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 커넥트 유니폼 톺아보기

< 사진 출처 = mlb.com >

2024년 6월, 미네소타 트윈스를 끝으로 전통을 중시하는 뉴욕 양키스 구단과 연고지 이전을 앞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제외한 28개 구단에서 모두 출시한 MLB 시티 커넥트 유니폼. 2021년 MLB 사무국과 나이키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얼트(alternate) 유니폼이다. 명칭이 ‘시티 커넥트’인 만큼 각 팀 연고지의 정체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MLB의 시티 커넥트 유니폼은 지난 2017-18시즌부터 NBA에서 도입된 시티 에디션 저지와 컨셉이 유사한데, NBA는 매년 다른 디자인으로 시티 에디션 저지를 출시하는 데 반해 MLB는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비교적 보수적인 스포츠인 탓인지 MLB에는 그간 눈에 띄는 얼트 유니폼이 없었다. 물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밀리터리 유니폼, 콜로라도 로키스의 민소매 유니폼 등 꽤나 놀라운 유니폼도 있었지만, 대다수의 팀이 지금까지는 얼트 유니폼에 큰 투자를 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MLB에서 이러한 시도를 하게 된 데에는 2019년부터 새롭게 유니폼 제작을 맡게 된 나이키의 영향이 가장 크다. 앞서 NBA의 시티 에디션 저지 역시 2017-18시즌 나이키가 유니폼 제작을 담당하면서 시작됐다.

지금부터 MLB 시티 커넥트 유니폼을 살펴볼 텐데, 총 29개의 유니폼1 중 베스트 5를 선정해서 글을 작성해 보고자 한다. 선정 기준은 The Athletic, Sports Illustrated, Draftkings Network의 세 매체와 필자 본인의 의견을 가중평균해서 결정했다. 필자의 의견은 최소화하고자 각 매체의 가중치를 0.3씩 두고, 필자 본인의 가중치는 0.1로 해서 순위를 매겼다.

< 가중 평균한 MLB 시티 커넥트 유니폼 베스트 5 >

 

#5 시애틀 매리너스

< 시애틀 매리너스의 시티 커넥트 유니폼 >

5위는 시애틀 매리너스이다. 매리너스의 시티 커넥트 유니폼은 지난해 5월 발표됐다. 유니폼의 특징을 간단히 살펴보면, 푸른 색상은 지난 1969년 시애틀을 연고지로 창단했던 시애틀 파일러츠(Seattle Pilots)2를 기리는 색이고, 서체 역시 파일러츠의 것을 그대로 담았다. 모자의 삼지창은 시애틀 지역의 해양 산업과 항공 산업을 기린다.

< 시애틀 매리너스의 시티 커넥트 유니폼 >

유니폼의 오른쪽 소매를 보면 PNW라는 글자를 확인할 수 있는데, PNW는 Pacific Northwest의 약자로, 시애틀이 위치한 태평양 북서부를 의미한다.

매리너스의 시티 커넥트 유니폼에는 필자 역시 나머지 세 매체와 비슷한 순위를 매겼다. 필자가 높은 점수를 매긴 것은 가장 먼저 새파란 바탕에 얹힌 황금색의 레터링이 상당히 조화로워 보였고, 여러 기교를 담기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과거의 유산을 그대로 가져온 점 역시 좋은 평가를 받는 데에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시애틀 파일러츠가 그러하듯 하의 색상을 상의 색상과 동일하게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무리 봐도 검은색 하의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올 블랙 유니폼과 같은 경우에만 잘 어울리는 것 같다.

 

#4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시티 커넥트 유니폼 >

4위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고평가받는 것이 다소 의아했다. 배스킨라빈스의 레인보우 샤베트 아이스크림이 떠 오르기도 하고, 무게감이 전혀 없고 가벼운 느낌이다. 또한, NBA 마이애미 히트가 과거 선보였던 ‘마이애미 바이스’ 컨셉의 유니폼과 유사한 느낌도 있다.

하지만 현지 매체들이 호평한 데에는 이유가 있는 법. 형형색색의 요소들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가 존재한다. 파드리스의 CEO인 에릭 그루프너는 ‘선수단의 상당수가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출신이고, 유니폼의 화려한 색상들이 그런 히스패닉의 문화를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또한, 선수들이 금색, 분홍색, 민트색의 용품들을 자주 착용했다며 그러한 점을 시티 커넥트 유니폼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러한 알록달록한 색상을 선보임으로써 해안가에 위치한 샌디에이고 지역의 활기찬 모습, 밝은 햇살, 따스한 풍경까지 연상케 한다. 무엇보다 세 가지 색상의 조합이 멕시코 국기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도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3 워싱턴 내셔널스

< 사진 출처 = mlb.com >

분홍색의 벚꽃이 눈에 띄는 워싱턴 내셔널스의 시티 커넥트 유니폼이 3위를 차지했다. 이 유니폼을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예쁘다’였다.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포피 데이’마다 유니폼에 부착하는 양귀비 패치를 제외하고는 이렇게 유니폼에 꽃이 담긴 것은 흔치 않다.

내셔널스의 구단주 마크 러너는 ‘워싱턴 D.C.의 벚꽃은 희망과 새로운 시작을 나타내는데, 이는 내셔널스 구단의 완벽한 상징이 된다’며 유니폼의 의미를 밝혔다. 이와 더불어 정면의 ‘WSH’ 글꼴 백악관, 국회의사당, 그리고 링컨 기념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신고전주의(neoclassical) 건축 양식을 나타낸다.

< 사진 출처 = mlb.com >

왼쪽 소매에는 세 개의 별과 두 개의 가로줄이 있는 D.C.의 구기3가 자리 잡고 있다. 유니폼에 지역 구기를 달면서 미국의 대통령뿐만 아니라 과거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의 워싱턴인(Washingtonians)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미국프로축구(MLS)의 인터 마이애미 CF 구단이 떠 오르긴 하지만 유니폼 디자인이 탁월하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2 마이애미 말린스

< 사진 출처 = medium >

샌디에이고와 마찬가지로 히스패닉 인구가 많은 마이애미 특성상 역시 그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중남미의 활기찬 분위기와 문화를 담은 붉은색의 유니폼은 이를 잘 나타낸다.

말린스의 부사장 마이클 쇼는 ‘우리의 시티 커넥트 유니폼은 과거 마이너리그 구단이었던 아바나 슈가 킹스4의 유니폼을 리믹스하면서 말린스 구단 특유의 에너지, 열정, 그리고 스웩(swag)을 구현했다’며 ‘시티 커넥트 유니폼 도입을 통해 지난 세대의 유산을 이어올 수 있었고, 마이애미라는 도시의 밝은 미래 역시 담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 사진 출처 = Royal Retros >

다만 필자 개인적으로는 16위라는 낮은 순위를 매겼다. 구단 측에서는 아바나 슈가 킹스의 유산을 가져왔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슈가 킹스의 당시 유니폼을 보면 오히려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유니폼과 유사하다.

또한, 이미 NBA 마이애미 히트가 ‘마이애미 바이스’ 컨셉의 디자인을 성공적으로 가져왔기 때문에 말린스 역시 이러한 컨셉으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말린스가 아닌 파드리스에서 마이애미 바이스 느낌이 있는 디자인으로 출시한 점이 아쉽다.

 

#1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 사진 출처 = mlb.com >

대망의 1위이다. 필자도, 나머지 세 매체도 인정한 이 유니폼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시티 커넥트 유니폼이다. 매리너스와 마찬가지로 별다른 기교 없이 기본에 충실한 ‘야구 유니폼’스러운 느낌이다.

< 사진 출처 = Wikipedia >

브레이브스의 레전드 행크 애런이 베이브 루스의 빅리그 최다 홈런(714개)을 경신한 1974년의 유니폼을 모토로 제작했다는 점도 상당히 의미가 있다. 브레이브스의 사장인 데릭 실러는 ‘브레이브스 구단은 시티 커넥트 유니폼으로 행크 애런을 기리게 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 사진 출처 = mlb.com >

유니폼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목 부분에 ‘715’라고 쓰여 있는 것은 행크 애런이 베이브 루스의 빅리그 최다 홈런 기록인 714개를 경신한 것을 의미한다. 글꼴 역시 당시 브레이브스의 홈구장이었던 애틀랜타 스타디움의 전광판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유니폼 소매의 왕관 모양은 행크 애런을 홈런왕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 사진 출처 = mlb.com >

마지막으로 모자의 아랫부분과 유니폼의 태그 부분을 보면 ‘Keep Swinging #44’라는 글귀를 볼 수 있는데, 이는 행크 애런의 좌우명과 등번호를 나타내고 있다.

이렇게 애틀랜타는 행크 애런을 기리는 컨셉 하나만 가지고도 성공적인 유니폼을 만들어냈다.

 

Memorable Factor

< 사진 출처 = sportslogos.net >

필자 개인적으로는 밀워키 브루어스의 ‘Brew Crew’ 유니폼을 1위로 선정했는데, 객관성을 살리기 위해 공식 매체들의 의견에 좀 더 가중치를 두다 보니 아쉽게 베스트 5에 선정되지 못했다. 이외에도 콜로라도 로키스의 ‘한맥’ 유니폼, 데빌 레이스 시절을 연상케 하는 탬파베이 레이스의 레트로 유니폼 등이 뒤를 이었다.

나머지 구단들 역시 나름의 의미를 담아 유니폼을 제작했겠지만, 글에 등장했던 5개의 유니폼이 가장 괜찮고 또 기억에 남는 유니폼이 아닐까 싶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독자도 29개의 유니폼을 한 번씩 보고 순위를 매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참조 = The Athletic, Sports Illustrated, Draftkings Network, mlb.com

야구공작소 김범진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도상현

ⓒ야구공작소. 출처 표기 없는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상업적 사용은 별도 문의 바랍니다.

  1. 발표한 팀은 28개 팀이지만, LA 다저스가 2개를 출시함에 따라 총 29개의 유니폼이 발표됨
  2. 창단 이후 단 한 시즌만에 버드 셀릭이 구단을 매입해 밀워키로 떠났다. 그 팀이 현재의 밀워키 브루어스이다.
  3. 미국은 국기 외에도 주기, 시기, 구기 등 다양한 상징들이 존재한다.
  4. 1946년부터 1960년까지 존재했던 쿠바 아바나를 홈으로 둔 마이너리그 구단

1 Comment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