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KBO리그 타자들이 가장 적응하기 힘들었던 팀은?

투구 중인 노운현 제공: 키움 히어로즈

2022시즌 시범경기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투수는 단연 키움의 노운현이다. 그가 빠른 강속구, 다양한 변화구, 칼날 같은 제구를 선보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독특한 투구폼에서 나오는 언더핸드 투구는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이렇듯 우리는 때로는 불같은 강속구보다 독특한 유형의 투수에 열광하기도 한다. 생소하기 때문이다.

KBO 리그의 탬파베이는 어디?

실제로 메이저리그에서 탬파베이는 위와 같은 생소함을 가장 잘 이용했다. 아래 그림은 2020년 ALCS 1차전의 한 장면이다. 흔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날 탬파베이 마운드에는 서로 다른 팔각도를 가진 5명의 투수가 등판했다. 블레이크 스넬이 선발 등판해 5이닝을 책임지고 존 커티스-라이언 톰슨-애런 루프-디에고 카스티요가 1, 1, 0.1, 1.2이닝을 이어 던졌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탬파베이가 실제로 다양한 릴리스 포인트를 가진 투수들을 보유했는지 알아보았다. 2020시즌 메이저리그 각 팀에서 300구 이상 투구한 투수들을 추출한 후, 추출된 투수들 각자의 평균 릴리스 포인트를 구하고 6인치 이내에 겹치는 릴리스 포인트를 가진 투수(유니크한 투수)가 몇 명인지 알아보았다.

13 — Rays

10 — Dodgers

10 — Giants

10 — Rangers

9 – Braves

연구 결과 역시 탬파베이가 13명으로 메이저리그 팀 중에서 가장 많았다.

ALCS 1차전 출처: How Rays’ arms attack from any look, angle

아쉽게도 당시 월드시리즈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탬파베이는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위와 같은 트렌드를 선도하며 좋은 가성비로 성적을 냈다. 그렇다면 2021시즌 KBO리그에서 탬파베이처럼 다양한 유형의 투수진을 보유한 팀은 어디일까? 

 

표1. 팀별 투수들의 6인치 이내에 릴리스 포인트가 겹치는 동료들의 수

표2. 팀별 유니크한 투수들의 수

앞선 글과 같은 방법으로 2021시즌 KBO 리그 각 팀의 투수들을 분류해 보았다. 그 결과 삼성은 19명의 투수 중 6인치 이내에 3명이 겹치는 것이 최대였다. 이후 서론처럼 유니크한 투수를 팀 내에서 릴리스포인트가 0~1명이 겹치는 선수로 정의했다. 삼성은 14명의 선수가 유니크한 투수를 보유했다. 반대로 KT, 두산, 롯데는 6명으로 가장 적었다. 삼성이 KBO 리그의 탬파베이로 봐도 무방한 결과가 나타났다. 

삼성에는 어떤 투수들이 있을까?

2021시즌 삼성 라이온즈 투수들의 평균 릴리스포인트 산점도

2021시즌 삼성 투수진의 평균 릴리스 포인트를 살펴보았다. 릴리스포인트는 홈플레이트로부터 50ft 떨어진 지점에서 측정되었다. 불펜(30경기 이상 출장)에는 오승환, 우규민, 최지광, 장필준, 이승현(좌), 이상민처럼 다양한 자원이 대기했다. 거기에 우규민, 심창민, 김대우는 다른 투수들과 릴리스 포인트 차이가 컸다. 이들은 흔하지 않은 사이드암, 언더핸드 투수로서 마운드 운용할 때 많은 선택지를 만들어줬다.

위와 같은 강점이 잘 나타난 키움과의 6월 6일 경기를 살펴보았다. 이날 삼성은 선발투수 원태인 포함 총 7명의 선수가 등판했다. (등판순서는 위에서 아래로이며 구사율이 5% 이상인 구종만 포함시켰다.)

  • 원태인: 우완 오버핸드,  포심 평균 144.4km/h, 포심,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 이승현: 좌완 오버핸드,  포심 평균 145.5km/h, 포심, 슬라이더, 커브 

 

  • 최지광: 우완 오버핸드, 포심 평균 143.9km/h, 포심, 슬라이더, 커브

 

  • 우규민: 우완 사이드암, 포심 평균 137.8km/h, 포심,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 임현준: 좌완 언더핸드, 포심 평균 120.4km/h, 포심, 커브

 

  • 심창민: 우완 사이드암, 포심 평균 142.8km/h, 포심,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 오승환: 우완 오버핸드, 포심 평균 145.7km/h, 포심, 슬라이더, 커브, 스플리터

6월 6일 등판한 삼성 라이온즈 투수들의 평균 릴리스 포인트 산점도

위 산점도를 살펴보면 ALCS 1차전에 등판한 탬파베이 투수들의 릴리스 포인트와 비슷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비슷한 유형의 투수라도 연이어 등판을 시키는 것이 아닌 간격을 두고 등판시키는 모습 또한 찾아볼 수 있었다. 재밌는 점은 임현준이라는 좌완 언더핸드의 존재도 있었지만 위 유니크한 투수에 포함되지 않았다. (300구 이상 투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14명이라는 압도적인 수치로 유니크한 투수를 가장 많이 보유했다.

2021시즌 삼성은 6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아쉽게도 마지막 타이브레이크에서 KT에게 패배해 2위로 시즌을 마감했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시즌이었다. 이런 성공적인 결과에는 원태인, 최지광 등의 영건들, 백정현, 오승환 등 베테랑 투수들 가릴 것 없이 투수진의 기대 이상의 활약이 큰 역할을 했다. 저번 시즌 호성적에는 위와 같은 다양한 카드들의 보유 여부가 아니었을까?

그래서 어쩔 릴리스 포인트?

다양한 릴리스 포인트를 가진 투수진을 보유한 팀은 타자가 대처하기 어렵게 만든다. 좌(우) 정통파 투수에 이어 언더핸드 투수가 등판한다면 타자는 시각적으로 매우 혼란스러울 것이다. 임현준에 이어 오승환이 등판하거나 몽고메리에 이어 우규민이 등판한다면 어떨지 상상해보자. 거기에 구속, 보유 변화구마저 다르다면 머릿속은 더 복잡해진다. 삼성은 팀 내 다양한 투수들이 존재했고 투수들끼리 도울 수 있었으며 결국 팀 내 투수들의 퍼포먼스 향상은 팀의 성적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표 2를 보면 작년 한국시리즈에서 맞대결했던 두산과 KT가 다양한 릴리스포인트를 보유한 투수진과는 거리가 멀었다. 투수를 평가할 때는 릴리스포인트를 제외하고도 많은 요소들이 영향을 끼친다. 다양한 릴리스포인트가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절대적인 요소라고 보기는 힘들다.

다양한 릴리스 포인트에 대한 결론

절대적이진 않지만 다양한 릴리스 포인트는 작게는 한 경기 운영에서부터 크게는 한 시즌을 이끌어가는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빠른 구속과 날카로운 변화구 이외에도 타자를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마운드에 우완 강속구 투수가 올라와 있다면 다음 투수로 우완 강속구 투수는 차순위에 두고, 팀에 비슷한 유형의 투수가 많다면 선수 보강 시 다른 유형의 투수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어떨까?

Reference: How Ray’s arms attack from any look, angle

야구공작소  순재범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권승환 전언수

 

ⓒ야구공작소. 출처 표기 없는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상업적 사용은 별도 문의 바랍니다.

Be the first to comment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