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야구와 NPB의 교류, 성장의 새로운 길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이동헌 >
일본으로 향하는 대만 선수들
2026년 3월, 도쿄돔에서 열린 WBC 1라운드 대한민국과 대만의 경기. 대만의 선발투수 구린루이양은 4이닝 2피안타 1실점으로 한국의 타선을 틀어막았다. 5회 볼넷과 안타로 위기를 맞았지만, 4회까지 최고 97마일의 속구로 대한민국 타자들을 압도했다. 한국 킬러로 불리던 린위민에게 관심이 몰렸던 상황에서 등장한 새로운 대만의 에이스였다.
< 2026 WBC 한국전 피칭하는 구린루이양 >
앞서 대만의 WBC 첫 경기였던 호주전에서는 선발투수 쉬뤄시가 4이닝 2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CPBL 최고 투수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흥미롭게도 이 두 투수는 현재 모두 NPB 팀의 유니폼을 입고 있다. 구린루이양은 지난해부터 닛폰햄 파이터스 소속으로 활약하고 있다. 쉬뤄시는 지난 겨울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3년 총액 15억 엔 규모의 대형 계약을 맺으며 일본 무대에 진출했다.
구린루이양과 쉬뤄시를 필두로 대만 선수들의 일본 진출이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 선수들의 진출을 넘어 코칭 스태프의 진출과 리그 간 교류까지 확대되고 있다. 대만에서 NPB 중계까지 활성화되면서 야구 시스템 전반적으로 교류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두 리그 간의 교류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현 NPB 소속 대만 선수 현황
< 현재 NPB에 등록되어 있는 대만 출신 선수 >
2026시즌 기준 13명의 대만 선수가 NPB 구단에 소속되어 있다. 이중 퍼시픽 리그에 10명이 소속되어 있다. 이들은 1군, 2군 그리고 육성선수까지 신분이 다양하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투수의 높은 비중이다. 투수 9명 내야수 1명 외야수 2명 포수 1명으로 투수가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투수 9명 가운데 구린루이양, 쉬뤄시, 쑨이레이, 쑹자하오 네 명이 1군 마운드를 밟으며 활약하고 있다. 나머지는 2군에서 기량을 쌓고 있거나 육성선수 신분으로 성장하고 있다. 대만 선수들의 일본 진출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마운드에 집중된 분포는 NPB 구단들의 투수 수요 증가를 보여준다.
대만 선수들이 일본으로 넘어온 루트
< 대만 선수들의 NPB 진출 루트 >
대만 선수들이 NPB로 넘어오는 방식으로는 포스팅, NPB 신인 드래프트, 육성 드래프트, 지배하 선수 계약, 육성 계약 등이 있다. 구린루이양, 린안커, 쉬뤄시가 CPBL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NPB에 진출했다.
NPB 신인 드래프트는 일본 고등학교나 대학야구를 경험한 선수들이 지명받을 수 있다. 또한 일본 학교에서의 야구 경험이 없어도 일본 국적을 가진 선수라면 드래프트의 대상이 된다. 린관천과 양보샹은 대만 선수지만 일본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이후에는 각각 일본 대학야구와 독립리그를 경유해 신인 드래프트로 NPB에 진출했다.
육성 드래프트로 진출한 예외적인 사례도 있다. 쉬샹성은 육성 드래프트를 통해 NPB에 진출했는데 일본 고교야구 경험은 물론 대학야구 경험도 없었다. 하지만 대만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를 둔 이중국적자였고, 일본 국적을 통해 드래프트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지배하 선수 계약은 드래프트 대상 선수가 아닌 선수를 구단이 직접 계약하는 방식이다. 린자정은 MLB 드래프트를 통해 애리조나에 입단했으며 이후 마이너리그와 미국 독립리그에서 활약하다 닛폰햄과 지배하 선수 계약으로 NPB에 진출했다.
육성 계약은 신인선수가 육성 드래프트로 입단하는 방식과 달리, 구단이 선수와 직접 계약하는 방식이다. 일본 아마추어 야구 경험이 없는 외국인 선수들이 주로 육성 계약으로 NPB에 진출한다. 대만 고교야구에서 성장한 선수들은 구단과 육성 계약을 맺어 NPB에 진출한다. 최근 3년간 6명이 육성 계약으로 NPB에 진출했고, 천무헝, 장춘웨이 그리고 쑨이레이가 육성선수에서 지배하 선수로 올라왔다.
이는 그동안 CPBL 진출이나 마이너리그 도전이 주된 선택지였던 대만 고졸 유망주들에게 NPB라는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음을 보여준다. CPBL에서 성공을 거둔 뒤 NPB로 건너는 선수들의 흐름까지 더해지면서, 대만 유망주의 NPB 진출은 한층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대만의 어린 선수들이 이른 시점부터 더 높은 수준의 환경과 시스템을 경험하며 성장할 더 많은 기회를 얻는 것이다.
CPBL에 소속된 NPB 출신의 지도자들
현재 CPBL 6개 구단에는 역대 최다인 16명의 일본인 지도자가 활동하고 있다. 감독부터 타격·투수·수비·육성과 컨디셔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일본인 지도자들이 포진하며 대만 야구와의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 CPBL에서 활동하는 일본인 지도자 >
이 흐름의 시작점은 2021년 중신 브라더스다. 한신 타이거즈에서 활약했던 린웨이주는 2021년 중신의 감독으로 취임했고 팀을 대만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듬해는 한신에서 코치로 활동했던 히라노 게이이치가 중신의 1군 타격코치로 합류했다. 린웨이주와 히라노는 한신에서 함께 활약했던 인연이 있었고, 린웨이주의 요청으로 히라노의 대만행이 성사되었다.
< 중신 브라더스 히라노 게이이치 감독 >
히라노는 이후 중신에서 경력을 이어가 2024년에는 감독 자리에 올랐다. 그 시즌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일본인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CPBL 우승을 차지했다.
그 다음 해인 2025시즌에는 상징적인 장면이 나왔다. 중신 브라더스 감독 히라노 게이이치와 라쿠텐 몽키스 감독 후루쿠보 겐지가 대만시리즈에서 맞붙었다. CPBL 역사상 최초의 일본인 감독끼리의 대만시리즈였다. 이 시리즈에서는 후루쿠보의 라쿠텐이 4승 1패로 중신을 꺾으며 우승을 차지했다.
이러한 교류는 단순히 일본인 지도자의 숫자가 늘어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일본인 지도자들은 CPBL 현장에서 일본 시절의 경험을 전달하는 동시에 대만 야구를 직접 경험하며 그에 맞춰 지도한다. 라쿠텐의 우승을 이끈 후루쿠보 감독은 대만에서 지도하면서 일본 야구와 대만 야구의 환경적 차이를 느꼈고 이에 따라 지도 방식을 조정해왔다고 언급했다.
또한 일본 현지에서 역시 대만에서 활약하는 일본인 지도자들의 역할을 대만 야구 전체에 지식과 기술을 남기는 과정으로 평가했다. 지도하는 팀을 넘어 대만 야구 전체의 수준을 높이고 지도자들이 떠난 뒤에도 활용할 수 있는 경험과 기술을 전하는 것이다.
NPB 구단과 CPBL 구단의 교류
< 중신 브라더스와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경기 >
NPB와 CPBL 구단 사이의 교류도 꾸준히 이어져왔다. 2010년대 중반부터 대표팀 간 평가전과 구단 간 교류전을 통해 교류를 이어 나갔다. 최근에는 2024년 타이베이돔 개장을 기념해 타이베이돔에서 요미우리와 중신, 그리고 라쿠텐 몽키스와의 경기가 열렸다. 요미우리 자이언츠 구단 창설 90주년과 타이베이돔 개장을 기념해 열린 경기였으며 약 3만 5천 명이 넘는 관중 수를 기록했다.
또한 올해는 일본과 대만의 야구 교류를 보여주는 대규모 국제교류전이 2월 타이베이돔에서 열렸다. NPB의 소프트뱅크와 닛폰햄, CPBL의 중신과 웨이취안 드래곤스, 그리고 대만 대표팀까지 총 5개 팀이 참가했다. 소프트뱅크는 중신과 대만 대표팀을, 닛폰햄은 대만 대표팀과 웨이취안을 상대했다.
< 2027 세이부 라이온즈 대만 교류전 로고 >
이러한 교류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세이부 라이온즈는 2027년 2월 타이베이돔에서 퉁이 라이온즈와 교류전을 치르며, 세이부 OB와 대만 대표 OB가 맞붙는 특별 경기도 함께 개최할 예정이다. 세이부는 과거 궈타이위안, 쉬밍지에, 우녠팅 등 대만 출신 선수들과 인연을 이어온 가운데 현재는 린안커가 새로운 라이온즈 소속 대만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 세이부는 린안커의 입단을 계기로 대만에서 구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을 이번 교류전의 배경으로 언급했다.
마치며
현재 많은 대만 선수들이 NPB에 진출하여 가치를 증명해내려 하고 있다. 이 중 어린 선수들은 육성 계약을 통해 일본으로 넘어와 경쟁하고 있다. 일본인 지도자들은 CPBL 현장에서 자신들이 일본에서 쌓은 경험과 지식을 전달하고, 대만 야구의 환경을 경험하며 선수 지도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여기에 NPB와 CPBL 구단 간의 교류전, 대만에서의 NPB 중계까지 더해지면서 양국의 교류는 선수와 지도자를 넘어 구단과 리그, 그리고 팬들에게까지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대만 야구가 일본 야구의 시스템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힌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특히 어린 선수들이 보다 이른 시점부터 NPB의 육성 시스템을 경험할 수 있고 일본에서 활동한 선수와 지도자들이 쌓은 경험이 향후 대만 야구로 다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앞으로 대만 선수들의 NPB 진출이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그리고 이러한 교류가 대만 야구에 어떻게 축적될지는 지켜볼 만한 부분이다.
참조 = NPB, seibulions, 포커스 타이완(フォーカス台湾), Yahoo! 스포츠(Yahoo!運動), pacificleague.com, softbankhawks, websportiva, 中央通訊社(CNA), cpblstats.com, MLB.com
야구공작소 임진우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강상민, 전언수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이동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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