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마이너리그, 그 결과는?

포스트시즌이 한창인 메이저리그와 달리 마이너리그는 약 한 달 먼저 시즌을 마무리했다. 올 시즌 마이너리그는 개막에 앞서 전반적인 개편이 이뤄지며 다사다난한 시작을 알렸다. 팀과 리그가 통폐합되는 등 많은 부분이 변화한 탓에 걱정하는 팬들도 많았다. 변화한 건 팀과 리그 및 축소만이 아니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마이너리그 개막에 앞서 다양한 룰의 변화를 예고했고 그대로 실행에 옮겼다. 트리플A 레벨에서부터 제일 낮은 로우 싱글 A 레벨까지 총 다섯 개의 리그에 각기 다른 변화를 줬다. 격동의 중심에 선 마이너리그는 과연 어떻게 마무리됐을까? 시즌이 끝난 지금, 선수 혹은 관계자들은 어떻게 체감했는지, 그리고 추가된 룰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확인해보고자 한다. 

  

팀과 리그 개편

마이너리그는 2019시즌 약 160개의 팀과 6개의 레벨로 운영됐지만 2021시즌엔 120개의 팀과 4개의 리그 (트리플A, 더블A, 하이 싱글A, 로우 싱글A)로 축소 운영됐다 단, 루키 리그 형식의 콤플렉스는 제외됐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팀과 리그의 개편 및 축소의 이유로 선수들의 복지 향상을 들었다. 개편 이후 한 시즌이 마무리된 지금, 과연 선수들은 더 나은 복지를 체감했을까?

개편의 이면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은 개편된 마이너리그 선수들의 생활을 취재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마이너리그 개편이 선수들의 연봉 상승과 전반적인 복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했지만, ESPN의 준 리가 밝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ESPN과 인터뷰를 한 13명의 마이너리그 선수들은 “복지와 연봉이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는 2021년부터 마이너리그 선수들의 최저 연봉을 약 38%에서 72%가량 인상했다. 루키리그 급 선수들의 주급은 290달러에서 400달러, 싱글A 선수들은 290달러에서 500달러, 더블A는 350달러에서 600달러, 트리플A는 450달러에서 700달러로 인상됐다. 루키리그 선수들의 경우 원화로 월 세전 190만원 정도를 수령하는 셈이니 상승 폭이 꽤 커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물가를 생각하면 아직 상승된 주급만으로는 생활이 힘들다.

특히 낮은 임금으로는 안정적인 주거 공간을 구할 수가 없다. 몇몇 선수들은 에어비앤비를 옮겨 다니거나 호스트 패밀리와 생활하며 생활비를 아낀다. 그러나 코로나 19 사태 이후, 호스트 패밀리들이 선수들을 받기가 어려워지면서 선수들은 갈 곳을 잃었다. 이렇게 선수들은 경기 외적인 이유로 시합에 집중하기 힘들어졌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산하 마이너리그팀의 한 선수는 “지낼 곳을 찾느라 경기에 신경 쓰기가 힘들다. 이렇게 허비한 시간이 훈련 시간을 갉아먹어 결국 내가 선수로서 준비된 사람인지 의문을 품게 만든다”라고 전했다.

추가적인 복지

물론 이러한 상황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구단도 있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경우, 메이저리그 구단 첫 번째로 마이너리그 선수들에게 가구 풀옵션이 있는 주거 공간을 제공했다. 휴스턴 관계자는 이런 결정이 이번 코로나 사태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러한 투자는 결국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후에 메이저리그 선수가 될 수 있는 최상의 기회를 만들어 주고자 함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휴스턴 마이너리그에 소속되어있는 선수들은 주급을 따로 주거 공간을 찾는 데 사용하지 않고 온전히 생활비로 사용하거나 저축을 할 수 있게 됐다.

휴스턴뿐만 아니라 7개의 다른 구단들도 선수들 복지에 힘쓰고 있다. 뉴욕 양키스, 뉴욕 메츠, 필라델피아 필리스, 워싱턴 내셔널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선수들에게 주거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금액과 연장 스프링 캠프에 참가할 때 사용할 돈을 따로 지급하고, 하루에 두세 번의 식사를 제공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는 자신들의 산하인 애리조나 콤플렉스 리그, 로우 싱글A, 하이 싱글A 선수들의 주거비를 100% 부담했다.

이렇게 여러 팀이 마이너리그 선수들의 부족한 복지에 힘을 쓰고 있지만, 이는 이번에 개편된 마이너리그 차원에서 독자적으로 해결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아쉽게도 시즌 전에 예고된 복지는 대다수의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충분히 끼치지 못했다. 팀과 리그의 축소 및 개편에 따른 복지의 향상은 아직 발전해야 할 곳이 많아 보인다.

 

룰의 변화 및 추가

그럼 시즌 전 추가로 변화를 예고한 룰은 이번 시즌어떤 결과를 보여줬을까? 우선 결과를 보기 전에 어떤 룰이 추가됐는지 알아보자. 

먼저, 트리플 A 레벨은 베이스의 사이즈를 15×15에서 18×18(인치)로 키웠다. 더블 A 레벨에서는 수비 시프트에 제한을 뒀다. 특히 내야수들의 이동에 관여를 했는데 이는 땅볼 타구가 안타가 되는 상황을 증가시키기 위함이었다. 하이 싱글A에서는 2019시즌 애틀랜틱 리그에서 사용한 룰을 그대로 가져왔다. 이 룰은 투수가 견제할 때 뒷발을 완전히 투수판에서 빼는 것이었다. 로우 싱글A 레벨 전반적으로 견제 횟수를 한 타석에 두 번으로 한정했다. 로우A 사우스이스트 리그는 몇몇 경기를 골라 자동심판이 도입됐고 웨스트 리그는 타이머가 추가돼 투구 사이, 이닝 교체, 투수 교체에 제한 시간을 뒀다.   

도루 성공 확률과 시도 횟수

앞서 말한 다섯 개의 추가된 룰 중 세 개가 도루와 관련된 룰이었다. 트리플A의 경우 베이스 사이의 간격이 좁아져 도루와 내야 안타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것에 목적을 뒀다. 하이A는 투수의 견제 모션을 엄격하게 따지면서 도루 시도가 많아지길 기대했다. 로우A 또한 비슷한 맥락으로 견제 횟수에 제한을 둬 시간 단축과 도루 시도의 빈도를 높이는 동반 효과를 기대했다. 과연 사무국이 기대한대로 도루의 성공 확률과 횟수가 전반적으로 증가했을까?

 

표1. 트리플A 도루 성공 확률  비교

 

우선 베이스의 크기를 키운 트리플A는 표1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도루 성공 확률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물론 성공 확률의 증가가 온전히 베이스 크기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장담하긴 어렵다. 이번 시즌 트리플A에 유난히 빠른 발을 가진 선수가 있었거나, 포수의 도루 저지능력이 좋지 않았거나 등 다른 이유로 인해 성공 확률이 증가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사무국에서 의도한 대로 도루 성공 확률은 2019시즌보다 상승했다.

 

표2. 하이 싱글A와 로우 싱글A 경기 당 도루 횟수 비교      

 

그럼 룰 추가로 도루 횟수의 증가를 기대한 싱글A 레벨은 어땠을까? 표2를 보면 하이 싱글A와 로우 싱글A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도루 성공 확률에서도 말했듯이, 이 결과가 온전히 룰의 추가에 의한 증가라고 설명하기에는 어렵다. 룰 추가 외에도 애초에 적극적으로 도루를 시도하는 선수들이 많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도루 성공 확률과 마찬가지로 사무국이 의도한 대로 도루 횟수는 두 리그 모두 증가했다.

 

복지는 실패, 룰 추가는 성공적?

많은 변화를 겪은 2021시즌 마이너리그는 긍정적인 결과와 부정적인 결과가 공존했다. 축소 및 개편으로 복지에서 좋은 효과를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선수들은 체감하지 못했고 여전히 금전적인 면에서, 주거적인 면에서 힘들어하고 있다. 여러 팀들이 선수의 복지를 위해 힘쓰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 부족한 면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래도 룰 추가에서는 사무국이 기대했던 결과가 나왔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는 팀들이 삼진과 홈런에 초점을 맞추면서 인플레이 타구의 비율이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경기가 단조로워졌고, 그 결과 경기 내에서 선수들의 다이내믹한 움직임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메이저리그는 인플레이 상황을 증가시키기 위해 일단 마이너리그에서 위의 룰들을 추가해 실험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플레이 상황이 많아질수록 경기 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필연적이다. 인플레이 상황 증가와 경기 시간 단축이란 양날의 검을 어떻게 잡을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1901년 마이너리그가 공식적으로 출범한 이래 120년이 흘렀다. 앞으로도 계속 변화가 있겠지만, 선수 복지와 경기 면에서 다수의 사람이 수긍할 수 있는 긍정적인 발전이 있기를 바란다. 

 

참고: Baseball America, Baseball-Reference, ESPN, MLB.com 

야구공작소 권승환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이도삼, 유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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