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틴 벌랜더는 어떻게 불혹의 나이에도 빠른 공을 던질까?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수연 >

리그를 막론하고 전 세계 투수들은 속도와 전쟁 중이다. 메이저리그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이미 150km/h를 넘어섰다. 160km/h를 던지는 파이어볼러들도 이제 낯설지 않다.

하지만 투수가 빠른 공을 던질 때, 팔꿈치 인대는 끊어지기 직전 고무줄처럼 극한의 압박을 견뎌야 한다. 팔꿈치 인대는 견딜 수 있는 한계가 있다.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워커 뷸러 같은 파이어볼러들이 은퇴 위기에 몰리는 상황도 낯선 풍경이 아니다.

그런데 저스틴 벌랜더는 달라 보인다. 2025년, 불혹을 넘긴 42세 시즌에도 98마일을 기록했다. 과연 벌랜더는 무엇이 다른 걸까? 남들과 달리 오른쪽 팔과 어깨가 강철로 만들어지기도 한 것일까?

 

저스틴 벌랜더는 무엇이 다를까?

< 휴스턴 시절 저스틴 벌랜더 투구폼 >

수많은 팬이 벌랜더의 롱런 비결을 찾기 위해 투구 영상을 살펴본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공을 던지는 오른팔로 향한다. 팔 스윙이 얼마나 부드러운지, 릴리스 포인트에서 손목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살펴본다.

그러고선 시선을 내려 하체를 주목한다. 지면 반력부터 골반 회전까지 유기적인 키네틱 체인은 빠른 공의 기본 덕목이기 때문이다. 벌랜더 역시 그렇다. 하지만 그런 투수는 많다. 그리고 부상은 그 투수들마저 괴롭힌다. 그것만으로 벌랜더가 가진 특별함을 설명하기엔 어딘가 부족하다.

< 상체 축이 1루 쪽으로 기울어졌다 >

투구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지점을 찾아볼 수 있다. 앞발을 딛는 순간 가슴을 빠르게 회전해 왼쪽 팔을 몸통에 고정한다. 이때 상체 기울기는 1루 쪽으로 치우친다. 비대칭적인 정렬은 골반과 어깨 회전 교차점을 극대화하여, 몸의 중심축을 강력한 회전 스프링처럼 압축한다.

몸통을 축으로 회전 반경은 좁아지면 회전 속도는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오른팔은 애써 힘을 주지 않아도 저절로 빠르게 딸려 나온다. 몸통에 고정한 왼쪽 어깨와 팔은 브레이크 역할도 한다. 달리는 차가 급정거할 때 승객이 앞으로 튀어 나가듯, 왼쪽 몸통이 벽을 만들어 제동을 거는 순간 운동 에너지가 오른팔로 전이 된다. 덕분에 공을 던지는 오른팔은 불필요한 힘은 빼고 있다가 임팩트 순간에만 집중적으로 폭발력을 더한다.

 

신체의 한계를 극복한 재설계

벌랜더도 처음부터 이런 메커니즘이었던 것은 아니다. 전환점은 2015년 삼두근 부상으로 인한 구속 저하였다. 벌랜더는 신체 구조상 고관절이 바깥쪽과 뒤쪽을 향한 고관절 후염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 때문에 고관절은 외회전에는 유리했지만 내회전에는 취약했다.

< 고관절의 해부학적 구조에 따른 다리 정렬/회전 범위 차이 >

오랜 선수 생활로 골반과 흉추의 가동성까지 눈에 띄게 떨어져 있었다. 체중이 앞발가락 쪽으로 쏠렸고, 투구 방향이 3루 측으로 향하는 크로스 스텝으로 변해 있었다. 고관절 내회전에 취약했던 벌랜더는 골반이 막힘없이 회전하는 클리어링 동작이 방해받고 있었다. 하체 에너지 전달을 방해했고, 상체에 불필요한 부하가 늘어났다. 어깨 전면부 통증과 구속 변화를 피할 수 없었다.

< 2015년을 기점으로 다시 오른 포심 구속 >

전성기 나이가 지난 벌랜더는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신체 조건에 최적화된 지금의 효율적인 폼을 완성했다.

 

양날의 검, 정교함이 필요하다

하지만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확실한 상하체 분리가 선행되지 않은 채 글러브 팔만 강하게 당기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된다. 몸이 통째로 도는 상태에서 왼팔만 급격히 당기면 상체 회전 속도만 기형적으로 빨라진다.

공을 쥔 오른팔은 관성을 이기지 못해 몸 뒤쪽으로 처진다. 공을 놓아야 할 정상적인 타이밍을 지나치게 되고, 몸이 과도하게 돌아간 상태에서 뒤늦게 공을 놓게 된다. 릴리스 포인트가 불안정해지고, 공은 손에서 빠지거나 반대편 땅으로 처박힌다.

구위 역시 문제다. 팔이 늦게 따라 나오면 손이 공의 옆면을 훑는다. 백스핀 대신 자이로 스핀 성분과 사이드 스핀이 걸리고, 포심은 밋밋하게 가라앉거나 옆으로 흐른다. 타자 입장에선 가장 치기 좋은 공이 되는 셈이다.

 

숙명에 거스르는 노장의 투혼

물론, 어떤 메커니즘도 부상이라는 그림자를 완전히 지울 수는 없다. 빠른 공을 뿌리는 행위 자체가 인체의 한계를 매 순간 시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벌랜더 역시 팔꿈치 수술을 피해 가지 못했다.

하지만 자신에게 맞는 투구 폼을 찾은 덕에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마운드에 서 있다. 공이 아닌 글러브를 낀 왼팔로 오른팔을 보호하고, 동시에 잠재력을 최대로 끌어낸다. 부상이 숙명인 마운드 위에서 과학의 도움을 받아 숙명에 저항하고 있다.

 

참조 = Paradigm Pitching, MLB, floridabaseballarmory, betterpitching, tyleranzmann, TopVelocity, brooksbaseball

야구공작소 이동건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도상현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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