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드미스 디아즈 트레이드, 진짜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승리?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트레이드 된 알레드미스 다이즈(사진=flickr Keith Allison)

 

[야구공작소 이해인]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월드시리즈 직후부터 원터 미팅이 열리기 전까지는 심심한 기간이다. 이런저런 소문은 무성하지만, 정작 실행이 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 소리소문없이 트레이드 하나가 확정됐다.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내야수 알레드미스 디아즈를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보내고 트렌트 손튼이라는 비교적 무명에 가까운 투수 유망주를 받아온 것이다. 그리고 이 트레이드에 대한 평가는 휴스턴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토론토의 입장

2015년 AL MVP 조시 도날드슨이 팀을 떠났을 뿐만 아니라, 유격수 트로이 툴로위츠키와 2루수 데본 트래비스는 부상이 잦아서 많은 팬이 토론토 내야진을 걱정하고 있지만, 토론토에는 여전히 많은 내야 자원이 있다.

 

표1. 디아즈가 떠난 토론토 중앙 내야수 뎁스

 

게다가 2018시즌 디아즈가 후반기에 뛴 포지션들을 살펴보면 토론토의 중앙 내야 뎁스에서 그가 차지하던 역할이 크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디아즈는 2018시즌 후반기 3루수로 29경기를, 유격수로 28경기를 나서면서 유격수보다 3루수로 더 많이 출전했다. 그런데 3루 자리엔 브랜든 드루리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 최고의 유망주인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가 대기하고 있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토론토는 많은 내야 자원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적어도 한 명쯤은 트레이드해야 했다. 그리고 그 대상이 디아즈인 이유는 명확하다. 디아즈는 토론토 미래 계획에 포함된 선수가 아니다. 하지만 연봉이 낮을 뿐만 아니라, 2018시즌 좋은 활약을 펼쳤기 때문에 트레이드를 하기 쉬웠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디아즈는 가장 잘 팔릴만한 선수였기 때문에 팔린 것이다.

이는 트레이드의 기본 원리에 입각한 좋은 움직임이었다. 2017시즌 부진했던 선수를 싸게 사와 2018시즌 반등시킨 다음 비싼 대가를 받고 보냈기 때문이다. 실제로 토론토가 지난 오프시즌 디아즈를 영입하면서 보낸 유망주는 외야수 J.B. 우드먼이었다. 당시 우드먼은 2016년 2라운드에 지명된 선수였지만, 빠르게 평가가 내려가며 MLB.com 기준 팀 내 유망주 랭킹 30위 언저리에서 머무르는 데 그쳤다. 그리고 결과론이긴 하지만 우드먼은 2018시즌 중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방출됐다. 그 선수가 당장 내년 시즌에 롱릴리프 또는 5선발로 기용할 수 있는 손튼으로 바뀐 것이다.

많은 내야 유망주를 보유한 토론토에 가장 부족한 부분은 즉전감 투수 자원이다. 현재 토론토에는 좌완 라이언 보러키, 토마스 패논, 션 리드-폴리 등이 메이저리그에 데뷔하긴 했지만, 아직 그 깊이가 부족하다. 그렇기에 트리플A에서 한 시즌을 온전히 보낸 후 애리조나 가을리그에서 활약한 손튼의 가세는 토론토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만약 토론토가 이번 겨울 메이저리그 수준 선발 투수를 추가로 영입하지 않는다면 패논과 손튼 그리고 데이비드 파울리뇨 등이 롱릴리프 및 5선발 자리를 두고 각축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한편, 손튼의 전 소속팀 단장인 제프 르나우 역시 “손튼은 많은 팀이 노리던 트레이드 카드였다. 로테이션에 합류할 만한 자원이 될 것.”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휴스턴의 입장

물론 휴스턴 역시 투수 자원이 넉넉한 편은 아니었다. 2015년 AL 사이영상을 받은 댈러스 카이클이 FA로,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맡았던 랜스 맥컬러스 주니어가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토론토보단 나았다. 지난 시즌 불펜에서 활약했던 콜린 맥휴가 선발로 복귀할 수도 있으며, 팀 내 최고 투수 유망주인 포레스트 휘틀리와 조시 제임스 역시 마이너리그에서 대기하고 있는 덕분이다. 게다가 휴스턴은 불펜 깊이 역시 깊은 팀이다. 룰5 드래프트 대상자에 속하는 손튼을 40인 로스터에 포함시킬 생각이 없다면 트레이드를 하는 편이 나을 수 있었다.

반면, 휴스턴의 고민은 오히려 내야 뎁스에 있었다. 외야 자원으로는 토니 켐프, 카일 터커, 요단 알바레즈와 같은 선수들이 있지만, 내야 자원은 그렇지 못했다. 여기에는 여러 내야 포지션으로 기용됐던 슈퍼 유틸리티 마윈 곤잘레스가 FA로 이탈한 영향이 컸다.

만약 디아즈가 2018시즌 보였던 활약을 휴스턴에서도 이어갈 수 있다면 다시 한 번 우승에 도전하는 팀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유격수를 도저히 볼 수 없을 것 같았던 수비가 2018시즌 들어 일취월장했고, 후반기 들어 타격에서 10개의 홈런과 함께 .290/.333/.523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르나우 단장은 “율리에스키 구리엘, 켐프, 디아즈 덕분에 우리는 2, 3개 이상의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를 보유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라인업과 수비를 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디아즈가 주전을 맡든 유틸리티 역할을 맡든 팀의 좋은 전력 보강이 됐다. 그는 더 나아지는 것도 가능한 좋은 타자이며 전성기에 돌입했다.”고 인터뷰했다.

 

휴스턴이 승리한 트레이드?

그러나 휴스턴 전력상 디아즈를 주전으로 기용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2루수에 호세 알투베, 유격수에 카를로스 코레아, 3루수에 알렉스 브레그먼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1루수로 활약 중인 율리에스키 구리엘이 지난 시즌에 부진하기는 했지만 디아즈는 아직 1루 경험이 단 한 번도 없으며 주전 1루수를 맡기에는 부족한 공격력을 갖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한편, 디아즈의 수비력이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그 나아진 모습조차도 유격수로 800이닝 UZR -2.2, 3루수로 261.2이닝 UZR 0.5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타격에서도 후반기 성적이 인상적인 것은 사실이나, 전반기를 합치면 2018시즌 전체 타격 성적은 OPS .756에 그쳤다. 또한 1.6의 fWAR 역시 툴로위츠키가 시즌 아웃이 되면서 거의 주전 만큼의 경기와 타석 수인 130경기 452타석을 소화했기에 가능한 수치였다.

운이 많이 따르며 올스타에 선정됐던 2016시즌, 부진했던 2017시즌, 그리고 2018시즌까지 살펴보았을 때 디아즈는 확실히 좋은 벤치 플레이어지만, 그와 동시에 주전으로서 뛰기엔 다소 부족함이 있는 선수다. 따라서 그는 트레이드 시장에서 주전 선수로서보단 벤치 선수로서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

이렇다 보니 기존 벤치 선수들의 트레이드 대가를 생각했을 때 당장 메이저리그에서 가용할 수 있는 5선발 내지 멀티 이닝 구원투수 유망주는 결코 적은 대가가 아니었다.

이번 트레이드가 한쪽으로 기울어진 트레이드라고 속단하기는 어려운 이유다. 이번 트레이드는 오히려 양 팀 모두 남는 자원을 팔아 필요한 자원을 데려온 소소한 윈-윈 트레이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기록 출처: MLB.com, Fangraphs, Baseball Savant

에디터 = 야구공작소 이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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