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체스터 레드윙스의 홈구장 프론티어 필드(사진 제공=로체스터 레드윙스)
[야구공작소 권승환] 5달러짜리 티켓과 1달러짜리 핫도그, 그리고 경기 중간중간 프로모션팀이 진행하는 다양한 행사까지. 미국 마이너리그팀들은 다양한 방법과 이벤트로 팬들을 경기장으로 불러 모은다. 그중 박병호의 전 소속팀으로 알려진 미네소타 트윈스 산하 트리플A팀 로체스터 레드윙스는 그들만의 방법으로 지역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레드윙스가 위치한 로체스터란 도시는 빌딩숲이 우거진 큰 도시라 하기에도, 그렇다고 해서 넓은 평야가 끝없이 이어져있는 시골이라 하기에도 애매한 인구수 21만명의 소도시다. 그러나 야구를 향한 팬들의 사랑은 어느 대도시 못지 않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만 명 이상의 관중을 불러 모으기도해 메이저리그 다음으로 관중이 많은 리그가 마이너리그라는 것을 입증했다. 그렇다면 홈경기마다 빠지지 않고 오는 골수 팬부터 부모님 손을 잡고 야구 경기를 처음 보러오는 어린 팬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팬들이 굳이 마이너리그 경기를 보러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레드윙스가 매년하고 있는 마이너리그만의 특색을 잘 살린 운영 방침이 한몫하고 있다.
마이너리그의 꽃: 다양한 행사들
이닝 중간 행사 중 하나였던 치킨 캐치(사진 제공=로체스터 레드윙스)
마이너리그 경기를 보러가는 팬들에게 무엇때문에 야구장을 찾느냐고 물어본다면 물론 야구 자체를 사랑해서 오는 팬들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마이너리그팬들은 야구장에서 하는 다양한 행사 때문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만큼 마이너리그 구장에서 하는 행사들은 팬들을 불러모으는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사뭇 진지한 분위기의 메이저리그 경기와는 달리, 마이너리그 경기는 조금 느슨한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 중 다양한 행사들이 많다. 특히 이닝 중간중간 팬들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다양한 미니게임은 팬들로 하여금 경기장에서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한다. 레드윙스 또한 이닝 중간중간에 하는 미니게임으로 팬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위 사진은 레드윙스가 이번 시즌 중 한 미니게임 가운데 가장 호응도가 높았던 게임이다. 부모와 아이가 한 쌍이 돼서 부모 중 한 명이 쏘아 올린 고무닭을 아이가 잡는 이 간단하고도 어려운 게임은 경기 외적으로 팬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했다. 이외에도 과녁 맞추기, 음식 빨리 먹기 등 다양한 미니게임들이 이닝 중간마다 팬들의 지루함을 달래줬다.
그런데 이런 미니게임들을 이닝 중간마다 하는 이유는 팬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함도 있지만, 수익을 내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마이너리그팀은 메이저리그팀과 재정적으로 분리된 하나의 기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이너리그팀 또한 수익창출이 기본 목표다. 그 중에서 광고 스폰서는 수익 창출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각 스폰서는 팀과의 계약 후 매 이닝 중간마다 광고 영상 또는 미니게임을 통해 팬들에게 노출된다. 게임 하나 하나가 광고효과가 대단하기 때문에 광고주들은 미니게임을 적극 장려하는 편이다. 이렇게하는 미니게임들은 팀 입장에서는 스폰서에게서 얻는 자금을 통해 팀을 운영할 수 있어서 좋고 스폰서 입장에서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브랜드를 노출시킬 수 있기에 윈-윈이다.
플레이츠 나잇: 목요일에만 즐길 수 있는 행사
플레이츠 나잇에 선수들이 입는 유니폼(사진 제공=로체스터 레드윙스)
레드윙스는 미니게임 외에 다른 방법으로도 팬들을 경기장으로 불러 모은다. 그중 하나가 플레이츠 나잇이다. 이 행사는 로체스터의 지역 특색을 잘 살린 프로모션 가운데 하나다. 플레이트는 한 접시에 감자튀김, 마카로니 샐러드, 햄버거 패티 등을 올려 특제 미트 소스를 뿌린 로체스터 지역의 유명 먹거리다. 레드윙스는 로체스터 지역을 상징하는 이 음식을 이용해 2017년부터 홈 경기가 있는 목요일마다 로체스터 레드윙스가 아닌 로체스터 플레이츠라는 이름으로 플레이츠가 그려진 유니폼과 모자를 입고 경기를 치룬다.
레드윙스는 자칫 지루하고 뻔할 수 있는 야구장의 분위기를 플레이츠 나잇이라는 행사를 함으로써 경기장 분위기를 전환했다. 경기 뿐만이 아니라 이 행사가 있는 날에는 경기장 내의 모든 이벤트가 플레이츠 위주로 진행된다. 그렇기에 이 날만큼 팬들은 레드윙스 팬이 아닌 플레이츠 팬으로서 이 분위기에 녹아든다. 또한, 플레이츠 유니폼과 모자의 디자인이 팬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 상품 매출에도 좋은 효과를 가져왔다. 앞서 말한 미니게임들과 더불어 플레이츠 나잇은 자체적으로 수익 창출을 해야 하는 마이너리그 특성과 느슨한 마이너리그의 분위기를 잘 활용해 자유롭고 다양한 아이디어로 팬들을 끌어모은 레드윙스의 마케팅 결과물이다.
리햅 어사인먼트: 스타를 만날 수 있는 기회
위의 다양한 행사들이 마이너리그 팀 자체적으로 기획하여 팬들을 불러 모으는 방법이라면 뜻하지 않게 많은 팬이 마이너리그 구장을 찾는 상황도 존재한다. 리햅 어사인먼트(재활경기)가 바로 그것이다. 부상을 당해 부상자 명단에 등록된 선수들이 부상에서 회복된 후 메이저리그로 콜업되기 전 마이너리그에서 뛰며 준비를 하는 과정을 리햅 어사인먼트라고 부르는데 이 과정에서 마이너리그팀들은 뜻하지 않게 이득을 보게 된다.
퍼터켓 레드삭스에서 리햅을 진행 중 이었던 더스틴 페드로이아(사진 제공=로체스터 레드윙스 공식 인스타그램)
거리상 메이저리그 구장을 자주 못 가는 중소도시의 야구팬들은 자기가 살고 있는 도시를 방문하는 슈퍼 스타들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이번 시즌 초, 더스틴 페드로이아는 퍼터켓 레드삭스 소속으로 리햅 어사인먼트 중 경기를 치루기 위해 로체스터를 방문했다. 레드윙스는 다른 팀 소속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공식 SNS에 그의 출전 소식을 알렸다. 이는 마이너리그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마케팅이라 할 수 있다. 유망주들을 보는 즐거움도 있는 마이너리그 경기지만 슈퍼스타 한 명의 출전 소식은 그만큼 팬들을 경기장으로 발걸음 하게 만드는 좋은 마케팅 거리이기 때문이다.
슈퍼스타들을 메이저리그 구장이 아닌 마이너리그 구장에서 보는 것은 팬들에게 색다른 재미다. 마이너리그 구장은 메이저리그 구장과는 달리, 팬들과 선수들간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비교적 팬들은 선수들에 사인을 받거나 소통을 하기가 쉽다. 선수들 또한 메이저리그의 중압감을 버리고 가볍게 경기를 나서기 때문에 팬들과의 시간을 많이 할애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어린 팬들은 슈퍼스타들과 소통하며 꿈을 키우거나 좋은 추억을 만든다.
마이너리그만의 분위기, 레드윙스만의 분위기
메이저리그 구장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가벼운 분위기의 마이너리그 구장은 팬들이 부담없이 소풍 겸 찾는 장소다. 레드윙스는 위에서 언급한 다양한 방법으로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이닝 중간마다 하는 미니 게임들을 통해 야구 외에 볼거리를 제공했고 플레이츠 나잇이라는 로체스터만의 색다른 행사로 야구팬이 아닌 사람들을 야구장으로 불러 모았다. 이는 야구장에서는 야구가 주가 되는 대부분의 메이저리그 경기의 분위기를 살짝 바꾸어 가볍게 야구장을 찾을 수 있는 마이너리그만의 분위기가 있기에 가능했다. 레드윙스를 비롯한 많은 마이너리그팀은 이를 이용해 작은 도시에 위치한 마이너리그 구장으로 각 지역 사람들을 꾸준히 불러모으고 있다.
에디터=야구공작소 이현우
ⓒ야구공작소. 출처 표기 없는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상업적 사용은 별도 문의 바랍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