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해라 마이 무따 아이가

(사진=Flickr, Linda Thomas-Fowler, CC BY-NC-ND 2.0)

‘싸늘하다, 가슴에 공이 날아와 꽂힌다.’ 극적인 상황에서는 상상도 하기 싫은 실책. 넉넉한 점수차라도 어이없는 수비 실수 하나에 경기 분위기가 좌우되곤 한다. 따라서 항상 야수들은 수비에 만전을 기하고, 투수들조차 투구를 마친 뒤에는 또 하나의 야수로서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사람의 집중력이란 한계가 있다. 경기 시간이 길어지고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지속되면 최고의 플레이를 해내기란 어려울지 모른다. 선수 출신 해설자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수비 시간이 길어지면 야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진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겠으나, 검증된 말은 아닐지어다.

그렇다면 실제로 경기 시간이 길어지거나 수비를 오래 하고 있으면 선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질까? 이 부분을 실책 수와 연관 지어 추측해보고, 경기를 지연시키는 요인들(투구 간격, 이닝당 투구수, 루틴 등)이 팀 성적을 저해할지에 대해서도 판단해보자.


KBO 리그의 경기 시간

우선 선수들의 경기 시간을 알아보자. KBO리그의 평균경기 시간은 KBO 공식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글이 쓰여진 7월 23일 기준, 2020년도의 평균 경기 시간은 3시간 11분이었다. 개막 연도부터 따져 보자면 대략적인 경기 시간은 3시간 전후로 형성됐다.

<KBO 리그의 평균 경기 시간, 이닝당 소요시간(연장 포함)>

한편 ‘N’포털 문자 중계를 기준으로 평균 1이닝을 소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해 본 결과, 대체적으로 8분 정도가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이한 사항으로는 2019년부터 올해까지 이전보다 눈에 띄게 단축된 이닝 소요 시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시간에 따른 실책

평균 경기 시간을 살펴봤으니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과연 경기 시간이 길어질수록 선수들은 실책을 더 많이 범할까? 분석에 사용된 자료는 2016년 이후 올해 7월 이전까지의 KBO 리그의 데이터다.

<시간에 따른 실책 수, 좌: 한 경기 기준, 우: 한 이닝 기준>

왼쪽 그래프는 한 경기 안에서 경과한 시간에 따른 실책 개수이고, 오른쪽 그래프는 한 이닝 안에서 경과한 시간에 따른 실책 개수이다. 두 경우 모두 통념과 달리 시간이 갈수록 실책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말 시간이 갈수록 실책이 줄어들기 때문이 아니다. 경기나 이닝의 소요시간이 평균에 비해 길어질수록 관측되는 경기의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자연히 실책도 줄어드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따라서 단순 실책 개수가 아닌 실책 비율(실책/인플레이 타구)를 활용하기로 했다. 한 경기를 5분마다, 한 이닝을 30초마다 하나의 그룹으로 나누어 각 그룹의 실책 비율을 나타낸 결과는 아래와 같다.

<경기 시간에 따른 실책 비율(5분 단위 그룹)>
<이닝 소요 시간에 따른 실책 비율(30초 단위 그룹)>

위 두 그래프를 언뜻 보면 경기 시간 3시간 이후, 이닝 소요 시간 15분 이후로 실책 비율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소규모 표본에 의해 비율 변동성이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 아래는 경기 내에서 경과한 시간을 30초 단위로 쪼갠 경우다. 앞서 5분 단위로 쪼갠 경우보다 훨씬 변동폭이 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룹당 표본 개수가 충분하지 못한 경우(아래) 변동성이 심화된다.>

앞서 ‘실책 수’를 다뤘던 보라색 그래프에서는 3시간/15분 이후 상대적으로 아주 적은 실책만 기록되었다. 다시 말해 3시간/15분 이후에는 수비 기회 자체도 아주 적었다는 것이고, 그에 따라 우연히 나온 실책 하나에도 특정 시간 그룹의 전체의 실책 비율이 크게 요동쳤다.

하지만 3시간/15분 이전까지는 평균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 이후에도 평균을 두고 그 주변에서 변한다는 점에서 미루어 볼 때 프로야구 수준에서는 경기 시간이 길어지든 이닝 소요 시간이 길어지든 일반적으로는 실책이 늘어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된다.


그래도 힘들다

야구공작소의 다른 글에 따르면 2019년에는 선수별로 평균 투구 간격이 10초 이상 차이나는 경우도 있었다.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들의 평균적인 이닝당 투구수가 16개쯤임을 감안하면 선수별로 이닝당 평균 3분 정도의 시간이 추가로 소요될 수 있다는 뜻이다. 아마 이닝당 투구수가 더 많고 상대 타자의 루틴도 길어진다면 더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운드에 서 있는 투수들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겠다. 경기 시간이 길어져도, 수비 시간이 늘어나도 등 뒤에 있는 야수들은 특별히 더 많은 실책을 범하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집중한 상태로 오래 서 있는 건 역시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다. 계속해서 수비만 하는 걸 지켜보는 우리들 마음도.


기록 출처: KBO 공식 홈페이지, NAVER 문자 중계


야구공작소 홍길동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오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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