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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데릭 피셔와 캐반 비지오, 그 한 끗의 차이

By 야구공작소
2019년 10월 24일 5 Min Read
0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캐반 비지오(출처: USA Today)

[야구공작소 신하나] 선수 A는 한 때 최고의 유망주 중 한 명이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로부터 2014년 드래프트에서 보상라운드(1라운드와 2라운드 사이)에 지명됐던 그는 2016년 메이저리그 전체 유망주 84위에 오르기도 했다. 외야수로서 수비에 대한 감각이 약하고 헛스윙이 좀 많다는 문제점을 지녔지만, 빠른 발과 홈런을 칠 수 있는 힘 등을 갖춰 중심타선에서 20-20을 기대할 만한 5툴 유망주로 평가받았다.

선수 B의 아버지는 휴스턴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명예의 전당에 오른 선수였다. 하지만 선구안 외에 마땅히 내세울 게 없었던 탓에, 2016년 드래프트에서 고작 4라운드(토론토 블루제이스) 지명에 그쳤다. 프로 커리어에서도 파워, 스피드 뭐 하나 인상적인 면모를 보여주지 못해 메이저리그 유망주 랭킹 100위권에 이름을 올린 적도 없었다.

2019년 성적
1: 100경기 430타석 16홈런 14도루(0실패) 0.234/0.364/0.429 fWAR 2.4
2: 57경기 167타석 7홈런 5도루(1실패) 0.185/0.287/0.370 fWAR 0.0

2019 시즌 A와 B의 성적이다.  과연 어느 쪽이 A의 성적일까? 아마 많은 이들이 선수 A가 1의 성적을, B가 2의 성적을 기록했으리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틀렸다. 정반대다. 이 두 선수의 이름을 이제 밝히겠다.  A는 휴스턴에서 토론토로 시즌 중에 이적한 데릭 피셔고, B는 캐반 비지오다.

 

생각보다 닮은 두 명

2018년 비지오가 AA 레벨에서 장타력에 눈뜬 이래로 둘은 상당히 유사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단순히 홈런 20개, 도루 20개로 표현할 수 있는 부분뿐 아니라 리그 상위권 수준의 스피드, 평균 이하의 수비력, 리그 최상위에 속하는 볼넷 비율까지 닮은 구석이 많다. 특히 리그에서 유인구 스윙빈도가 리그 최하위 수준으로 낮은 편이면서 유인구에 대한 컨택 능력이 리그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점마저도 일치한다.

그림1. 피셔와 비지오의 구역별 스윙 비율(일러스트=야구공작소 최원영)

위의 그림에서 보다시피, 둘 모두 선구안과 절제력이 메이저리그에서도 최상위에 속한다.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구역별로 그들이 지켜보는 공과 스윙을 가져가는 공 비율이 놀라울 정도로 일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부분의 타자들이 헛스윙을 당하는 코스에 대한 비지오와 피셔의 스윙 비율은 오히려 압도적으로 낮은 편이다.

 

피셔의 컨택트 이슈 들여다보기

그렇다면 저 정도로 비슷한 타격 성향을 갖고 있는 두 선수의 2019시즌 성패를 가른 요인은 도대체 무엇일까? 피셔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부분은 바로 헛스윙이다. 특히 그가 스트라이크존이 아닌 쪽으로 향하는 공을 쫓아갔을 때 컨택트에 성공한 비율(Chase CT%)은 메이저리그 그 어느 선수들과 비교해도 낮다. 먼저 이 지표가 얼마나 문제가 되고 있는지 좀 살펴보도록 하겠다.

투수가 상대 타자에게 유인구를 던져서 헛스윙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과정이 필요하다. 먼저 상대 타자가 방망이를 내야 하고, 그 다음에는 맞추는 데에 실패해야 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팬그래프에서 제공되는 데이터인 O-Swing%*, O-Contact%**를 이용해 O-Miss%***, 즉 투수 입장에서 스트라이크 바깥으로 공을 던져 상대 타자로부터 헛스윙을 유도해낸 비율을 계산해 보면 재미있는 결과가 나온다.

*O-Swing%: 스트라이크 존 밖으로 향한 공들 가운데 타자가 스윙한 비율
**O-Contact%: 스트라이크 존 밖으로 향한 공들에 타자가 스윙을 했을 때 컨택트에 성공한 비율
***O-Miss%: 스트라이크 존 밖으로 향한 공들 가운데 타자가 헛스윙한 비율(컨택트에 실패한 비율)

피셔의 경우 리그에서 거의 가장 낮은 컨택트 비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동시에 동료들보다 훨씬 더 적은 스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스트라이크존 밖으로 향하는 공에 대한 헛스윙 확률은 예상보다 낮은 편이었다. 80타석 이상 소화한 선수들 중 피셔의 O-Miss%는 12.2%로 전체 479명의 타자 가운데 275위였다. 이는 최하위권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른 결과였다.

되려 가장 큰 문제는 존 안쪽으로 들어오는 공들이다. 피셔는 이런 공들에 대해 잘 맞히지도 못하는데(80타석 이상 소화한 478명 가운데 하위 28위) 스윙도 하지 않는다. 그가 존 안쪽으로 들어오는 공들에 대해 스윙을 하는 빈도는 60.7%로 뒤에서 39위에 해당한다.

소위 미트볼이라고 부르는 곳에 대해서는 더욱 심하다. 일반적으로 스트라이크존을 9분할했을 때 좌우로도 상하로도 한가운데에 있는 곳을 미국에서는 미트볼 존이라고 부른다. 투수 입장에서는 제일 피해야 하는 곳이 이곳이다. 다른 곳들에 비해 훨씬 많은 장타를 헌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피셔는 이런 미트볼을 상대로 겨우 58.3%의 스윙을 가져가고 있는데 다른 타자들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수치다.

표1. 피셔와 보이트 비교

피셔와 타석에서의 절제력 측면에서 가장 유사한 수치를 보이는 선수는 뉴욕 양키스의 1루수 루크 보이트다. 보이트는 이번 시즌 한차례의 장기 부상에도 불구하고 21홈런 OPS 0.842를 기록하며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그는 피셔보다 스트라이크존 밖의 공에 대해서 더 많은 헛스윙을 하지만 존에 들어온 공에 스윙을 했을 때의 컨택트 비율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더 높지도 않다. 그러나 차이는 명확하다. 존에 들어온 공에 대해 훨씬 많은 스윙을 하고 있으며 미트볼은 반드시 잡아내려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타자들이라면 기본적으로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온 공들을 맞춰야 한다. 그리고 더 많이 맞추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컨택트 성공률을 높이거나, 많이 휘둘러서 공이 배트에 맞기를 기대하는 방법이다.

 

정답은 팀 동료에게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비지오 역시 현지시각으로 8월 25일 경기까지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당시 그의 슬래시라인은 0.203/0.330/0.356으로 피셔의 이번 시즌 성적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그러나 8월 26일 이후에는 0.323/0.453/0.634라는 엄청난 성적을 기록하며 시즌 성적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8월 31일, 비지오는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타격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인터뷰를 했다. “공격적인 타격을 하면 타이밍도 좋아지고 공 자체도 더 잘 보게 됩니다. 타석에 들어섰을 때 초구를 포함해 어떤 공이든 기꺼이 스윙을 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합니다. 지난 2주 동안 저는 상대 투수가 던진 첫 2개의 공에 따라 수동적인 자세를 취했습니다. 그리고 투수들은 그것을 이용했어요.” 그리고 이 결과는 스트라이크 안쪽으로 들어온 초구들에 대한 수치로도 확인 가능했다.

표2. 스트라이크존 안쪽으로 들어온 초구를 대상으로 한 비지오의 스윙 결과

이는 비지오의 타격 스타일을 생각했을 때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다. 먼저 그는 초구가 볼로 들어오는지 스트라이크로 들어오는지 그 어떤 타자보다 잘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실제로 그의 Z-Swing%은 O-Swing%의 4배가 넘어가는데, O-Swing대비 Z-Swing(Z-Swing%/O-Swing%)으로 따질 경우 메이저리그 1위다. 한마디로 그가 스윙을 했을 경우에는 그것이 스트라이크일 확률이 매우 높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설령 그것이 헛스윙이 되거나 파울이 돼 0-1이라는 불리한 카운트가 되더라도 그의 선구안은 거기에서부터 투수와의 볼카운트 싸움을 능하게 해주는 좋은 도구가 된다.

피셔 역시 마찬가지다. 그의 Z-Swing% 역시 O-Swing%의 3배에 육박하며 O-Swing 대비 Z-Swing(Z-Swing%/O-Swing%)은 80타석 이상 소화한 선수들 478명 가운데 25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훌륭한 선구안을 바탕으로 스트라이크와 볼 판별을 잘 하기 때문에 비지오와 마찬가지로 초구에서 공격적인 전략을 택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피셔의 배럴타구 비율은 12.4%로 50개 이상의 타구를 날린 478명의 선수들 가운데 무려 53위에 위치해 있다. 즉 그가 컨택트에 성공할 경우 장타로 이어질 확률이 높을 것이라는 의미다. 초구부터 적극적은 스윙을 통해 인플레이 타구의 양을 늘린다면 좋은 성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재료들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피셔는 이번 시즌을 기준으로 휴스턴과 토론토에서 전혀 다른 타격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일단 존 안에 들어오는 공들에 대한 스윙 비율이 70.2%에서 55.7%로 급감했다. 그리고 초구에서도 이에 상응하는 변화가 일어났다. 존 안에 들어오는 초구를 기다리는 비율이 50%에서 69.3%로 크게 증가했다. 피셔의 토론토에서의 타격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게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변한 것이다.

 

2020시즌과 새 출발

피셔의 2019시즌은 정말 끔찍했다. 평균자책점 1위 출신의 토론토 프랜차이즈 스타와 트레이드 되어 입단하자마자 얼굴로 공을 받아내는 수비로 온갖 조롱을 겪어야 했고, 아마 그로부터 심리적인 압박감도 많이 받았을 것이다.

2020시즌은 새 출발이다. 시즌을 고무적으로 마친 비지오도, 내내 엉망이었던 피셔도 다를 것이 없다. 분명 이들은 내년에 거의 붙박이 수준으로 기회를 많이 받을 것이고, 또한 기회를 받는 만큼 가치를 증명할 필요도 있다. 과연 두 명의 닮은꼴 스타, 그러면서도 2019시즌의 명암은 확실히 갈렸던 선수들이 어떤 시즌을 보내게 될까?

 

출처=Fangraphs, Baseball Savant

에디터=야구공작소 송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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