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소혜린>
보 슐서(Beau Sulser), KT 위즈
1994년 5월 5일(만 28세)
투수, 우투우타, 188cm, 88kg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볼티모어 오리올스(2022)
2022년 KT 위즈는 시즌 도중 외국인 선수를 2번이나 교체했다. 사유는 모두 부상이었다. 2021년 말미 에이스 역할을 해준 윌리엄 쿠에바스가 팔꿈치 부상으로 교체됐고,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는 골절상으로 팀을 떠났다. 전력의 공백이 생겼을 때도 마지막 남은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는 꿋꿋하게 팀의 마운드를 지켰다.
하지만 재계약이 성사되기에는 성적이 너무나 좋지 못했다. 지난해 데스파이네는 리그 피안타 1위(198개)에 올랐고 WAR 또한 앞선 2년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3.21-4.01-0.99). KT는 시즌 후 데스파이네와 더 이상 동행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고 빠르게 새 외국인 투수를 발표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28살의 젊은 투수 보 슐서다.
배경
보 슐서는 아이비리그로 유명한 다트머스 대학교 출신이다. 2017년 아이비리그 올해의 투수상을 받기도 한 슐서는 그해 드래프트에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선택을 받았다(10라운드 298순위).
시작은 쉽지 않았다. 첫해 40.2이닝을 던지며 ERA 5.31로 흔들렸다. 그러나 바로 다음 해부터 57.1이닝에서 ERA 2.35를 기록하며 빠른 적응을 보여줬다. 이후 슐서는 빠르게 성장해나갔다. 그리고 2022년 4월 26일 슐서는 2.2이닝 동안 삼진 4개로 성공적인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그러나 기회는 많이 주어지지 않았다. 슐서는 4번의 등판을 끝으로 피츠버그로부터 DFA(지명 할당) 됐다. 이후 그는 형인 콜 슐서의 소속팀이었던 볼티모어 오리올스로 향했다. 하지만 볼티모어에서도 슐서는 자리를 잡는 데 실패했다. 볼티모어는 시즌 후 슐서를 DFA 처리했다. 그는 다시 친정팀 피츠버그로 향했지만, 마이너리그로 이관되는 아픔을 겪었다.
빅리그에서 정착하지 못한 슐서의 선택은 KBO리그였다. KT는 데스파이네의 대체 선수로 슐서를 낙점했고, 그는 총액 74만 달러에 한국으로 오게 되었다.
스카우팅 리포트
평균 구속이 시속 140km 후반대(148.7km/h)였던 데스파이네와 마찬가지로 슐서도 평균 시속 92.8마일(149km/h)의 빠른 공을 던진다. 슐서의 포심은 종 무브먼트보다 횡 무브먼트가 뛰어나다. 지난해 포심의 횡 무브먼트는 평균 대비 6.1인치(15.494cm)라는 대단한 수치를 기록했다. 포심이 빅리그 상위 24%의 회전수와 99%에 달하는 회전 효율을 가지고 있었고, 이에 우타자 기준 몸쪽으로 큰 테일링을 가질 수 있었다.
따라서 슐서에게 가장 기대되는 부분도 포심과 커터의 무브먼트 차이를 이용한 피칭이다. 똑같이 날아오다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두 구종의 조합은 KBO에서도 충분히 위력적일 것이다. 실제로 슐서는 포심과 커터의 로케이션을 분리해 던지며 큰 재미를 본 바 있다.
<슐서 포심-커터 로케이션>
<슐서 포심-커터 성적>
변화구는 빅리그에서 결과가 좋지 않았다. 그러나 충분히 기대할 만한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유망주 시절부터 높은 점수를 받은 체인지업은 Whiff%(스윙 중 헛스윙 비율)는 22.7%에 그쳤다. 하지만 제구는 좋았으며, Chase%(존 바깥 공에 스윙한 비율)은 40.3%에 달했고 이는 지난해 체인지업 Run Value 1위(-25점)인 샌디 알칸타라와 비슷한 수치(40%)였다.
<슐서 커브 로케이션>
커브 또한 마찬가지다. 피안타율이 0.375에 이르렀고, Whiff%도 28.6%에 불과했지만, 무브먼트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커브가 통타당한 이유는 위의 사진처럼 불안한 제구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포심과 횡무브먼트가 동일한 만큼 터널링을 통해 좋은 성적을 기대해볼 만하다.
커브를 제외한 나머지 공의 제구력은 나쁘지 않다. 대학 시절 BB/9가 1.6에 그쳤고, 마이너리그 통산 기록도 2.6에 그쳤다. 빅리그에서도 슐서의 제구는 여전했다. BB/9는 3.66으로 상승했지만, 리그 평균 이상의 Edge%(존 가장자리에 투구 된 비율)를 기록하며 날카로운 제구를 보여주었다.
장타에 관련된 부분 또한 크게 걱정되지 않는다. 커터를 던지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뜬공보다는 땅볼이 많아 애초에 피장타에 대한 위험이 적다. 마이너리그에서도 한 시즌(2021년)을 제외하면 1 이상의 HR/9를 기록한 적이 없는 만큼, KBO리그에서도 피홈런 관리는 수월할 것이다.
전망
빅리그에서도 가능성을 보여준 포심 패스트볼과 커터의 조합, 그리고 안정적인 볼넷 관리 능력까지 갖춘 슐서의 영입은 좋은 선택이다. 다만 슐서를 보면 아직 완전히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라는 생각이 든다. 패스트볼에 비해 변화구의 완성도가 부족하며, 풀타임 선발투수로 활약한 연도는 2021년 단 한해이다.
팀과의 궁합은 나쁘지 않다. 지난해 KT 위즈 내야진은 리그 1위의 타구 처리율(91.2%)을 기록했다. 물론 주전 유격수 심우준이 이탈했지만, FA로 김상수를 영입한 만큼 내년에도 탄탄한 수비를 보여줄 것이다.
슐서는 스프링캠프 인터뷰에서 “KBO리그의 공인구가 확실히 덜 미끄러운 느낌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내게 더 잘 맞는 것 같다.”라는 코멘트를 남겼다. 과연 잘 맞는 공인구처럼 KBO리그도 그의 반등을 위한 완벽한 무대가 될 수 있을까. 이미 연습경기부터 152km/h를 기록하는 등 일단 시작은 나쁘지 않다. 그가 이번 시즌 위즈파크에서 보여줄 환상적인 투구를 기대해보자.
참고 = Baseball America, Baseball Savant, Fangraphs
야구공작소 원정현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이재성, 전언수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소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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