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박기태] 누구도 예상치 못한 한화 이글스의 상승세가 여름 문턱까지 이어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약한 타선의 힘에도 불구하고 한화가 높은 순위를 지키고 있는 비결은 투수진의 선전, 그중에서도 불펜진의 호투라고 할 수 있다. 안정감 있는 마무리 정우람을 중심으로 송은범, 서균, 박상원, 안영명 등 여러 얼굴들이 과거보다 훨씬 좋은 공을 던지고 있다.
현재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건 불펜의 얼굴과 같은 정우람이지만, 중간계투진에도 정우람에 버금가는 위압감을 떨치는 이름이 존재한다. 팔꿈치 수술 이후 구위를 잃었지만 인고의 시간 끝에 다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 바로 이태양이다. 이태양의 강력한 투구는 한화 팀의 성적처럼 팬들조차 예상하기 쉽지 않았던 장면이다.
개선된 구위, 뒤따르는 성적
올해 전까지 이태양의 전성기는 2014년 한 시즌으로 압축됐다. 당시 이태양은 6월의 호투를 기반으로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극적으로 승선했다.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태양은 중심이 되는 패스트볼과 이를 뒷받침하는 슬라이더, 포크볼 위주의 투구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팔꿈치 수술과 재활, 그로 인해 부진했던 시즌이 지나가는 동안, 2014년의 존재감은 잔상으로만 남았다.
그 잔상은 올 시즌에 와서야 지워지고 있다. 다시 구위가 살아난 것이다.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2014년을 웃도는 숫자까지 상승했다. 패스트볼 특유의 솟구치는 듯한 움직임도 2014년보다 좋아졌다. 상하 무브먼트 30.1cm는 리그 9위에 해당한다. 위력적인 패스트볼 구위를 가진 김광현, 양현종이나 여타 외국인 선발 투수보다도 좋은 수치다.
이태양 시즌별 패스트볼 구속(km/h), 상하 무브먼트(cm)
2014 : 141.4, 26.4
2016 : 138.8, 26.2
2017 : 140.0, 29.8
2018 : 142.8, 30.1
패스트볼 구위가 개선되면서 이태양의 포크볼에도 위력이 더했다. 오른손, 왼손타자를 가리지 않고 구사하는 포크볼은 패스트볼의 솟구치는 듯한 움직임과 반대로 아래로 크게 떨어지면서 타자를 현혹하고 있다. 이태양의 포크볼이 기록 중인 22.4%의 헛스윙 비율(스윙했을 때)은 KBO리그에서 5번째로 좋은 기록이다.
가지고 있는 무기가 좋아지자 성적도 뒤따르고 있다. 기초적인 ERA(평균자책점)나 FIP(수비무관 평균자책점)도 물론 우수하지만, 다른 세부지표는 마무리 정우람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특히 K%(타석당 탈삼진 비율), BB%(타석당 볼넷 비율)를 살펴보면 현재의 위력적인 투구내용이 더욱 잘 드러난다. 이태양의 현재 성적은 다음과 같다.
이태양 시즌 기록 및 리그 내 순위(25이닝 이상 기록한 투수 기준)
ERA : 2.80, 12위
FIP : 4.12, 20위
K% : 28.4%, 5위
BB% : 5.5%, 23위
K-BB% : 23.0%, 4위
K-BB% 기록 상위권에는 최충연, 서진용처럼 구위는 우수하지만 결과가 그에 못 미치는(4점대 ERA) 투수의 이름도 물론 있다. 그러나 심창민, 린드블럼, 소사, 윌슨처럼 압도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는 투수들 역시 자리잡고 있다. 정우람의 이름도 빠지지 않는다. 여러모로 이태양의 올시즌 성적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어느하나 흠잡을 데가 없다.
남은 시즌의 행보는 어디로
이태양의 호투에서 더욱 고무적인 점은 시즌이 진행되면서 패스트볼 구속이 더욱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태양 월별 패스트볼 구속 변화 추이
3월 : 139.7km/h
4월 : 141.6km/h
5월 : 143.4km/h
6월 : 144.2km/h
투수 중에는 날씨가 따뜻해지면 몸이 풀리면서 구속이 상승하는 부류가 있다. 하지만 이태양에겐 지난해 5월까지 시속 140km를 넘던 평균 구속이 6~7월에 140km 밑으로 떨어졌던 기억이 있다. 다시 말해 지난 2년간 이태양의 위에 드리웠던 팔꿈치 수술의 그림자가 완전히 사라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쏟아지는 호재 속에서도 우려되는 점이 있다. 다소 많아 보이는 투구수와 이닝 소화량이다. 시즌 81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이태양의 시즌 이닝은 45를 가리키고 있다. 정확하게 시즌 80이닝 페이스에 해당한다. 과거 80이닝 이상 투구한 뒤 구위 하락세가 두드러진 권혁, 박정진, 송창식 등 한화 팬들에게 아픈 이름들이 떠오를 수도 있다.
다행히도 한화 코칭스태프는 최대한 연투를 자제하는 기용을 통해 불펜 투수들의 컨디션을 적절히 관리하고 있다. 이태양의 패스트볼 구속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지금까지는 어깨나 팔에 심한 부하가 걸리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 된다. 지금까지의 기용이 세심하게 이어진다면 올해가 ’태양’이 가장 빛나는 시즌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기록 출처 : 스포츠투아이 PTS (모든 기록은 7월 3일까지 기준)
사진=한화 이글스
에디터=야구공작소 양정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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