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당신이 알던 아웃 판정은 틀렸다?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서한 >

아래는 올해 8월 26일 키움 대 삼성의 경기에서 나온 비디오 판독 영상이다. 9회 초 2아웃에서 키움 김혜성이 유격수 땅볼을 쳤는데 최초 판정은 아웃이었다. 비디오 판독 결과가 어땠을지 맞혀 보기 바란다.

비디오 판독 결과는 아웃이었고, 경기는 그대로 삼성의 승리로 끝났다. 아마 독자 여러분도 대부분 아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아웃이 맞는 걸까?

 

트집 잡기

당연히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자세히 보면 가끔 알던 것과 다를 때가 있다. 관련 규정을 꼼꼼하게 뜯어보자.

 

1. 가장 직접적으로 적용되는 규칙은 공식야구규칙의 5.09(a)(11) 이다. 여기서는

“타자가 ~ 페어 볼을 친 뒤 1루에 닿기 전에 그 신체나 1루에 태그되었을 때”

타자가 아웃된다고 말한다.

영상을 다시 보면 분명히 발이 베이스에 닿는 것보다 공이 글러브에 들어오는 게 빨랐다. 1루수가 1루에서 발이 떨어진 것도 아니다. 더 알아볼 게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속는 셈 치고 ‘태그’의 정의도 확인해 보자.

 

2. 야구 규칙 마지막의 ‘용어의 정의’에서는 태그를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야수가 손이나 글러브로 확실하게 공을 잡고 자신의 신체를 베이스에 대는 ~ 행위를 말한다. 단, 베이스나 주자를 태그하는 동시에 또는 직후에 야수가 공을 떨어뜨리는 경우는 태그가 아니다. 태그의 정당함을 분명히 하기 위하여 야수가 확실히 공을 잡고 있다는 사실이 충분히 인정될 만큼 공을 잡고 있어야 한다.

여기서 마지막 문장, 즉 태그가 인정되려면 야수가 충분한 시간 동안 공을 잡고 있어야 한다는 데에 주목하자. 이 문구는 ‘포구’의 정의에도 등장한다.

 

3. “야수가 날아가는 타구나 송구를 손 또는 글러브로 확실하게 잡는 행위를 가리킨다. ~ 포구를 분명히 하기 위하여 야수들은 그가 분명히 공을 잡고 있다는 사실이 인정될 만큼 충분히 오랫동안 공을 잡고 있어야 하며, 공을 손이나 글러브에서 떼는 것은 자발적이고 분명한 의도를 가진 것이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충분히 공을 오래 잡고 있어야 포구로 인정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래 영상은 2022년 4월 26일 시애틀 대 탬파베이 경기의 4회 초 장면이다. 유격수의 토스를 2루수가 잠시 맨손으로 잡았지만, 곧 떨어뜨리는 바람에 포구가 인정되지 않았다.

이제 1~3을 잘 생각해 보면 처음 영상에서 김혜성은 세이프여야 한다.

① 타자가 베이스를 밟는 것보다 1루수가 먼저 1루를 태그해야 아웃이다.

② 태그, 혹은 태그에 필요한 포구를 정당하게 인정받으려면 공이 그냥 글러브에 들어온 것만으로는 안 되고, 들어오고 나서 충분한 시간 동안 잡고 있어야 한다.

③ 따라서 규칙을 자구 그대로 해석한다면 태그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은 그 충분한 시간이 지난 다음이다. 그런데 그 충분한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는 이미 타자가 베이스를 밟았으니 세이프다.

< 영상 속 플레이에서의 타임라인 >

‘충분한 시간’이 얼마냐고 물을 수도 있다.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 그렇지만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다. 영상에서 공이 글러브에 들어온 직후 타자가 베이스를 밟았는데, 베이스를 밟자마자 1루수가 공을 떨어뜨렸다면 어떻게 판정될까? 백이면 백 태그에 실패한 것으로 판정할 것이다. 따라서 위 경우에 ‘베이스를 밟은 직후’는 아직 정당한 태그로 인정되는 시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물론 실제로 위 상황을 세이프로 판정하는 경우는 없다. 암묵적으로 태그의 효력을 공이 글러브에 들어온 시점부터 적용하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에서 규칙집 자구대로라면 C 시점부터 태그가 인정되어야 하지만(빨간 선), 실제로는 A 시점부터 인정되고 있는 것이다(주황 선).

이때 A 시점부터 태그의 효력을 인정해 주는 것은 한 가지 조건을 전제로 한다. 바로 [C 시점까지 잘 잡고 있을 것]이다. 먼저 A 시점부터 효력을 인정해 주되, 만약 C시점까지 잘 잡고 있지 못했다면 그전까지의 효력이 통째로 취소되고 타자는 세이프가 된다.

 

유동적 유효와 추인, 그리고 해제조건

법률에도 위 상황과 유사한 개념이 있다. ‘유동적 유효’와 ‘추인’이다.

어떤 행위가 유동적 유효라 함은, 그 행위가 당장은 유효하나 추후에 취소될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것을 취소하지 않고 유효하다고 인정해 주는 것이 추인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미성년자 등 소위 ‘제한능력자’의 거래 행위가 있다. 미성년자가 보호자 동의 없이 고가 휴대폰을 구매했다고 하자. 이 행위는 원칙적으로 유효하다. 그러나 추후에 자신이 미성년자임을 이유로 취소할 수 있다. 따라서 이 행위는 유동적 유효가 된다.

한편 이 경우에 거래를 취소할 수 있었던 이유(‘취소 원인’)는 거래당사자가 성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이 취소 원인이 사라진 시점부터 거래를 (취소하지 않고) 확정할 수 있다. 조금 극단적인 예시지만, 만약 성인이 되기 하루 전에 고가 휴대폰을 구매했다면 이튿날 성인이 되고 나서 가게에 전화해 구매를 확정할 수 있다. 이것이 추인 행위다.

추인이 이루어진 경우 유동적 유효였던 행위의 효력은 최초에 그 행위를 했던 시점부터 발생한 것으로 본다. 즉 성인이 되고 구매를 확정하면 고가 휴대폰을 결제했던 시점부터 구매의 효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는 것이다. 반대로 거래 당시 미성년자였음을 이유로 거래를 취소하면 처음부터 거래가 없었던 것처럼 무효가 된다.

 

이제 뱅뱅 플레이로 돌아가 보자. 공이 글러브에 들어온 시점은 휴대폰 결제를 한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이때부터 유동적 유효로 태그의 효력이 발생하고 이보다 늦게 베이스를 밟은 타자는 아웃된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는 아직 태그의 효력이 취소될 수 있다. 취소원인, 즉 ‘충분한 시간 동안 공을 잡지 않음’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충분한 시간 동안 공을 잡아 취소원인이 제거되면 심판은 아웃을 (묵시적으로) 추인한다. 그러면 태그의 효력은 공이 글러브에 닿은 시점부터 인정된다.

 

한편 이 상황은 ‘해제조건’이 있는 계약과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해제조건은 계약을 중지시키는 조건이다. 계약을 하는데 미리 조건을 걸어 놓고 이 조건이 달성되면 그 시점부터 계약을 자동 해제하기로 약속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학 입학부터 매 학기 장학금을 받되 한 번이라도 학점이 3.0을 넘기지 못하면 그때부터 장학금을 지급하지 않는 계약을 맺었다고 하자. 이 경우 학점이 3.0에 미달하는 것이 장학금 지급을 중단시키는 해제조건이 된다.

앞으로 돌아가면 [충분한 시간이 지나기 전에 공을 떨어뜨리는 것]을 해제조건과 유사하게 생각할 수 있다. 공이 글러브에 닿은 순간부터 아웃의 효력을 인정하지만, 충분한 시간이 지나기 전에 공을 떨어뜨리면 아웃의 효력이 해제되는 것이다.

다만 해제조건부 계약과는 약간 다른 점도 있다. 해제조건부 계약은 해제조건이 만족된 시점부터 계약이 종료되지만, 과거로 돌아가 소급해 무효로 하진 않는다. 한번 학점이 3.0에 미달하면 앞으로 장학금을 받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지금까지 받은 장학금을 돌려낼 필요는 없다. 그러나 뱅뱅플레이에서는 충분한 시간이 지나기 전에 공을 떨어뜨리면 포구가 원천 무효로 된다.

 

야구와 추인

야구에서 또 다른 추인의 예로는 어필아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어필아웃은 말 그대로 수비진이 심판에게 아웃임을 어필해 아웃을 인정받는 것인데, 대표적으로 귀루가 늦은 주자를 아웃시키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직선타에 귀루가 늦은 주자를 아웃시키려면 베이스만 밟으면 되는 게 아니라 밟은 뒤 심판에게 어필이 필요하다. (암묵적으로 안 해도 넘어가 줄 뿐이다.)

이런 상황을 생각해 보자. 1사 2, 3루에서 중견수 뜬공이 나왔다. 이때 3루 주자는 3루에 붙어 있다가 안전하게 리터치해 홈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2루 주자는 안타인 줄 알고 성급하게 뛰었다가 중견수의 송구를 받은 2루수가 2루를 밟은 뒤 심판에게 손을 들어 어필해 어필아웃을 당하고 말았다.

이때 3루주자의 득점이 인정되려면 3루 주자가 홈을 밟은 것이 2루에서의 어필보다 빨라야 한다. 어필아웃의 필수 요건은 심판에게 어필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2루수가 2루를 밟은 시점과 3루 주자가 홈을 밟은 시점을 비교해 득점 인정 여부를 판단한다. 이것 역시 2루수가 2루를 밟은 시점부터 어필아웃의 효력을 유동적으로 인정하고, 뒤에 2루수가 어필을 하면 어필아웃을 추인해 주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타자가 2루타성 타구를 치고 2루까지 갔는데 중간에 1루를 밟지 않았다고 하자. 이때 타자의 2루타는 일단은 유효하다. 그러나 수비측은 이 2루타를 취소할 수 있다. 다음 플레이가 이뤄지기 전에 공을 들고 1루를 밟은 뒤 심판에게 어필하면 2루타는 없었던 것이 되고 타자는 아웃된다. 어필 없이 다음 플레이가 이뤄지면(ex: 투수가 다음 타자에게 투구하면) 그 시점에서 공과는 없었던 것이 되어 취소 원인이 소멸되고, 수비 측은 취소 기회를 포기하며 2루타를 추인해 준 것이 된다.

드물게 타자가 타순을 착각하고 자기 차례가 아닌데 타석에 들어선 것을 ‘부정위타자’라고 한다. 부정위타자 역시 일단은 유효하다. 그러나 수비 측은 심판에게 어필해 부정위타자를 무효로 하고 원래 타순에 맞는 타자(‘정위타자’)가 나오도록 할 수 있다. 만약 어필 없이 타석이 종료되고 수비 측이 다음 플레이를 하면 그 시점에서 부정위타자가 정당해진다. 취소 원인이 소멸되고 수비측은 취소 기회를 포기하며 부정위타자를 추인해 준 것이 된다.

 

처음 영상으로 돌아가 보자. 규칙집 자구대로라면 세이프가 선언되어야 맞겠지만 필자도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공을 잡은 뒤 (가령) 0.5초 뒤 시점과 타자가 베이스 밟는 시점을 비교해야 한다면 얼마나 어색하겠는가. 추인은 더 직관적이고 자연스러운 판정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니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은 앞으로 뱅뱅플레이에서 추인이 눈에 띄더라도 조용히 눈 감아주시길 부탁드린다.

 

야구공작소 오연우 칼럼니스트

참고 = 2023 공식야구규칙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서한

에디터 = 야구공작소 전언수, 한민희, 이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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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Comments

  1. 태그 실패는 결과론임. 일단 포구가 되면 그이후 공을 안떨어뜨리면 포구되는순간 아웃임.
    그러나 그이후 공을 충분한 시간 갖고있지않고 떨어뜨리면 아웃임.
    이 말대로면 발이 오기전에 훨씬먼저 공을 잡은 상태에서 기다려야 된다는 얘긴데 도대체 얼마를 기다려야 하는지..ㅎㅎㅎ

    • 그래서 실제로 그렇게 판정하자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다만 자구대로 보면 그러하니, 이런 포인트를 법률적 개념과 연결시켜서 이해해 보자는 취지의 글입니다.

  2. 글쓴이의 말에 따르면 병살 플레이는 할 수 없는것인가요??
    1루에있는 주자가 아직 2루에 도착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비수가 2루를 태그 후 1루에 공을 던지는 행위 자체가 글쓴이의 이여기에 따르면 2루 주자는 세이프라는 이야긴데 글쓴이 분의 본인이 응원하는 팀의 안타까움은 알겠지맠 정확한 룰의 이해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심판들의 포구에 대한 아웃 세이프 판정은 공이 글러브 속에 들어간 순간이 아니라 공을 포구하고 있느냐 입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공이 글러브에 들어오고 글러브를 오므리는 과정에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 1. 저는 롯데팬입니다. 영상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확실히 안타까운 팀입니다.
      2. 병살 플레이 할 수 있습니다. 본문 논리에 따르면 2루에 충분히 일찍 공이 도착한 뒤에 1루로 충분히 일찍 던지면 됩니다.
      3. 말씀하신 [포구에 대한 아웃 세이프 판정을 공이 글러브 속에 들어간 순간이 아니라 포구하고 있느냐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것, 바로 그것이 이 글의 주제입니다. 다만 ‘포구하고 있는’ 시점이 아니라 ‘포구가 완성된’ 시점을 기준으로 아웃 세이프를 판정해야 한다는 게 글에서 말한 내용입니다.

      모든 댓글이 공통적으로 제가 [실제로 현장에서 본문에서 말한 대로 판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오해를 하시는 듯합니다. 처음의 영상의 판정 포함해 지금까지의 판정이 정말로 틀렸다는 취지의 글이 아닙니다.굳이 ‘트집 잡는’ 것이라고도 썼고, 마지막 문단에서도 저도 제가 본문에 쓴 대로 판정하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써 놓았습니다. 다만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실제 판정이 규칙의 자구와 비교해 어떻게 다른지를 제 나름대로 짚어 본 글입니다.

  3. 규정해석을 잘 못 하셨네요ㅎㅎ

    충분히 오래 시간이란 .. 온전한 포구에 “실패한 경우” 과연 아웃일지 판단하는 기준이고…

    위와 같이 온전한 포구임이 증명된 경우에는 공이 글러브에 도착한 순간이 아웃 타잉밍입니다ㅎㅎ^^

    • 쓰신 말씀이 정확히 제가 한 이야기와 같은 말인데,
      쓰신 말씀은 규칙집에 없고, 쓰신 말씀이 맞는 해석이라는 유권해석을 어딘가에서 공식적으로 내렸다는 이야기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냥 암묵적으로 그렇게 해 왔을 뿐이지요.(그리고 그게 합리적이고요)

      없는 걸 지금까지 임의로 그렇게 해 왔다는 게 이 글의 내용입니다.

  4. 대부분의 경우 글러브에 공이 들어가 손바닥에 닿고 오므리는 동작이 이루어 지면 포구로 칩니다. ‘충분히 오래잡고 있어야’ 여기서 충분히는 객관적 사실이 아니고 주관적 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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