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야구공작소 최원영)
[야구공작소 권승환] 필자가 야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바야흐로 이승엽이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4번타자로 뛰고 있을 시기였다. 그 당시 TV에서는 항상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승엽의 이야기가 나왔고 당시 야구를 좋아하시는 아버지 옆에서 자연스레 이승엽이 출전하는 경기를 자주 접하게 됐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필자의 눈에 띈 건 타국에서 국위선양을 하고 있는 이승엽도, 일본 프로야구 명문 팀이라 불리는 요미우리 자이언츠도 아니었다.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타석에서 배트를 곧게 세우고 투수를 노려보던 이승엽의 동료 타자 오가사와라 미치히로였다. 그의 독특한 타격폼은 어린 필자를 매혹시켰고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WBC) 붐이 일던 때라 친구들과 오가사와라의 타격폼을 따라하곤 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오가사와라가 은퇴하고 필자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갈 때, 그와 비슷한 타격폼을 가진 어린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등장했다. 바로 맷 올슨이다. 맷 올슨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메이저리그에 합류한 24살의 유망주다. 2017시즌 겨우 59경기에서 24홈런이나 때려내며 메이저리그 무대에 눈도장을 찍었다. 올해 역시 시즌 중반이 지나가는 시점에서 현지 시간 7월 15일 기준 1.6 fWAR를 기록하며 오클랜드 타자진 중 5위에 위치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두각을 나타나기 시작한 어린 올슨의 미래는 현재로서는 밝기만 하다.
바뀐 타격폼 그리고 상승세
맷 올슨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배트를 앞으로 뻗는 타격폼은 그가 아마추어 시절부터 사용하던 타격폼이 아니다. 2016시즌 확장 로스터로 메이저리그에 첫 발을 내딛은 맷 올슨은 그 당시에는 다른 선수들과 비교 전혀 특이하지 않은 타격폼을 가지고 있었다. 그때도 맷 올슨이 장타를 생산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하지만 당시의 타격폼은 올슨의 강점을 살리지 못했다. 오클랜드의 트리플 A 타격 코치 에릭 마틴스는 “올슨의 긴 스윙과 일정하지 않은 타점은 큰 약점이었다”라고 회상했다.
바꾸기 전 (좌)과 후(우)의 타격폼 (자료 출처= 베이스볼 서번트)
타격폼의 약점이 부각되면서 2016시즌 큰 임팩트를 주지 못한 올슨은 오클랜드의 타격 코치인 대런 부시에게 조언을 구했다. 부시의 조언을 토대로 현재의 타격폼을 완성시킨 올슨은 “타격폼을 바꾸면서 예전에는 치지 못했던 공들을 칠 수 있게 됐다. 무리하게 상체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하체를 같이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됐다.”라고 지역 매체를 통해 전했다.
실제로 올슨은 타격폼을 바꾼 뒤 큰 발전을 보였다. 타격폼을 바꾸기 전 2016 시즌의 대부분을 보냈던 트리플 A에서 올슨은 17개의 홈런을 쳤지만 ISO (isolated power)는 겨우 0.188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7시즌 메이저리그에서는 24개의 홈런을 쳤을 뿐 아니라 ISO도 0.392로 대폭 상승했다. 바뀐 타격폼은 그의 최대 강점이었던 장타력을 극대화시켰고, 지난해의 활약에 힘입어 올해는 메이저리그에서 풀타임 출장을 바라보고 있다.
더 나은 2018시즌
2017시즌에 좋은 모습을 보여준 올슨이었지만 대부분의 유망주가 그렇듯 시즌 종료 후 여러 의문점이 존재했다. 2017시즌 올슨은 거의 절반에 가까운 49.6%의 타구를 당겨쳤다. 덕분에 상대팀은 보다 쉽게 올슨의 타구 방향을 예측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올슨은 54.2%의 타석에서 수비 시프트를 당했다.
맷 올슨 2017시즌(좌), 2018시즌(우) 타구 분포도 (자료 출처= 팬그래프)
하지만 올해 올슨의 타구 방향은 올슨의 성장을 보여준다. 이번 시즌 당겨친 타구의 비율은 38.1%로 지난 해보다 무려 10%가까이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그는 당겨치는 타구 뿐만 아니라 밀어치는 타구와 중견수 방면으로 보내는 타구 또한 골고루 생산해 낼 수 있게 됐다. 단지 다양한 타구를 보내는 것만은 아니다. 타구질은 오히려 더 좋아졌다. 평균90.8마일이었던 타구속도가 이번 해 94마일로 대폭 상승하면서 리그 상위 2%에 위치하고 있다.
바뀐 건 타구의 방향만이 아니다. 올슨의 지난해 평균 발사각은 15.7도로 스탯캐스트가 발표한 이상적인 발사각인 19도~ 26도에는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평균 발사각은 18도다.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상승하며 이상적인 발사각에 한발짝 더 다가갔다. 2017시즌은 올슨이 새로 장착한 타격폼에 대한 적응 기간이었다면, 이번 시즌은 타격폼이 몸에 익으면서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 내는 기간이다.
커브라는 약점
여러 구종들에 대한 좋은 대처 또한 올 시즌 올슨이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였다. 특히 지난 시즌 올슨의 발목을 잡았던 구종이었던 체인지업에 대한 대처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체인지업 상대 조정 득점 생산력(wRC+)이 지난해 54에서 올해 98로 대처 방법을 찾은 듯 보이고 약점은 아니었지만 슬라이더 상대 성적도 wRC+ 108에서 159로 대폭 상승했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것일까. 이렇게 타격폼과 구종들에 대한 적응을 하고 있는 와중에 다른 약점이 생겼다. 바로 커브에 대한 대처다. 지난해 129개의 커브를 상대한 올슨은 좋은 타구를 만들어 내며 0.409라는 높은 타율을 보여줬다. 커브 상대 wRC+ 역시 311로 매우 높았다.
하지만 올해 올슨은 다른 약점은 해결했으나 대신 커브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191개의 커브를 상대한 타율은 고작 0.189에 불과하다. wRC+도 77로 현저히 떨어졌다. 지난해 커브를 받아쳐 5개의 홈런을 만들어낸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그렇다고 올슨이 스트라이크 존에서 벗어나 밑으로 떨어지는 커브에 배트가 나가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와 올해 모두 존 밖으로 투구된 커브에 스윙한 비율(O-Swing%)은 25.6%와 25.0%로 비슷했다. 달라진 점은 커브가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왔을 때의 대처다. 존 안으로 들어온 커브에 대한 스윙 비율(Z-Swing%)이 44.4%에서 55.2%로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커브에 대한 스윙은 늘어났으나 타구의 질은 나빠졌다. 커브를 친 타구의 라인드라이브 비율이 지난해의 절반 미만으로 줄었다(LD%: 41.7% -> 18.2%). 존 안으로 들어오는 커브에 대한 숙제를 해결한다면 후반기에는 더 높은 장타율과 더 많은 홈런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오래 보고 싶은 선수
서론에서 언급한 오가사와라는 23살에 프로에 데뷔에 41살까지 선수 생활을 한 일본 프로야구의 베테랑 중 베테랑이다. 오가사와라를 요미우리 시절부터 은퇴를 앞둔 주니치 드래곤즈 시절까지 오랫동안 지켜본 필자는 그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올슨에게 더욱 정이 가는 듯 하다.
물론 타격폼만 비슷한 타자에게 어린 시절 동경하던 선수에 대한 모든 것을 바랄 수는 없다. 올슨과 오가사와라는 타격폼과 1루수인 점만 비슷할 뿐 그 외에는 비슷한 점을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선수에게 유독 애정이 가는 건 동경했던 선수처럼 오랫동안 좋은 선수로 활동하길 바라는 어린 선수에 대한 마음 때문이 아닐까.
기록 출처: Baseball-Reference.com, Fangraphs
에디터=야구공작소 오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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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선견지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