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KBO에서 가장 화끈하게 몰아친 선수는?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서한 >

어느덧 2023년 KBO리그 정규시즌도 끝이 났다. 필자가 롯데 팬으로서 올해 롯데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선수는 한동희였다. 겨우내 타격폼을 조정한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개막전 7타수 무안타를 시작으로 한 번도 반등하지 못한 채 시즌을 마무리했다. 

그런데 한동희와 관련해 한 가지 흥미로웠던 것이 있다. 후반기부터는 한동희의 성적을 언제 확인해도 항상 타율이 0.21X 이다는 것이다. 2할 2푼도 아니고 2할도 아닌, 항상 2할 1푼 대였다. 

후반기가 시작된 7월 21일 한동희의 타율은 0.225였고 5일 뒤인 7월 26일에 0.217로 후반기 처음으로 2할 1푼 대에 진입한다. 그러고 나서는 무려 10월 8일까지 2할 1푼 대를 벗어나지 않았다. 사실 해당 기간 중 총 타석수는 74타석으로 그리 많지 않았지만, 볼 때마다 2할 1푼인 것은 신기한 일이었다. 반등도 없었지만, 그 이상의 추락도 없었다. (최종 타율 0.223)

한동희의 경우와는 반대로 꾸준함이 아닌 폭발력을 묘사하기 위해 사용하는 표현으로는 ‘몰아치기에 능하다’가 있다. (서술어는 반드시 ‘능하다’를 써야 한다. 절대 ‘몰아치기를 잘한다’고는 쓰진 않는다.) 다만 이 표현은 누가 실제로 몰아치기를 해서 쓴다기보다는 단순히 검증된 강타자들을 수식하기 위한 미사여구에 가깝다. 리그에서 다년간 활약한 강타자를 아무나 골라 ‘몰아치기에 능한 XXX’라고 검색해 보면 다 한 번쯤은 기사에 등장한 적이 있다. 

 

꾸준함과 폭발력. 올해 어떤 선수가 가장 꾸준하고 가장 폭발력 있었을까? 정량적으로 접근해 보자. 

 

꾸준함 평가 방법

이 글에서는 타율과 OPS에 대해 타자의 일관성을 평가했다. 일관성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이동평균을 이용했다. 아래는 타율의 경우다. 

1. 2023년 전체 타자 중 250타수 이상 들어선 선수는 83명이다. 이 중 한동희로 예를 들어 보자. 

2. 한동희는 319타수에서 타율 0.223을 기록했다. 이제 시간 순서대로 319타수를 늘어놓고 50타수 단위의 ‘이동 타율’을 구한다. 즉 1~50번째 타수, 2~51번째 타수, … 270~319번째 타수 동안의 타율을 각각 구하는 것이다. 총 270개의 50타수 단위 타율이 나온다. 

3. 이제 270개의 타율이 시즌 타율에서 몇 %나 벗어났는지 계산한다. 예를 들어 1~50번째 타수에서 타율 0.200을 기록했다면 시즌 타율 0.223과는 0.023 차이다. 그리고 이 차이의 시즌 타율에 대한 비율은 0.023/0.233 = 10.3%가 된다. 

4. 3에서 얻은 270개의 비율을 평균한 값을 한동희의 ‘타율 편차’로 사용한다. 

5. 같은 방식으로 250타수 이상 들어선 83명의 선수에 대해 모두 타율 편차를 계산한다. 

= 이렇게 계산한 선수별 타율 편차와 시즌 타율의 상관계수는 0.28로, 큰 선형 관계는 없었다.

아래 그래프는 한동희의 50타수 단위 이동 타율이다. x축은 이동 타율이 계산되는 타수의 시작점이다. (x = 10이면 y축 값은 10~59번째 타수를 이용한 이동 타율)

OPS의 경우는 출루율의 분모와 장타율의 분모가 다른 점을 고려해야 한다. 장타율은 타율과 마찬가지로 타수가 분모지만 출루율은 타수 + 4사구 + 희생플라이가 분모이기 때문이다. 

공식 명칭은 아니나 출루율의 분모를 ‘실질 타석(ePA)’이라고 부르자. ‘OPS 편차’는 1~5의 전 과정을 타수 대신 ePA를 사용해 계산했다. 즉

1. 250ePA 이상인 선수 93명에 대해 

2. 50ePA 단위로 ‘이동 OPS’를 구해 

3. 각 50ePA 단위 OPS가 시즌 OPS에서 몇 % 벗어났는지 계산하고 

4. 3에서 구한 값들의 평균을 OPS 편차로 정의하는 것이다.  

이제 결과로 넘어가자. 올해 가장 일정하게 안타를 친 선수는 누구였을까?

 

결과

편차가 작은 쪽에서 보면 삼성 김지찬이 타율 편차 10.5%로 가장 작았다. 이는 김지찬의 이동 타율이 평균적으로 시즌 타율 대비 10.5% 정도 차이가 났음을 의미한다. 김지찬의 뒤로 근소한 차이로 김도영, 이형종 등이 들어선다. 한동희는 의외로 그리 작지 않아 16.8%로 44위였다. 

편차가 큰 쪽의 경우 한유섬이 36.3%로 바로 다음 순위인 이원석(28.2%)과도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실제로 한유섬은 7월까지 시즌 타율 0.184로 크게 부진했으나 8월 타율 0.286으로 회복하기 시작해 9월 이후 0.426을 기록하며 시즌 타율을 0.273으로 마감했다. 

 

다음은 OPS다. 

충분히 예상되듯 타율 편차가 작았던 선수들이 그대로 OPS 편차도 작았다. 1위 윤동희는 타율 편차 6위였고 김휘집, 김지찬은 앞서 탑5에 있었다. 한동희는 OPS에서는 12.5%로 작은 쪽에서 8위였다. 큰 쪽 역시 타율 편차가 가장 컸던 한유섬이 OPS 편차도 압도적으로 컸고 2위가 이원석인 것도 같았다. 

 

범위를 넓혀 2017년부터 올해까지 일곱 시즌 동안의 기록을 살펴보면 편차가 작은 선수로는 2017년의 LG 정성훈이 단연 눈에 띈다. 타율 편차 6.9%는 601명 중 1등, OPS 편차 9.6%는 662명 중 2등이며 특히 타율 편차는 두 번째로 작은 2020년 김선빈의 9.1%도 제법 차이가 난다. 이해 정성훈의 시즌 타율은 0.312였는데, 월별 타율은 4월부터 9월까지 0.300, 0.304, 0.356, 0.308, 0.333, 0.306으로 6월에 잠시 높았던 것 외에는 지극히 일정했다.

편차가 큰 쪽으로는 올해 한유섬이 최근 7년을 통틀어도 가장 두드러졌다. 타율 편차는 전체에서 가장 컸고 OPS 편차는 5번째였다. 한유섬의 9월 몰아치기는 기록적인 수준이었던 셈이다. 그밖에는 2022년 최주환이 타율 편차 2위(32.8%), OPS 편차 3위(32.3%)를 기록해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아래 그래프는 2017년 정성훈(파란색)과 올해 한유섬(빨간색)의 이동 타율을 나타낸 것이다. 점선은 시즌 타율이다. 


마지막으로 타율이나 OPS의 편차는 개인의 고유 특성일까? 다시 말해 올해 타율 편차가 컸던 선수는 내년에도 크고 올해 OPS 편차가 작았던 선수는 내년에도 작을까?

이를 살펴보기 위해 두 편차의 연도 간 상관관계(year-by-year correlation)를 살펴봤다. 타율 편차의 연도 간 상관관계는 아래와 같이 얻는다. OPS 편차도 타수만 ePA로 바꿔 마찬가지로 계산할 수 있다. 

1. 어떤 선수가 연속된 해, 가령 2017년과 2018년 모두 250타수 이상 소화해 2017년은 타율 편차가 15%, 2018년은 12%였다면 (15%, 12%)라는 좌표를 하나의 데이터로 얻는다. 

2. 같은 선수가 2019년에 타율 편차 17%를 기록했지만 250타수 미만이었다면 이 경우는 (12%, 17%)라는 좌표를 데이터에 포함하지 않는다. 

3. 모든 선수에 대해 (2017년, 2018년), (2018년, 2019년), … (2022년, 2023년) 타율 편차 조합을 확인해 데이터에 포함하거나 포함하지 않는다.  

4. 얻은 좌표 데이터로 그래프를 그리고 상관계수를 구한다. 

결과는 아래와 같다.

< 타율 편차(위), OPS 편차(아래)의 연도 간 상관관계 >

두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 이전 해 타율·OPS 편차와 다음 해 타율·OPS 편차 사이에는 아무 관계가 없었다. 이전 해와 다음 해 간의 상관계수는 타율 편차는 0.007, OPS 편차는 0.01이었다. 올해 엄청난 편차를 보여준 한유섬은 2021년에는 타율 편차 12.0%로 작은 쪽에서 6번째였다. 이 결과만 놓고 보면 일반적으로 꾸준함이나 폭발력이 타자 고유의 능력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물론 이 결과만으로 어떤 선수가 일정하게 치는 능력이 없다거나 몰아치는 능력이 없음이 반증 되는 건 아니다. 일정함을 평가하는 방법이 바뀌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또 클러치 히터, 우산효과 등의 주제와 마찬가지로 ‘전체적인 경향성’이 관찰되지 않는다고 해서 개개인의 선수에게 모두 해당 사항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음에 주의하자. 

등판하는 경기마다 정확히 1이닝 1자책점씩 기록하는 투수는 평균자책점 9.00이지만 훌륭한 마무리투수다. 반면 팀이 한 경기에서 9안타를 쳤는데 이닝당 1개씩만 일정하게 친다면 1점도 내기 어렵다. 그만큼 야구에서 ‘일정함’은 좋은 쪽으로나 나쁜 쪽으로나 중요하다. 일정함에 관한 연구가 더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야구공작소 오연우 칼럼니스트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서한

에디터 = 야구공작소 곽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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