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야구공작소 조예은)
조 윌랜드(Joe Wieland)
선발투수, 우투우타, 188cm, 93kg, 1990년 1월 21일생
[야구공작소 김동윤] 지난해 KIA 타이거즈는 투수 운용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2017년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큰 보탬이 됐던 외국인 투수들의 하락세가 그 원인 중 하나였다. 팻 딘은 부진을 거듭한 끝에 시즌 도중 불펜으로 전환했고, 헥터 노에시는 ERA가 예년보다 1점 이상 상승했다. 2016년부터 양현종과 함께 KIA의 선발진을 이끌었던 헥터의 하락세는 특히 뼈아팠다. 2016~2017년 두 시즌 연속 200이닝 이상을 소화했던 이닝이터로서의 면모는 2018년에도 보여줬지만(29경기 174이닝, 평균 6이닝) ERA 4.60이란 성적표는 기대치에 비해 아쉬웠다.
그의 하락세와 지난해 불거진 외국인 선수에 대한 세금 문제가 맞물려 KIA는 헥터와 3년의 동행을 끝냈다. 그리고 그를 대체할 선수로 일본프로야구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에서 뛰던 조 윌랜드를 선택했다. 그동안 KIA는 일본프로야구에서 검증된 외국인 투수를 잘 데려오는 편이었다. 지난 10년 간 일본프로야구에서 바로 데려온 투수만 해도 윌랜드를 포함해 여섯 명이나 된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는 2009년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도왔던 릭 구톰슨이 있다.
배경
고교 시절 윌랜드는 안정적인 제구력을 바탕으로 좋은 투구 동작과 디셉션이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때문에 2008년 드래프트에서 텍사스 레인저스에게 지명 될 수 있었지만, 평균 90마일의 평범한 패스트볼과 다소 단조로운 구종은 전체 123번이라는 낮은 순번으로 지목 받는 원인이 됐다. 그는 사실 타격에서도 재능을 보였는데 텍사스에 지명 받기 전, 그가 진학 예정이었던 샌디에이고 대학교는 윌랜드를 투타겸업을 하는 선수로 여길 정도였다. 이러한 윌랜드의 타격 재능은 9년 후 일본프로야구 무대에서 살짝 엿볼 수 있었다.
평범한 패스트볼 구속 탓에 최상위 라운드에 지목 받진 못했지만 제구력과 스터프만큼은시카고 컵스의 마크 프라이어에 비견됐다. 프라이어는 빠른 구속, 뛰어난 스터프, 안정적인 제구력으로 2001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2번으로 지명될 만큼 유명했던 유망주였다. 윌랜드는 프라이어처럼 빠른 공은 없었지만 보조 구종의 개발이 동반된다면 향후 메이저리그 2,3선발에 도달할 수 있을 거란 평가도 받았다.
윌랜드의 스터프와 제구력에 대한 스카우트들의 평가는 허언이 아니었다. 그의 마이너리그 통산 9이닝 당 삼진 수는 8.24개, 9이닝 당 볼넷 수는 1.88개로 우수했다. 그 덕분에 유망주 자격이 사라질 때까지 어느 팀에서든 꾸준히 팀 내 유망주 순위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그 중2011년은 윌랜드에게 최고의 해였다. 2009년 싱글 A 무대 데뷔 이후 26경기 155.2이닝 1.97 ERA로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더블 A 레벨에서 생애 첫 노히터를 기록했다. 그로부터 이틀 뒤 로비 얼린과 함께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로 트레이드 된 그는 베이스볼 아메리카 선정 샌디에이고 유망주 순위 7위에 올랐다. 팀 내 7위는 마이너리그 시절 윌랜드가 받은 최고 유망주 순위다.
하지만 끝내 최고 유망주 대열에는 합류하지 못했다. 잦은 부상과 느린 패스트볼을 보완해줄 보조 구종의 부재가 원인이었다. 두 번의 팔꿈치 수술과 쉽지 않은 재활 과정을 거치면서 그에 대한 기대치는 메이저리그 2,3선발에서 스윙맨으로 점차 낮아졌다. 기존의 커브와 체인지업에 슬라이더까지 장착했지만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이후 메이저리그에 데뷔하고 LA 다저스, 시애틀 매리너스, 애틀란타 브레이브스를 거쳤으나 메이저리그 성공을 향한 도전은 결국 2016년에 막을 내렸다.
그는 2017년 일본의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에 입단하며 아시아 무대에 첫 발을 들였다. 그러나 여기서도 부상이 문제였다. 첫 해에는 팔꿈치 통증이 있었지만 팀을 일본시리즈까지 이끌며 좋은 모습을 보였으나 두 번째 해는 스프링캠프부터 팔꿈치 통증에 시달리면서 온전한 시즌을 소화하지 못했다. 윌랜드가 요코하마에서 소화한 이닝은 2017년 133이닝, 2018년 92이닝에 불과하다.
스카우팅 리포트
윌랜드는 평균 90마일, 최고 93마일의 포심 패스트볼, 평균 74마일의 커브, 평균 85마일의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가지고 있다. 네 가지 구종을 구사할 줄 알지만 체인지업은 어디까지나 보조 구종일뿐 승부처에서 즐겨 쓰는 구종은 포심 패스트볼과 커브다. 최근 일본에서도 포심 패스트볼(55%), 커브(25%), 체인지업(15%) 외 구종은 거의 쓰지 않았다. 선발투수로서 데뷔부터 꾸준히 지적돼 온 보조 구종의 필요성을 기억한다면 그의 단조로운 볼 배합은 꽤나 아쉬운 점이다.
늦게 배운 슬라이더는 높은 부상 위험 탓에 되도록 쓰지 않았고 세 번째 구종 체인지업은 일본 진출 뒤에도 불안정했다. 분명 일본에서의 2년 동안 가장 많은 헛스윙을 유도한 구종은 체인지업이었다. 하지만 함께 기록된 0.340 이상의 높은 피안타율은 체인지업이 결코 믿을만한 구종이 될 수 없음을 뜻한다. 실제로 지난해 부상 복귀 후 구속과 체인지업 비율을 높였지만 플라이볼 대비 홈런 비율만 더 늘었다(HR/FB% 10.0 > 16.3).
*Whiff%=상대 타자들이 해당 구종에 헛스윙한 비율
미국과 일본에서도 결코 빠르다고 볼 수 없는 평균 91마일의 패스트볼 구속과 겨우 평균 수준의 변화구를 가졌음에도 윌랜드가 수 년간 프로야구 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안정적인 제구력과 배짱이었다. 주가가 가장 높던 2011년과 2012년, Baseball America는 그를 최고의 제구력을 가진 샌디에이고 마이너 투수유망주로 선정했다. 비록 앞서 말한 한계로 인해 트리플 A 이상의 무대에서는 ERA 4점 대 이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비슷한 볼넷-삼진 비율로 ERA 2.98을 기록한 일본에서의 첫 시즌은 KBO 리그에서도 희망을 갖게 한다. 최고 94마일까지 나오는 패스트볼 구속은 KBO 리그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으며, 70마일 중반의 느린 커브와의 조합은 일본에서처럼 한국에서도 통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위의 낙관적인 평가는 그가 건강하다는 가정 하에 이뤄진다. 윌랜드는 2012년 어깨 통증으로 인해 부상자 명단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팔꿈치 내측 인대 재건 수술(2012~2013년), 팔꿈치 관절경 수술(2014년)을 받았다. 2015, 2016년에는 투구 수 관리를 받으며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진 않았지만 일본 진출 후 또다시 팔꿈치 통증이 찾아왔다. 지난해 교류전(일본의 인터리그, 5월 29일~6월 21일) 이후 부진했던 성적(9경기 ERA 6.52)은 윌랜드의 건강에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이밖에 트리플 A 이상의 무대에서 높아진 피홈런 개수도 걱정이다. 두 번의 팔꿈치 수술 후 다시 선발로 시즌을 소화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윌랜드의 9이닝당 피홈런 개수는 일본 진출 후에도 낮아지지 않았다(2015년 0.55개, 2016년 1.09개, 2017년 0.95개, 2018년 1.57개). 많은 홈런이 나오는 KBO 리그 특성 상 그의 증가한 피홈런 개수는 우려할 만하다.
전망
일본 진출 후의 윌랜드는 확실히 보는 맛이 있는 선수다. ‘투수’ 윌랜드는 깔끔한 투구 동작으로 타자에게 몸 쪽 공 던지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마운드에서의 적극성을 갖춰 관중들로 하여금 시원함을 느끼게 한다. ‘타자’ 윌랜드의 모습도 기대해 볼만 하다. 그는 2015년 다저스 산하 트리플 A 팀에서 23경기 5안타(2루타 3개) 4타점을 기록한 바 있다. 이미 미국에서 투수치곤 괜찮은 타격을 보여줬던 그의 방망이는 일본에서 빛을 발했다. 그의 일본 리그 타격 기록은 38타수 17안타 4홈런 14타점 타율 0.210, OPS 0.660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같은 기간 윌랜드보다 많은 홈런과 높은 OPS을 기록한 투수는 신시내티 레즈의 마이크 로렌젠(30타수 이상 5홈런, OPS 0.917)뿐이다. 지명타자제도가 있어 투수가 타격을 하는 일이 드문 KBO 리그지만 대타 횟수가 리그 2위로 많은 김기태 감독의 KIA는(1위 LG 970회, KIA 938회) 일전에 투수 조쉬 스틴슨을 대타로 기용한 전적도 있기에, 타석에 선 윌랜드의 모습을 볼 가능성도 있다.
그에게는 앙헬 산체스 같은 빠른 공도, 라이언 피어밴드 같은 뛰어난 변화구도 없다. 거기에다 많은 부상 이력과 지난 시즌 하락세는 낙관적인 전망을 어렵게 한다. 하지만 평범한 구속과 구질에도 어느 상황에서든 던질 수 있는 배짱과 어디든 던질 수 있는 제구력으로 메이저리그 데뷔까지 이뤄낸 윌랜드다. 패스트볼과 커브의 구속 차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만으로 타자에게 혼란을 주기 충분했다. 수 차례 부상으로 기대치가 떨어진 상황에서도 메이저리그는 그를 선발 로테이션 후보로 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윌랜드의 성패를 가를 가장 중요한 요소는 그의 팔꿈치다. 2012년 첫 팔꿈치 부상 때도 재활과정이 순탄치 않아 완벽히 회복하기까지 3년이 걸렸다. 선발투수의 비중이 높은 KIA에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외국인 투수라는 점은 10년 전 구톰슨을 떠올리게 한다. 10년 전 똑같이 일본프로야구에서 KBO리그로 직행한 구톰슨은 그 해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일조했다. 윌랜드도 뛰는 호랑이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을지 기대해보자.
기록 출처: MiLB.com, Fangraphs, baseballdata.jp
에디터=야구공작소 이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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