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도 시장이다(2) – 한화의 새 구장, “포스코 스타디움”?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채희 >

지난 2023년 11월 24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렸다. 당시 허구연 KBO 총재는 스포츠계의 문제점으로 청소년기 적은 스포츠 활동, 스포츠 산업화, 그리고 국외로 유출되는 자금(관련글)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이 중 스포츠 산업화에 집중해서 논의를 진행해 보자. 스포츠가 산업화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3, 4차 산업과 같이 산업을 분류할 때는 기술 발전이 기준이 된다. 기술 발전은 새로운 상품을 의미하고, 새로운 상품은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의미한다. 이처럼 스포츠가 산업화되면 스포츠 시장에서 새로운 상품이 생긴다. 상품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수익은 산업이 발전하는데 좋은 촉매가 된다.

이전 연재에서 산업화 흐름에 변화한 야구장 모습과 스폰서십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번에는 구장 모습보다는 구장 이름으로 시선을 옮긴다.

이름은 인상을 형성한다. 사람들은 유명한 인물, 건물, 작품 등을 기억할 때나 대화 소재로 쓸 때 그것의 이름을 떠올린다. 이름은 그 대상의 이미지를 간접적으로 연상시킨다. 또한 대상과 관련된 모든 정보는 이름을 중심으로 머릿속에 기억된다. 이처럼 이름은 자기를 중심으로 모든 이미지를 끌어당기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이에 구장 명을 둘러싼 기업 간 경쟁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구장 명명권(naming rights)

구장은 크기, 먹거리, 환경, 응원문화 등으로 유명해질 수 있지만 결국 구장을 대표하는 것은 이름일 것이다. 스포츠 경기를 보지 않는 팬이라도 근처에 살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구장 명에는 친숙할 수 있다. 기업으로서는 자기를 알릴 수 있는 중장기적 수단이 되기에 기업이 많은 자본을 투자하는 대상이 된다.

우리는 구장 명을 사고파는 권리를 통틀어 구장 명명권(naming rights)라 한다. 이렇게 구장 명을 사고파는 행위는 이미 스포츠 산업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구장 명을 사고판다고요?

한국 프로 스포츠를 즐겨보는 팬이라면 구장 명이 다른 기업으로 바뀌는 것을 못 봤을지도 모른다. 구장 명을 모기업이나 지역명과 관련짓는 것이 관례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척돔이 고척 하이트진로 돔으로, 한화 이글스 홈구장명(한화생명이글스파크)이 현대자동차파크로 바뀐다면 어떨까? 우리나라 스포츠 팬은 이런 변화에 익숙한가? 대부분은 아닐 것이다. 이와 같은 상상을 해 본 사람도 많지 않으리라 예상한다.

 

구장 명명권 사례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서한 >

두 구장은 미국에서 가장 큰 스포츠 리그인 미식축구 리그 NFL 구장이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애틀랜타 팰컨스 (Atlanta Falcons)의 메르세데스-벤츠 스타디움(Mercedes-Benz Stadium)과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San Francisco 49ers)의 리바이스 스타디움(Levi’s Stadium)이다. 리바이스와 메르세데스-벤츠는 구장 이름을 쓰는 데에 각각 20년 간 2억 2천만 달러, 27년 간 3억 1천만 달러를 지불한다. 엄청난 규모다.

1973년에 명명권 계약을 체결한 리치 스타디움(Rich Stadium)의 경우 25년 간 150만 달러 규모에 불과했는데, 이를 통해 수십 년 사이에 구장 명명권 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성장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알 만한 기업의 많은 참여로 MLB 30개 구단 중 21개 구단은 구장 명명권을 판매한 상태다. 뉴욕 메츠의 홈구장인 시티필드(Citi Field)는 20년 4억 달러의 규모로 현재 MLB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명명권 사례다. 이는 모든 스포츠 리그를 통틀어 두 번째로 큰 구장 명명권 계약이다(1위 NFL, SoFi Stadium).

구장 명명권은 경제적 가치에 있어서도 다른 광고 방법과 큰 차이를 보인다. 빌보드 광고(흔히 옥외광고)는 미국에서 평균적으로 월 250달러에서 4,000달러로 판매된다고 한다. 가격이 더 높은 디지털 빌보드를 고려해도 연간 28,000달러다. 하지만 야구 시장보다 작은 시장인 미국 프로 축구 MLS에서조차 구장 명명권은 평균적으로 400만 달러에서 450만 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심지어 미국은 대학교 야구장들도 구장 명명권을 판매한다. 2023년 11월 14일(현지 시각) 기사에 따르면 유타 대학교는 America First Credit Union (이하 AFCU)과 구장 명명권 계약을 맺었다. 프로 스포츠 리그의 구장 명명권은 구장 명을 상품으로 판매하는 쪽에 가까운 반면, 대학 리그는 기업이 학교에 투자하는 대가로 부여하는 것이 크다. 예를 들어 야구장 뿐만 아니라 학교 운영에도 도움이 될 지원금을 구장 명명권의 급부로 받는다. 유타 대학교 새로운 야구장 건설 예산이 3500만 달러로 추정되는데 이를 AFCU가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대학 스포츠 리그에서도 실로 매우 큰 규모의 명명권 계약과 부가적인 지원이 풍부한 미국이다.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채희 >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창원NC파크?

한국 야구장의 경우 구단 모기업의 이름을 딴 것이 태반이다. 이는 지자체와 구단의 협약이 만들어 낸 것이다. 다시 말해 구장 명명권 거래의 한 유형이긴 하지만 미국의 사례처럼 ‘외부 기업’과 명명권을 사고판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구장 명명권 외부 판매 사례는 SK핸드볼경기장이 거의 유일하다. 하지만 SK가 국내 핸드볼 리그에서 가장 큰 조력자로 지원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외부 판매라고 보기에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현실은?

과거에는 법적으로도 구장을 사용, 수익화 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야구장은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이하 공유재산법)의 제5조 제2항 제2호에 해당하는 행정재산에 해당한다. 공유재산법의 행정재산은 사용, 수익허가 기간을 엄수해야 하는데 이 기간이 턱도 없이 짧았다. 공유재산법 제21조 제1항에 따르면, ‘행정재산의 사용, 수익 허가기간은 3년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구단이 지자체에 사용료를 내고 사용, 수익을 하고자 해도 3년마다 갱신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2016년 스포츠산업진흥법 개정을 통해 공유재산법과 관계없이 25년까지의 사용, 수익 기간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구장 명에 관련한 계약을 장기계약으로 체결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25년이라는 기간은 소극적으로만 이용된다. 한국에서는 구장 건축부터 모기업의 영향력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2011년 기아 타이거즈는 새 야구장을 지을 때 총사업비 994억 원 중 300억 원을 부담하였다. 삼성은 1,666억원 중 500억원을, NC는 1,270억원 중 100억원을 부담하였다. 이후 그 대가로 25년간 구장을 운영할 권한을 구단에 주는 것이 관례처럼 보인다. 이는 지자체와 구단의 협약을 통해 진행된다.

가장 큰 문제가 여기 있다. 모기업은 본인 기업을 홍보하는 목적으로 야구단을 운영한다. 적자 사업이라도 발을 빼지 않는 것이 이 이유가 클 것이다. 동시에 지자체와 구단은 구장 건축에 자금적으로 엮여 있다. 이에 기업은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구장에 이름을 달고, 지자체는 그 요구를 거부하기 쉽지 않다. 

NC, KIA, 삼성의 구장은 25년간 야구장 사용수익권을 얻은 구단이지만 구장명은 모기업명으로만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기조가 지속된다면 구장 명명권에 대해 재논의가 이루어지는 시점은 이미 시작된 25년의 사용수익권이 종료되는 시점일 것이다. 이는 2040년을 훌쩍 넘어야 구장 명명권을 보편적으로 팔게 되는 것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짐작컨대, 기업은 사용료 개념으로 지불한 구장 건축, 보수비를 본인 홍보를 위한 지출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구장의 사용수익권한은 구단에 있다. 구장도 개명이 가능하다. 25년이 허락하는 선에서는 사고팔 수 있다는 뜻이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 생각한다. 이미 매몰 비용으로 지출된 구장 건설비는 회수될 수 없다. 경제학적으로 판단했을 때 새로운 기업에 문을 열어줘서 자본을 끌어당기고 그 기업과 이미지 결합을 노리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 위에서 보았듯 단순한 광고비용보다는 구장 명명권의 가치가 월등하게 높다. 

개인적으로 한화 이글스의 새 구장이 될 ‘베이스볼 드림파크’에 주목한다. 한화 이글스는 구장의 사용권, 네이밍 라이츠(명명권), 광고권 등 수익권을 보유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계약 크기는 486억원으로 기간은 2025년부터 25년이다. 네이밍 라이츠를 따로 언급한 것이 주목할 만하고 어떤 기업과 진행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추가적인 논의는 무엇이 필요할까

기업의 지원금에도 불구하고 구장 건설비는 대부분 국민들의 혈세, 즉 세금으로 충당한다. 세금으로 세워진 구장에서 한 구단이 수익 활동으로 많은 수익을 얻어가는 것이 특혜라는 점이 지적되기도 한다. 국가의 세금을 특정 기업을 부흥시키기 위해 투자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지자체와 구단(모기업) 간의 수익 배분 비율을 논의를 통해 잘 조정하면 해결될 것이다. 기업에 대한 특혜라는 지적을 완전히 피해 갈 수는 없다. 하지만 세금을 잘 사용하여 더 큰 이익을 불러왔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리라 본다.

그럼에도 여전히, 구장 명명권 사용을 활성화한다면 어떤 기업이 적극적으로 발을 내디딜 수 있을 지도 물음표다. 해당 지역을 연고로 하는 기업 등이 주로 참여하는 것을 미국에서도 볼 수 있는데 그만한 자본을 가진 기업이 국내에 많냐는 것이다. 물론 해외로 눈을 돌리면 그 기업의 수는 많아질 수 있다.

법적으로는 허용된 지금, 이해관계자들이 열린 마음으로 스포츠를 더욱 상품화하여 경제적 이득의 도구로 받아들일 때가 되었다. 하지만 아직은 법 개정이 현실에 실질적으로 적용된 사례가 적거나 없다 보니 스포츠계가 소극적인 태도를 띠고 있는 듯하다.

 

참고 =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MLB, NFL

야구공작소 유승우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도상현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서한, 김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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