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ple is the best’ 두산 불펜 3인방의 선택과 집중

두산 베어스 제공

시즌의 약 25%를 소화한 현재 불펜 평균자책점(ERA) 1위를 기록 중인 팀은 두산 베어스다. 5월 19일 기준 두산 불펜진의 ERA는 3.17이다. ERA 3.75로 2위를 기록 중인 LG 트윈스 불펜과 ERA에서 제법 차이를 보일 만큼 막강한 모습이다.   

철벽 불펜을 이끄는 건 홍건희, 이승진, 김강률로 이어지는 우완 필승조다. 세 투수는 타자를 상대할 때 그리 많은 무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들은 포심 패스트볼과 단 한 종류의 브레이킹 볼로 두산의 뒷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 있다.

*모든 기록은 5월 19일 기준입니다.

 

매운 맛 포심

잘 알려져 있듯 세 투수의 주 무기는 빠른 구속의 포심 패스트볼이다. 이들은 올 시즌 10이닝 이상 던진 국내 투수 중 포심 평균 구속 상위 10위 안에 올라있다. 두산 이적 후 구속이 급상승한 이승진과 홍건희는 지난해보다 더 빠른 공을 던진다. 부상 복귀 시즌이었던 지난해 포심 평균 구속이 143km/h까지 떨어졌던 김강률은 전성기 구속을 회복한 모습이다.

물론 구속이 빠르다고 항상 좋은 결과가 뒤따르는 건 아니다. 150km를 던지면서도 얻어맞는 투수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두산의 불펜 3인방은 다르다. 이들은 포심으로 헛스윙을 끌어내거나, 맞더라도 안타와 장타를 적게 내주고 있다.

*포심 헛스윙률(swstr%): 포심에 대한 헛스윙 수/포심 투구 수

홍건희와 김강률의 포심은 높은 헛스윙률을 자랑한다. 이들의 포심 헛스윙률은 각각 11%와 10%인데 이는 포심 평균 구속 상위 10명과 비교했을 때 1위와 3위에 해당한다.

반면 이승진은 포심 헛스윙률이 5%에 그쳐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이승진의 포심은 타격이 이뤄졌을 때 빛을 발한다. 이승진의 포심 피안타율과 피장타율은 각각 0.239와 0.299에 불과하다. 이는 김강률보다 낮은 수치로 포심 평균 구속 상위 10명과 비교했을 때도 각각 6번째와 5번째로 낮은 값이다. 포심에 대한 타구의 표본이 충분히 쌓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 수치가 절대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타격이 이뤄졌을 때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음은 분명하다.

헛스윙률 1위였던 홍건희는 피안타율(0.226)과 피장타율(0.274)도 낮다. 헛스윙률과 피안타율, 피장타율만 놓고 보면 불펜 3인방 중 가장 효과적인 포심 패스트볼을 던지는 셈이다.

 

포심을 던졌습니다. 근데 이제 변화구를 곁들인

포심이 효과적이었던 만큼 세 투수는 포심을 압도적으로 많이 던지면서 확실한 변화구를 하나 곁들이고 있다. 김강률과 홍건희, 이승진은 올 시즌 나란히 포심 구사율 1, 2, 3위에 올라있다. 세명 모두 포심 비중이 70%가 넘는데 특히 김강률과 홍건희는 80%에 육박한다. 이는 더 빠른 공을 던지는 고우석과 조상우보다도 높은 비율이다. 한편 세 선수는 모두 주 무기인 포심의 짝꿍으로 브레이킹 볼을 구사한다. 홍건희는 슬라이더를 김강률과 이승진은 커브를 제2구종으로 선택했다.

홍건희는 KIA 시절 포심과 슬라이더 외에 커브와 체인지업, 스플리터를 조금씩 섞어 던졌다. 그러나 두산 이적 후 나머지 구종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포심과 슬라이더에 ‘선택과 집중’했다. 올 시즌엔 구사율을 더욱 끌어올려 전체 투구의 95%를 두 구종으로 해결하고 있다. 홍건희의 슬라이더는 현재까지 6%의 헛스윙률과 0.200의 피안타율, 피장타율을 기록 중이다.

이승진의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원래 이승진은 슬라이더와 커브를 비슷한 비율로 던졌다. 트레이드 직전 시즌엔 19이닝 소화에 그치긴 했으나 슬라이더의 비율이 커브보다 높았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커브의 비율을 대폭 높이더니 올해는 포심-커브 투 피치를 선보이고 있다. 이승진의 커브는 홍건희의 슬라이더보다 더 좋은 억제력을 보여준다. 피안타율과 피장타율은 0.111에 불과하며 헛스윙률은 7%다.

김강률은 커브를 11% 슬라이더를 7%의 비율로 던진다. 아킬레스건 부상 이전엔 슬라이더를 더 많이 던졌으나 부상에서 돌아온 후 커브 비중을 늘렸다. 김강률의 커브 헛스윙률은 10%이며 피안타율과 피장타율은 0.091이다. 슬라이더는 20%의 헛스윙률과 0.250의 피안타율, 피장타율을 기록 중이다.포심이 주무기인 세 투수지만, 포심 로케이션에선 차이가 있다. 이승진과 김강률은 홍건희에 비해 상대적으로 하이 패스트볼을 많이 던진다. 두 투수의 하이 패스트볼 구사율은 각각 49%와 48%다. 동시에 이들은 제2구종인 커브를 존 하단에 많이 던진다. 하이 패스트볼과 존 하단으로 떨어뜨리는 브레이킹 볼의 조합이 위력적이라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실전에서 이를 실행하는 건 쉽지 않다. 간단하지만 어려운 이 조합을 실제 피칭으로 보여줄 수 있는 투구 감각과 투구에 위력을 더해주는 구속, 구위는 이승진과 김강률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들과 달리 홍건희는 전체 포심의 41%를 높은 코스에 39%를 낮은 코스에 던진다. 앞서 살펴봤듯 홍건희의 포심은 세 투수 중 가장 위력적이다. 덕분에 포심 로케이션을 상-하로 다양화하는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Simple is the Best

홍건희와 이승진, 김강률은 리그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위력적인 포심을 던진다. 덕분에 세 투수는 다양한 구종을 던지기 보다 포심 비율을 높이고 확실한 변화구 1~2개를 곁들이는 전략을 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같은 ‘선택과 집중’은 현재까진 성공적으로 들어맞고 있다. 19일 현재 도합 1.64의 ERA를 기록 중인 우완 3인방. 이들의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피칭은 ‘Simple is the best’라는 격언을 떠올리게 만든다.

 

야구공작소 김진우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이도삼, 송인호

기록 출처 = 스탯티즈(STAT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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