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KBO리그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두산 베어스 세스 후랭코프

(일러스트=야구공작소 황규호)

 

세스 후랭코프, 우투우타, 1988년 8월 27일생(만 29세), 195cm, 90kg

 

[야구공작소 김태근] 결국 두산 베어스가 결단을 내렸다. 2016시즌 통합 우승을 이끌었던 더스틴 니퍼트와 마이클 보우덴을 모두 교체한 것이다. 두산은 우선 롯데 자이언츠와의 협상이 결렬된 조쉬 린드블럼을 영입했다. 그리고 남은 한 자리는 새로운 선수에게 맡겨보기로 했다. 바로 세스 후랭코프다. 후랭코프는 두산 베어스와 총액 85만 달러 계약에 합의했다.

 

Back Ground

세스 후랭코프는 1988년에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시에서 출생했다. 에이펙스 고등학교 재학 시절 미국 국가대표 야구팀에 선출된 이력이 있으나, 큰 주목을 받진 못한 채 윌밍턴 대학교에 진학했다. 대학 졸업 후에도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던 그는 2010년에 참여한 드래프트에서 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행사한 27라운드 전체 815픽이라는 아주 낮은 순위의 지명을 받아들였다.

곧 이어진 마이너리그 생활도 순탄치 않았다. 2010년 루키리그에서부터 시작한 후랭코프는 2012년 로우 싱글 A에서 이른 고난을 맞았다. 선발 불가 판정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구원투수로 전향해 적응을 마친 후랭코프는 싱글 A를 졸업한 후 2년 만에 더블 A를 거쳐 트리플 A까지 승격할 수 있었다. 이때 후랭코프는 선별된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함께하는 애리조나 가을 캠프에 참여했고, 소속리그 올스타에 뽑히기도 했다.

그러나 후랭코프를 향한 평가는 냉정했다. 매력적인 패스트볼을 지니지 못했으며 주로 구원투수로 뛰어온 후랭코프를 유망주로 분류하긴 어려웠다. 실제 메이저리그 승격이 유력한 마이너리그 선수들의 이름이 적힌 유망주 랭킹에서 후랭코프의 이름은 찾을 수 없었다. 전체 순위는 물론, 구단 30위 랭킹에서조차 말이다.

결국 후랭코프는 2016년 오클랜드에서 방출 당한 후 다저스로 이적했고, 선발투수 복귀를 모색했다. 그리고 2017년에 새롭게 이적한 컵스의 산하 트리플A 구단 아이오와 컵스에서 선발투수 시즌을 보낼 수 있었다. 복귀는 성공적이었고, 덕분에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기도 했다(2017년 6월 10일 콜로라도 원정 경기).

그러나 시즌이 끝난 후 후랭코프는 웨이버 공시되면서 시애틀로 이적한다. 사실상 갈 곳 없는 신세에서, 후랭코프는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바로 KBO리그 두산 베어스로의 이적이다.

 

<세스 후랭코프의 커리어(사진=MiLB.com)>

 

Scouting Report

 

<후랭코프의 피치타입(자료=Brooksbaseball)>

 

후랭코프는 평균 90마일 초반의 포심 패스트볼을 구사한다. 그러나 이는 주로 구원 등판했을 때의 수치로, 선발 투수로 등판했을 때의 평균 구속은 80마일 후반대에 형성된다. 후랭코프가 포심 패스트볼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나 후랭코프는 눈에 띄지 않는 구속에도 뛰어난 탈삼진 능력을 보여줬다. 마이너리그 통산 K/9 8.92개의 우수한 수치가 그 증거다. 선발 등판시로 한정하면 K/9이 8.60개로 소폭 하락하지만, 여전히 좋은 기록이다. 특히 지난 시즌 K/9은 9.18개로 평균적으로 매 이닝 1개 이상의 삼진을 잡아내는 활약을 펼쳤다. 풀타임 구원 투수로 나섰던 시즌엔 항상 10~12개의 K/9을 기록한 데서 탈삼진을 솎아내는 후랭코프만의 기술이 있음을 엿볼 수 있다.

후랭코프에게 부각되는 장점은 또 있다. 바로 땅볼 유도 능력이다. 사실 후랭코프는 포심뿐만 아니라 그와 비슷한 구속의 싱킹 패스트볼을 즐겨 구사한다. 그 덕분인지 마이너리그 커리어 내내 50% 가량의 높은 땅볼 비율을 유지했다(메이저리그 평균 약 45%). 자연스럽게 후랭코프가 잡아낸 아웃의 개수는 뜬공보다는 땅볼이 더 많았다(마이너 통산 땅볼아웃/뜬공아웃 1.40). 작년에도 51.6%의 땅볼 비율과 1.55의 땅볼아웃/뜬공아웃을 기록하면서 땅볼 유도 분야에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외에도 후랭코프는 변화구로 커브와 체인지업을 구사한다. 특히 커브는 후랭코프가 유망주 전문가들에게 호평을 들은 구종이기도 하다. 제구가 잘 된다면 타자들의 헛스윙을 상당히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제구력에는 의문이 남는다. 마이너리그 통산 BB/9는 3.32개로 평균 수준이나, 선발 등판했을 때는 3.64개로 조금 더 좋지 않다. 공교롭게도 선발 복귀 시즌이었던 2017년 기록 또한 3.63개로 흡사하다. 이는 KBO리그(3.18개)와 메이저리그(3.29개) 평균보다도 많은 수치다. 강력한 패스트볼이 없는 후랭코프에게 확실한 제구력의 부재는 찝찝한 불안감을 남긴다.

 

The Future

 

두산에서 큰 성공을 거둔 더스틴 니퍼트와 마이클 보우덴은 강력한 패스트볼과 크게 휘는 변화구의 조합을 앞세운 구위형 투수였다. 그러나 세스 후랭코프는 변형 패스트볼을 주로 구사하며 맞춰 잡는 피칭에 초점을 둔 투수다. 두산이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엔 리그 최고의 수비력을 지닌 팀의 내야진이 있다. 후랭코프가 유도한 땅볼들을 아웃으로 연결시켜 줄 것이라는 믿음이다. 게다가 마이너리그 통산 HR/9이 0.73에 불과한 후랭코프의 피홈런 개수는 ‘잠실 버프’를 받아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러나 시즌이 짧은 마이너리그에서 오랜 기간 구원 투수로 뛰었던 후랭코프는 연간 144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KBO리그에서 체력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실제로 선발투수 복귀 첫해였던 작년, 전반기 4.15였던 후랭코프의 평균자책점은 후반기 4.89까지 상승했다. 제구 난조를 겪었기 때문이다(BB/9 변화: 2.88→5.12, WHIP 변화: 1.14→1.55).

결국 후랭코프의 성공 요건은 ‘체력 관리’와 ‘제구력’이라고 볼 수 있다. 만약 두 문제가 해결된다면, 후랭코프는 땅볼 유도 능력과 탈삼진 능력을 앞세워 좋은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후랭코프는 최근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공격적인 투수’, ‘땅볼 유도에 초첨을 맞춘다’고 소개했다. 만약 본인이 공언한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두산의 후랭코프의 영입은 합리적인 영입의 성공적인 사례가 된다. 다가오는 2018시즌, 우승 탈환에 도전하는 두산이 바라는 시나리오일 것이다.

 

기록 출처: Baseball-Reference, Fangraphs, Brooks Baseball, Mi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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