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거 배지환, 데이트폭행 혐의로 약식기소
[야구공작소 한민희] 대구지방검찰청은 2018년 10월 8일 여자친구를 폭행한 혐의를 받는 배지환(만 19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을 벌금 20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고 밝혔다.
배지환은 누구인가. 배지환은 고교 재학 중이던 2017년 메이저리그의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계약했지만, 그해 11월 애틀랜타 구단이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징계를 받으면서 계약이 파기되는 상황에 처했다. 이에 배지환은 국내 프로 구단 입단 가능성을 열어 두기 위해 KBO를 상대로 ‘육성선수 자격인정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가 2018년 다시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했다. 이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배지환은 이미 국내 야구관계자는 물론 야구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선수다.
그리고 이번 사건으로 배지환은 야구팬들에게 한 번 더 그 이름을 각인시켰다. 배지환은 KBO를 상대로 가처분 소송 중이던 2017년 12월 31일 대구광역시 중구 동성로에서 여자친구의 어깨를 때리고 발로 차는 등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배지환의 폭행사건이 ‘데이트 폭력’이라는 점에 주목하지만,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하나 더 있다. 배지환이 범행 당시 ‘만 19세 미만’이었다는 점이다.
범행 당시 소년법상의 소년이었던 배지환
배지환은 1999년 7월 26생으로, 범행일인 2017년 12월 31일 당시 만 18세였다.
만 19세가 된 배지환(출처=네이버 인물정보)
만 18세는 소년법의 ‘소년’에 해당하는 나이다. 소년법은 19세 미만인 자를 ‘소년’으로 규정하는데, 이를 세는 방식은 ‘만 나이’다.
(출처 : 법제처 소년법)
소년법은 (1)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의 환경조정과 품행교정을 위해 보호처분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고, (2)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로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소년법은 촉법소년(형벌을 받을 범법행위를 했지만 형사책임능력이 없는 만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인 소년)과 우범소년(범죄나 비행을 저지를 우려가 있는 만 10세 이상인 소년)은 경찰서장이 직접 관할 소년부(가정법원 소년부 또는 가정법원이 없는 곳은 지방법원 소년부)에 송치하고, 소년부가 보호사건으로 심리한다고 규정한다.
이와 달리 범죄소년(형벌을 받을 범법행위를 한 만 14세 이상 만 19세 미만인 소년)은 경찰 수사 후 검찰로 송치된다. 검사는 소년에 대한 피의사건을 수사한 후, 혐의가 인정되면 일반 성인과는 달리 소년법에 의한 별도의 절차를 따른다.
우선 ① 선도를 받는 조건으로 기소유예를 할 수 있다. 그리고 ② 소년법의 보호처분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다고 인정한 경우에 사건을 관할 소년부에 송치한다. 소년부는 심리결과 보호처분을 할 필요가 인정되면 소년법에 규정된 보호처분을 결정한다. 보호처분은 보호자에게 감호를 위탁하는 것부터 소년원 송치까지 총 10가지로, 그중 일부를 병합해 결정할 수도 있다.
(출처 : 법제처 소년법)
소년보호처분은 형사처분이 아닌 만큼 소위 말하는 전과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 보통 이야기하는 전과란 ‘범죄경력자료’에 기재된 벌금 이상의 기록인데, 소년보호사건은 ‘수사경력자료’에 소년부 송치로만 기록될 뿐 몇 호 처분을 받았는지도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소년법은 보호처분이 그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해 보호소년의 사회적응을 돕는다. 형사처분이 필요해 검사가 기소하는 경우에도 소년법은 사형 및 무기형을 완화하고 부정기형을 선고하는 등 형사처분에 대한 특례를 규정한다.
수사 중 만 19세가 된 배지환
그런데 소년법의 소년이 수사를 받던 중 만 19세가 되면서 소년이 아니게 된다면 어떨까?
소년부는 검사가 송치하거나 법원이 이송한 사건의 장본인이 만 19세 이상인 것을 발견하면 소년법에 따라 검사나 법원에게 다시 송치하거나 이송해야 한다. 즉, 소년부는 보호소년이 재판을 받는 사이에 만 19세가 되면 소년보호사건으로 처리하지 않는다. 따라서 소년보호사건으로 보호처분을 받으려면 해당 보호소년이 행위시는 물론 재판시에도 만 19세 미만이어야 한다.
이는 배지환에게도 적용되는 내용이다. 수사를 받던 도중 배지환이 만 19세가 되면서 이번 사건은 일반 성인의 형사사건 재판으로 탈바꿈했다.
배지환은 범행 당시 만 18세였고, 수사가 진행되고 있던 2018년 7월 26일 만 19세가 됐다. 피해자의 고소 시점이 올해 초였음을 고려하면, 수사가 빨리 진행됐을 경우 소년법의 적용을 받아 소년보호사건으로 보호처분을 받았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이 경우 배지환은 한국에서 유죄 판결을 받지 않았음을 주장해 현재 진행 중인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조사 및 징계를 피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배지환의 입장에서는 일반 형사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재판을 받는 편이 나았는지도 모른다. 보호처분에 보호관찰이 병합될 경우 미국에 체류하면서는 보호관찰을 받기 어려워 국내로 귀국해야 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년보호시설 등에 위탁될 경우에는 6개월 정도, 소년원에 갈 경우에는 최소 1개월에서 최장 2년까지 구금이 가능하므로 미국에서의 생활을 접어야 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벌금 200만 원에 약식기소된 실제 판결로 미뤄 보면, 중한 보호처분이 내려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지만 말이다.
배지환의 책임은 끝나지 않았다.
서울가정법원 소년부 법정으로 가는 길(사진=한민희)
검찰의 약식기소에 대해 법원이 보통의 공판절차 회부를 결정했다는 소식도, 배지환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는 소식도 아직 전해지지 않고 있다. 아마 법원이 약식명령청구를 받아들여 약식명령을 내리고, 피고인 배지환이 그 명령을 받아들여 벌금을 납부한 것이 아닐까 싶다.
소년이든 성인이든 행위에는 책임이 따른다. 그리고 그 책임이란 것은 법적인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배지환이 형사책임은 물론, 피해자에 대한 배상과 그를 지켜볼 야구팬들에 대한 책임도 잊지 않기를 바란다.
에디터=야구공작소 오상진, 이의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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