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KBO리그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KT 위즈 샘 힐리어드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최주아 >

샘 힐리어드 (Sam Hilliard)

1994년 2월 21일생 (만 31세)

좌투좌타 / 196cm 107kg

2025시즌

앨버커키 아이소톱스(AAA) 91경기 414타석 17홈런 15도루 .288/.367/.565 K% 26.1 BB% 11.4

콜로라도 로키스(MLB) 20경기 61타석 2홈런 2도루 .196/.328/.412 K% 37.7% BB% 16.4%

계약 총액 100만 달러 (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70만 달러)

 

멜 로하스 주니어의 시대는 끝났다. KBO리그 역대 최고의 외국인 타자 중 한 명인 그도 노쇠화를 이겨내진 못했다. 로하스의 지난해 wRC+는 107에 불과했다. 이전 시즌 153보다 크게 떨어진 수치였다.

로하스를 시즌 중 방출하고 KT 위즈가 고른 대체자는 앤드류 스티븐슨이었다. 하지만 스티븐슨도 KT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를 안겨다 주진 못했다. 로하스와 달리 풀타임 중견수를 보긴 했지만 104 wRC+로 공격력은 대동소이했다. 168타석에서 홈런을 3개밖에 치지 못한 장타력도 아쉬웠다.

아쉬웠던 2025시즌을 뒤로 하고 KT가 선택한 새로운 외국인 타자는 바로 샘 힐리어드다.

 

배경

힐리어드는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콜로라도 로키스의 지명을 받고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15라운드 437순위라는 낮은 지명 순위에서 엿볼 수 있듯 아마추어 시절부터 높은 기대를 받은 선수는 아니었다. 2년 간의 주니어 칼리지 경력과 투타 겸업으로 인한 타자로서의 경력 부족은 MLB 구단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다.

하지만 힐리어드는 마이너리그에 데뷔한 뒤 준수한 타격 성적과 뛰어난 운동 능력으로 점점 기대를 모았다. 빅리그를 밟기 전까지 힐리어드는 마이너리그에서 타율 .277, 출루율 .350, 장타율 .480을 기록했다.

MLB 파이프라인 기준 2017년 팀 내 유망주 30위, 2018년 팀 내 유망주 12위, 2019년 팀 내 유망주 10위로 매년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높은 헛스윙률은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었지만 빼어난 파워, 스피드, 어깨는 스카우트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2019시즌 말 데뷔 후 잠깐 맛본 MLB 첫 경험은 무척이나 달콤했다. 87타석 동안 7개의 홈런을 치며 OPS는 무려 1.0을 넘겼다. 약점으로 꼽혔던 삼진율도 26.4%로 약간 높지만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는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컨택 문제, 좌투수 상대 약점 등으로 타 기관에 비해 힐리어드를 낮게 평가했던 팬그래프마저도 시즌 후 팀 내 5위 유망주로 평가를 올릴 만큼 좋은 퍼포먼스였다.

그러나 그 이후 힐리어드의 커리어는 순탄하게 풀리지 않았다. 컨택 능력에 대한 우려가 결국 사실로 드러나고야 말았다 만 것이다. 2020~2025시즌 동안 힐리어드의 MLB 삼진율 35.1%는 같은 기간 500타석 이상을 소화한 MLB 타자들 중 하위 2%에 해당했다. 기존 강점이었던 파워, 스피드, 어깨는 충분히 플러스 등급을 받을 만한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MLB에서 살아남기엔 컨택 능력의 결함이 그 이상으로 너무나 거대했다.

컨택 문제의 실체가 드러난 후에도 힐리어드의 툴을 보고 희망을 놓지 않은 사람들은 여전히 일부 남아 있었다. 하지만 힐리어드는 결국 기회를 잡지 못했다. 결국 2024시즌부터는 MLB보다 마이너리그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길어지기 시작했다. 2025시즌 종료 후 FA 신분이 된 힐리어드는 KT의 손을 잡고 KBO행을 선택했다.

 

스카우팅 리포트

힐리어드는 뛰어난 파워, 부족한 컨택 능력의 소유자다. 최근 KBO리그 외국인 타자들 중 비슷한 유형으로는 패트릭 위즈덤이 있다. 두 선수의 Raw Power는 거의 비등하게 뛰어나다. MLB 기준으로도 플러스 등급 혹은 그 이상으로까지 평가받을 수 있는 수준이다.

< 2020~2025년 MLB 750타석 이상 타자 중앙값과 비교 >

그러나 실질적인 장타력을 의미하는 Game Power는 위즈덤이 확실히 위였다. 이유는 단순하다. 위즈덤이 뜬공을 더 많이 쳤기 때문이다.

< 2020~2025년 MLB 750타석 이상 타자 중앙값과 비교 >

두 선수 모두 컨택률은 상당히 좋지 않다. 위즈덤의 컨택률이 힐리어드보다 높기는 하다. 약 4%의 컨택률 격차는 꽤 유의미하다. 하지만 두 선수의 삼진율은 그다지 차이가 없다. 오히려 힐리어드가 약간 더 낫다.

< 2020~2025년 MLB 750타석 이상 타자 중앙값과 비교 >

이러한 결과를 만든 건 두 선수의 어프로치 차이다. 위즈덤의 어프로치는 극단적으로 장타에 치중되어 있다. 동일 기간 당겨친 플라이볼 비율이 MLB 전체 상위 1%에 달할 정도다. 당겨친 플라이볼 같은 극단적인 유형의 타구 생산에 최적화된 스윙은 적절한 타이밍이 아니라면 컨택에 성공하더라도 파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위즈덤은 컨택된 타구 중 파울이 차지하는 비율이 59.3%로 동일 기간 MLB에서 가장 높았다.

반면 힐리어드는 비교적 일반적인 어프로치를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컨택이 인플레이 타구로 이어져 스트라이크 카운트로 전환되지 않는 비율이 위즈덤보다 더 높았다. 따라서 위즈덤보다 낮은 컨택률로도 삼진을 약간 덜 당할 수 있었다.

< 2020~2025년 타격 비교 >

결과적으로 두 선수의 타율과 출루율은 거의 비슷했지만 장타율에서 위즈덤이 큰 우위를 점했다. 게다가 힐리어드는 MLB 커리어 대부분 동안 대표적인 타자 친화 구장인 쿠어스필드를 홈구장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wRC+ 차이는 표면적인 스탯보다 더 컸다. MLB 커리어만 놓고 봤을 때는 위즈덤이 분명히 위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2026시즌 힐리어드가 2025시즌 위즈덤보다 못 할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는 없다. 우선 2025시즌 위즈덤의 성적은 최악은 아니었다. 하지만 MLB 경력을 기반으로 받은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성적이었다.

일반적으로 동일한 실력의 타자라면 더 낮은 수준의 리그에서는 더 높은 수준의 리그보다 향상된 HR/FB, BABIP 등의 지표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2025시즌 위즈덤의 HR/FB는 MLB 통산과 차이가 없었고(22.1%->22.4%), BABIP는 오히려 MLB 통산보다 퇴보했다(0.271->0.257). 시즌 중 수차례 위즈덤을 괴롭힌 허리 부상의 영향도 없지 않을 것이다.

또한 위즈덤보다 힐리어드의 KBO 적응에 유리하게 작동할 수 있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첫 번째는 바로 구속이다.

< 2020~2025 패스트볼 상대 성적 >

힐리어드는 시속 94마일(151.3킬로미터) 이하의 패스트볼을 상대로 그보다 빠른 패스트볼 상대보다 압도적으로 좋은 타구질을 뽑아냈다. 시속 94마일 이상의 패스트볼을 상대로 더 나았던 위즈덤과는 반대다. KBO리그 수준의 패스트볼을 상대로는 힐리어드가 위즈덤보다 꿀리지 않을 수도 있다.

< 2020~2025 변화구 상대 성적 >

변화구에서도 패스트볼과 유사한 경향이 관측된다. 힐리어드는 시속 85마일(136.8킬로미터) 이상의 변화구를 상대로 컨택과 타구질 모두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였다. 역시 시속 85마일 이상의 변화구를 상대로 더 강했던 위즈덤과 반대다. KBO리그도 구속이 빨라지고 있지만 시속 94마일 이상의 패스트볼, 시속 85마일 이상의 변화구를 던지는 투수는 아직 많지 않다.

느린 공에 더 강하다는 힐리어드의 특성은 그 자체만 놓고 보았을 때는 딱히 특별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느린 공에 빠른 공보다 이점이 없었던 위즈덤과는 분명히 대비되는 점이다.

물론 타자들은 리그가 변하면 그 리그의 구속 수준에 차차 적응해 나간다. 따라서 힐리어드가 위즈덤보다 느린 공에 더 강했다고 해서 KBO 리그에서 위즈덤보다 더 잘할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다. 하지만 시즌 초 리그 적응에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특성인 것도 사실이다.

두 번째는 MLB와 KBO리그의 포심-싱커 비율 차이다. 힐리어드는 포심보다 싱커에 크게 더 약하다. 싱커에 더 강했던 위즈덤과는 또 반대다.

< 2020~2025 RV/100 비교 >

위즈덤은 2025시즌 KBO에서 포심 RV/100 -0.14, 싱커 RV/100 2.63으로 싱커에 더 강한 모습을 보였다. 작은 표본이니만큼 값이 튀긴 하지만 KBO에서도 동일한 경향이 유지된 것이다.

MLB에서는 KBO보다 투수들이 싱커(투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2025시즌 기준 MLB 좌타자들에게 던져진 포심 대비 싱커 투구 비율은 38%에 달했다. 2025시즌 KBO리그 좌타자들의 16.2%와는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KBO리그에서 힐리어드의 약점이 싱커라는 것을 알고 적극적으로 공략하려고 하더라도 싱커를 던지는 투수 자체가 절대적으로 적다. 특히 힐리어드가 더 확실한 약점을 보인 좌완 싱커의 경우 문제가 더 커진다. 규정이닝 30% 이상을 기준으로 끊더라도 싱커 구사율이 10%를 넘은 좌완 투수는 단 네 명(박시후, 잭로그, 콜어빈, 반즈)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네 명 중 절반(콜어빈, 반즈)은 2026시즌 재계약에 실패했다. 힐리어드의 큰 약점 중 하나가 봉쇄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MLB에서 KBO리그로의 환경 변화가 힐리어드에게 유리한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KBO리그의 ABS 존은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 2020~2025 힐리어드 존 별 스탯 (포수 시점) >

MLB 시절 힐리어드가 가장 어려움을 겪었던 스트라이크 존은 상단 3분의 1이다. 헛스윙은 압도적으로 많이 당했고 타구질도 중단과 하단보다 좋지 않았다.

하지만 힐리어드는 스트라이크 존 상단 3분의 1에서 판정 이득을 봤다. 해당 구역 스트라이크 판정 비율 63.5%는 동일 기간 MLB 평균 80.9%보다 턱없이 낮은 수치다.

인간 심판은 키가 매우 크거나 작은 타자의 존 상하단 판정에 어려움을 겪는다. 일반적으로 키가 매우 큰 타자는 상단에서 판정 이득을 보고 하단에서는 손해를 본다. 키가 매우 작은 타자는 그 반대다. 196cm에 달하는 힐리어드의 큰 키가 스트라이크 판정에 영향을 끼친 것이다.

힐리어드는 KBO리그에서 레이예스와 공동 최장신 타자에 해당한다. 하지만 ABS 시스템하에서는 이전과 같은 존 상단 판정 이득을 기대할 수 없다. KBO리그 투수들의 제구력이 힐리어드의 존 상단을 자유롭게 공략할 만큼 정교하다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

 

힐리어드의 주루 능력은 MLB에서도 상위권이다. 초당 28.9피트의 스프린트 스피드는 상위 10%에 아깝게 못 미친다. 순수 스피드는 김혜성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얘기다.

주력에 걸맞은 도루 능력도 갖추고 있다. 1.9%의 도루 시도율도 동일 기간 MLB 평균 1.2%보다 높고 성공률도 86.7%(26도루 4실패)로 안정적이다.

 

힐리어드는 전문 외야수다. 외야수가 아닌 포지션을 소화한 경험은 2017년 하이 싱글 A에서의 36이닝이 마지막이다. 하지만 계약 발표 당시 KT는 2026시즌 힐리어드를 주전 1루수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FA 시장에서 거액을 들여 최원준을 영입했지만 전문 1루수 자원은 마땅히 없는 팀 사정 때문이었다. KBO에서 1루수로 포지션 전환에 성공한 테임즈와 오스틴처럼 힐리어드도 가능할 것이라는 구단의 계산도 있었다.

그러나 힐리어드는 스프링캠프에서 1루 수비에 바로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사령탑은 빠르게 계획을 수정했다. 현재로서는 김현수가 1루수 자리를 대신 맡고, 힐리어드는 본래 주 포지션인 외야수로 뛸 예정이다.

일단 힐리어드 개인만 놓고 봤을 때는 긍정적인 계획 수정이다. 만약 1루수 전환에 성공하더라도 1루수라는 포지션 특성상 수비 기여도에 한계가 있다. 또한 힐리어드는 MLB 외야수 중에서도 평균적인 수비력(2065.2이닝 FRV -1)을 갖추고 있었다. KBO리그에서는 평균 이상의 외야 수비를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힐리어드 본인도 1루보단 외야를 원한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전망

KT는 직전 외국인 타자 영입과 완전히 상반되는 선택을 했다. 직전 외국인 타자였던 스티븐슨은 외국인 타자 풀 중에선 안정적인 선택이었다. 힐리어드는 스티븐슨보다 위험성이 훨씬 더 높지만 성공했을 때의 고점도 그만큼 더 높다. 1루 수비가 아직 미지수라는 점도 고점과 저점과의 간극을 더욱 넓힌다.

결국 힐리어드의 성공 여부는 삼진율 억제에 달려 있다. 최근 2년 트리플A에서의 삼진율은 25.8%로 동일 기간 MLB에서의 36.1%보다 10%p 이상 낮다. MLB보다는 트리플A 수준에 훨씬 더 가까운 KBO리그에서 20%대 중반의 삼진율을 유지할 수 있다면 만족스러운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다. 타석에서 MLB 시절보다 지나치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다 성공적인 KBO 적응에 실패한 위즈덤과는 다른 길을 걸어야 한다.

 

참조 = Fangraphs, Baseball Savant, Baseball Reference, Baseball America

야구공작소 정승환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도상현, 장호재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최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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