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17시즌 리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 이게 다 다저스 때문이다

 

(일러스트=야구공작소 황규호)

 

팬그래프 시즌 예상: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4위(77승 85패)
시즌 최종 성적: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2위(93승 69패)

 

[야구공작소 황규호] 토니 라루사와 데이브 스튜어트의 실험은 실패로 돌아갔고 보스턴에서 마이크 헤이즌이 새로운 애리조나의 단장으로 선임되었다. 헤이즌은 단장직에 오르자마자 라루사 사단을 교체하고 본격적인 본인의 시대를 알렸다. 그 신호탄으로 시애틀과의 2:3 트레이드(진 세구라, 미치 해니거, 잭 커티스 out / 타이후안 워커, 케텔 마르테 in)를 감행했고, 포수진 교체(웰링턴 카스티요 out / 제프 매티스, 크리스 아이아네타 in)와 로드니(1년 275만 달러)까지 영입하며 시즌을 준비했다.

엄청난 투자와 출혈로 시작한 2016시즌은 시작 전부터 어긋났다면 별다른 투자와 출혈 없이 시작한 2017시즌은 시작부터 순조로웠다. 크리스 오윙스의 끝내기로 개막전을 승리로 가져가더니 개막 첫 주를 6승 1패(메이저리그 전체 1위)로 시작했고, 다저스가 서부지구 1위를 차지하기 전까지 콜로라도와 함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애리조나의 돌풍은 예상외로 강력했던 선발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시즌 초 그레인키–레이–워커–밀러–코빈으로 시작한 선발진은 밀러의 시즌 아웃을 잭 고들리가 훌륭하게 메워 주며 시즌 중반에도 순위 싸움을 유지할 수 있었고, 후반기에는 패트릭 코빈까지 2015시즌의 재림을 보여주었다.

타선에서도 폴 골드슈미트를 필두로 전반기 타점 1위 제이크 램, 멀티 포지션을 맡으며 공백을 훌륭히 메운 오윙스, 2015년의 모습으로 돌아온 데이빗 페랄타 등이 좋은 활약을 보여 주었다. 후반기 이들의 페이스가 떨어질 즈음 디트로이트에서 JD 마르티네즈를 영입하며 좌완 상대로 약했던 모습을 탈피하고 타격 페이스를 다시금 끌어올렸다. 이는 2003년 12연승 이후 팀 창단 최다 13연승 가도를 달리는 기폭제가 되었다.

JD 마르티네즈 영입(7월 19일 기준) 전 후 좌완 상대 성적 비교

 

오윙스의 시즌 아웃 이후 그를 대체한 닉 아메드도 시즌 아웃되며 후반기에는 마르테가 주전 유격수로 기용이 되었는데, 이는 헤이즌 단장이 그를 왜 영입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 되었다. 이외에도 다니엘 데스칼소, 트레이드 마감일에 영입한 아담 로살레스 등의 멀티 플레이어들이 쏠쏠한 활약을 해 주며 디백스의 와일드카드행에 일조했다.

 

 

최고의 선수 – 폴 골드슈미트, 아치 브래들리

 

폴 골드슈미트와 아치 브래들리 (사진출처 : SI, ESPN)

 

폴 골드슈미트 시즌성적 : .297 / .404 / .563 OPS .967 104볼넷 147삼진 36홈런 120타점 fWAR 5.3

2015년 MVP 투표 2위에 빛나던 골드슈미트의 실력 그대로였다. 2016년 장타력이 하락하며 (0.297/0.411/0.489 24홈런) 많은 우려를 낳았는데 올해는 본연의 활약으로 돌아왔다. fWAR 5.3으로 조이 보토(6.6)의 뒤를 이어 메이저리그 1루수 2위에 올랐고 실버슬러거, 골드글러브를 동시에 수상한 3번째 시즌(2013년, 2015년)이 되었다. 하지만 2013년, 2015년과는 다르게 MVP 투표에서는 3위에 그쳤다. 이는 좋지 않은 9월 성적(0.171/0.250/0.305) 때문일 것이다. 2016년 32도루를 보여주며 30-30 1루수를 기대하게 했지만 올해는 18도루로 감소했다. 그는 2014년에 맺은 장기계약으로 인해 여전히 ‘혜자스러운’ 가성비까지 가졌다(2018년 1,110만 달러, 2019년 1,450만 달러).

 

아치 브래들리 시즌성적 : 63경기 73이닝 3승 3패 1세이브 25홀드 ERA 1.73 21볼넷 79삼진 fWAR 2.1

2015년 팀 내 최고의 유망주였던 브래들리는 2016년 좋지 않은 팀 사정과 맞물려 브랜든 쉽리와 함께 메이저리그에서 선발수업을 했다(141.2이닝 8승 9패 ERA 5.02). 하지만 올해는 빈틈없는 선발진의 뒤를 받치며 불펜에서 시즌을 시작했고 그를 불펜으로 활용한 것은 애리조나의 ‘신의 한 수’가 되었다. 기록에서도 볼 수 있듯 팀 내 불펜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책임졌으며 롱맨, 클로저의 역할까지 소화했다. 그의 활약은 포스트시즌에서도 이어졌는데, 특히나 콜로라도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때 승리의 발판을 마련한 3루타를 치는 장면은 팬들의 마음속에 강렬히 남았다.

 

발전한 선수 – 로비레이

 

로비 레이 (사진출처 : SB Nation)

 

로비 레이 시즌성적 : 28경기 162이닝 15승 5패 ERA 2.89 71볼넷 218삼진 fWAR 3.5

2016시즌 9이닝당 삼진 비율이 고(故) 호세 페르난데스(12.49개)에 이은 2위(11.25개)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준 레이는 2017시즌에도 크리스 세일(12.93개)에 이어 2위(12.11개)를 차지하며 잠재력이 폭발하는 시즌을 보냈다. 작년에도 강력했던 탈삼진 능력은 더욱 좋아졌고 피안타율(0.265→0.197), WHIP(1.47→1.15)는 대폭 낮추는 최고의 시즌이었다.

비록 시즌 중반 타구에 머리를 맞아 약 한 달간의 부상 공백이 있었지만 15승 5패로 팀 2선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고, 부상이 없었다면 A급 투수의 기준인 200이닝-200삼진을 달성했을 것이라 예상된다.

실망스러운 선수 – AJ 폴락

 

AJ 폴락 (사진출처 : Rotoprofessor)

 

시즌성적 : .266 / .330 / .471 OPS .801 35볼넷 71삼진 14홈런 20도루 fWAR 2.1

2016시즌 시범경기에서 큰 부상을 당해 12경기밖에 소화하지 못한 폴락은 올 시즌 개막부터 팀의 1번 타자로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수많은 잔부상으로 466타석만 소화하며 팀이 기대했던 2015년의 활약과는 거리가 멀었다(2015시즌 0.315/0.367/0.498 20홈런 39도루 111득점). 1번 타자로 나선 경기는 47경기에 불과했다.

2016시즌 부상의 후유증으로 인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의 자제로 2015년에 비해 올해는 도루 개수가 급감(39개→20개)하였고, 잦은 사타구니 부상의 여파인지 UZR도 크게 감소했다(6.5→0.5). 그러나 희망적인 것은 선구안이 무너지지는 않았다는 점이다(BB% 7.9%→7.5%). 팀이 원하는 2015시즌의 폴락으로 돌아온다면 내년 애리조나 타선은 한층 더 강해지지 않을까.

 

헤이즌과 함께라면 좀 더 해볼 만하다.

2016시즌에 돌입하기 전 단행한 두 번의 보강(잭 그레인키, 쉘비 밀러 영입) 때문에 현재 애리조나는 쉽게 리빌딩에 돌입할 수도 없는 팀이 되어 버렸다. 그렇지만 헤이즌 단장 부임 후 빠르게 팀을 재정비하여 2017시즌 가을야구를 할 수 있었고 다저스만 없었다면 사실상 지구 1위까지도 가능한 성적이었다. 헤이즌 단장과 함께 부임한 루벨로 감독 또한 올 시즌 감독상을 받으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애리조나는 리그 상위권의 투수진을 구축했고(선발 ERA 메이저리그 전체 3위, 불펜 5위) 타선 또한 나쁘지 않다(OPS 메이저리그 전체 7위). 선발진은 브래들리의 가세, 밀러의 부상 복귀로 더욱 견고해질 예정이며 불펜은 12월 1일 브래드 박스버거를 영입하며 브래들리와 (혹시 이탈할) 로드니의 빈 자리를 보강했다. 타선에서는 마르티네즈가 FA 자격을 얻었지만 여유로운 팀 페이롤(2017년 1억2천만 달러 메이저리그 20위)을 감안한다면 마르티네즈 또는 다른 대형 타자를 영입해 더 높은 곳으로 도전해 볼 만하다. 이미 팜에는 앤서니 반다(2017년 BA 88위)말고는 남아있지 않아 리빌딩 여력도 없다.

애리조나는 승률 0.574를 기록하고도 다저스에 밀려 지구 2위를 기록했고 극적으로 진출한 디비전 시리즈에서도 다저스에 패하며 2017시즌을 끝냈다. 내년에는 다저스를 넘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을까.

 

기록출처 : Fangraphs, Roaster Resource, M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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