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17시즌 리뷰] 신시내티 레즈 – 불타는 마운드, 뜨거운 방망이

(일러스트=야구공작소 박주현)

팬그래프 시즌 예상: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5위(68승 94패)
시즌 최종 성적: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5위(68승 94패)

[야구공작소 박기태] 지난해보다 큰 목표를 세울 수도 없었고 세워서도 안됐다. 오프시즌 움직임은 드류 스토렌, 스캇 펠드먼 영입 정도가 눈에 띄었다(브론슨 아로요도 있었지만 기대치는 낮았다). 1선발 댄 스트레일리는 유망주와 맞바꿨다. 구멍이었던 투수진 보강이 거의 없었던 이상 올해도 리빌딩 시즌임이 확실했다.

그런데 시작부터 사고가 터졌다. 새로운 1선발 앤서니 데스클라파니는 시름시름 앓더니 결국 시즌을 통째로 빼먹었다. 브랜든 피네간은 2경기만 던지고 팔꿈치 수술을 받아 시즌을 접었다. 가장 앞의 두 자리가 빠져버린 선발 로테이션의 상태가 좋을 리 만무했다. 결국 올해도 투수진은 핵실험을 계속했다.

야수진에서는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번갈아 가며 들렸다. 나쁜 소식은 지난해 눈을 떴던 것 같았던 빌리 해밀턴과 아담 듀발의 부진. ‘출루만 하면’이라는 해밀턴의 난제는 더 어려워졌고(출루율 .321→.299), 듀발은 외야 수비 실적이 가라앉았다(DRS 14→8, UZR 9.2→5.6). 반대로 좋은 소식은 전혀 기대하지 않은 선수들의 각성. 잭 코자트, 스쿠터 지넷, 터커 반하트, 에우제니오 수아레즈가 기대 이상의 대활약을 했다.

한편 리빌딩 시즌이었던 만큼 빅리그 성적보다는 유망주들의 성장과 드래프트에 더 기대가 많았다. 야수 중에선 지난해 주목받은 닉 센젤이 좋은 평가를 이어 갔고, 투수진에선 타일러 말레와 루이스 카스티요의 성장이 있었다. 드래프트에서는 계약금 관련 상황이 맞물려 최대어로 손꼽힌 ‘이도류’ 고교생 헌터 그린을 전체 2순위로 지명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1999년생 그린은 교육리그에서 최대 시속 101마일의 빠른 공과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가다듬고 있다. 워싱턴이 하퍼와 스트라스버그에 맞춰 청사진을 그린 것처럼, 신시내티도 그린을 중심으로 큰 그림을 그리길 소망하고 있다.

 

최고의 선수 – 조이 보토

시즌 성적: .320/.454/.578 36홈런 100타점 134볼넷 83삼진 7.5 bWAR 6.6 fWAR

타격 도사님(사진=Flickr Keith Allison, CC BY-SA 2.0)

지난해 후반기 맹렬했던 기세를 시즌 내내 이어갔다. 올해는 전반기와 후반기 성적이 비슷했다(전반기 OPS 1.058, 후반기 0.996). 팀 순위만 아니었다면 내셔널리그 MVP가 가능했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로 어마어마한 성적이었다.

타율/출루율/장타율만 보면 보토의 과거 좋았던 시절과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보토는 올해 삼진을 줄이기 위해 스트라이크에 더 과감히 배트를 내고, 2스트라이크일 때 배트를 짧게 잡는 변화를 시도했다. 결과는 대성공. 11.7%의 타석당 삼진 비율(K%)은 과거 최고 기록(2007년 89타석 16.9%, 2008년 17.3%)보다 훨씬 낮은 기록이다. 또한 6년 만의 100타점을 달성하며 그동안 지겹도록 들었던 ‘득점권에서 성과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잠재웠다. 20개의 고의사구가 득점권에서 나올 정도로 보토는 올해 지속적인 견제를 받았다. 그런 환경 속에 이룬 100타점이기에 보토도 속이 시원하지 않았을까.

트레이드 설이 계속 나오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보토의 오프시즌 향방에 대한 이야기가 잠잠하다. 야수진 개편에 성공한 팀 상황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타격 달인’이 된 그의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건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신시내티는 지난해와 똑같은 68승에 머물렀다. 투수 전력이 최악인 팀의 사정도 여전하다. 그의 능력이 쇠하기 전에 포스트시즌에 나서는 게 팬들의 바람이겠지만, 갈 길은 멀기만 하다.

 

가장 발전한 선수 – 잭 코자트

시즌 성적: .297/.385/.548 24홈런 63타점 4.9 bWAR 5.0 fWAR

깜짝 활약 그 자체였던 코자트(사진=Wikimedia Commons, CC0 1.0)

내셔널리그 서부 지구의 깜짝 쇼가 코디 벨린저의 몫이었다면, 중부 지구는 잭 코자트의 몫이었다. 과거 추신수 뒤에서 병살타로 ‘주자를 삭제한다’며 한국 팬들 사이에서 ‘코삭제’로 불리던 그가 이런 놀라운 타격 솜씨를 뽐내리라 생각한 사람이, 누가 있었을까.

코자트는 올해 타격 준비 자세에서 배트를 어깨에 얹고 손을 내리는 조정을 했다. 자신에게 가장 편한 타격 폼을 찾은 것이 숨은 재능의 폭발로 이어졌다. 그 코자트가 코리 시거에 이은 내셔널리그 2위 유격수라니! 아쉬운 점은 시즌 중반 사두근 부상으로 좋았던 흐름을 계속 이어가지 못했다는 것 정도. 그렇지만 코자트에 대한 기대치가 거의 없었다는 걸 생각하면 충분히 제몫, 아니 그 몇 배 이상을 해냈다.

이제 코자트는 FA 시장의 벽을 두드린다. 신시내티는 7월 코자트를 트레이드하려 했지만, 갑자기 성적이 좋아진 32세 유격수를 원하는 팀은 없었다. FA 시장에서도 코자트가 높은 평가를 받을 지는 의문이다. 메이저리그는 이미? 20대 초중반 유격수가 범람하는 시대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최악의 선수 – 호머 베일리

시즌 성적: 18경기(18선발) 91이닝 6.43 ERA -0.9 bWAR 0.7 fWAR

정말로 먹고 ‘누웠다’ (사진=Flickr Keith Allison, CC BY-SA 2.0)

1선발 댄 스트레일리를 트레이드하고 시즌을 시작했다. 그리고 앤서니 데스클라파니, 브랜든 피네간이 연달아 부상으로 이탈. 자연스럽게 에이스는 호머 베일리가 되어야만 했다. 사실 장기계약을 맺었을 때부터 그래야만 했다. 그런데 올해도 그 임무에 실패했다. 그것도 한참이나 늦게 돌아와서(6월 24일 복귀), 아주 처참한 성적으로.

야구 운영부문 사장으로 영전한 월트 자케티 전 단장이 마지막으로 저지른 최악의 실수. 6년 계약이 시작됐던 2014년 28세였던 나이는 이제 31세가 됐다. 앞으로 최소 2년 4900만 달러의 계약이 남아있다(2020년 2500만 달러 뮤추얼 옵션, 500만 달러 바이아웃). 그나마 자니 쿠에토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죽을 쑤는 게 팬들에겐 위안 아닌 위안이 될 듯하다, 라고 해야만 할까?

 

키 포인트 – 또다시 재앙이 된 투수진 그리고 미래

지난해 투수진은 재앙 수준이었고, 타자 쪽은 약간의 발전을 이뤘다. 올해도 데자뷰처럼 상황이 겹친다. 야수진은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들이 좋은 소식을 계속 전해 줬지만, 원투펀치가 사라진 투수진은 또다시 최악의 성과를 냈다.

어쩌면 이는 예견된 결과였다. 지난해 성적은 얕은 빅리그 로스터, 좋지 않은 팜 수준, 빠르게 콜업했지만 빅리그에서 발전하지 못한 유망주들(로버트 스티븐슨, 마이크 로렌젠)이 맞물려 낳은 것이었다. 1년동안 팜, 빅리그 로스터, 유망주들에게서 달라진 것은 없었다. 다른 결과가 나왔다면 오히려 이상했을 것이다.

올해는 신임 단장(딕 윌리엄스) 체제의 2년차였다. 1년차가 팀을 파악하는 시간이었다면 올해는 1월 마이너리그 투수 코치를 교체하며 변화를 도모한 시기였다. 하지만 투수 유망주를 빠르게 콜업해 빅리그에서 성장시킨다는 정책은 달라지지 않았다. 많은 투수들이 AAA 단계를 빠르게 졸업했고, 일부 선수들은 아예 건너뛰기도 했다(큐리 멜라, 살 로마노, 코디 리드, 타일러 말레 등).

이 중 두각을 드러내는 선수는 타일러 말레와 루이스 카스티요다. 2013년 드래프트 7라운드 출신인 말레는 마이너리그에서 대단히 좋은 성적을 냈지만(144.1이닝 2.06 ERA) 에이스의 스터프를 갖고 있지 않다. 스트레일리 트레이드의 유산인 카스티요는 반대로 스터프가 굉장하고 제구와 변화구 완성도가 나쁘다는 평을 받았는데, 빠르게 빅리그에 올라와서 변화구 완성도가 급성장했다. 그 결과 15경기에서 89.1이닝 동안 3.12 ERA, 98삼진 32볼넷을 기록하며 레즈 마운드의 신데렐라가 됐다. 레즈는 내년에도 빅리그에서 이 두 선수에게 기대를 걸 전망이다.

 

에필로그 & 미래

오타니 쇼헤이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정해진 것은 없다. 투수진의 상황이 워낙 바닥이기에 어지간한 영입으로는 내년 곧바로 5할 성적에 근접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타선으로 눈을 돌리면 얘기는 달라진다. ‘플루크’로 볼 수 있는 여지도 있지만, 보토 정도를 제외하면 저비용 고효율로 꾸려진 타선은 내년에도 큰 힘이 될 것이다.

시즌을 마친 당장의 과제는 유격수 자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코자트 재계약 여부), 그리고 급성장하는 3루 유망주 닉 센젤의 포지션을 어떻게 할 것인가 두 가지다. 현재 프런트는 코자트 재계약 실패시 호세 페라자를 내부 대안으로 보고 있지만, 두 선수의 수준이 크게 차이나는 것이 사실이다. 한편 내년 콜업이 예상되는 센젤의 경우 2루로 포지션을 변환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코자트를 잡고 센젤이 지금의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내년에는 컨텐더급 타선을 구축할 수도 있다.

2년 동안 비슷한 시즌을 치르게 된 것은 타자 친화적인 홈구장(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 영향도 있다. 환경이 바뀌지 않는 이상 투수 쪽에서 파격적인 업그레이드는 ‘당연히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성기였던 2013년을 생각해 보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과연 거대한 도약은 언제쯤 이뤄질 수 있을까.

기록 출처: Fangraphs, Baseball-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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