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끌 모아 태산’ 토론토 불펜의 마지막 퍼즐, 오승환

토론토와 계약한 오승환(사진=Flickr Tom Hagerty, CC BY SA 2.0)

 

[야구공작소 이해인] 우리 시간으로 2월 27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오승환이 공식적으로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계약이 불발되기 전에도 토론토는 그와의 계약에 관심이 있던 팀으로 알려졌다. 드디어 끝판대장을 손에 넣은 토론토. 그들은 왜 오승환을 필요로 했을까?

 

와일드카드 레이스의 숨은 공신이 될 수 있다

 

토론토는 대형 트레이드나 FA 계약 없이 꾸준하게 야금야금 전력 보강을 했다. 알레드미스 디아즈, 얀헤어비스 솔라르테, 커티스 그랜더슨, 랜달 그리척, 하이메 가르시아를 영입하며 이번 시즌도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의사 표시를 확실히 한 것이다. 오프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이런 전략에 불만을 표하는 팬들이 많았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에 회의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새 팬그래프의 2018시즌 예측 성적은 83승 79패에서 86승 76패까지 상승했다. 이는 LA 에인절스, 미네소타 트윈스, 시애틀 매리너스보다 높은 아메리칸리그 5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팬그래프의 아메리칸리그 승패 예상(승률 5할 이상 8팀)>

휴스턴 애스트로스 101승 61패
뉴욕 양키스 94승 68패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93승 69패
보스턴 레드삭스 93승 69패
토론토 블루제이스 86승 76패
LA 에인절스 84승 78패
미네소타 트윈스 82승 80패
시애틀 매리너스 82승 80패

그리고 이들에 이어 영입된 선수는 다름 아닌 오승환이다. 그의 2018시즌 예측 성적은 지난 시즌 부진으로 인해 상당히 좋지 못한 편이다. 팬그래프에서 제공하는 2개의 예측 모델인 뎁스 차트와 스티머에서는 10경기 등판과 0.0 WAR을 예측했다. 다른 모델인 ZiPS는 이에 비해 약간 더 호의적이다. 여기에서의 예측 성적은 60경기 출전과 0.8 WAR이다.

예측 성적으로 판단하기에 그가 팀에 큰 전력상승 요소가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냉정히 생각했을 때에도 플레이오프 레이스에서 팀의 전력을 확연히 올려놓을 레벨의 선수는 아니다. 그는 이미 만 35세에 접어들었으며 시즌 중에는 만 36세가 된다. 게다가 빅리그 2년차인 지난해에는 데뷔 시즌보다 훨씬 못한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토론토의 사정상 뎁스 차트와 스티머가 예측한 10경기보다는 훨씬 더 많은 등판이 예상된다. 또한 오승환 본인에게도 반등의 여지는 있다. 그는 2017시즌에 2016년보다 몸의 밸런스가 안 좋았다고 언급한 바 있었다. 한편 든든한 마무리 로베르토 오수나의 존재로 인해 오승환은 마무리투수보다는 셋업맨으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시즌 그는 좌타자들을 상대로 피OPS 1.006으로 부진했지만 우타자들에게는 피OPS 0.642로 여전히 압도적인 모습이었다. 2016시즌처럼 좌우를 가리지 않고 압도적인 피칭을 보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좌완 셋업맨과 짝을 이뤄 우타자를 주로 상대한다면 좋은 성적을 기록할 여지가 분명히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오승환은 토론토의 와일드카드 레이스에 크지는 않더라도 단단한 주춧돌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앞서도 언급했듯 오승환을 확실한 전력강화 요소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가 팀에 큰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만 35세의 나이로 반등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풀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토론토는 어떤 점을 보고 그를 메이저리그 계약으로 데려온 걸까?

 

토론토의 구원진 상황과 오수나의 문제

지난 시즌 선발진이 무너진 나비효과는 팀의 계투진에도 그 영향을 미쳤다. 애런 산체스, 프란시스코 리리아노, J.A. 햅은 크고 작은 부상으로 선발진에서 이탈했으며 마르코 에스트라다는 6월부터 급격한 슬럼프에 빠졌다. 이 덕분에 필승조를 맡아주던 조 비아지니가 선발로 이탈하며 계투진에 큰 공백이 생겼다.

이뿐이 아니었다. 2017시즌을 앞두고 반등할 거라 예상하며 영입했던 J.P. 하웰은 부상과 부진을 거듭하다 방출을 당했으며, 셋업맨 제이슨 그릴리도 끝끝내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DFA를 통해 텍사스 레인저스로 향했다. 이러한 팀의 상황 덕분에 라이언 테페라, 도미닉 리온, 대니 반스, 이렇게 3명의 선수들이 강제로 소위 ‘레벨업’을 달성했다. 그 결과 오프시즌 동안 토론토는 구원투수 영입을 최후순위로 미룰 수 있었다.

그리고 투수진에 대한 새로운 청사진을 그렸다. 스포츠넷의 벤 니콜슨 스미스 기자는 2017시즌 동안 문제가 됐던 선발투수 뎁스를 보강하기 위해 필승조이자 임시 선발투수로 뛰던 비아지니가 시즌을 트리플A에서 시작해 선발수업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한 바 있다. 이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에스트라다, 햅 그리고 가르시아(2019시즌 팀 옵션 보유)에 대한 대비이기도 하다.

한편 그리척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리온과 차기 구원투수로 성장할 것으로 보였던 코너 그린이 손실됐다. 결국 팀은 비아지니와 리온을 대신할 만한 선수가 필요했고 그 선택지가 바로 오승환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많고 많은 불펜 후보들 중에 왜 토론토는 오승환을 선택했을까? 팀이 페이롤을 잘게 쪼개 써야 한다는 점과 그의 몸값이 비교적 싼 편에 속한다는 점이 한몫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반적으로 베테랑에게 붙는 수식어인 ‘경험이 많다’는 것 역시 하나의 장점이다. 이는 특히 젊은 선수들로만 이루어져 있는 토론토 구원진의 구성상 꼭 필요한 조각이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마무리 경험이 있다는 것이 주요했다.

지난 3년 동안 발군의 모습을 보여준 오수나이지만 지난 시즌에는 2가지 큰 문제를 안고 있었다. 바로 ‘심리적 불안증세’와 이따금 보여준 구속 저하였다. 그는 전자의 이유로 여러 차례 마무리 상황에서 등판을 하지 못한 적이 있었다. 또한 일부 경기에서 뜻밖의 구속 저하로 인해 자신의 주무기인 포심 패스트볼을 던지지 못했다. 이로 인해 결정구인 슬라이더, 써드피치인 커터로만 타자들을 상대하다가 여러 차례 두들겨 맞기도 했다. 그 결과 그는 지난 시즌에만 10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이런 부분들이 오수나의 클로저 입지를 흔들리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여전히 리그 정상급 구위를 자랑하는 마무리투수다. 그러나 해당 문제가 반복될 경우에는 그의 임무를 대신 수행해줄 누군가가 필요하며 오승환 영입 전까지는 그에 맞는 선수를 찾기 어려웠다. 테페라와 반스가 지난 시즌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메이저리그에서의 마무리 경험은 전무하다. 따라서 셋업맨과 마무리투수를 오가며 자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오승환은 토론토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옵션 중 하나였다.

 

마치며

비교적 얇은 구원투수 로스터를 보유하고 있는 토론토이기에 오승환의 역할은 매우 명확해 보인다. 간헐적으로, 혹은 때에 따라 장기적으로 마무리투수까지 볼 수 있는 셋업맨. 또한 이와 더불어 젊은 구원진에서 최고참으로 활약하는 베테랑이 그것이다. 특히 토론토 수뇌부는 이전 시즌들에 비해 2017시즌에 훨씬 많은 이닝을 던진 테페라와 반스의 짐을 함께 덜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가 지난 시즌의 부진을 뒤로 하고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선수들과 함께 자신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을지 지켜 보는 일만이 남았다.

 

기록 출처: Fangraphs, MLB.com

에디터=야구공작소 이택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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