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즌,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또 하나의 별 ‘로또준’ 이호준

[야구공작소 권대현] KBO리그의 새 시즌이 지루한 겨울잠을 마치고 눈앞에 다가왔다. 이런저런 기대감과 전망으로 시끌벅적해지기 마련이지만, 다가오는 시즌에는 야구팬이라면 아쉬울 만한 소식도 들려온다.

은퇴하는 KBO리그의 두 훌륭한 타자와 작별을 준비해야 한다는 소식이다. 첫 번째 주인공은 ‘라이온 킹’, ‘국민타자’, 이제는 전설이 된 이승엽이다. 또 다른 주인공은 해태 타이거즈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SK와 왕조를 함께했고, NC창단 후에는 NC로 이적하여 주장을 맡으며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해준 이호준이다. 이번 구단 신년회 자리에 앞서 은퇴를 선언한 이호준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자.

 

투수로 시작한 커리어, 타자로서 눈뜨다

이호준의 프로생활 시작은 투수였다. 선동열, 이종범, 이강철과 같은 훌륭한 선수를 배출했던 광주일고 출신인 그는 1994년 고졸 연고구단 자유계약으로 입단하게 되었다. 투수 첫 해에 8경기 12.1이닝에 출장해 16개의 피안타와 7개의 피홈런을 맞으며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재미있게도 그 7개의 피홈런에는 김재현의 20-20클럽 달성을 도와준 홈런이 포함되어 있었고, 후에 그 둘은 SK에서 동료로 다시 만나게 된다.

이후 부상으로 더 이상 투수로 뛰는 것이 어려워지자 96시즌부터 타자로 전향하였다. 97시즌에는 본격적으로 타자로서 뛰며 가능성을 보여주었다(140타석 36안타 8홈런). 이듬해에는 팀의 4번타자로 발돋움하는 시즌이 되었다(465타석 19홈런 77타점). 98시즌 성적은 타율, 장타율, OPS, 홈런 등 대부분의 타격지표가 리그 10위 안에 드는 훌륭한 기록이었다.

이호준의 해태에서의 첫 2시즌 기록

 

트레이드로 SK 이적, 커리어 전환점을 맞이하다

이후 이호준은 2000시즌 중 해태의 투수진 보강을 위해 SK의 성영재와 트레이드 된다. 트레이드 직후 부상으로 인해 기록은 훌륭하지 못했으나 02시즌 26홈런, 03시즌 36홈런 102타점을 기록하며 사실상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04시즌에는 30홈런 112타점을 기록하며 SK 타선에서 4번타자로서 중심을 잡아주었다. 이후 05시즌을 마치고 입영했으나 부상 문제로 의병제대하며 07년부터 다시 SK 타선에 합류하게 된다. 이후 팀 우승에 큰 기여를 하면서 FA계약을 체결하였다.

이호준의 SK 시절 주요기록

 

FA계약 후 찾아온 부상과 슬럼프

07년의 우승과 성공적인 FA계약의 달콤함도 잠시, 부상으로 08시즌 대부분을 경기에 나서지 못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시즌 SK는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정규시즌 우승을 달성했고, 그는 팀내 입지가 흔들리며 위기를 겪게 된다. 이때 시작된 먹튀라는 오명은 2011시즌까지 계속되었고, 확고하게 출장을 보장받는 4번타자 입지에서 내려와 종종 일부 경기에 출장하지 못했다. 500타석으로 환산했을 때는 매 시즌 20+홈런 페이스였으나 부상과 팬들의 냉담한 시선 속에서 인상적인 기록을 남기는 데에는 실패했다.

2012년은 첫 번째 FA계약의 마지막 시즌이었다.  그는 18홈런에 76타점, WAR 4.45를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한다(.300/.407/.488). 전년대비 100타석 이상 더 출장하게 되면서 생긴 효과일 수도 있으나 준수한 성적을 바탕으로 2번째 FA에서 좋은 계약을 기대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시즌 후 FA를 신청했지만 원소속 구단 SK와 합의하지 못하며 시장에 나오게 되었고, NC와 3년 20억 원에 계약하며 생애 3번째 팀으로 이적하게 된다.

 

NC 이호준의 나이를 잊은 활약과 은퇴 선언

이호준은 NC에서 주장을 맡고 경기 내외적으로 선수단을 잘 이끌어 주면서 좋은 평가를 이끌어낸다. NC에서 FA를 포함해 4년간(FA 3년 + 7억5천만 원에 계약연장 1년) 매년 20홈런 이상을 때려냈다. 많은 장타자들이 나이를 먹으며 보여주는 장타력의 감소세 없이 꾸준하게 3/4/5의 슬래시라인에 근접한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이호준의 NC소속 기록

나이를 잊은 듯 꾸준한 활약을 해오던 그는 올해 NC구단 신년회를 앞두고 은퇴를 선언하였다. 동갑내기이나 1년 후배인 이승엽과 함께 2017시즌을 마지막으로 그는 떠나게 된다. 둘은 투수로 프로를 시작했지만 리그를 호령하는 강타자로 군림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압도적인 강력함과 임팩트의 연속이었던 이승엽. 그리고 꾸준함으로 20년을 지켜온 이호준. 이질적인 삶의 궤적이지만 그 둘의 야구인생 결말은 같은 시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박수칠 때 떠나고 싶어 결정했다.”는 털털한 그의 은퇴 발표소감이 그의 야구 인생을 닮았다. 화려하지는 않았어도, 부진했던 기간이 있었더라도, 딱히 성실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어도 그의 기록은 꾸준함을 말하고 있다. 기록은 그의 야구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담담하게 보여준다.

역대 3번째이자 우타자 최초 1200타점을 기록한 이호준(사진=NC다이노스 제공)

그는 자신의 마지막 시즌에 대한 목표로 역대 우타자 최다 홈런(장종훈의 340홈런) 기록 경신을 말했다. 단 10개를 남겨놓고 있는 만큼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KBO리그에 인상 깊은 순간들을 만들어준 그의 마지막 시즌이기에, 다가올 2017시즌에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좋은 기억으로 오랜 시간 팬들 마음에 남기를 소망해 본다.

이호준의 통산기록

출처: Stat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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