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메이저리그에 도입된 스탯캐스트 시스템은 뜬공 타구에 관한 관심 증가와 더불어 많은 타자의 타격폼에 변화를 일으켰다. 그리고 그 가운데 재야의 타격 지도자인 더그 래타 코치로부터 지도를 받은 후 수정된 자세를 바탕으로 메이저리그 성공 스토리를 써 내려간 저스틴 터너의 타격폼은 많은 선수와 전문가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이와 같은 터너의 타격폼은 메이저리그뿐만 아니라 국내에도 다양한 경로로 소개가 되었고, 그의 타격폼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특유의 높은 레그킥 동작과 어퍼스윙이라고 불리는 스윙 궤적이 자주 언급되곤 한다. 하지만 그의 타격폼을 전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레그킥과 어퍼스윙 외에도 국내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전통적 타격 이론과 차이를 보이는 요소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번 칼럼에서는 그의 타격폼 안에서 구간마다 발생하는 움직임들을 정밀하게 다뤄보고자 한다.
대기 자세
투수의 키킹 동작이 이뤄지기 전 양손과 배트 손잡이를 어깨선 상단에 위치시키는 대부분의 타자와 달리 터너는 대기 자세부터 이를 어깨선 하단에 두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자에 해당하는 타자들의 경우에도 스윙이 이뤄지기 직전에는 대부분 손의 위치가 하단으로 향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터너는 스윙 전 신체의 움직임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궤적이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어퍼스윙의 각도를 초기에 형성하고자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레그킥 자세
익히 알려진 내용처럼 터너의 스윙 과정에서는 상당히 높은 왼 다리의 레그킥 동작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필자는 이와 함께 발생하는 다른 부위의 미세한 움직임을 언급하고자 하는데 해당하는 부위는 복부, 오른발, 그리고 오른팔이다.
먼저 왼 다리를 드는 동작에서 그의 복부를 주목해보자. 마치 위로 올라오는 왼 다리에 이끌리듯 복부의 구부림 동작이 미세하게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이는 스윙을 하기 이전에 공에 전달할 힘을 모아두는 역할을 담당한다. 동시에 그의 오른 다리에도 주목해보자. 레그킥을 통해 중심을 뒷다리에 모아준다는 이론과는 달리, 포수 쪽으로 향하는 왼 다리에 맞서는 듯한 미세한 기울임(투수 쪽으로의) 동작을 통해 중심을 앞으로 이동시키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추후 언급될 로테이셔널 히팅(Rotational Hitting) 이론과 대비되는 동작의 예비 단계에 해당한다.
레그킥과 함께 복부 및 오른 다리의 움직임이 발생한 후 왼 다리를 착지하는 과정에서는 오른팔의 움직임이 발생한다. 이 또한 전통적인 테이크백 동작과는 상반되는 움직임에 해당한다. 여기서 말하는 테이크백이란 스윙 시 필요한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 활의 시위를 당기듯 배트를 포수 쪽으로 이동시키는 동작을 말하며, 긴 세월 동안 정설로 받아들여졌던 이론이다. 터너는 이러한 테이크백 동작을 따르는 대신 오른팔을 등 뒤로 당기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있는데 이 동작이 의미하는 바는 이후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다루도록 하겠다.
앞서 언급한 레그킥부터 다리의 착지 동작까지의 과정이 측면이 아닌 정면에서 촬영된 영상이다. 복부의 구부림 동작을 통해 나타나는 등의 각도 변화, 그리고 등 뒤로 오른팔을 당기는 동작을 통해 양손이 투수의 시선에서 사라지면서 오른쪽 팔꿈치가 등 뒤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더욱 잘 드러난다.
스윙-임팩트-팔로우
이제 본격적으로 스윙이 이루어지는 구간이다. 먼저 양팔 각각의 움직임과 역할에 주목해보자. 왼쪽 팔꿈치가 스윙 시 몸통으로부터 멀어지고, 왼쪽 어깨가 오른쪽 어깨에 비해 높은 선에 위치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배트의 배럴*은 마치 나이키의 로고와 비슷한 모양을 그리게 된다. 알렉스 로드리게스나 앨버트 푸홀스 등의 선수들이 방송을 통해서도 직접 설명한 바 있는 전통적인 다운스윙 이론에서는 배트를 쥔 손이 귀와 가깝게 붙어 나오면서 배럴을 미는 듯한 동작이 강조되는데 터너의 경우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배럴을 회전시키면서 자연스럽게 배트의 궤적이 어퍼스윙 형태로 이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 배럴이란 배트에서 가장 두꺼운 부분으로 이상적인 타격 시 공과 맞닿게 되는 부분을 의미하며, 위 영상에서도 임팩트 순간 공과 배럴이 맞닿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때 왼팔 못지 않게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부위가 반대 팔인 오른팔이다. 이전 파트에서 터너가 레그킥 이후 오른팔을 등 뒤로 당기는 듯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오른팔의 동작으로 인해 배트는 몸에 더욱 가깝게 붙어 나오게 되며, 이는 흔히 말하는 인-아웃 스윙에서 인 스윙 단계를 완성하는 토대가 된다.
위에서 논의한 내용을 토대로 양팔의 역할을 정리하면, 왼팔의 동작을 통해 공을 띄우는 데 유리한 어퍼스윙의 궤적을 형성함과 동시에 오른팔의 동작을 통해 스윙이 지나치게 퍼져 나오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궤적과 효율성 모두를 고려한 스윙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번엔 스윙 시의 하체의 움직임도 살펴보자. 앞서 레그킥 동작에서 뒷다리인 오른 다리의 기울임을 통한 중심 이동에 관해 설명했었다. 실제로 레그킥이 이루어지는 순간보다 몸 중심이 앞쪽으로 이동한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히팅 포인트를 앞쪽에 위치시킬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 이때 양팔과 함께 공에 힘을 완전히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하체이다. 그런데 이때 발생하는 터너의 하체 움직임은 전통적으로 주류를 이뤄왔던 로테이셔널 히팅과 상반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로테이셔널 히팅이란 하체의 중심을 뒷다리에 모아둔 상태에서 마치 팽이가 회전하는 것과 같이 강한 회전을 발생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타구에 강한 힘을 전달하는 타격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동작이 이른바 스퀴싱 더 버그(Squishing The Bug)라고 불리는, 즉 직역하면 ‘땅바닥에 있는 벌레를 발로 짓누르는 동작’을 의미하는데 타자들이 스윙할 때 뒷다리를 강하게 돌리는 모습을 야구 경기에서 무수히 많이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위 영상에서 볼 수 있듯이 터너의 하체 동작은 오른 다리를 제자리에서 강하게 돌리는 느낌보다는 투수 쪽으로 전진시키는 느낌이 훨씬 강하다. 쉽게 말해 레그킥 동작 이후 몸의 중심이 앞쪽으로 옮겨진 상태에서 뒤에 남아있던 체중마저 앞으로 이동시키면서 공에 힘을 완전히 전달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설명한 상체와 하체의 움직임은 임팩트 순간에 완성된다. 레그킥을 통해 접혔던 왼 다리와 복부, 그리고 배럴이 회전할 때 접혀 나오는 양쪽 팔까지 세 부위가 임팩트 순간과 동시에 펴지면서 인-아웃 스윙이 완성된다. 즉 수축했던 신체가 펴지면서 절정의 파워를 만들어내는 순간에 타격이 이루어짐으로써 공에 가장 큰 힘을 실어 보낼 수 있는 것이다.
마무리하며
이번 칼럼을 통해 저스틴 터너의 스윙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동작들에 대해 다뤘고, 동시에 전통적 이론에 반하는 몇 가지의 포인트들에 대해서도 언급을 했다. 필자가 본 칼럼을 쓴 이유는 지금까지 존재했던 타격 이론들에 대해 반박하고자 함이 아니며, 또한 터너의 타격폼이 완벽하기에 많은 타자가 따라 해야 한다고 말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레그킥이나 어퍼스윙과 같은 키워드로 대표되는 그의 스윙이 실제로는 그 외에도 얼마나 많은 요소를 갖추고 있는지 보여주고, 이들이 제대로 뒷받침될 때 그의 레그킥과 어퍼스윙도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 따라서 특정 선수의 타격폼을 연구하고자 한다면 그 선수의 전체적인 타격 메커니즘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야구공작소 송인호 칼럼니스트
에디터=야구공작소 나상인
사진 출처=dodgerblue.com
영상 출처=YouTube(MLB, Alex Rodrigu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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