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장원영] 올해 KBO리그 평균 경기 시간이 짧아졌다. 작년 3시간 21분보다 10분이나 줄어든 3시간 11분을 기록했다. 평균 경기 시간을 좌우하는 요소는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투수들의 투구 간격이 결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이에 올해 KBO리그 투수들의 투구 간격을 계산해보기로 했다.
우선 투구 간격 계산식을 도출하기 위해 메이저리그 분석 사례를 찾아봤다. 각 투수의 각 상대 타석에 대한 평균 투구 간격 계산식은 아래와 같았다.
예를 들어 A 투수와 B 타자가 다음과 같은 4구 승부를 펼쳤다면, 해당 타석에 대한 A 투수의 평균 투구 간격은 17초로 계산된다.
위와 같은 계산을 모든 타석에 적용하면 각 투수의 시즌 평균 투구 간격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몇 가지 조건이 존재한다. 우선 투수가 투구 사이에 던진 견제구는 고려하기 어렵다. 따라서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만 투구 간격을 계산할 수 있다. 또한, 40초 이상의 투구 간격은 마운드 방문과 같은 외부 요인 개입으로 간주해 계산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조건을 만족하는 100구 이상을 던진 투수는 올해 총 158명이 있었다. 가장 빠른 템포로 공을 던진 투수는 SK의 박민호였고, 반대로 가장 느린 템포로 공을 던진 투수는 두산의 이형범이었다. 두 선수의 평균 투구 간격 차는 무려 10초나 됐다.
투구 간격과 성적 사이에 상관관계는 찾기 어려웠다. 느린 템포로 던지는 투수는 수비수들을 피곤하게 만들어 성적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만한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비슷한 조사 사례가 있었다.
팀별 편차는 최대 2초 내로 선수 개인별 편차보다 훨씬 작았다. KIA와 SK 투수진이 경기 시간 단축에 앞장선 반면, 두산 투수진은 유일하게 20초대 평균 투구 간격을 기록했다. 다만 오른쪽 그래프에서 보듯 투구 간격이 평균 경기 시간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아니었다. 추후 누적된 시즌별 데이터를 확보하면 평균 경기 시간에 대한 투구 간격의 영향력을 정량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분석을 통해 KBO리그 투수들의 평균 투구 간격은 대체로 20초 이내에 형성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010년에 도입된 ‘12초 룰’이 정확히는 타석에 선 타자의 준비가 끝난 시점과 투구 시점 사이의 간격을 규정한 것임을 고려하면 해당 규정은 잘 지켜지고 있는 셈이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투구 간격이 길고 짧음을 좋고 나쁨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 역시 각 투수의 고유한 특성인 만큼 투구 간격과 경기 내용 사이 연결고리를 찾는 흥미로운 후속 연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표지 사진 = Wikimedia Commons
에디터 = 야구공작소 서주오, 박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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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투구간격이 짧은 박민호선수가 로진백과 모자를 만지다가 홈스틸을 허용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