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더지 게임 같은 롯데의 전반기

[야구공작소 양정웅] 요즘엔 잘 보이지 않지만, 수년 전만 해도 오락실이나 유원지에는 두더지 게임기가 많이 있었다. 구멍에서 올라오는 두더지를 때리기만 하면 되는 게임이지만 한 마리를 잡고 나면 곧바로 올라오는 다른 두더지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게임을 하기 마련이었다. 조금만 한눈을 팔아도 잡으려는 두더지 말고 다른 구멍에서 새 두더지가 올라오던 게임.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의 전반기는 마치 두더지 게임 같았다. 침묵하는 타격을 잡고 나니 곧바로 투수진이 궤멸한다거나, 불안한 불펜진을 잡았더니 선발진의 문제가 ‘갑툭튀’한다거나. 올 전반기 롯데는 여러 군데서 튀어나온 두더지를 잡다가 전반기를 허비했다. 막판까지 헤매던 끝에 롯데는 37승 47패(8위)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이는 3위에 올랐던 지난해뿐만 아니라 최종 8위를 기록한 2016년보다도 좋지 않았다(2016년 전반기 39승 43패 5위). 전반기 롯데가 잡다 놓친 두더지를 살펴보자.

 

3~4월 : 힘을 쓰지 못하는 선발투수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을 자랑한 새 외국인 투수 펠릭스 듀브론트는 시즌 초반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는 충격의 개막 7연패로 2018시즌을 시작했다. 초반 롯데의 문제점은 무엇이었을까. 단연 선발진이었다. 3월과 4월 29경기에서 롯데 선발진이 거둔 선발승은 단 2승이었다. 기대를 모았던 새 외국인 투수 펠릭스 듀브론트는 초반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며 7점대 평균자책점과 1:1의 삼진:볼넷 비율을 보였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 브룩스 레일리도 불운에 울다 4월 마지막 3경기에서 15자책을 기록하며 무너졌다. 정작 선발승을 거둔 선수는 기대치가 낮았던 어린 선발투수 김원중과 윤성빈이었다.

 

롯데 3~4월 선발투수 성적

 

외부요인이 그들을 힘들게 했을지라도 선발 평균자책점 6.06은 변명할 수 없는 성적이었다. 심지어 평균 이닝조차 5이닝이 채 되지 않았다(4.8이닝). 선발진의 불안으로 인해 필승조인 오현택과 진명호의 등판 횟수가 잦아졌고, 이로 인해 6월 롯데는 피로가 누적된 불펜의 부진이라는 세금 폭탄을 맞게 된다.

 

5월 – 최고의 전반, 최악의 후반

오현택은 올해 롯데에서 보기 드물게 시즌 내내 꾸준했던 선수였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3월 7연패에 가려졌지만, 롯데는 4월 12승 10패로 어느 정도 반등에 성공했다. 5월에도 상승세가 이어져 5월 17일까지 롯데는 9승 3패를 기록했다. 시즌 승률도 5할을 돌파했다. 하지만 5월 20일 사직 두산전에서 연장 10회초에만 5실점을 하면서 패배한 이후 다시 끝 모를 부진에 빠졌다. 루징 시리즈-스윕패-루징 시리즈-스윕패의 3연전 결과가 패턴이었다.

왜 롯데는 5월에 이렇게 극과 극을 오갔을까? 5월 초반의 롯데는 전형적인 ‘이기는 팀’의 코스를 밟았다. 선발이 호투하고 타선이 이길 점수만 내주면 오현택-진명호-손승락으로 이어지는 불펜이 승리를 지켜내는 방식이었다.

 

5월 1일~5월 17일의 롯데 선발/불펜 성적

 

그런데 5월 후반으로 갈수록 이런 과정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타선이었다. 5월 20일의 경기만 해도 최종 점수만 보면 8대7로 치열한 타격전이었을 것 같지만, 실상은 기회를 살리지 못한 타자들이 쉽게 이길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가며 패한 것이었다. 이후 롯데는 6연패에 빠졌다. 중요한 상황에서 나온 실책들은 화룡점정이었다.

5월 말 LG와의 홈 3연전에서 롯데는 타격 상승의 실마리를 찾았고 5월 31일에는 월간 첫 두 자릿수 득점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믿었던 마무리 손승락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는 6월 불펜진에 찾아올 비극의 예고편이었다.

 

6월 – 타격은 해결했는데 불펜이…

타격의 팀이었던 6월 롯데의 주역 앤디 번즈.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6월의 롯데는 그야말로 ‘로이스터 시절 야구’라는 말이 어울렸다. 롯데는 6월에만 54홈런을 쏟아내면서 월간 팀 홈런 신기록을 세웠다. 5월에 한 번뿐이었던 10득점 이상 경기도 6월엔 6회나 기록했다. 월간 득점은 두산에 이은 2위였다(174득점). 퇴출 위기에 처했던 외국인 타자 앤디 번즈는 6월에만 12홈런을 기록했다.

 

롯데 6월 타격 성적

그런데 롯데의 6월 두더지 게임 점수에는 12승 11패 2무라는 글자가 적혀있었다. 살펴보니 선발도 못한 건 아니었다(6월 팀 선발 평균자책점 리그 2위). 불펜 성적을 보고서야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5월까지 괜찮은 모습을 보여준 롯데의 불펜은 6월 지친 기색을 드러냈다. 6월 등판한 불펜투수 중 장시환(1.42), 구승민(2.87), 그리고 0.2이닝만을 던진 정태승을 제외한 전원이 4점대 이상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특히 필승조의 부진이 뼈아팠다. 오현택은 큰 사고는 친 적이 없지만, 야금야금 실점이 늘어 지친 모습을 보여줬다. 진명호는 5월 31일에 0.92였던 평균자책점이 6월 15일 2군에 내려갈 때는 4.05까지 상승했다. 2군에서 포크볼을 장착한 뒤 괜찮은 모습을 보였던 손승락마저 6월 말 두 번의 블론세이브로 주저앉았다.

롯데 6월 불펜 성적

6월 롯데 불펜의 평균자책점은 7.01,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1.74였다. 나올 때마다 불안감을 안긴 롯데의 불펜은 타선이 달아준 팀의 날개를 떼는 모습이었다.

 

7월 – ‘궤멸’한 토종 선발진

7월 7일 KT전에서 개인 최다 실점을 하며 물러난 박세웅. 무너진 토종 선발진의 단편이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7월 전반기의 8경기에서 롯데 선발진이 거둔 퀄리티스타트는 몇 회일까? 놀랍게도(혹은 놀랍지 않게도) 한 번도 없다. 마지막 퀄리티스타트는 6월 24일 LG전의 김원중(6.1이닝 1자책). 불안했던 불펜진이 7월 정상궤도로 올라서는 동안 선발진은 그야말로 ‘궤멸’했다.

 

전반기 7롯데 선발/불펜 성적

더욱 심각한 것은 선발의 위기가 4월 초와는 또 다른 양상이라는 것이다. 3~4월에는 6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는 등 선발이 호투한 경기라도 있었다. 하지만 7월 초반의 부진은 다르다. 아예 호투한 선수가 없다. 외국인 투수 둘을 제외하면 5이닝을 버틴 선수조차 없다.

경기 시작부터 선발이 무너지니 팀은 버틸 수 없었다. 결국 롯데는 7월 전반기 2승 6패라는 부진한 성적을 받아들었다. 그마저도 2승은 시즌 내내 우위를 점했던 KT전에서 거둔 것이다.

 

반등을 위해서는 두더지 게임을 끝내야 한다

올 시즌 롯데는 비장한 각오로 출발했다. 비록 안방마님 강민호와 에이스 린드블럼이 팀을 떠났지만, 민병헌의 영입, 손아섭의 잔류 등으로 성적을 기대할 요인 역시 있었다. 전반기 내내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롯데는 승패마진 -10으로 후반기를 시작한다. 시즌 초의 기대만큼은 절대 아니다.

결국 문제는 엇박자였다. 그 원인이 코칭스태프의 용병술 문제였든, 단순히 불운이든 롯데는 올해 전반기 내내 완벽한 투타 밸런스를 구축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심지어 투수 내에서도 선발과 불펜이 번갈아가며 부진에 빠졌다.

롯데의 후반기 반등의 키 역시 ‘밸런스’라고 할 수 있다. 어느 팀이나 최상의 전력으로 1년 내내 경기할 수는 없지만, 투타가 어느 정도 맞물리며 활약을 해줘야 잘 나가는 법이다. 그런 모습이 적어도 전반기 롯데에는 없었다. 하나를 해결하면 또 하나의 문제가 터져나오는 두더지 게임식 야구가 계속된다면 롯데는 지난해 힘들게 잡았던 5강행 티켓을 허무하게 내줄 가능성이 크다. 올스타 브레이크가 끝난 후 롯데는 과연 어떤 모습이 될까?

 

기록=STATIZ(모든 기록은 전반기 기준)

에디터=야구공작소 박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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