고등부의 주말리그를 제외하면 애초에 풀리그 형식을 갖춘 대회가 존재하지 않는다. 토너먼트 형식의 대회가 대부분인 탓에 몇 팀을 제외하고는 한 대회에서 3경기 이상을 치룬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고교, 대학 팀의 타자들은 연 평균 15경기 정도밖에 치르지 못하며, 총 타석수도 70타석 남짓에 불과하다. 당해 리그를 평정하며 매 대회마다 상위 라운드에 진출하는 강팀의 주전 선수라야 겨우 130타석 정도를 소화할 수 있다.
세이버메트릭스에 기반을 둔 야구 분석 사이트 Baseball Prospectus의 러셀 칼튼은 의미 있는 표본의 크기에 관련된 칼럼을 기고한 적이 있다. 칼튼은 이 글에서 안타, 삼진, 볼넷, 홈런 등의 스탯이 통계적인 의미를 갖기 위해 최소한 얼만큼의 타석을 필요로 하는지를 분석했다.
가령 어떤 타자가 시즌이 시작되고 나서 첫 10타수에서 3개의 안타를 쳤다고 하자. 이 정보만을 가지고 이 타자가 시즌 동안 총 600타수를 소화하면 180개의 안타를 쳐낼 것이라고 예측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100타석에서 30개의 안타를 쳤다면 그런 예측의 신빙성은 조금 더 높아질 것이고, 300타석에서 90개를 쳤다면 그보다도 더욱 높을 것이다. 이렇게 최소한의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타석의 수는 안타, 삼진, 볼넷, 홈런 등의 스탯마다 각자 다르다. BP의 해당 칼럼에서 칼튼은 각 스탯이 최종 성적과 0.7 이상의 상관계수를 갖게 되는 최소의 타석수를 제시했다. 그 구체적인 값은 다음과 같다.
▲표: 각 스탯이 시즌 최종 성적과 0.7 이상의 상관계수를 형성하게 되는 최소 타석수
칼튼에 따르면 가장 적은 타석으로도 신뢰도가 확보되는 지표는 삼진율로, 60타석만으로도 해당 시즌의 삼진율을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즉, 60타석에서 3개의 삼진을 당했다면 시즌이 끝날 무렵에도 0.050 언저리의 삼진율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할 만하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80번의 인플레이 타구가 기록되고 나면 해당 타자의 뜬공, 땅볼 비율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홈런과 단타를 유의미하게 예측하기 위해서는 각각 조금 더 많은 170타석, 270타수가 요구된다. 출루율과 타율은 그보다도 많은 460타석, 910타수의 기록이 있어야 통계적 유의성을 지닐 수 있다.
이제 이 데이터를 아마추어 선수들의 기록에도 적용시켜보자. 각 팀의 주전 선수들이라 해도 절대적인 경기수가 적은 팀에서는 삼진율(60타석) 이외의 스탯에서 유의미한 타석수를 확보하기 어렵다. 비교적 경기수가 많은 강팀이라고 해도 볼넷(120타석), 뜬공과 땅볼(80 인플레이 타구) 정도에서만 의미 있는 표본수를 확보할 수 있다. 즉 신인 선수들의 고교, 대학 기록을 통해 추론해 볼 수 있는 선수의 능력은 사실상 ‘볼삼비’라 불리는 선구안 정도뿐이다.
하지만 이조차도 시즌 중에 급격한 성장이 가능한 학생 선수의 특성과 아마추어와 프로의 수준 차이 등을 감안하면 마음 놓고 신뢰할 만한 정도에는 미치지 못한다. 아마 시절의 볼넷과 삼진 비율이 좋았다고 프로에서도 좋은 선구안을 보여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넥센의 ‘안방마님’ 박동원은 개성고 3학년이던 2008년, 63타석에 나서 1.40의 준수한 볼넷/삼진 비율을 보였지만, 프로에서 기록한 통산 볼넷/삼진 비율은 0.33에 불과하다.
2. 리그 내 극심한 수준차이
KBO나 KBA의 인터넷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서는 “OO학교 야구부원을 모집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창단 및 리그 참가의 문턱이 매우 높은 프로와 달리 아마야구는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많은 야구부가 생기고 또 그만큼 많이 사라진다. kt wiz의 2년 연속 리그 최하위 기록에서 볼 수 있듯이 신생팀은 리그 내에서 약팀이 될 가능성이 높다. NC다이노스처럼 연착륙하는 경우는 드물다. 신생팀은 적절한 선수 수급이 어렵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아마추어 야구에서는 팀 간 실력차가 더욱 심해진다. 엘리트 체육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한국에서는 프로 지명을 희망하는 뛰어난 선수일수록 신생팀보다는 기존의 명문고, 명문대학에 진학해 자신의 실력을 더욱 뽐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
문제는 이런 수준 차이로 인해 선수들의 기록 역시 신뢰성을 잃는다는 데 있다. 아래 기록은 2015년 한 대학선수의 시즌 성적이다.
▲ 표: 대학 선수 A의 시즌 성적
이 A선수는 수비가 다소 부족하지만 타격에서는 뛰어난 힘과 준수한 컨택 능력, 선구안을 바탕으로 중장거리 타구를 많이 만들어내는 ‘김태균형’ 타자라는 현장의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여기에는 약팀과의 경기에서 쌓은 기록이 발생시키는 ‘착시효과’가 작용하고 있다. 대학야구의 대표적 약팀인 서울대와의 경기 기록(4타수 4안타)을 제외하면 A의 타율은 6푼 이상, 출루율은 4푼 이상, 장타율은 무려 1할 3푼 이상이 떨어진다. 서울대와의 경기 기록이 아니더라도 뛰어난 성적이기는 하지만, 약팀과의 경기에서 거둔 특별한 성적이 전체 기록에 착시효과를 준 것도 사실이다.
또한 A의 3루타 기록 때문에 시즌 전체 기록만 보면 발이 빠르다는 오해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이는 A가 서울대의 약한 수비력 덕분에 생애 처음으로 쳐본 3루타가 포함됐기 때문에 생긴 착시효과다. 굳이 이렇게 서울대라는 극단적인 예시를 들지 않더라도, 수많은 콜드게임이 나오는 아마야구에서는 선수 성적의 신뢰성을 보장하기가 쉽지 않다.
아마야구의 기록을 100% 신뢰할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아마야구의 일부 경기에서 공공연하게 성적 조작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입시 비리 의혹을 받은 B대학의 C선수는 고교 3학년 시절 주말리그 두 경기에서 번트 안타만 4개를 생산하며 해당 시즌을 타율 .426로 마무리했다. 이 네 개의 번트 안타를 제외하면 C의 타율은 .318로 떨어진다. 당시의 한 기록원은 “상대팀이 제대로 수비하지 않는 느낌이었다”고 그 경기를 회상했다.
▲2015 야구대제전에서 고등부 선수가 기습번트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은 본문의 내용과 무관하다. /사진=SPORTS KU 제공
성장이 끝나지 않은, 그리고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않은 아마야구 선수를 기록만을 통해 평가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응원하는 팀이 지명한 신인 선수의 아마 시절 성적이 좋지 않다고 해서 지나치게 실망할 필요도, 좋다고 해서 과하게 기뻐할 필요도 없다. 프로에 지명됐다는 것은 그 팀의 스카우트가 기록에서 나타나지 않는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작은 표본에서는, 좋은 스카우트가 ‘항상’ 기록보다 정확하다(In small sample sizes, a good scout is ALWAYS better than stats.)”는 격언을 떠올려볼 필요가 있다. 부디 당신이 응원하는 팀의 스카우트가 “좋은 스카우트”이길 바란다.
자료 출처 : KBA, Baseball Prospec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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