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모튼 영입은 탬파베이에 어떤 도움이 될까

(일러스트=야구공작소 황규호)

[야구공작소 권승환] 탬파베이 레이스의 케빈 캐시는 12월 9일부터 13일까지 열린 MLB 윈터미팅에서 팀의 영입 우선 순위는 투수라 밝혔다. 그리고 윈터미팅이 끝나기 전인 12일, 탬파베이는 찰리 모튼과 2년 3천만 달러의 계약을 발표했다.

탬파베이는 상대적으로 젊은 팀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적지 않은 35살 나이의 선발 투수 영입은 꽤 의외라 할 수 있다. 탬파베이 창단연도인 1998년부터 현재까지 35살 이상의 선발 투수는 단 6명이었다. 그마저도 선수 생활 말기에 1년 단기 계약으로 잠깐 스쳐 지나간 선수들이었다.

탬파베이에서 플레이했던 35세 이상의 선발 투수들 (출처 = 베이스볼 레퍼런스)

하지만 성적 면에서 모튼은 이 투수들과 비교했을 때 전혀 다른 유형의 선수다. 나이는 35살로 많은 편이지만, 그의 성적은 이제 막 전성기를 맞이했다. 2017시즌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트레이드 돼 14승 7패로 전성기를 시작한 후, 지난 시즌 또한 15승 3패로 다시금 좋은 성적을 냈다.

모튼의 계약은 탬파베이 FA 계약으로는 3번째로 큰 금액이다. (윌슨 알바레스 5년 3500만, 그렉 본 4년 3400만) 그리고 단일 시즌 연봉은 2014년 데이빗 프라이스의 1400만 달러 이 후로 최고액이다. 거액의 돈을 35살 나이 많은 투수에게 투자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과연 모튼은 탬파베이가 투자한 만큼 팀에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을까?

늦은 전성기

2002년 애틀란타 브레이브스로부터 지명을 받고 2008시즌부터 메이저리거로서 선수 생활을 시작한 모튼은 이렇다 할 큰 활약을 하지 못하고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 트레이드 됐다. 이 후 2011시즌 10승 10패로 좋은 성적을 보여주는가 싶었지만 딱히 정상급이라 부르기 애매한 성적에 머물렀다.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트레이드 된 2016시즌에는 햄스트링이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하면서 앞으로의 커리어가 불투명해 보였다. 하지만 2017시즌 휴스턴에서 눈부신 재기에 성공, 저스틴 벌랜더, 댈러스 카이클 등과 함께 선발진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2017시즌 휴스턴에 합류하기 전 모튼은 지금처럼 90마일 중반대의 강속구를 던지는 유형의 투수가 아니었다. 피츠버그에서 플레이했을 당시 포심 패스트볼 구속은 평균 92마일대 안팎. 피츠버그 코치들은 그에게 느린 포심 패스트볼을 상쇄하기 위한 해법으로 낮은 코스의 공들을 던지길 원했다. 피츠버그는 비슷한 유형의 선수였던 로이 할러데이를 예로 들면서 모튼을 땅볼 유형의 투수로 키웠다. 모튼은 이에 맞춰 자연스레 상대적으로 느린 포심 패스트볼보다는 싱커를 주로 던졌다.

높은 싱커 비율로 자연스레 땅볼 비율 또한 높아졌다. 모튼이 피츠버그에 있었을 당시 평균 땅볼 비율은 55% 였다. 하지만 높은 땅볼 비율로 인해 삼진 비율은 평균 15.6%로 현저히 낮았다. 낮은 삼진 비율과 더불어 0.276의 높은 피안타율을 기록했다.

이처럼 피츠버그에서 뛸 때에는 그저 평균을 조금 웃도는 땅볼 유형 투수였던 모튼은 2018시즌 휴스턴에서 투구 스타일을 완전히 바꿨다. 피츠버그 시절 싱커를 자주 던지면서 2011시즌 10승 10패로 재미를 봤지만, 토미 존 수술을 받고 난 이후로는 팔꿈치에 부담이 되는 싱커를 자주 던지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항상 포심 패스트볼과 커브 조합의 투구 스타일을 선호했던 모튼은 수술 이후 포심 패스트볼 구속이 평균 95마일대로 상승했다. 패스트볼 구속이 상승하면서 위력적인 하이 패스트볼을 자주 구사하게 됐고, 이와 함께 세컨 피치로 커브를 사용하면서 땅볼 유형 투수에서 완전히 탈바꿈했다.

2017시즌(좌)와 2018시즌(우) 패스트볼 비교, 2018시즌에 전체적으로 하이 패스트볼 비중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출처 = 팬그래프)

패스트볼 구속과 하이 패스트볼 구사율의 상승으로 비교적 좌타자 상대가 수월해졌다. 한참 싱커로 재미를 봤던 2011시즌, 준수한 성적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좌타자를 상대로는 0.357의 피안타율을 기록했다. 이와 더불어 피장타율 또한 0.500으로 장타 또한 자주 허용했다. 하지만 2018시즌 포심 패스트볼을 주무기로 장착하고 난 뒤로 상황이 달라졌다. 좌타자 상대 0.204의 피안타율과 0.377의 장타율은 그에게 골칫거리였던 좌타자들을 땅볼 유형 투수였던 2011시즌 보다 손쉽게 상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2018시즌을 기점으로 모튼의 포심 패스트볼 비중이 싱커를 앞섰다 (출처 = 베이스볼 서번트)

빠른 포심 패스트볼과 더불어 수준급의 커브는 좌타자 뿐 아니라 우타자들도 쉽게 공략했다. 모튼의 커브가 포심 패스트볼과 좋은 조합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피치 터널링 (pitch tunneling)에 있다.

모튼의 구종 3D 시각화 (출처 = 베이스볼 서번트)

위의 그림에서 파란색 선은 커브를 그리고 빨간샌 석은 포심 패스트볼을 나타낸다. 인식 포인트 (Recognition Point)인 빨간색 원 안의 하얀색 점은 투수가 공을 던진 후 100밀리초를 나타낸 것이다. 이 때 대부분의 타자들은 투수가 던진 공의 구종을 인식하게 된다. 하지만 모튼의 공은 인식 포인트 지점에 여러 선이 모여 있기 때문에 구종을 분간하기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타자들은 타석에서 95마일의 포심 패스트볼이 오는지 떨어지는 70마일 후반대의 커브가 오는지 인식하기 힘들게 된다.

이처럼 초반에 비슷하게 오는 커브는 빠른 패스트볼과 함께 모튼이 2018시즌 성공할 수 있던 비결이 됐다. 그리고 성공적으로 2018시즌을 마치고 2019시즌에는 탬파베이에 새로운 둥지를 틀게 됐다.

플러스 요인과 불안 요인

탬파베이 입장에서 위와 같은 위력적인 공을 무기로 가지고 있는 투수는 당연히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모튼은 이와 더불어 다양한 방법으로 탬파베이에게 힘이 될 것이다. 먼저 모튼은 현재 탬파베이 선발진 중 유일하게 월드 시리즈 마운드를 밟아본 선수다. 2017시즌 4차전에는 선발로 나와 호투를 했고, 또한 7차전에는 경기의 마무리를 장식하면서 승리투수가 되기도 했다. 현재 포스트 시즌을 간절히 원하는 탬파베이 입장에서 모튼의 경험은 팀원들에게 좋은 배움과 원동력이 될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현재 모튼을 제외한 탬파베이의 선발진 주축에는 아메리칸 리그 사이영 상을 수상한 블레이크 스넬과 피츠버그에서 시즌 중반 트레이드로 데려온 타일러 글래스노우가 있다. 모튼의 합류는 실력 있는 선발진에 한층 더 무게감을 더할 예정이다. 최근 2년간 모튼은 ERA 부문 10위 (3.36 ERA), 피안타율 부문 7위 (0.220)를 기록했다. 준수한 성적을 바탕으로 2019시즌 스넬과 함께 탬파베이 선발진의 원투펀치를 구축할 것이다.

또한 탬파베이는 2019시즌에도 오프너를 사용하겠다고 관계자들에게 전했다. 2018시즌 오프너 전술이 대성공을 거뒀기에 크게 놀랍지는 않다. 하지만 모튼의 선발진 합류로 인해 로테이션을 조금 더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당장 정규 시즌과 진출 가능성이 있는 포스트 시즌에서까지 투수들의 부담이 줄게 됐다. 탬파베이는 5인 로테이션 안에서 3명의 정통 선발과 두 차례의 오프너를 사용하게 될 예정이다.

이런 플러스 요인들은 탬파베이 팬들에게 모튼의 2019시즌 활약을 기대하게 만들지만 불안 요소 또한 존재한다. 여러 베테랑 선수들이 그렇듯 모튼 또한 팀에 리더로서 활약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나이로 인한 체력 저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2018시즌 모튼은 전반기에 112.1 이닝을 던졌지만 후반기에 부상으로 인해 고작 54.2 이닝을 던지며 시즌 후반 힘든 싸움을 했다. 많은 부상 이력 때문에 탬파베이는 모튼과의 계약에서 1년 베스팅 옵션을 추가했는데, 옵션 기간인 3년차부터는 부상자 명단에 등재된 기간에 따라 옵션 금액이 깎이게 된다.

이처럼 부상에 대한 염려가 있는 모튼이지만 베테랑으로서 팀에 도움이 되는 것과 스넬과 글래스노우의 멘토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탬파베이에 큰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탬파베이가 3천만달러의 거금을 주고 모튼을 데려온 이유는 간단하지만 복잡하다. 일단 모튼을 데려옴으로써 탬파베이는 2019시즌 포스트 시즌 진출에 대한 욕심을 내비쳤다. 빠른 패스트볼과 좋은 볼배합을 가지고 있는 모튼은 2019시즌 탬파베이의 포스트 시즌 진출에 힘을 보태야 될 뿐만이 아니라, 어린 선발 투수들에게 멘토로서 사명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탬파베이는 결코 돈을 허투루 쓰는 구단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연 모튼이 탬파베이에 3천만달러 어치의 기여를 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기록 출처: Baseball-reference.com, Baseball Savant, Brooks Baseball, Fangraphs

에디터=야구공작소 나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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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

  1. 콥 오드리지 나가서는 별로지만 그 당시에는 잡을 수도 있었는데 모튼을 잡았으니 15+승은 해줘야 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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