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25시즌 리뷰] 키움 히어로즈 – 영웅의 미래는 어디에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변영아 >

야구공작소는 연말을 맞이하여 KBO 팀별 2025시즌 리뷰를 발행합니다. 12월 31일까지 매일 한 팀씩 업로드됩니다.

최종 성적 = 47승 4무 93패 (최종 10위)

 

다시금 그들이 도약할 수 있을까

2023시즌부터 이어졌던 리빌딩 기조는 안우진이 군복무에서 돌아오는 2026시즌까지 이어질 전망이었다. 이후 3년 연속 최하위였으나 지난해는 송성문, 하영민 등 베테랑과 김윤하, 주승우, 김건희 등 신예들이 선전해 기대를 모았다. 여기에 히어로즈는 그치지 않고 시즌 중엔 김휘집을, 오프시즌엔 조상우를 지명권과 현금을 받고 트레이드해 유망주를 더 수집한다는 전략을 택했다.

한편 지명권 트레이드 외의 행보는 ‘메이저리그에서 보던 탱킹’을 표방하는 듯했다. 스탑갭 선수나 방출 선수와 염가에 계약하며 유망주가 성장할 시간을 번다는 뜻이다. 히어로즈는 비시즌 동안 장필준, 김동엽, 강진성, 오선진을 영입했다.

공수 양면을 책임졌던 2루수 김혜성의 이탈과 로니 도슨의 부상으로 인해 타선의 약화는 필연적이었다. 결국 히어로즈는 두 명의 외국인 타자를 기용하는 파격적인 선택을 한다. 가능성을 보여준 김윤하, 전준표와 창단 첫 전체 1순위 정현우 등 ‘선발 경험치’를 먹일 젊은 선수가 많은 반면 타선은 빈약하다는 판단하에 내린 결정이었다. 그 결과 키움은 케니 로젠버그와 2022시즌 이후 잠깐 팀을 떠났던 야시엘 푸이그, 그리고 2024시즌 삼성에서 부상으로 인해 방출된 루벤 카디네스를 영입하며 개막 로스터를 꾸리게 된다.

 

그래도 ‘히어로즈’인데

다만 이런 기조의 이면엔 소위 ‘폐지 줍기’라는 꼬리표가 붙을 수밖에 없었다. 두 명의 외국인 타자들은 전부 KBO에서 실패를 맛봤던 선수였다. 계약한 방출자들의 기량도 의문점이 많았다. 또한 투타의 중심을 맞춰준 송성문과 하영민이 2024시즌이 플루크가 아니었음을 보여줘야 하고, 김윤하는 2년 차에 토종 2선발 역할을 맡아야 했다. 결국 지난해처럼 최하위권에 머물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기대되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히어로즈는 그 이름처럼 항상 기회를 놓치지 않는 선수들이 영웅으로 자리 잡았다. 강정호의 빈자리를 채운 김하성, 부상 당한 임병욱을 대신해 데뷔한 이정후처럼. 히어로즈는 다시금 영웅의 강림을 기대하며 2025시즌을 맞이했다.

 

여기에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시즌 1~2주 정도는 외국인 타자를 두 명 기용하는 전략이 들어맞으며 타선이 불을 뿜었다. 하지만 선발진과 불펜이 이 점수를 지켜주지 못하면서 승률은 높지 않았다. 거기다 중심 타선이 부진에 빠지면서 공격이 침체됐고, 명확한 주전 키스톤이 없어 내야 수비마저 무너졌다. 토종 선발진은 하영민을 제외하고 전부 붕괴했으며 5월엔 KBO리그 월간 최대 패배 신기록을 세웠다. 이는 역대 KBO 단일 시즌 최악의 한 달이다(4승 1무 22패).

< 절망하는 히어로즈의 마스코트들 >

유일한 선발 상수 자원으로 볼 수 있는 로젠버그와 하영민의 등판을 제외하곤 키움의 마운드는 눈 뜨고 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로테이션 체제는 무너져 불펜을 대체 선발로 올렸고, 마무리 주승우는 9회를 책임지는 것이 아닌 당장의 큰 불을 끄기 위해 7~8회 하이 레버리지 상황에 등판했다. 호기롭게 장담했던 선발 유망주들의 ‘경험치 먹이기’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카디네스의 대체 외국인 타자로 온 개럿 스톤은 기대 이하였고 불펜진은 여전히 바람 앞의 등불이었다. 그렇게 키움은 조직 개편까지 행했지만, 7월 한 달간 3승만을 거둬 충격 효과조차 무의미함을 보였다.

< 6년 120억의 비FA 다년계약을 맺은 송성문 >

그나마 송성문이 5월부터 페이스를 급격히 끌어올려 지난해 성적이 요행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또한 로젠버그의 대체 외국인 투수로 영입된 라울 알칸타라는 마운드의 중심을 잡아주며 이 둘은 추락하는 팀 성적 속 유일한 버팀목이 되었다.

히어로즈는 이후 송성문과 6년 120억의 비FA 다년 계약을 맺었으나 위안이 되지 못했다. 같은 날 안우진이 벌칙 펑고를 받다 어깨 부상을 당했다는 소식이 그의 복귀만을 기다리던 팬들을 눈물짓게 했기 때문이다.

대체 선수로 좋은 모습을 보인 라클란 웰스는 재계약이 불발됐으며 주승우는 8월 NC와의 3연전에서 총 64구를 던지다 토미 존 수술로 시즌 아웃됐다. 이후엔 최주환마저 봉와직염으로 시즌을 마감했고 히어로즈도 별 다른 반등 없이 2025년을 끝맺었다.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문제점

< 2024 히어로즈 중심타선 fwRC+ >

< 2024년 히어로즈 외국인 투수 소화 이닝 수 >

2025 시즌 히어로즈의 문제점은 한둘이 아녔다. MLB식 탱킹을 표방했으나 개막 전에 계약한 방출자들은 별다른 활약이 없었다. 신인들은 시즌이 거듭될수록 여러 보완점만을 남겼다. 특히 두 명의 외국인 타자를 기용하는 전략은 대실패로 돌아갔다. 

2024 시즌을 돌아보자면 3명의 외국인 선수 최상위권의 위력을 보였다. 아리엘 후라도-엔마누엘 데 헤이수스-하영민으로 이어지는 탁월한 선발진은 넉넉한 운영을 가능케 했으며 이주형-도슨-김혜성-송성문의 중심타선은 막강했다.

< 2025년 카디네스/푸이그 fwRC+ >

< 2025년 히어로즈 외국인 투수 소화 이닝 수 >

만약 카디네스와 푸이그가 호성적을 거두었다면 모를까, 두 선수 모두 부상으로 이탈하는 기간이 있었고 그 이후 기적처럼 각성하지도 못했다. 이들의 타격 생산성(wRC+)은 팬그래프 기준 100 이하였다. 리그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말이다. 

후라도와 헤이수스를 풀어준 대가는 참혹했다. 총 4명의 외국인 투수를 영입해 262.2 이닝을 소화했고, 나머지 99이닝은 아직 부족한 기량을 가진 불펜 요원과 신인들이 억지로 메워야 했다. 대체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생긴 재정적 손실은 덤이다. 히어로즈는 이러한 실패를 거울삼아 25년 외국인 선수를 투수 – 투수 – 투수(아시아 쿼터제) – 타자로 정했다.

불펜도 문제였다. FA로 영입했던 원종현은 부상 후 노쇠화를 이기지 못했고 기대받았던 이강준은 제구를 다시 잃어버렸다. 시즌 중-후반기 이후 조영건, 오석주 등이 발견되기 전까지 주승우는 혼자서 1인 필승조 역할을 소화하다 시즌 아웃됐다.

 

큰 도움이 되지 않은 방출자 수집

< 2025 시즌 전에 계약한 방출 선수들 >

히어로즈는 시장에 풀린 준주전급 선수조차 연락하지 않았다. 조상우 트레이드에서도 유망주나 스탑갭을 데려오는 것이 아닌 현금과 다소 불확실한 1라운드, 4라운드 지명권을 받았을 뿐이다.

1군에서 하락세를 타고 있던 방출자를 영입하는 것은 전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했다. 준주전급 멤버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자 유망주들이 아직 기량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기회를 받았다. 

이는 1군 무대를 당연하게 여기는 어린 선수들의 기강 해이와 준비되지 않은 체력으로 인한 잦은 부상으로 이어졌다. 무의미하게 서비스타임을 갉아먹은 건 덤이다.

 

영웅의 씨앗을 틔워라

< 2025년 12월 9일 3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송성문 (출처 = 키움 히어로즈) >

쑥대밭이 돼 버린 고척. 그런 곳에서도 꽃을 피우는 선수는 존재했다. 송성문은 팬그래프 기준 fwRC+ 151을 기록하며 최고의 3루수 시즌을 보냈고, 이후 수비상과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했다.

최주환과 오석주도 2차 드래프트 성공 신화를 쓰며 좋은 활약을 펼쳤다. 특히 오석주는 후반기 통틀어 단 1실점만을 기록하며 필승조로 자리매김했다. 하영민은 팔꿈치 뼛조각 부상을 안고서도 자신의 2025년 마지막 경기를 7이닝 2실점 QS+로 마무리하는 등 투혼을 보여줬다.

이주형은 다소 부침은 있었으나 주루와 수비에서 준수한 모습을 보이며 내년을 기대하게 했다. 임지열은 시즌 중반에 중용되면서 타선의 허리를 지탱했다.

< 2025 박주홍 월간 성적 >

< 2025 어준서 월간 성적 및 BB/K >

신인들도 서서히 올라오고 있다. 박주홍은 오랜 기간 성장통을 겪고 난 후 비로소 잠재력을 개화하는 중이다. 토텝을 장착함으로서 컨택률이 높아지자 원래 괜찮았던 선구안을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심하게 부진했던 5~6월을 지나 8월엔 새로운 1번 타자로 출장했다. 타율은 낮지만 높은 순출루율이 인상적이다(0.084).

어준서의 성장곡선 역시 가파르다. 최종 성적은 그리 대단치 않지만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신인이 풀타임 유격수 위치에서 타격을 했어야 함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성적이다. 특히 시즌 말미로 갈수록 삼진 대비 볼넷 비율(BB/K)이 개선됐다. 

< 영웅들은 가장 큰 난관 앞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출처 = 키움 히어로즈) >

긍정적인 요소에도 히어로즈가 처한 상황은 쉽지 않다. 송성문이 12월 20일 메이저리그 포스팅을 통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진출하면서 리그 탑급 야수를 잃었다. 결국 내야에 최주환을 제외하고서는 확실한 주전 카드가 없는 셈이다. 또, 질서를 잡아줄 중고참 선수가 없어져 팀 내 기강이 더 흐트러질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주축 투수진도 군입대나 부상 등으로 이탈한 상황이다.

히어로즈에는 언제나 영웅들이 나타났다. 하지만 목동을 지나 고척에 강림할 영웅들을 또다시 기다리기엔 지난 3년의 과정과 결과가 처참하다. 과연 우리는 내년에도 유니폼을 입고 스카이돔으로 향할 수 있을까?

 

출처 = STATIZ, KBO, 키움 히어로즈, Fangraph, 키움 히어로즈 유튜브

야구공작소 서연우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김동윤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변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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