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드미스 디아즈 트레이드에 대한 단상

(사진=Flickr buzbeto, CC BY 2.0)

 

[야구공작소 이해인] 뉴욕 양키스가 애런 분을 새 감독으로 선임했다는 소식이 언론을 휩쓸고 있었던 며칠 전, 또 한 건의 소식이 스토브리그로 들이닥쳤다. 2016시즌 맹활약을 펼치며 올스타전에도 모습을 비쳤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유격수 알레드미스 디아즈가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트레이드되었던 것이다. 반대급부로 건너간 선수는 MLB Pipeline의 유망주 명단에서 토론토내 순위 28위를 차지했던 J.B. 우드먼. 예상을 깬 상당히 작은 대가였다. 최고 유망주들을 지키고 싶어하는 토론토의 성향과도 잘 맞아떨어지는 색깔의 움직임이었다.

얼마 전 팬그래프의 데이브 카메론은 토론토가 조쉬 도널슨을 세인트루이스로 보내고 맷 카펜터와 제드 저코 등을 받아와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토론토의 빈약한 2루수, 유격수 뎁스와 해당 포지션 주전들의 잦은 부상에 착안한 주장이었다. 3루의 공수 생산성을 카펜터로 메우고, 타격이 빼어난 저코를 유격수 트로이 툴로위츠키와 2루수 데본 트래비스의 백업으로 기용하라는 것이 카메론의 주된 논지였다.

실제로 지난 시즌 토론토의 백업 내야수로 활약했던 라이언 고인스와 다윈 바니는 fWAR -0.9의 처참한 성적을 합작하는 데 그쳤다. 이들의 부진한 생산성은 시즌 내내 토론토의 발목을 잡은 약점 가운데 하나였다. 때문에 토론토의 수뇌부는 2017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은 바니를 붙잡지 않았고, 이번 트레이드를 앞두고는 고인스까지 논텐더로 놓아주는 결정을 내렸다.

대부분의 언론에서 내야의 대안으로 언급했던 것은 제드 라우리와 에두아르도 누네즈 같은 선수들이었다. 그 누구도 디아즈가 토론토에 합류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토론토는 아주 조용하게 디아즈의 영입을 성사시켰다. 대가 역시 크지 않았다. 심지어 카메론의 제안과는 달리 팀을 대표하는 스타인 도널슨을 지켜낸 채로 이뤄낸 성과였다.

 

토론토는 무엇을 얻었나

물론 디아즈에게 불안한 면모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시즌에는 0.259/0.290/0.392의 처참한 슬래시라인을 기록했으며, 특히 2016시즌 28.2%였던 O-Swing%(존 바깥의 공에 스윙을 가져간 비율)가 38.7%까지 증가하면서 선구안이 무너지는 모습을 노출했다. 반대로 O-Contact%(존 바깥의 공을 컨택하는 데 성공한 비율)는 69.3%에서 65.2%로 감소했다. 거기에 강한 타구의 비율도 31.5%에서 23.6%로 하락했고, 약한 타구 비율은 19.0%에서 23.2%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표1. 디아즈의 타격 성적 변화

그러나 디아즈는 부진했던 2017시즌에도 고인스와 바니에 비하면 양호한 78의 wRC+을 기록했던 타자다. 한 시즌 전만 해도 올스타급의 생산성을 보여줬던 만큼, 커리어 내내 타석에서 별 재미를 보지 못했던 두 선수와는 달리 반등 가능성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 여전히 마이너리그 옵션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토론토에게 득이 되는 요소다. 혹시 그가 부진에 빠진다 하더라도 팀 옵션을 이용해 로스터를 유연하게 정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만 달러의 높지 않지 않은 연봉 역시 장점이다. 토론토의 이번 오프시즌 페이롤 사정은 그리 넉넉하지 않다. 호세 바티스타와 프란시스코 리리아노의 계약이 종료되면서 두 건의 대형 계약과 작별하지만, 대신 수많은 주전 선수들의 연봉 조정이 일거에 진행될 예정이다. 게다가 주전 외야수와 5선발 자리가 여전히 공석으로 남아 있어 추가적인 영입이 필요할 공산이 크다. 이처럼 백업 중앙 내야수에게 투자할 수 있는 돈이 한정적이었던 상황에서 그 상한선에 맞춰 트레이드해온 선수가 바로 디아즈였던 셈이다. 지난 시즌 바니가 수령했던 300만 달러, 그리고 올 시즌 연봉 조정을 통해 고인스에게 주어질 것으로 예상됐던 170만 달러의 연봉과 비교하면 디아즈의 계약은 그 자체로 훨씬 합리적이기도 하다.

디아즈의 합류는 토론토의 유격수 사정에도 상당히 큰 힘이 되어줄 것으로 보인다. 주전 유격수 트로이 툴로위츠키의 노쇠화가 생각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팀의 유격수 유망주들 가운데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리차드 우레나가 빅리그에서 활약하기에는 부족한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는 만큼, 경우에 따라서는 디아즈가 미래의 토론토 주전 유격수로 발돋움하게 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디아즈는 순차적으로 연봉조정을 거칠 경우 2023년에야 FA 자격을 획득하게 된다. 때문에 충분한 활약만 보여준다면 장기적으로 토론토와 함께하게 될 확률이 높다.

 

 

세인트루이스는 무엇을 얻었나

디아즈를 떠나보내고자 했던 세인트루이스의 결정 자체에는 의아하게 여길 구석이 없었다. 지난 시즌 디아즈가 부진한 사이 신진 유격수 폴 데용이 급격하게 치고 올라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인트루이스는 디아즈 외에도 그렉 가르시아라는 준수한 내야 유틸리티 자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타당한 수준의 대가를 받아냈는지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세인트루이스의 마이너리그에 합류하게 된 J.B. 우드먼은 높은 파워 실링을 지녔지만, 컨택트와 선구안에서 약점을 노출한 탓에 다소 낮은 플로어를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유망주다. 2016년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에 지명되기는 했지만, 이는 단순히 그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아서 이뤄낸 성과가 아니었다. 2라운드 지명권을 2장 보유하고 있었던 2016시즌의 토론토는 비교적 요구 금액이 적은 우드먼을 먼저 지명하고 나머지 금액을 다른 선수에게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 ‘다른 선수’는 바로 보 비솃*이었다.

우드먼 계약금액: 97만 5000달러 (픽 밸류**: 112만 4000달러)
비솃 계약금액: 110만 달러 (픽 밸류: 97만 8600달러)

*전 메이저리그 유격수 단테 비솃의 둘째 아들이다. 포지션 역시 아버지와 동일한 유격수로, 2017년 토론토 산하 로우A~하이A를 거치며 0.362/0.423/0.565의 성적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드래프트 10라운드까지는 각 순번 별로 거기에 해당하는 기준금액이 있으며 이를 픽 밸류라 한다. 한 팀에 주어진 픽 밸류들의 총합보다 드래프티 계약에서 더 많은 금액을 소모하게 될 경우 페널티를 받게 된다.

우드먼의 명과 암은 프로 무대에 데뷔하자마자 선명하게 드러났다. 2016시즌에는 쇼트 A에서 0.272/0.375/0.421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지만 30%가 넘는 삼진율이 발목을 잡았다. 2017시즌에는 부진이 한층 심화되어 싱글 A에서도 0.240/0.320/0.378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든 상태였다. 삼진율은 더 치솟아 37.9%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세인트루이스는 왜 이렇게 성급하게 트레이드를 진행했을까? 이는 아마 40인 로스터를 조정하는 데 실패해버린 탓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구단들은 조만간 열리는 룰5 드래프트를 대비해 조정된 40인 로스터를 지난 금요일까지 사무국에 제출해야만 했다. 디아즈가 빠지기 전까지, 세인트루이스의 40인 로스터에는 총 39인의 선수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이 숫자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에는 룰5 드래프트에서 원하는 만큼의 인원을 뽑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게다가 세인트루이스는 현재 지안카를로 스탠튼과 도널슨 등의 스타 야수들을 영입하려 노력하고 있어 40인 로스터 구성이 한층 빡빡하게 느껴질 만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백업 치고는 상당한 연봉을 수령하는 디아즈가 자리를 비울 희생양으로 지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트레이드의 성패 여부는 뚜껑을 열어봐야만 알 수 있겠지만, 현시점에서 봤을 때는 토론토가 좋은 트레이드를 했다는 쪽으로 무게가 쏠리는 것이 사실이다. 이 트레이드가 올해 그리고 미래에 어떤 결과를 낳을지 지켜보는 것 역시 상당히 흥미진진한 구경거리가 아닐 수 없다.

기록 출처: Fangraphs, Spotr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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