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야구장 직관 도장깨기 시리즈 (3편)

[야구공작소 양정웅] 2편까지는 1군 팀의 제 1구장을 살펴봤다. 각 구단의 메인 구장에서는 1년에 못해도 60경기 이상은 열리기 때문에 일정만 잘 짜면 방문하기가 쉽다. 보통은 교통편도 잘 구축되어 있다. 그래서 야구장 투어를 하겠다고 하면 우선 제 1구장을 기준으로 계획을 짠다.

반면 상대적으로 제 2구장은 방문하기 어렵다. 물론 제 2구장이 있는 도시들도 국내에서는 꽤나 이름 날리는 곳이다. 하지만 1년에 경기를 몇 번 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경기가 적어 방문계획을 짜기도 불편한 데다, 도시의 대중교통도 야구장에 친화적이지 않아 교통편도 빈약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제 2구장을 모두 방문할 수 있다면 야구장 투어의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 역시도 청주 야구장을 방문한 이후 본격적으로 야구장을 탐방해 보겠다는 의지가 섰다. 갔다 오면 진짜 야구팬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제 2구장을 살펴보자.

 

⑩ 청주 야구장

내가 다니던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야구장은 바로 청주 야구장이다. 경기가 1년에 몇 번 열리지 않기 때문에 자주 갈 일은 없었지만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올해 한화의 선전은 청주 직관을 경험하지 못하게 만들 뻔했다. 청주 3연전이 모두 매진되면서 취소표를 구걸하고 다닐 상황이었고, 결국 한번 표가 매진된 뒤 취소표가 풀릴 때 새벽에 접속해서야 겨우 예매할 수 있었다.

 

6월 19일 LG-한화전이 열린 청주 야구장. (사진=양정웅)

청주구장을 방문하면 드는 생각. 

‘야, 진짜 작다…’

리모델링을 거쳤음에도 중앙 펜스의 거리가 115m밖에 되지 않는다. 관중석도 작다. 그런데 관중은 많다. 결과적으로 엄청나게 붐빈다. 그래서 사실 원정을 오기에는 꺼려지는 구장이기도 하다.

청주구장 원정에서 마주하는 또 다른 문제는 교통편이다. 청주버스터미널이나 오송역을 이용하면 되는데 경기가 길어지면 그곳까지 돌아가는 방법은 택시밖에 남지 않는다. 자연스레 경기장을 빨리 빠져나가야 한다. 나 역시 집에 빨리 가기 위해 8회까지만 보고 나와야 했다. 야구를 하는 날에는 교통편의 확충이 필요할 것 같다.

장점 : 야구장이 작아 관중석-그라운드가 가깝다는 느낌.
단점 : 교통편의 문제, 예매가 어렵다, 구장이 너무 작고 노후됐다.

 

⑪ 포항 야구장

7월 10일 롯데-삼성전이 열린 포항 야구장. (사진=양정웅)

포항은 개인적으로 친척 두 분이 살고 계시고 어릴 적에도 오랜 시간을 지낸 곳이기 때문에 익숙한 도시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부터 포항에 갈 일이 줄었고, 그 사이에 포항에 야구장이 생겼지만 한 번도 가 보질 못했다. 포항에서 하루를 묵은 후 야구장을 가보았다.

포항은 정말 더웠다. 야구장을 구경한다고 한 바퀴를 도는 동안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롯데 팬으로서 좋은 기억은 아니었던 이승엽의 400호 홈런 기념 사진도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다. 하지만 비교적 최근에 지은 구장이다 보니 깔끔함은 일품이었다. 야구장의 뷰도 나쁘지 않았고 평일 경기임에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야구장을 찾아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포항야구장에 걸린 이승엽의 KBO 통산 400호 홈런 기념 표식. 너 왜 시비냐. (사진=양정웅)

삼성은 포항에서 매우 강하다. 내가 보러 간 날도 그랬다. 롯데가 4회 2득점으로 3대2로 역전했으나 곧바로 동점을 만들더니 6회 3득점으로 승기를 잡았다. 이후 필승조를 총투입하며 롯데 타선을 틀어막았다. 결국 경기는 3대6으로 롯데가 패배했고 나는 캐리어를 끌고 포항터미널까지 터덜터덜 걸어갔다.

장점 : 전 좌석이 그라운드를 향하게 만들었다, 삼성을 응원하면 높은 확률로 이긴다.
단점 : 수도권에서 오기 불편하다, 중심지에서 약간 벗어나 있다.

 

⑫ 울산 문수 야구장

7월 14일 KBO 올스타전이 열린 울산 문수 야구장. 올스타 사인회가 열렸다. (사진=양정웅)

시즌이 시작하기 전 울산 문수 야구장(이하 문수구장)에서 올스타전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들었던 생각은 ‘왜 거기서…?’였다. 2016년 처음 문수구장을 찾았을 때의 기억이 별로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가용을 끌고 갔던 문수구장은 주차에만 수십 분이 소요됐다. 우여곡절 끝에 들어간 야구장은 전광판이 너무 작아 라인업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이곳을 올스타전 관람을 위해 다시 찾을 줄은 몰랐다.

2년 만에 다시 찾은 문수구장. 경기장은 예전과 거의 같았다. 대중교통을 이용했기 때문에 주차문제는 덜었지만 전광판도 똑같았고 주위에 상업시설이 거의 없다는 것도 같았다. 야구장만 만들어놓고 주위 환경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냉정하게 얘기해서, 내가 가 본 12개 구장 중 가장 장점이 없는 구장이었다.

 

2018 올스타전이 열린 문수 야구장. 6회말 투수 박치국이 안타를 치고 1루에 나가있다. (사진=양정웅)

그래도 경기는 재밌게 흘러갔다. 나눔 올스타의 홈런 폭발로 ‘노잼’ 경기로 흘러가나 했지만 강백호의 등판으로 드림 올스타가 분위기를 바꿨다. 그리고 투수 박치국의 안타를 앞세워 6회 대거 5득점, 동점을 만들었다. 비록 7회와 8회 5실점을 하며 다시 무너졌지만 이날의 진짜 승자는 야구를 ‘즐긴’ 드림 올스타였다고 생각한다.

장점 : 산이 외야 뒤에 있어 특이한 느낌, 갔다 오면 진짜 야구팬으로 인정받는다.
단점 : 타지에서 오면 매우 불편하다, 전광판 글자가 너무 작다, 주차 불편.

 

야구장 투어를 마치며

올 시즌 방문한 12개 구장의 사진을 모아봤다. (사진=양정웅)

약 4개월여간 진행한 야구장 투어도 끝이 났다. 올해 처음 야구장을 찾았던 4월 3일만 해도 ‘내가 올해 얼마나 야구를 보게 될까’하는 생각만 했지 이렇게 12개 구장을 돌아다닌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그저 우연한 계기 하나로 스케일이 커지게 된 것이다. 여유만 있다면 어려운 일은 아니다.

야구장 투어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야구를 핑계로 전국을 여행하고, 또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내가 가 보지 못한 곳을 방문할 때는 설렘과 기대감이, 예전에 찾았던 곳을 갈 때는 추억과 그리움이 떠오르곤 했다. 날은 더웠지만 야구장 투어가 의미 있었던 이유다.

전국의 야구장은 언제나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한번쯤은 모든 야구장 도장깨기를 하는 것도 야구를 보면서 느낄 수 있는 재미가 아닐까?

 

* 본문의 내용은 개인적 의견임을 밝힙니다.

에디터=야구공작소 오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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