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랭코프, 그의 본모습은? (사진 제공: 두산 베어스 Instagram)
[야구공작소 김준호] 영원히 니퍼트의 번호로만 남을 줄 알았던 두산 베어스 40번을 후랭코프가 가져갈 때만 해도 많은 두산 팬들은 이를 탐탁지 않아 했다. 특히 다른 팀들이 메이저리그 경력이 꽤 있는 로저스, 베렛, 아델만 등을 영입하는 상황에서 후랭코프는 인지도, 성적 어떤 것도 갖추지 못했기에 의문은 더해졌다.
그러나 후랭코프는 이런 의심을 단번에 믿음으로 바꾸어 놓았다. 첫 네 경기에서 보여준 1.11이라는 평균 자책점은 지난 겨울 두산 팬들이 겪었던 상처들을 낫게 해 주는 것 같았다. 같은 시기에 니퍼트는 KT 위즈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며 두산 팬들에게 안타까움을 느끼게 했지만, 동시에 안도감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후랭코프마저 불안감을 유발하고 있다. 지난해 로테이션을 꾸준히 소화해주며 큰 힘이 되었던 장원준, 유희관이 부진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후랭코프 역시 미래를 낙관할 수 없게 되었다.
예상되었던 일?
사실 후랭코프 영입 당시 이목을 끌었어야 했던 부분은 늦은 메이저리그 데뷔, 낮은 신인 드래프트 라운드와 같은 것이 아니다. ‘땅볼을 유도하는 투수’로 소개된 것치곤 높은 탈삼진율 역시 마찬가지다. 자세히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던 점은 바로 체력적인 부분이다. 최근에 한국에 온 외국인 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불펜을 맡고 있다가 온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은 마이너리그 시절 성공적인 선발투수 경험이 있던 선수다. 작년 NC 다이노스 외국인 투수 제프 맨십이 선발투수 경험 문제로 우려를 낳았으나 이런 맨십조차도 마이너리그에서 100회 이상 선발투수 보직을 경험했다.
하지만 후랭코프는 그런 선수들과는 달랐다. 시작부터 선발투수 보직에서 실패 판정을 받고 마이너리그에서 불펜투수로 성장하며 느리게 상위리그로 올라갔다. 그러다 2016년 말이 되어서야 선발 기회를 다시 받게 되었고, 2017년 드디어 처음으로 트리플 A에서 풀타임 선발 투수로 뛸 기회를 얻게 된다.
오랜만에 선발투수를 맡게 된 만큼 팀 역시 후랭코프에게 큰 부하를 가하지 않았음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후랭코프의 후반부 성적은 전반부에 비해 급격히 나빠졌다.
볼넷률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이닝 소화와 실점 최소화 모두 실패했음을 볼 수 있다. 익숙하지 않던 선발 등판을 지속하면서 체력이 고갈되어 버린 것이다. 이런 모습은 한 경기 내부에서도 나타났다. 많은 공을 던지지 않은 경기 초반에는 문제가 없다가 같은 타자를 두 번, 세 번 상대하면 제구가 흔들렸다.
이런 투수가 한국 야구에 왔을 때 벌어지는 일은?
한국 야구에서의 외국인 투수 특성상 이들은 다른 국내 선발투수들보다 많은 공을 던지면서 많은 이닝을 책임져야 하는 것이 숙명이다. 그렇기에 후랭코프도 지난해 단 두 경기밖에 던지지 않았던 100구 이상의 투구를 벌써 10번 중 6번이나 했다.
많은 투구를 하는 것의 부담감은 경기에서 바로 드러났다. 첫 경기에선 적은 투구 수로 잘 막았기에 그것이 눈에 띄지 않았지만 두 번째 경기부터 바로 작년의 모습을 답습했다. 5회가 되어 한계 투구 수에 다가오자 갑작스럽게 많은 볼넷을 내주고 말았다. 다행히 마지막에 장점인 삼진 능력을 뽐내며 대량 실점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이런 모습은 이 날의 한 경기로 끝나지 않았다.
지난 시즌 리그 평균 BB%가 8.0%인 것을 감안하면 타자들을 적은 투구 수에서 첫 번째 상대할 때는 괜찮았지만 두 번째부터는 확연히 볼넷이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세 번째 상대할 때는 거의 이닝당 한 개 꼴인 셈이다. 이런 모습이 반복되면서 후랭코프의 9이닝당 볼넷은 어느덧 4.77개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비관적인 미래가 그려지는 현재까지의 경기 내용과는 다르게 아직까지도 후랭코프는 평균자책점 3.62로 준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행운의 사나이 후랭코프!
후랭코프는 다시 따봉을 받을 수 있을까. (사진 제공: 두산 베어스 Instagram)
이는 낮아도 너무 낮았던 BABIP 덕분이었다. 평균자책점이 1.11까지 내려가는 동안 후랭코프의 BABIP는 고작 0.160이었다. 심지어 좌타자에게는 단 한 개의 안타도 맞지 않았다. 그 이후에는 조금 희석되긴 했지만 아직도 0.231로 리그 평균인 0.329에 비해 크게 낮다. 투수가 BABIP에 많은 관여를 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정설이다. 그마저도 후랭코프는 BABIP가 좀 더 낮을 가능성이 있는 뜬공을 유도하는 유형의 투수도 아니다. 지난해 미국에서의 BABIP도 역시 0.287로 평범한 수준이었다. 뛰어나기로 유명한 두산의 내야 수비를 안고 투구를 하고 있긴 하나 이 역시 약간의 차이 이상을 내기는 어렵다.
결국 BABIP가 일반적인 수치로 돌아오는 날은 언젠가 찾아올 수밖에 없다. 당장에 BABIP가 다른 선수들과 큰 차이가 없었던 최근 경기들에서 후랭코프는 모두 크게 고전했다.
종합해보면, 체력 문제는 우려했던 것보다 더 큰 결함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를 유독 낮은 BABIP라는 운적 요소의 힘으로 버텨왔지만 그 운이 다한다면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특히 김태형 감독은 선발 투수에게 많은 투구를 요구하는 타입이다. 지난 시즌 주전 선발 투수들의 경기당 평균 투구 수는 100.4개였다. 임시 선발까지 포함한 모든 선발 투수 기준으로 보아도 96.93개(1위)다. 좋은 선발진을 보유한 것에 따른 결과라기엔 선발진의 총 WAR는 6위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이런 유형의 투수는 김태형 감독의 방식으론 더욱더 운용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아무리 많이 던져도 100개 언저리에서 끊거나, 경기가 잘 풀려서 90개 미만으로 6회 정도를 막았을 때 거기서 끊어주던 방식도 김태형 감독의 철학에선 이미 최고의 배려일 수도 있다.
이렇듯 하나하나 밝혀지고 있는 후랭코프의 특성들을 고려해보면 트리플 A에서처럼 80~90개 정도에서 끊어주거나 아예 불펜으로 전환하는 게 정답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후랭코프 역시 마이너리그 시절 인터뷰에서 ‘불펜이 더 즐겁고, 나의 멘탈리티와 구질은 불펜 투수에 어울린다’라고 직접 이야기하기도 했다.
물론 이렇게 외국인 투수를 운영하는 것은 외국인 투수 슬롯의 중요성을 생각해 보았을 때 큰 해악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결론은 과감히 교체하거나, 기적적인 성장을 바라면서 계속 함께하는 수밖에 없다.
이제 가시나요? (사진 제공: 두산 베어스)
사실 파레디스라는 확실한 문제를 가진 외국인 선수를 교체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후랭코프의 교체를 바라는 것은 박석민의 FA 영입을 기대했던 2015년의 두산 팬들처럼 ‘프런트 입장에서 보았을 때’ 우스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자신감이었든 난감한 속사정이었든 많은 누수로 시작한 시즌 속에서 선두를 지키는 것은 그렇게 점점 어려워져만 간다.
기록 출처=STATIZ, Fangraphs, Baseball-Reference, MiLB.com, Baseball America
에디터=야구공작소오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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