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통해 에이스로 거듭난 엘리 데 라 크루즈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승희 >

이번 시즌 시작 전 이 글에서 엘리 데 라 크루즈(이하 엘리)의 지난 시즌 성적을 분석했다. 그리고 이번 2024시즌이 끝난 후 엘리의 이번 시즌 성적은 어떨지 궁금했다. 엘리는 약점을 극복하고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을까? 만약 그렇다면 그 배경은 어떤 것이 있을까? 이런 물음 속에서 그의 한 해를 돌아봤다.

 

역사를 쓴 빠른 발

엘리는 이번 시즌 도루로 리그 새 역사를 썼다. 최종 기록은 67도루로 MLB 전체 1위에 올랐다. 리그 유일 60도루 선수였다. 여기에 홈런 개수까지 늘린 그는 ‘유격수 역대 최초 25홈런-65도루’라는 기록도 작성했다.

< 2024시즌 MLB 도루 상위 5명 with SprintSpeed >

엘리는 이번 시즌에도 ‘Sprint Speed(초당 이동 거리)’는 30ft로 리그 공동 3위를 기록하며 지난 시즌 빠른 발을 그대로 유지했다. 여기에 센스있는 주루가 지난 시즌보다 늘어 상대를 더 까다롭게 했다. 가장 대표적인 게 3루 도루다. 67개 도루 중 19개가 3루 도루였다. 이는 경쟁자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리그 도루 2위인 오타니 쇼헤이의 3루 도루 개수는 5개, 리그 Sprint Speed 1위인 바비 위트 주니어는 단 한 개뿐이었다.

< 2024시즌 콜로라도 로키스를 상대로 기록한 딜레이드 스틸 >

단순히 발만 빨라서 나온 기록이 아니다. 엘리는 도루 타이밍을 잘 읽는다. 타이밍이 보이면 투구 상황이 아니라도 뛰어서 베이스를 훔친다. 실제로 올 시즌 경기에선 엘리가 딜레이드 스틸(투구 이후 도루)을 통해서 도루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만큼 순간적인 기회를 보는 주루 센스가 매우 뛰어났다. 여기에 빠른 발이 합쳐져 리그 전체 도루 1위 타이틀과 유격수 최초 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다.

 

확실히 성장한 타격

지난 시즌 엘리의 가장 큰 고민은 패스트볼 대처와 스트라이크 존 운영이었다. 패스트볼 대처에 실패한 엘리는 스트라이크 존 내부는 물론 경계선 부분 존 운영까지 실패했다. 이는 그의 성적 하락으로 이어졌다.

엘리는 스프링캠프부터 이러한 단점을 보완했다. 그는 캠프 중 MLB Network와의 인터뷰에선 존 바깥 공을 따라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격 메커니즘은 더 정확하게 타격하고 안정적인 존 운영을 위해 수정을 거듭했다(관련 기사). 이 덕분에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지난 시즌에 비해 많은 수치가 좋아졌다.

< 시즌별 패스트볼 상대 성적 비교 >

패스트볼 대처는 눈에 띄는 발전을 했다. 안타와 장타 수는 타수에 비례해서 늘었지만, 타율과 xwOBA(예상 가중 출루율) 같은 비율 스탯은 크게 늘었다. 평균 타구 속도와 평균 타구 각도 역시 23시즌에 비해 24시즌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시즌 고전한 패스트볼을 정확하게 타격하기 위한 준비가 효과를 봤음을 알 수 있다.

< 데 라 크루즈의 Swing Take 비교 (위 = 2023, 아래 = 2024) >

Swing Take는 존 외부 공에 덜 속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존 경계선 부분인 Shadow에선 지난 시즌보다 나빠졌지만 존 내부인 Heart와 존 바깥 부분 Chase에서 큰 성장을 이뤘다. Heart에선 더 스윙을 많이 했고 Chase에선 더 스윙을 참아 이득을 볼 수 있었다. Heart와 Chase의 23시즌 대비 24시즌 차이는 +25에 달한다.

< 존별 스윙 비율 관련 스탯 시즌별 비교 >

존별 스윙 스탯에선 지난 시즌과 큰 차이가 없고 Whiff%(헛스윙 비율)은 오히려 상승한 점은 아쉬웠지만, Chase%(Chase 구역에 들어오는 공에 스윙한 비율)는 5.9%가량 낮춘 점을 알 수 있다. 바깥쪽 공에 속지 않겠다는 자신의 목적에 맞게 발전한 것이다.

< 타구 관련 지표 >

패스트볼 대처와 존 운영이 좋아지면서 타구 지표 역시 좋아졌다. Barrel%가 확연히 올랐고, LA Sweet-Spot%도 상승했으며 HardHit%는 지난 시즌과 거의 동일했다. 지난 시즌에는 강한 타구를 생산하는 점만 있었을 뿐 타구 각도 면에선 좋지 않았지만, 이번 시즌은 이를 보완해 세 지표 모두 리그 상위 30% 이내에 드는 타자가 됐다.

 

조금 더 나아질 수는 없을까

발전을 거듭했지만, 여전히 엘리가 더 나아질 구석은 많다. 여전히 삼진이 너무 많고 헛스윙률이 높다. 이 두 가지는 지난 시즌보다 안 좋아졌기에 보완이 필요하다. 툴가이로서 어쩔 수 없는 반대급부겠지만, 수치가 절대적으로 너무 높다.

< 2024시즌 좌, 우타석별 성적 비교 >

또한 스위치히터로서 오른쪽 타석의 기록이 왼쪽 타석의 기록에 비해 큰 차이로 뒤처진다. 본인 스스로는 양쪽 타석에 모두 자신 있다고 인터뷰한 적도 있지만 눈에 보이는 성적 차이는 무시할 수 없다. 스위치 히터라고 해서 양쪽 타석에서 고른 성적을 내기가 쉽지만은 않지만, 계속해서 스위치를 이어 나갈 거라면 균형을 찾을 필요가 있다.

 

마치며

신시내티 레즈는 올해까지 4시즌 연속 가을 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젊은 선수 위주로 새로운 팀을 만들려는 시도는 이어지지만,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인해 올해는 지난 시즌보다 성적이 나빠졌다. 하지만 엘리는 유격수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풀타임을 소화했고 팀 내 최고의 선수로 등극했다.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다시 한번 레즈가 가을에 돌아올 그날엔 엘리 데 라 크루즈를 주목해야 할 것이다. 하루빨리 포스트시즌 무대를 휘젓는 야생마를 보고 싶은 필자의 마음을 끝으로 글을 마친다.

 

참조 = FanGraphs, Baseball Savant, MLB.com, MLB Network, theforkball

야구공작소 문정현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도상현, 전언수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승희

ⓒ야구공작소. 출처 표기 없는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상업적 사용은 별도 문의 바랍니다.

Be the first to comment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