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체스터 레드윙스)
관련 소식이 없는 날이 없을 정도로 우리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코로나는 우리에게서 많은 것을 앗아갔다. 이런 상황은 우리의 삶뿐만이 아니라 스포츠, 특히 어린 선수들의 꿈과 노력이 한껏 묻어있는 마이너리그까지 손을 뻗었다. 팬데믹이 일어나기 전인 2019년 말, 메이저리그는 마이너리그 팀들의 이동 및 계약 해지를 수차례 예고했다. 그 당시 마이너리그 팀들은 이 상황이 그저 메이저리그 팀들의 몸집 줄이기라고만 생각했지만, 이번 코로나로 인해 마이너리그 팀들은 이번 이동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손실로 다가왔다.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사이의 계약인 프로야구 합의서 (Professional Baseball Agreement, 이하 PBA)는 2020시즌을 끝으로 효력이 중지됐다. 이에 대해 메이저리그는 랍 맨프레드 커미셔너를 통해 새로운 PBA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마이너리그 구장의 퀄리티 개선, 마이너리그 팀들 간의 이동 시간 단축, 메이저리그 모구단과의 거리 단축 등을 강조했다. 또한 마이너리그 선수들의 임금 인상과 근무 환경을 보장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제안서의 핵심은 2021년까지 42개의 마이너리그 팀과 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메이저리그가 주장하는 이점들은 솔깃한 제안이다. 하지만 마이너리그 팀의 축소는 다수의 야구 관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끌어내지 못했다.
이번 통폐합은 앞서 말한 팀들 사이의 이동 시간 단축과 메이저리그 모구단과의 거리 단축과 관련이 있다. 팀의 숫자를 줄임으로써 좀 더 집중적인 관리와 빠른 대처를 할 수 있다는 게 메이저리그의 주장이다. 실제로 2020시즌 종료 후 미네소타 트윈스는 약 1600킬로미터정도 떨어진 뉴욕주의 로체스터 레드윙스와의 AAA 계약을 종료하고 약 20킬로미터정도 거리의 도시인 세인트폴에 위치한 세인트폴 세인츠와 계약을 맺었다. 이렇게 이동으로 인해 이득을 보는 팀들도 있지만 마이너리그 축소의 희생양이 된 팀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됐다.
상실의 시즌, 2020
새로운 PBA에 대한 협상으로 인해 어수선한 분위기의 마이너리그에 코로나라는 또 하나의 위기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결국 메이저리그의 리그 잠정 중단 결정 이후 마이너리그는 시즌 취소라는 결정을 하게 됐다. 시즌 취소가 결정되는 와중에도 협상은 계속됐다.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는 4월과 8월 두 차례 직접 만나서 PBA 협상을 계속해서 진행했다. 그러나 새로운 PBA는 진전이 없었다. 결국 PBA 만료일이었던 10월 1일, 양측은 결국 결과물을 끌어내지 못한 채 PBA의 만료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협상은 11월부터 어느 정도 진전을 보이기 시작했다. 마이너리그가 따로 관리기관을 가졌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이제 메이저리그가 마이너리그를 같이 관리하게 됐다. 또한 마이너리그 팀을 약 160개에서 120개로 축소하면서 오직 4개의 마이너리그 레벨 (트리플A, 더블A, 하이A, 로우A)만이 운영된다. 120개의 팀은 메이저리그의 산하 팀으로 계약 및 운영할 수 있는 라이센스 (Professional Development License, 이하 PDL)를 부여받았다. PDL을 부여받지 못한 42개의 팀은 메이저리그와 파트너 계약을 했거나 메이저리그가 직접 운영하는 리그들인 대학리그, 독립리그, MLB 드래프트 리그로 분산되거나 다른 리그를 찾지 못해 미아가 됐다. 이렇게 많은 마이너리그 팀은 마이너리그 팀으로서 팬들에게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리그를 떠나게 됐다.
‘New’ 마이너리그
루키 리그였던 아팔라치안 리그(Appalachian League)와 피오니어 리그(Pioneer League)는 2021시즌부터 각각 대학리그 및 독립리그로 운영하게 됐다. 이 두 리그는 기존에 있었던 팀들과 더불어 이번 해 PDL을 부여받지 못한 숏시즌A 혹은 루키 팀들을 추가하여 운행할 예정이다.
아팔라치안 리그는 2021시즌부터 메이저리그와 미국야구 협회인 USA 베이스볼과의 협업으로 주로 대학교 1학년에서 2학년인 선수들을 육성하는 여름 리그(Prospect Development Pipeline, PDP)로 운영되며 54경기를 치른다. 피오니어 리그는 메이저리그 파트너 리그 자격을 얻은 독립 리그로 운영된다. 메이저리그의 파트너로 지정된 독립리그는 피오니어 리그를 포함 총 4개다. 이와 다르게 파트너십을 얻지 못한 리그들도 5개가 있다.
아팔라치안 리그와 피오니어 리그와는 달리 2021시즌 새로 출범하게 되는 리그도 있다.
MLB 드래프트 리그는 그해 여름에 메이저리그 드래프트 자격을 가진 젊은 선수들이 참가하는 리그다. 쇼케이스 개념의 리그이기 때문에 선수들을 육성하는 동시에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로부터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기회의 장이기도 하다. 리그는 올스타 휴식일을 중심으로 68경기를 치른다. 2021시즌 메이저리그 드래프트가 올스타 휴식일 도중에 열리기 때문에 메이저리그가 없는 기간 동안 팬들의 관심도 기대해 볼 만하다.
뉴욕 양키스 산하 더블A팀이었던 트렌튼 썬더와 볼티모어 오리올스 산하 하이A팀이었던 프레데릭 키스는 MLB 드래프트 리그에 창단 멤버로 참가할 예정이다. 위에서 언급한 메리트가 주어진다 하더라도 단 6개의 팀만으로 이루어진 리그에 로컬 팬들을 꽤 보유했던 트렌튼과 프레데릭의 참여한다는 사실은 놀라울 수밖에 없다.
트렌튼의 MLB 드래프트 리그 참여는 슬프게도 일방적인 이별 통보의 결과였다. 트렌튼은 양키스와 18년 동안 함께하며 양키스의 젊은 선수들을 육성했다. 또한 뉴욕과 멀지 않은 뉴저지주에 위치하고 있어 트렌튼에 거주하는 팬들은 물론 뉴욕에 거주하는 양키스 팬들도 경기를 보러 트렌튼을 방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양키스는 트렌튼에게 일방적으로 마이너리그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양키스는 안 좋은 구장환경, 작은 클럽하우스 등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오프시즌 동안 좌석 보수를 하고 팬들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보여줬기에 이런 이유는 설득력이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
이제 이런 장면은 볼 수가 없다. (사진=트렌튼 썬더 페이스북 )
프레데릭과 볼티모어의 인연은 트렌튼과 양키스보다 두 배 가까이 오래됐다. 프레데릭은 1989년 창단년도부터 줄곧 볼티모어의 마이너리그 팀이었다. 그러나 30년 이상 된 둘의 관계가 끝을 맺은 것에 대해 팬들은 비난의 화살을 볼티모어에게 돌릴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번 결정은 볼티모어가 프레데릭에게 통보한 것이 아닌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이유는 양키스가 트렌튼에게 제시한 것과 비슷했다. 하이A레벨에 적합한 야구장이 아니라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러나 메이저리그가 제시한 조건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비교적 짧은 시간에 이러한 통보식의 계약 해지는 많은 질문을 던지게 한다.
MLB 드래프트 리그에 참여하는 선수들은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연봉을 지급받지 못한다. 따라서 팀들은 선수들의 연봉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하지만 재정적 부담을 던다하더라도 약 140경기를 치렀던 마이너리그 시즌에서 반절 이상이 깎인 68경기를 치르게 된다. 그러므로 더블A나 하이A 레벨에서 MLB 드래프트 리그로 오게 된 트렌튼과 프레데릭은 입장료 및 스폰서십으로부터 나오는 수익에 대해 큰 차이를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트렌튼은 양키스의 마이너리그 구단으로써 얻은 이익이 생각보다 컸다. 모구단이 있는 뉴욕과 인접해있었기에 유망주나 잠시 회복하러 내려온 스타들을 보러오는 팬들이 꽤나 많았다. 또한 많은 팬을 보유한 양키스의 마이너리그 구단답게 팬들의 충성심 또한 높았다. 하지만 이런 이익은 양키스의 일방적인 이별통보로 인해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리그를 찾지 못한 팀들
위 3개의 리그에 참여한 팀들은 일단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긍정적인 면이다. 하지만 12개의 팀은 아직 경기를 치를 리그를 찾지 못해 존폐의 기로에 처해있다.
미아가 된 팀들
이 중 뉴욕 양키스의 숏시즌A팀이었던 스태튼 아일랜드 양키스는 심각한 경제적 손실을 사유로 뉴욕 양키스 및 메이저리그를 고소했다. 이번 소송에는 뉴욕 양키스가 스태튼 아일랜드와의 계약을 계속할 것이라고 약속했었으나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심지어 스태튼 아일랜드는 모구단으로부터 계약 해지에 관련한 결정을 직접적으로 전달받은 게 아닌 보도 자료를 통해서 알게 됐다.
뉴욕 양키스는 이렇게 2021시즌이 시작도 하기 전에 트렌튼과 스태튼 아일랜드, 총 2개의 마이너리그 팀에게 일방적인 통보형식으로 계약을 해지했다. 물론 메이저리그 팀 입장에서 확실한 결단이 필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수십 년간 공생했던 팀들에게 충분한 예고도 없이 일방적인 통보 형식으로 계약을 해지한 것은 팬들로부터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스태튼 아일랜드의 고소 이후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숏시즌A팀이었던 트라이시티 밸리캣츠 또한 스태튼 아일랜드와 비슷한 이유로 애스트로스와 메이저리그를 고소했다. 이번 소송에서 트라이시티는 구체적인 피해 금액을 언급했다. 트라이시티는 이미 2021시즌 마이너리그에 참여할 것을 예상해 15만 달러어치 이상의 표를 판매했고 정규 시즌을 마지막으로 완전히 치른 2019시즌에는 50만 달러 이상의 표를 판매했다. 또한 던킨 브랜드, 지역 혼다 딜러십 등 스폰서십 계약 또한 있었기 때문에 트라이시티의 피해 금액은 예상보다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스태튼 아일랜드와 트라이시티의 이번 소송은 보다시피 많은 공통점을 공유한다. 두 팀 및 여러 마이너리그 팀은 수익 창출 모델을 메이저리그의 투자와 매표, 그리고 스폰서십을 기반으로 해왔다. 매표와 스폰서십은 팀이 마이너리그로서 미래의 메이저리거를 보여준다는 전제하에 팬 혹은 기업들이 투자한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스폰서십과 매표에서 큰 손실이 있을 수밖에 없다.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메이저리그 팀의 이런 통보는 팀이 수익 창출 모델에 대해 고민할 시간도 주지 않은 이기적인 결정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다행스럽게도 트라이시티는 2021시즌부터 메이저리그의 파트너 자격을 갖춘 독립리그인 프론티어 리그 (Frontier League)에 참여할 예정이다. 그러나 마이너리그와 비교했을 때 독립리그의 수익률은 현저히 낮기 때문에 리그를 찾은 것만으로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조금씩 잊혀져 간다
마이너리그 통폐합으로 이동 시간의 단축, 예전보다 집중적인 투자와 선수들의 임금 보장, 그리고 더 나은 환경에서의 마이너리그를 보여준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아직 마이너리그 축소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입은 팀들을 위해 메이저리그가 어떤 도움을 줄지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리그를 찾지 못한 팀들은 메이저리그와 파트너십을 맺은 독립리그나 PDP 리그에 찾는 게 현재로서는 최선책이다. 마이너리그 팀으로서 경기를 치를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적은 수익을 내겠지만 리그를 찾지 못해 2년 연속 경기를 치를 수 없게 된다면 더한 손실이 발생할 것이다.
팬의 입장에서도 큰 손실이다. 길게는 수십 년간 응원했던 지역 연고 팀이 없어지는 것만큼 야구팬으로서 큰 슬픔도 없을 것이다. 야구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이 계속 들려오는 요즘, 응원하는 팀이 사라지는 것이 야구 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건 너무나도 분명하다.
이미 코로나로 인해 더블A와 싱글A의 시즌이 연기됐다. 이미 2021시즌 또한 정상적인 시즌이 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메이저리그 팀들도 힘든 시기일 것이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이름마저 잃어버릴 팀들을 위해 그들을 도와줄 계획을 만들어 같이 공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야구공작소 권승환 칼럼니스트
에디터=야구공작소 김준업, 홍기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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