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궁.해] 3피트 레인 수비방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3가지 방법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소혜린 >

2024년 5월 10일 광주에서 열린 SSG와 KIA의 경기는 KBO에 또 다른 3피트 레인 논쟁을 가져왔다. 현장 심판과 비디오 판독실 판정에 동의하지 못한 KIA는 KBO에 공문을 보내 해당 판정이 왜 세이프인지, 그리고 김성철 구심이 라인 안쪽을 가리킨 행동이 무엇인지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요구했다. KIA 입장에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아래 설명하겠지만 2023년 KIA는 두 차례나 팀에게 불리한 결과를 받았기 때문이다.

KIA의 질의에 KBO는 김성철 구심이 기예르모 에레디아가 파울선 안으로 뛰었다는 신호를 보내긴 했지만, 에레디아의 주루가 수비방해가 아니라는 말을 했다. 공식적인 표현을 가져오자면 “투수 전상현이 타구에 (정강이를) 맞고 송구를 하는 자세 자체가 중심이 흐트러진 상황이었다. 원바운드성 송구가 일어났다. 1루수 이우성도 포구를 할 수 있었다. 수비방해로 보지 않는다”였다. KIA는 재차 공문을 보내 3피트 레인 수비방해에 대한 정확한 규정을 만들어 달라고 KBO에 요청했고, KBO는 이에 6월에 열리는 실행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회신했다.

실행위원회가 열리기에 앞서 필자는 KBO에 3피트 레인 수비방해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방법을 몇 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물론 어떤 상황에서도 모두를 만족시키기란 어렵겠지만, 명확한 논리를 갖추고 앞으로 일관된 판정을 내린다면 KBO도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본 글을 읽기 전에 3피트 레인 수비방해가 무엇인지 궁금하거나 명확하지 않다면 필자가 2023년에 야구공작소에 올린 [심.궁.해] 30야드, 3피트, 그리고 푸른 타자의 방해를 읽기를 권한다. 

 

3피트 레인 수비방해 규칙의 해부

공식야구규칙은 수비방해 상황에서 대부분 심판의 판단으로 고의성을 확인하거나 방해 여부를 결정한다. 3피트 레인 수비방해도 마찬가지로 파울선 안쪽으로 달린 주자가 수비를 방해했다고 심판이 인정하는 경우에만 수비방해가 된다. 2022년 서울시 춘계 고교리그 결승전에서 충암고가 보여준 주루도, 심판이 수비방해로 보지 않았기에 정상 플레이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덕수고뿐만이 아니라 대다수는 심판 판정에 동의하지 못했다. 충암고의 타자주자가 과도하게 안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VIP와 연결된 음모론이 제기될 정도였다.

KIA가 그리고 야구 팬은 심판이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해 3피트 레인 수비방해를 선언하기를 바란다. 그런 근거는 먼 곳에 있지 않다. 규칙책에 나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공식야구규칙 5.09(a)(8)과 6.01(a)(10)에 명시된 3피트 레인 수비방해 규칙을 세세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규칙은 다음과 같이 세 단계로 나눠서 볼 수 있다.  

  1. 1루로 수비가 진행될 때
  2. 타자주자가 본루~1루 사이의 후반부를 달리면서 3피트 레인을 벗어났을 때
  3. (2)를 한 타자주자가 1루에서의 포구를 방해할 때*

* 공식야구규칙 6.01(a)(10)에 따르면 타자주자가 ‘3피트 라인을 벗어남으로써 1루로 던진 공을 받거나 타구를 처리하는 야수에게 방해가 되었다고 심판원이 인정하는 경우’ 수비방해인데, 타구를 처리하는 야수를 방해하는 경우 고의성 여부를 따지지 않고 수비방해다. (공식야구규칙 6.01(a)(11)) 참고로 MLB는 2015년 OBR을 전면개정했을 당시 6.01(a)(10)에 해당하는 규정을 삽입하지 않았다. MLB에서 3피트 레인 수비방해를 규정하는 조항은 OBR 5.09(a)(11)만 있다.

 

1단계: 1루로 수비가 이뤄졌는가?

1단계는 간단하다. 타자주자를 상대로 1루에서 수비가 이뤄져야 한다. 안타가 나왔거나 야수가 땅볼을 잡았더라도 1루에 송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타자주자가 안으로 뛰든 말든 수비방해는 성립하지 않는다.  

 

2단계: 주자가 3피트 레인을 벗어났는가? 

타자주자가 3피트 레인을 벗어났는지 여부는 육안으로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두 발이 모두 3피트 레인 위에 있어야만 정당한 주루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여기서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우리나라의 공식야구규칙과 MLB의 OBR과 다른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규정의 유무로 인해 다른 판정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 2023년에 있었다. 

 < 2023년 7월 23일 키움:롯데 >

2023년 7월 23일 사직에서 열린 키움과 롯데의 경기에서 3회초 이용규는 김선수 구심에 의해 3피트 레인 수비방해를 선언받았다. 이용규가 1루에 닿기 위해 뻗은 마지막 발이 분명 파울선 안쪽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디오판독센터는 다른 판정을 내렸다. 왜일까? 

MLB는 2007년 OBR에 “타자주자는 1루에 닿기 위한 발걸음, 도약, 도달 혹은 슬라이딩 목적으로만 1루 베이스 바로 직전에 3피트 레인을 벗어나는 것이 허용된다”라는 주석을 추가했다. OBR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WBSC 규칙에도 9.11.11 주석에 이 내용이 담겨있다. 즉, 올림픽이나 WBC에서는 이용규처럼 달려도 정당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야구계는 2024년이 된 지금도 이 주석을 도입하지 않았다. 따라서 김선수 구심의 원심은 이용규의 주루가 우리나라 규칙책으로는 허용되지 않기에 옳은 판정이지만, 국제적인 규칙에 따르면 비디오판독센터의 판정이 맞는 모순된 상황이다. 

물론 심판의 판단에 의해서 수비방해가 선언된다는 점을 악용하는 선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우타자는 생존본능에 따라 최대한 빠르게 1루로 갈 뿐이다. 즉, 우타자가 3피트 레인 밖에서 달리는 건 위법한 행동이면서 동시에 자연스럽고 경제적인 행동이다. MLB는 이런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 2024년에 3피트 레인 규칙을 아래 <그림 1>과 같이 개정했다. 

< 2024년 KBO와 MLB의 3피트 레인 규정 비교 >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와 정리하자면 타자주자가 3피트 레인 안에서 달리면 이 수비방해는 성립하지 않는다. 3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타자주자가 3피트 레인 밖에서 달리는 상황을 전제해야 한다. 

 

3단계: 주자가 1루에서 포구를 방해했는가?  

3피트 레인 수비방해 규칙의 특이한 점은 공을 잡는 야수나 날아가는 송구에 대한 방해가 아니란 것이다. 한국어로는 ‘1루 송구를 처리하려는 야수’, 원문에서는 ‘the fielder taking the throw at first base’를 파울선 안으로 들어온 주자가 방해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즉, 1루에서 송구를 기다리는 사람이 방해받았는지가 요건이고, 이로 인해 다른 수비방해 규칙과 비교해 더욱 모호한 속성을 지니게 된다. 송구하는 사람이 방해받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렇게 된 이유는 3피트 레인 수비방해가 1루를 지키는 야수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규칙이기 때문이다. 1루 베이스가 파울선 안쪽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베이스에 닿은 모든 타구가 페어가 된다는 장점도 생겼지만, 타자주자와 1루 송구를 받는 야수와의 충돌이 잦아진 부작용을 만들었다. 그로 인해 3피트 레인에서 주자가 달리도록 해 안전을 보장한 규칙이 등장했다.  

그러면 1루에서 포구를 방해하는 건 뭘 뜻하는 것일까? 파울선 바깥으로 달린 타자주자가 포구하려는 야수와 충돌하거나 1루에 도달하는 송구를 몸으로 막거나 혹은 1루에서 포구하려는 야수의 시야를 가리는 것을 뜻한다. 

2023년 7월 13일 광주에서 열린 삼성과 KIA의 경기로 가보자. 3회초 2사 1루 호세 피렐라는 투수 땅볼을 치고 파울선 안쪽으로 달렸고 양현종은 1루를 지킨 최원준을 지나치는 공을 던졌다. 현장과 비디오 판독실 그 누구도 양현종의 송구 실책을 지적하고는 피렐라의 주루를 수비방해라고 선언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이 결과를 순순히 납득하지 못했다. 최형우는 ‘피구’를 언급하면서 레인 밖으로 나간 주자를 때려야만 수비방해가 되냐고 불만을 표출했다. 

그러나 피렐라는 분명 포구하려는 최원준을 방해했다. 공 혹은 선수와 물리적인 접촉은 없었지만, 최원준은 피렐라로 인해 시야가 가려져 양현종의 송구에 뒤늦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베이스에 닿아있던 최원준은 뒤늦게 송구를 향해 몸을 날린 나머지 글러브가 공을 따라가지 못했다. 잘못된 판정이었다. 혹자는 1루를 지키던 최원준이 파울지역으로 넘어가서 송구를 받았다면 되지 않았냐고 반문할 수 있는데 그건 반사실적 추론일 뿐이다. 판정은 주어진 상황을 가지고만 이뤄져야 하며 최원준의 위치를 가정해서는 안 된다. 

< 2023년 7월 13일 삼성:KIA >

< 2023년 6월 16일 NC:KIA >

다른 말로 하면 처음부터 목적지가 잘못 설정되어 1루에 있는 야수가 처리할 수 없는 송구에 대해서는 이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 그런 맥락에서 2023년 6월 16일 광주에서 열린 NC전의 상황은 수비방해로 판정받아서는 안 되었다. 5회말 무사 12루에서 신범수가 희생 번트를 시도했는데, 투수 류진욱의 1루 송구가 파울선 안쪽에서 달린 신범수의 오른 발목을 가격했다. 최초 판정은 방해가 없었다고 했지만, 비디오판독센터는 원심을 번복했다. 하지만 류진욱의 송구는 1루를 지키던 박민우가 아무리 팔을 길게 뻗어도 잡기 어려운 곳에서 신범수와 닿았다. 

< 2024년 5월 17일 롯데:두산 >

2024년 5월 17일 롯데와 두산 경기에서 이학주가 파울선 안쪽으로 달린 사례를 보자. 땅볼을 잡은 최준호는 양석환이 잡을 수 없는 곳으로 송구했다. 거기에다가 최준호의 송구는 이학주를 앞질러 갔다. 이 상황은 원심과 비디오판독센터 모두 아무 방해가 없었다고 판정했고, 옳은 판정이다. 

< 2024년 5월 10일 SSG:KIA >

이 논쟁의 발단이 된 에레디아의 주루로 돌아가보자. 비록 에레디아가 파울선 안으로 뛰었지만 에레디아는 이우성을 전혀 방해하지 않았다. 이우성은 원바운드 된 송구를 한 번에 받지 못했고 따라서 현장의 심판과 비디오판독센터 모두 방해가 없었다고 판정했다. MLB에서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2023년 4월 2일 클리블랜드와 시애틀의 경기에서 타자주자 조시 내일러는 1-2-3 병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파울선 안으로 달렸다. 그런데 1루수 타이 프랑스가 포수로부터 출발한 송구가 내일러보다 먼저 도착했지만 바운드 된 송구를 놓쳤다. 구심 브레넌 밀러는 이 상황에 대해 3피트 레인 수비방해를 선언하지 않았다.* 규칙이나 사례를 검토해도 KBO가 에레디아의 수비방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정심이었다. 

*MLB는 3피트 레인 수비방해가 비디오판독 대상이 아니다.  

< 2024년 5월 12일 LG:롯데 >

한편 주자가 파울선 안으로 뛰더라도 1루에서 포구 방해 없이 정상적으로 수비가 이뤄지면 수비방해는 성립하지 않는다. 2024년 5월 12일 LG와 롯데 경기에서 7회말 김민석은 파울선 안으로 달렸지만, 허도환의 송구를 오스틴이 받고 타자주자를 아웃시켰기 때문에 수비방해가 아닌 3-2-3 병살타가 되었다. 

2019년 KBO는 ‘야수가 홈플레이트 근처나 1루 쪽에서 공을 잡아 던질 때 주자가 파울라인 안쪽으로 뛰면 무조건 수비 방해로 간주해 아웃된다’라는 규정을 신설했다. 하지만 이 규정은 타자주자, 특히 우타자의 주루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문제와 수비방해 없는 수비방해 규칙이라는 비난 속에 KBO에서는 1년만에 사라졌다. 터무니없는 논리 같지만, 2019년 KBO의 신규정은 미국 고등학교 야구 규칙 NFHS*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논리다. 다만 NFHS에서도 주자가 안으로 뛰었지만 정상적으로 수비가 이뤄졌다면 수비방해가 인정되지 않는다.   

* NFHS 8-4-1-g. The batter-runner is out when the batter-runner runs outside the three-foot running lane (last half of the distance from home plate to first base), while the ball is being fielded or thrown to first base.

 

그런데 무언가 부족하다

공식야구규칙과 OBR을 원칙적으로 적용한다면 수비방해를 가장 쉽게 받는 방법은 3피트 레인 밖으로 나온 주자를 때리는 것이다. 그러나 스포츠맨십이 투철한 프로선수 그 누구도 수비방해를 유도하기 위해 주자를 일부러 맞추려하지 않을 것이다. 1991년 롭 디블은 번트를 대고 1루로 ‘적법하게’ 달리던 덕 다센조를 일부러 맞춰서 조 웨스트 구심으로부터 퇴장당한 적이 있었다. 제 2의 디블이 등장해서는 안 되고, 팬들 역시 그런 상황을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주자가 3피트 레인 밖으로 달려서 수비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해결 방안은 없을까? 더 확실한 판정의 근거나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방법은 없을까? 필자는 다음의 세 가지 방안을 KBO에 제안하고자 한다.

 

방안 1. NCAA의 3피트 레인 수비방해 해석 도입

우리는 이런 상황에 대한 해결책의 실마리 중 하나를 미국 대학 규칙인 NCAA에서 찾을 수 있다. NCAA의 3피트 레인 수비방해 규칙의 주석에는 레인 밖으로 달린 주자로 인해 수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면 수비방해라고 간주한다. 

NCAA 7-11-p. Note 1: If the batter-runner is running illegally to first base and their being outside the lane alters the throw of a fielder, hinders or alters a fielder’s opportunity to field the throw, it shall be called interference and the batter-runner is to be called out.

NCAA 7-11-p. 노트 1: 만약 타자주자가 1루로 갈 때 레인 밖으로 달려서 야수의 송구가 틀어지거나, 공을 잡으려는 사람이 포구할 기회를 방해받거나 포구 방식이 변경된다면 수비방해가 선고되며 타자주자는 아웃이다. 

 < 2023년 7월 13일 삼성:KIA >

양현종의 엇나간 송구로 돌아가보자. 사진 속 빨간 선은 양현종과 최원준을 연결한 최단의 그리고 최적의 송구 경로이다. 피렐라는 이 빨간 선을 정확하게 가로막았다. 양현종은 피렐라의 주루로 인해 송구 길이 열리지 않았고 그로 인해서 다른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NCAA의 규정을 도입한다면 피렐라는 양현종의 송구를 다른 방향으로 유도한 셈이 되었기에 수비방해를 선고받는다. 

< 2023년 6월 16일 NC:KIA >

류진욱의 사례를 다시 살펴보자. 표시된 빨간 선은 류진욱과 박민우를 연결한 것이다. 류진욱이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송구 경로는 3피트 레인 반대쪽에 활짝 열려있었다. 즉, 양현종과 다르게 류진욱은 빨간 선을 따라 던졌다면 타자주자를 손쉽게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송구는 오른쪽으로 크게 벗어나 신범수를 맞췄다. 최대한 수비에게 유리한 논리를 가져오더라도 수비가 송구를 잘못해 발생한 피해를 보전해줘서는 안 된다.  

< 2024년 5월 10일 SSG:KIA >

에레디아건에서 전상현과 이우성을 직선으로 연결하면 그 사이에 에레디아는 들어오지 않는다. 에레디아가 3피트 레인을 벗어나 달렸지만 전상현의 송구를 가로막을 정도로 깊게 파고들진 않았기 때문이다. KIA 입장에서는 KBO의 판정과 설명이 만족스럽지 못했을 수 있지만, 공식야구규칙으로도 NCAA의 주석을 가져오더라도 이 상황을 수비방해로 판정하긴 어렵다. 

적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땅볼을 주워 1루로 송구하려는 사람과 1루에서 송구를 기다리는 사람 사이에 직선을 긋는다. 송구 경로를 주자가 가로막았으면 수비방해, 그렇지 않으면 정상 주루다. 송구 경로가 열렸는데도 야수가 잘못 송구한다면 수비방해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  

 

방안 2. 2024년 MLB 규칙 변경을 조기 도입

2024년 MLB는 마이너리그에서 사전 점검도 하지 않고 2023 애리조나 가을리그에서 시범 도입한 3피트 레인 수비방해 규칙을 곧바로 메이저리그로 가져왔다. 규칙은 간단하다. 흙은 옳고, 잔디는 나쁘다. MLB에서 3피트 레인은 이제 파울선 좌측으로 18인치(1.5피트)~24인치(2피트) 넓어졌다. 파울선 옆 흙 영역을 좁게 운영해 왔던 MLB 구단들은 새로운 규정에 맞춰서 잔디를 깎아내야만 했다. 

< 2024년 MLB의 주자 레인 규정 변경 >

이러한 변화에 따라 MLB는 주자 레인 수비방해(Runner’s Lane Interference)를 보다 엄격하게 적용하기 시작했다. 2024년 4월 27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뉴욕 메츠의 경기에서 린도어는 스트라이크 낫아웃 이후 잔디를 밟고 1루로 향했다. 그런데 낫아웃을 처리하려는 윌슨 콘트레라스의 송구가 폴 골드슈미트가 점프를 해도 받을 수 없는 높이로 날아갔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는 콘트레라스의 명백한 송구 실책이기 때문에 수비방해를 인정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주심인 에릭 박커스는 린도어가 잔디 위에서 달린 점에 더 주목했다. 

그러나 규칙이 간단한 것과 다르게 이 방법을 KBO에서 즉각 도입하긴 어렵다. 왜냐하면 KBO 구장의 절반은 파울선 좌측 흙 영역이 3피트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이 규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잔디를 시즌 중에 심어서 파울선 좌측 흙 영역을 좁혀야만 한다. 올스타전 브레이크 기간을 활용해 잔디를 심고 후반기부터 MLB식 규정을 도입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는 있다. 

 

방안 3. 1루 보조 베이스 도입

마지막 방안은 소프트볼에서 널리 활용되는 1루 보조 베이스를 설치하는 방법이다. 필자는 선수 부상 방지를 예방하자는 차원에서 1루에 보조 베이스를 설치하자고 주장했었다. 그런데 이 방법은 부상 방지라는 효과 외에도 타자주자에게 3피트 레인을 강제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왜냐하면 타자주자는 자신에 대해 수비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파울선 밖에 설치된 색칠된 베이스만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거기서 타자주자가 파울선 내에 있는 하얀색 베이스를 밟으면 주루공과이며, 어필플레이로 인해 아웃될 수 있다. 물론 1루 보조 베이스가 있다고 하더라도 우타자가 3피트 레인이 시작되는 45피트 지점부터 정직하게 달리진 못할 것이다. 그러나 1루에 도달하기 직전에 급하게 방향을 트는 게 아닌 이상에야 우타자는 바깥쪽 베이스를 밟기 위해 어쩔 수 없이 3피트 레인 위로 올라와야만 한다.  

혹자는 1루 보조 베이스가 유소년 야구나 사회인 야구에서나 볼 법한 장치가 아니냐고 물을 수 있다. 필자 역시 그런 질문에는 제대로 답을 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2024년 5월 20일 NCAA D1 야구에서 가장 강력한 컨퍼런스 중 하나인 사우스이스턴 컨퍼런스(Southeastern Conference, SEC)가 예상하지 못한 공지를 발표했다. 2024년 컨퍼런스 우승팀을 가리는 토너먼트(2024 SEC Baseball Tournament) 전 경기에 1루 보조 베이스를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SEC는 2024년 시즌 소속 학교가 컨퍼런스 밖의 학교들과 경기할 때 1루 보조 베이스를 시범적으로 몇 차례 사용하면서 효과를 확인했고, 컨퍼런스 일정 중 가장 중요한 토너먼트에서 선수 부상 방지란 목적으로 이를 전격적으로 공식화했다. 물론 이 방식 역시 규칙 변경만으로는 현장에 바로 적용하기 어렵다. 베이스를 설치하기 위한 소정의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2024 SEC 토너먼트에서 사용된 1루 보조 베이스(초록색) >

 

불편한 경험에서 출발한 규칙 연구

필자에게 3피트 레인 수비방해는 각별한 규정이다. 왜냐하면 필자가 야구 규칙을 지금처럼 천착하도록 이끌어 준 규칙이기 때문이다. 때는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필자가 한 유소년 대회 심판을 봤을 때다. 포수 앞 땅볼을 친 타자가 파울선 안쪽으로 달려서 1루로 향하던 포수 송구에 맞는 일이 있었다. 구심이었던 필자는 망설임 없이 수비방해를 선언했다. 그러자 공격팀 감독이 “야구 인생 30년 하면서 이런 규칙은 처음 듣는다”며 수비방해를 인정하지 못하고 격렬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다른 글에서도 썼듯이, 3피트 레인 수비방해는 만들어진 지 한 세기가 넘은 규칙이다. 

정작 규칙에 근거해 판정한 필자는 리그 운영진에게 왜 그런 상황을 만들어서 경기를 지연시켰냐고 혼이 났다. 그 지점에서 오기가 생겼다. 규칙을 단순하게 외우는 수준을 넘어서 규칙의 탄생과 변천사, 그리고 규칙책엔 언급되지 않는 철학을 이해해야 더 정확하게 판정을 내릴 수 있고, 더 나아가 그 규칙이 가진 불합리함을 해결할 방안을 제안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규칙 암기가 아니라 연구를 시작했다. 

각설하고 필자가 2023년에 3피트 레인 수비방해에 대해 작성한 개의 을 보면, 똑같은 상황인데 각각의 글에서 이 상황을 지칭하는 용어가 다르다. 3피트 라인 방해, 스리피트 수비방해, 주자 레인 위반 등으로 불렀는데, 필자가 여러 표현을 섞어서 쓰기도 했고 동시에 어떤 용어가 이 상황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지 확신이 없기도 했다. 

KBO가 6월 실행위원회를 개최할 때 공식 용어를 꼭 지정해 주기 바란다. 필자의 추천은 MLB에서 통용되는 “주자 레인 수비방해”이다. 추후 MLB처럼 규칙을 바꾼다면 파울선 안쪽으로 레인이 확장될 수 있기에 ‘3피트’란 표현을 넣기는 적합하지 않다. 

그리고 하나 더. 한국인이 자주 검색해 읽는 나무위키의 ‘3피트 라인’ 문서는 3피트 레인 수비방해 사례가 잘 나열되어 있지만, 규칙에 대한 설명은 완전 오류투성이다. 3피트 레인은 ‘주로’나 ‘루로’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제발 누군가 고쳐주기를 바란다. 

 

참고 = 연합뉴스, MLBPARK, 스포츠춘추, KBO 비디오판독센터, SBS Sports, KBSN Sports, KBO YouTube 채널, 스타뉴스, Baseball Rules Academy, MLB.com, NCAA, Close Call Sports, Wheels YouYube 채널

야구공작소 이금강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민경훈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소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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