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KBO리그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SK 와이번스 리카르도 핀토

리카르도 안토니오 핀토 발레라(Ricardo Antonio Pinto Valera)

선발투수, 우투우타, 183cm, 88kg, 1994년 1월 20일생

[야구공작소 순재준] 지난해 SK 와이번스는 순항 중이던 다익손을 소사로 교체하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다익손보다 확실한 선발로 정규시즌 1위를 굳히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시즌 말 급격한 부진 속에 SK는 한국시리즈에 직행하지 못했고 실패한 카드 소사와는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요미우리와 계약을 맺은 산체스와 소사를 대체할 강속구 투수로 영입된 것은 베네수엘라 출신의 리카르도 핀토였다.

배경

2011년 핀토는 만 17살의 나이에 계약금 15만달러를 받고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아마추어 계약을 맺었다. 2015년 상위 싱글 A에 올라온 핀토는 15승 4패, ERA 2.97의 우수한 기록으로 팀 내 유망주 순위를 11위까지 끌어올렸다(베이스볼 아메리카 기준). 여기에 필리스에서 매년 뛰어난 마이너리그 선수에게 주는 상인 ‘폴 오웬스’ 상까지 받은 핀토는 팬들에게 이름을 각인시켰다.

이듬해인 2016년, 더블 A에서 풀타임 선발을 소화한 핀토는 좋은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을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정말 그뿐이었다. 여기에 평균 이상의 커브와 슬라이더를 장착한다면 메이저 4~5선발로 활약할 수 있었겠지만 핀토의 브레이킹볼이 발전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2017 시즌을 앞두고 40인 로스터에 오르며 트리플 A로 리그를 옮긴 핀토는 시즌 초반 선발로 등판하다가 5월 말부터 불펜으로 보직을 바꿨다. 필라델피아는 얼마 지나지 않은 5월 31일 핀토를 메이저로 콜업해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원정 경기에 등판시켰다. 하지만 4회에 등판한 그는 2이닝 6피안타 3볼넷이라는 악몽 같은 기록을 남긴 채 다시 마이너리그로 내려가야 했다.

핀토는 이후에도 메이저와 마이너리그를 전전했지만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빠른 구속을 자랑하던 포심의 위력을 살리고자 불펜으로 보직을 바꿨지만 이 포심마저도 메이저리그에서 난타당했기 때문이다. 결국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트레이드된 핀토는 탬파베이 레이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의 마이너 팀을 오갔다. 26살(1994년생)이라는 젊은 나이에 이미 상당한 시간을 마이너리그 불펜에서 보낸 그는 KBO로 눈을 돌리며 SK 와이번스와 계약을 맺기로 했다.

핀토의 커리어 통산 성적 / 출처: Baseball-Reference

스카우팅 리포트

핀토는 183cm에 88kg으로 투수로서 뛰어난 신체조건을 지닌 선수는 아니다. 하지만 스리쿼터의 팔 각도와 크로스파이어(corssfire) 투구폼은 우타자에게 상당히 위협적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비교적 작은 체구에도 평균 시속 95마일(153km/h), 최고 시속 97마일(156km/h)의 빠른 패스트볼을 구사할 수 있다.

핀토가 던지는 포심과 투심,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중 포심과 체인지업은 데뷔 이래 항상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80마일 초반(129km)의 체인지업은 디셉션도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이런 위력을 보인 체인지업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핀토의 발목을 잡은 것은 브레이킹볼이었다. 선발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커브와 슬라이더로 탈삼진 능력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에도 커브 장착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그나마 구사하던 슬라이더의 완성도를 높이려는 노력도 큰 성과가 없었다.

하지만 패스트볼은 더 심각한 문제였다. 마이너리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핀토의 패스트볼이 메이저에서는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첫 시즌인 2017년 25경기에서 핀토의 포심 피안타율은 0.404, 싱커(투심) 피안타율은 0.381을 기록했다. 마이너리그 통산 2.9의 BB/9이 메이저리그에서 5.3까지 치솟는 등 제구력이 악화하는 점도 문제였다.

전망

핀토가 메이저리그에 정착하지 못한 원인 중 하나는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을 뒷받침할 브레이킹볼의 부재였다. 메이저리그보다는 낮은 수준의 KBO리그에서도 싱커-체인지업 투피치만으로 선발진에 정착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기존에 던지던 슬라이더의 완성도를 얼마나 끌어올리느냐가 KBO리그에서의 성공을 판가름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최근 메이저리그 등판 기록이 적어 현재 핀토의 슬라이더의 구사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다.

최근 들어 싱커-체인지업으로 많은 탈삼진과 땅볼을 유도하던 핀토와 SK의 궁합도 중요하다. 크기가 작은 SK의 홈구장에 땅볼 유도형 투수는 적합해 보인다. 문제는 SK 내야진의 수비력이다. 3루에 뛰어난 수비를 자랑하는 최정이 있지만 김성현을 비롯한 센터라인에는 물음표가 남는다. 더구나 SK는 이번 겨울에도 내야 센터라인을 보강하지 않았다. SK의 키스톤 자리를 차지할 주인공들이 핀토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느냐가 이번 시즌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이닝 소화 능력에 대한 걱정은 덜어도 될 것으로 보인다. 핀토는 데뷔 후 6년간 마이너리그에서 선발로 등판했고, 불펜으로 등판했던 최근 3년 동안에도 선발과 병행하며 여러 이닝을 소화했다. 지난해 28경기(6선발)에서 123.1이닝을 투구했을 정도다. 선발 등판이 익숙하고 불펜에서도 긴 이닝을 소화하는 만큼 SK의 마운드 운용에 대한 부담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팀의 상징이었던 김광현과 뛰어난 활약을 펼친 두 외국인 투수를 떠나 보내며 리그 최강의 선발진을 전면 개편하게 된 SK. 산체스와 소사처럼 빠른 공을 구사하며, 켈리와 다익손처럼 어린 핀토의 성공 여부가 개편의 핵심이 될 것이다. 핀토가 켈리의 뒤를 이어 SK 선발진의 주축을 맡게 될지, 다익손의 뒤를 이어 한국을 떠나게 될지 지켜보자.

기록 출처: milb.com, Baseball-Reference, Baseball America, Brooks Baseball, Fangraphs


에디터=야구공작소 박기태, 박효정

일러스트=야구공작소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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