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야구공작소 조예은)
에릭 요키시, 키움 히어로즈
선발투수, 좌투우타, 188cm, 93kg, 1989년 7월 29일생
[야구공작소 박광영] “지금 생각으론 요키시가 ‘1선발’로 능력을 발휘했으면 하는 바람”, “좌완인 요키시가 1선발급 활약을 하고, 안정적인 제이크 브리검이 2선발을 맡는다면 더 강한 선발진이 되지 않을까.” 키움 히어로즈의 새 외국인 투수 요키시의 영입이 발표된 후 장정석 감독이 인터뷰를 통해 밝힌 의견이다.
물론 이맘때 들려오는 새로운 선수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긍정적이다. 이를 고려하더라도 장정석 감독의 인터뷰에는 요키시에 대한 높은 기대감이 묻어난다. 과연 요키시는 지난해 KBO리그에서 5.8 WAR(Wins Above Replacement,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로 투수 부문 3위에 오른 브리검을 뛰어넘는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까?
배경
에릭 스펜서 요키시(Eric Spenser Jokisch)는 1989년에 태어났다. 만으로 29살, 한국 나이로 31살인 셈이다(2019년 1월 기준). 2007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프로의 문을 두들겼지만, 돌아온 것은 39라운드 전체 1176번이라는 초라한 순위였다. 진학을 선택한 그는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2010년에 11라운드 전체 340번으로 시카고 컵스에 지명된다.
세이버메트릭스가 발전하고 Pitch f/x와 트랙맨 기술이 보급되면서 유망주 투수에게 좋은 구위(스터프)는 필수가 됐다. 이제 유망주 리포트에 압도적인 구속이나 날카로운 변화구 한두 개 정도는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이런 점이 부족한 투수는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받는다는 뜻이다.
안타깝게도 요키시는 후자에 해당했다. 그의 주 무기는 평균 140km/h 초반의 투심 패스트볼과 120km/h 후반대 체인지업이다. 리포트엔 스트라이크 존 가장자리를 공략할 수 있고 같은 타자와 여러 번 상대해도 성적 편차가 낮다고 적혀있지만, 그뿐이었다. 자연히 평가도 떨어졌다. 2014년 베이스볼 아메리카를 기준으로 시카고 컵스 ‘팀 내’ 유망주 22위에 오른 게 전부였다.
요키시는 2014년 9월, 로스터 확장 시기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네 차례 등판해 14.1이닝을 소화하면서 ERA 1.88의 나쁘지 않은 성적을 올렸지만, 그 이후론 메이저리그에서 등판하지 못했다. 이듬해 스프링캠프에선 경쟁에 밀렸다. 4월엔 왼손 물집, 6월엔 복사근을 다치며 연이은 악재를 겪었다. 하지만 요키시가 부름을 받지 못한 근본적인 원인은 따로 있었다. 메이저리그 타자의 헛스윙을 끌어낼 수 없는 그의 구위였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진 네 번이나 팀을 옮겼다. 2016년에 마이애미 말린스 산하 AAA에서 불펜 수업을 받았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이후 텍사스 레인저스를 거쳐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산하 AAA에서 활약했다. 2018년 스프링캠프에도 초청받았지만, 메이저리그 로스터 한 자리를 따내지 못했다. 최근 몇 년간 희망 고문만 받은 요키시가 내린 선택은 KBO리그였다.
스카우팅 리포트
요키시가 주로 던지는 구종은 투심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이다. 비슷한 무브먼트를 가진 두 구종을 효과적으로 던진다. 15km/h 이상 차이 나는 구속 덕분에 타자가 속기 쉽다. 특히 이 조합은 우타자에게 효과적이다. 두 구종 모두 우타자 바깥쪽으로 빠지며 가라앉기 때문이다. 타자의 헛스윙이나 배트 끝에 맞는 땅볼을 유도하기 쉽다.
다만 느린 구속 때문에 요키시는 마이너리그에서도 삼진을 자주 잡지 못했다. AAA 레벨에서 요키시가 기록한 9이닝당 탈삼진(‘K/9’)은 통산 6.8에 불과하다. 작년에 처음으로 빠른 공 구속 평균이 142km/h를 넘긴 KBO리그 기준으로도 요키시의 구속은 크게 인상적이지 않다.
제3의 구종, 브레이킹 볼의 부재도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기대를 모았던 커브는 성장이 더뎠다. 슬라이더는 최근 들어 커터로 분류될 정도로 움직임이 크지 않다. 이 때문에 요키시의 커리어에선 역스플릿(좌투수가 우타자에게 강하고 좌타자에겐 약한 현상)을 종종 볼 수 있다.
대신 요키시에겐 스트라이크 존 하단을 꾸준히 공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주 무기인 두 구종을 존 가장자리에 자유자재로 던진다. 타자에게서 발사각이 낮으면서 약한 컨택을 끌어낸다. 요키시가 AAA 레벨에서 허용한 인플레이 타구 절반 가까이가 땅볼이었던 이유다.
플라이볼이 적으니 피홈런도 적다. 요키시는 AAA 레벨 퍼시픽 코스트 리그(이하 PCL)에서만 뛰었다. 이 리그는 시즌 내내 고온건조해 타구의 비거리가 늘어나기로 유명하다. 같은 AAA 레벨의 인터내셔널 리그에서 9이닝당 홈런이 0.76개인데, PCL는 0.93개에 육박한다. 그런 리그에서 요키시가 허용한 홈런은 9이닝당 0.74개에 불과했다.
상대적으로 주목받진 않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강점도 있다. 바로 건강이다. 2015년에 부상 이력이 있지만, 이게 프로에 와서 다친 유일한 기록이다. 팔이나 어깨에 수술을 받은 적이 없다. 2010년 프로 데뷔 이후 가장 긴 부상 기간은 단 2개월에 불과하다.
전망
키움의 약점은 견고하지 않은 불펜이다. 불펜의 아쉬움을 최소화하려면 선발투수가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해줘야 한다. 이런 면에서 요키시의 영입은 긍정적이다. AAA에서의 대부분 선발로 나섰던 요키시는 타자와의 수 싸움도,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것도 익숙하기 때문이다. 큰 부상이 없었다는 점도 로테이션 계산을 쉽게 만든다.
하지만 장정석 감독의 인터뷰대로 ‘1선발’감이 될지는 의문부호가 따른다. KBO리그의 스트라이크 존은 메이저리그나 AAA의 스트라이크 존보다 좌우로 넓은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횡 변화량이 큰 슬라이더가 다른 구종보다 효용이 높다. 아쉽게도 요키시에겐 이에 상응하는 브레이킹볼이 없다.
타자를 압도하지 못해 인플레이 타구를 많이 허용한다는 점도 불안요소다. 지난 5년간 KBO리그의 BABIP(Batting Average on Balls In Play, 인플레이 타구가 안타가 되는 비율)는 0.330 전후이기 때문이다. 타고투저 리그로 평가받는 PCL의 BABIP조차 지난 5년간 0.323으로 근소하게나마 KBO리그보다 적었다.
물론 요키시에게 호재는 있다. 올 시즌부터 사용하는 반발계수가 줄어든 새 공인구다. 반발계수가 줄어들면 공이 덜 ‘탱탱’해진다. 따라서 인플레이 타구를 유도하는 것은 이전에 비해 괜찮은 전략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요키시는 뜬공보다 땅볼을 자주 맞기 때문에 공인구보다는 내야 수비와 그라운드의 상태에 따라 성적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키움의 야수진이 KBO리그 기준으로 평균 이상의 수비를 선보이긴 하지만, 요키시가 익숙한 AAA레벨의 수비보다 나은가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다.
최근 KBO리그의 사례를 찾아보면 그의 입지는 더욱 위태로워 보인다. 지금까지 탈삼진 능력은 부족하지만, 땅볼 유도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받은 외국인 좌완투수를 생각해보자. 2017년의 스캇 다이아몬드(SK 와이번스) 2018년의 제이슨 휠러(한화 이글스). 그들의 결말은 좋지 못했다. 다이아몬드는 한 시즌, 휠러는 반 시즌만 소화하고 한국을 떠났다. 과연 요키시는 ‘언뜻 볼 때 비슷한’ 이들의 전철을 밟지 않고 오랫동안 활약할 수 있을까?
참조=baseball america, baseball savant, the cubs-reporter, rotowire, [엠스플 이슈] “좋은 선물” 이지영·요키시 영입에 흐뭇한 장정석 감독
에디터=야구공작소 유기호, 조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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