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 치트키’ 함덕주, 한국시리즈에서도 작동할까

‘함’드류 밀러로 거듭나다(사진=두산 베어스 페이스북)

[야구공작소 김태근] 치열했던 NC와 두산의 플레이오프는 결국 두산의 승리로 끝났다. 이번 플레이오프는 승리팀이 매번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패배팀을 압도하는 양상으로 진행됐다. 특히 1~3차전까지는 매 경기마다 만루홈런이 나오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승부를 가르는 요소는 ‘누구의 창 끝이 더 날카롭나’가 아닌 ‘누구의 방패가 더 단단한가’이기 마련이다.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한 두산의 투수진은 1차전에서만 13실점을 했지만, 이후 3경기에서 15실점으로 버텼다. 반면 NC의 투수진은 1차전을 5실점으로 시작했으나 이후 3경기에서 충격의 45실점을 했다.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의 평균자책점은 6.69, NC는 두 배 가량인 12.25이다. 두산의 방패는 갈수록 단단해졌지만, NC의 방패는 처참하게 부숴졌다.

양 팀의 선발진은 모두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선발 평균자책점에서 두산은 8.35, NC는 11.48을 기록했다. 두산 선발진의 평균자책점이 3점 가량 더 낮고, 이닝이 NC보다 약간 많았지만 극적인 차이는 아니었다.

두 팀 투수진의 차이를 만든 것은 바로 불펜이었다. 올해 주요 투수들이 부지런히 던진 NC의 불펜진은 22.2이닝 32실점 평균자책점 12.71로 결국 탈이 났다. 반면 두산 불펜진은 16.2이닝 9실점 평균자책점 4.86로 차이가 극명한 투구를 보여줬다. 시즌 팀 불펜 평균자책점 1위다운 모습이었다.

 

 

구원승만 2번 거둔 김승회(3경기 4.1이닝 2실점)와 김강률(2경기 2.1이닝 무실점)의 안정적인 활약은 팀에 큰 보탬이 됐다. 그러나 기여도가 가장 높은 선수는 함덕주(4경기 6.2이닝 무실점)였다. 함덕주는 이번 플레이오프 전 경기에 나와 4연투를 하면서 단 한번도 실점하지 않는, 흔들림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두산이 승리한 2~4차전에서는 모두 멀티 이닝을 소화했다.

 


함덕주는 1차전에서 니퍼트가 5회 만루홈런을 얻어맞고 6회에도 연속 안타를 허용한 상황에서 구원 등판했다. 2아웃이었지만 안타 하나면 추가점을 허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함덕주는 김준완을 삼진, 나성범을 뜬공 처리하며 위기를 막았다. 비록 팀은 패배했고, 본인도 볼넷 2개를 비롯 3번의 출루를 허용하며 흔들렸지만, 승부처의 압박감을 버텨낸 것은 일견 성장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후 3경기에서는 흔들림없는 투구를 펼쳤다. 2차전, 7회에 스크럭스가 투런홈런을 치고 역전의 분위기를 잡으려는 찰나에 등판해, 리드 상황을 마무리 김강률까지 안전하게 전하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3차전엔 선발 보우덴이 3이닝 3실점으로 강판된 후 2.2이닝을 맡아 1+1 전략을 훌륭히 수행했다. 4차전에서는 셋업맨으로 돌아가 김강률과 3이닝 무실점을 합작했고 결국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결정지었다.

함덕주의 플레이오프의 합산 성적은 4경기 6.2이닝 2피안타 1볼넷 8K 무실점으로, 5홈런 12타점의 오재일이 아니었다면 플레이오프 MVP로 선정돼도 모자람 없는 성적이었다. 실제로 한용덕 투수코치는 4차전 직전에 함덕주를 PO MVP로 예상했지만, 4차전 후 오재일이 선정되자 아쉬움을 표했다(대신 함덕주는 4차전 데일리 MVP로 보상받았다).

이번 가을 두산 벤치의 함덕주 기용 방식은 작년 겨울 클리블랜드를 월드시리즈로 이끈 앤드류 밀러를 연상케 한다. 특히 위기 상황마다 탈삼진 능력을 과시한 함덕주(K/9 10.80)의 모습은 당시 밀러의 활약과 비견될 만 했다. 비록 당시 클리블랜드는 안타깝게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밀러만큼은 우승 팀에 뒤지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두산이 함덕주에게 가장 바라는 것은 그가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모습을 한국시리즈에서도 계속 이어가주는 것이다.

두산에게 함덕주의 맹활약이 반가운 이유는 또 있다. 바로 팀 좌완투수진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는 것. 두산의 플레이오프 30인 엔트리 중 좌완투수는 총 4명이었는데, 선발 자원인 장원준∙유희관을 제외하면 좌완 불펜자원은 이현승∙함덕주가 유이했다. 장원준, 유희관, 이현승의 좌완 트리오는 두산의 2015-2016 한국시리즈 우승 2연패 당시 혁혁한 공을 세운 바 있다. 하지만 올해만큼은 이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장원준 5.1이닝 6실점, 유희관 4.2이닝 4실점, 이현승 0.1이닝 3실점).

2015년 포스트시즌에서 2.1이닝 9실점으로 아린 첫 경험을 한 함덕주는 그 고통을 성장통으로 소화해냈다. 그리고 이번 가을만큼은 세 좌완 선배들의 부족분을 오롯이 혼자서 책임져주고 있다. 특히 이번 가을 유독 부진한 이현승(PS 통산 23경기 ERA 1.30)의 자리를 완벽하게 대체해내는 모습이다. 덕분에 이현승은 부담이 적은 상황에 등판해 폼을 추스를 수 있게 됐다.

한편, 두산의 한국시리즈 맞상대이자 시즌 마지막 날까지 치열하게 우승 경쟁을 한 KIA는 NC보다 한 단계 위의 공격력을 지닌 팀이다. 정규시즌에서의 NC가 리그평균 정도의 공격력을 보인 팀인 반면, KIA는 유일한 900득점 팀이었다(KIA 906득점, NC 786득점 / 리그평균 768점). 또 두산의 우려스러운 점은 플레이오프에서 선발진이 믿음직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리그 최고의 원투펀치인 양현종과 헥터가 앞서고 ‘후반기 에이스’ 팻딘이 받치는 KIA의 선발진에 비해 열세인 형국이다.

4차전 데일리 MVP 함덕주 (사진=두산 베어스 페이스북)

 

결국 두산은 한국시리즈에서도 선발 싸움에서의 뒤진 경쟁력을 불펜 싸움에서 만회해야한다. KIA의 약점이 불펜진(ERA 8위, 세이브 성공률 6위)인 것을 감안한다면, 불펜진에서의 우위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두산 불펜진 중심에 서있는 투수가 바로 함덕주다.

올시즌 함덕주는 KIA전에 3경기를 나왔는데 모두 선발 등판이었다. 3경기 평균 5이닝을 소화해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했는데, 세부 기록은 더욱 좋았다(피안타율 0.224/피OPS 0.619/WHIP 1.13). 만약 불펜 등판을 하면서 전력 투구를 한다면, KIA 타자를 더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올시즌 KIA의 주축 타자인 버나디나(7타수 무안타), 이명기(8타수 1안타), 나지완(6타수 1안타), 김주찬(8타수 2안타)에게 강한 모습을 보인 것도 좋은 징조다.

물론 정규시즌 성적이 좋다고 그것이 가을까지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 가을에서의 폼이다. 그런 면에서 함덕주는 정규시즌 성적 이상의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된다면, 함덕주는 두산의 ‘불펜 치트키’로 쓰일것이다.

두산은 KIA의 한국시리즈 10전 10승만큼이나 흥미로운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바로 KBO리그 팀 중 유일하게 전 세대(82,95,01,15-16)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룬 팀이라는 것이다. 반면 만약 KIA가 이번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게 된다면, 두산은 더 이상 유일한 팀이 아니게 된다.

과연 두산은 KIA의 기록을 끝냄과 동시에 그들의 ‘유일한’ 기록을 지켜나갈 수 있을까. ‘불펜 치트키’ 함덕주에 주목해보자. 올가을엔 기대를 걸기에 충분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기록 출처: Statiz.co.kr, KBO 기록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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