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 1위 콜로라도의 고민, 카를로스 곤잘레스

[야구공작소 박기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끝내기 홈런으로 완성된 사이클링 히트. 19일(한국 시각), 놀란 아레나도의 끝내기 역전 3점 홈런으로 콜로라도 로키스는 5연승을 이어갔다. 개막 전까지 다크호스 정도로 여겨지던 콜로라도는 LA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양대 천하로 여겨지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의 구도에 균열을 냈다. 콜로라도는 끝없는 추락을 계속하는 샌프란시스코를 제물 삼아 시즌 46승을 기록, 20일까지 46승 26패로 내셔널리그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질주의 원동력은 투수진에서 찾을 수 있다. 콜로라도는 투수 지옥 쿠어스 필드를 홈구장으로 쓰고 있음에도 선발진 평균자책점 내셔널리그(NL) 6위, 불펜 평균자책점 NL 7위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선발 13위, 불펜 15위였던 것에서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가끔 구장 덕분이란 비아냥을 듣기도 하지만, 강력한 타선의 위력도 여전하다. 득점과 wOBA(가중 출루율)에서 NL 1위를 차지했던 타선은 올해도 득점과 wOBA NL 2위(1위 워싱턴)에 올라있다.

겉으로 보이는 막강함은 여전하지만 타선의 중심은 조금 달라졌다. 1번 찰리 블랙몬과 3번 놀란 아레나도의 활약은 그대로다. 그러나 4번과 5번에서 마크 레이놀즈라는 새로운 이름이 등장했다. 대신 지난해 3번과 4번 타자로 나서던 ‘카르고(CarGo)’ 카를로스 곤잘레스의 이름이 점점 중심 타선에서 사라지고 있다.

 

무너진 성적, 좁아지는 입지

2014년 부상으로 70경기 밖에 뛰지 못한 곤잘레스는 2015년에도 부진한 성적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다 6월부터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더니 결국 처음으로 시즌 40홈런 고지를 정복했다. 부활한 곤잘레스는 2016년 전반기에도 맹렬한 기세를 이어갔다.

2016년 올스타전 홈런더비 인터뷰에서. 1년만에 ‘카르고’의 위치는 완전히 바뀌었다(사진=Wikimedia Commons CC-BY 2.0)

그러나 2016년 후반기부터 떨어진 페이스는 2017년에도 반등없이 이어지고 있다. 벌써 시즌의 40%를 넘게 소화했지만 월별 성적은 석 달째 비슷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4월 0.216/0.283/0.341의 타율/출루율/장타율을 기록하는 처참한 출발 이후 5월 0.255/0.318/0.388로 상승세를 이어가는가 했지만, 6월 0.149/0.298/0.213을 기록해 ‘바닥 밑에 지하’라는 비아냥 섞인 말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전반기 OPS는 0.636으로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 중 밑에서 11등. 메이저리그의 공기에 익숙해 지고 있을 때였던 2009년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원래 콜로라도의 올 시즌 외야 로스터 계획은 ‘우익수 곤잘레스-중견수 블랙몬-좌익수 데이빗 달’이었다. 여기에 이안 데스몬드를 FA로 영입해 1루수 또는 외야수로 뛰게 하는 것이 복안이었다. 그러나 달의 부상, 1루수 레이놀즈의 활약으로 데스몬드는 지금 좌익수로 더 자주 출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예 라미엘 타피아가 0.342/0.405/0.394의 호성적을 올리며 외야 경쟁에 참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곤잘레스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비즈니스 논리가 앞서는 메이저리그에선 연봉이 많은 선수를 자주 기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원래대로라면 올해 2000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곤잘레스도 선발 자리에 대한 걱정은 없어야 정상이다. 문제는 올해 7년간 8000만 달러의 장기 계약이 끝난다는 것이다. 여기에 앞날이 창창한 유망주 달, 타피아라는 ‘대안’도 존재한다. 곤잘레스 입장에선 절대 안심할 수 없다. 반대로 콜로라도 입장에선 결별 가능성이 있는데다 성적마저 바닥을 찍고 있는 곤잘레스를 기용할 동기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전성기의 끝인가

선수나 구단이나 최선의 시나리오는 곤잘레스가 반등하는 것이다. 그러나 반등의 실마리는 전혀 잡히지 않고 있다. 얼마 전에는 23타석 무안타를 기록하기도 했고, 6월 7일 이후 장타가 나오지 않는 등 최악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

어쩌면 곤잘레스의 황금기가 이미 끝나버린 걸지도 모른다. 1985년 10월 태생의 ‘카르고’는 이미 만 32세를 앞두고 있다. 쇠퇴기에 접어들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 나이다. 최근 1년간 성적은 0.258/0.325/0.411로 전성기 시절 0.800에서 0.900을 넘나드는 OPS를 기록하던 그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BABIP가 과거 수준보다 낮지만, 타구의 질도 과거보다 현격히 떨어진다. 올해 강한 타구 비율은 28.6%로 2008년 메이저 데뷔 이래 최악의 수준이다. 타구 속도 역시 지난 2년 시속 89.9마일, 90.1마일에서 올해는 시속 86.6마일까지 줄어들었다.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지 못하는데 BABIP 성적을 보며 ‘불운’을 탓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얼마전 곤잘레스는 480피트짜리 초대형 파울을 만들어냈다. 480피트가 아닌 380피트짜리라도 좋으니, 총알 타구를 더 자주 만들어내지 않는다면 부활을 논할 수 없다.

2009년, 콜로라도는 오클랜드에서 데려온 젊은 외야수에게 기회를 제공했다. 한동안 바닥을 찍던 만 23세의 곤잘레스는 두 달 뒤, 구단의 배려에 강렬한 성적으로 보답했다. 8년이 지난 지금, 다시 바닥을 기고 있는 31세의 곤잘레스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는 팀은 그 대신 어린 선수에게 기회를 줄 지도 모른다. 생애 첫 FA 시장에서 좋은 대우를 받기 위해선 하루라도 빠른 반등이 필요하다.

참조: Baseball Reference, Fangraphs, Baseball Sav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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