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최지호 >
맷 매닝 (Matt manning)
1998년 1월 28일생 (만 27세)
우투우타 / 183cm 100kg
2025시즌
AA 레딩 파이틴 필스 2경기(2선발) 0승 1패 5이닝 8K 7BB ERA 10.80
AAA 톨리도 머드헨스 31경기(4선발) 2승 2패 50.2이닝 52K 37BB ERA 6.04
계약 총액 100만 달러 (연봉 100만 달러)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 12월 1일, 미국 출신 외국인 투수 맷 매닝과의 계약을 발표했다. 삼성은 아리엘 후라도와 르윈 디아즈, 아시아쿼터 선수 미야지 유라와 함께 10개 구단 중 가장 먼저 외국인 구성을 마쳤다.
배경
매닝은 커리어 시작부터 엘리트 코스 그 자체였다. NBA 선수 출신인 아버지 리치 매닝의 유전자를 물려받아 고교 시절 농구와 야구 두 종목 모두에서 압도적인 재능을 뽐냈다. 198cm 큰 키와 타고난 운동 신경은 스카우트들이 침을 흘릴 만한 완벽한 신체 조건이었다.
수많은 러브콜 속에 매닝은 대학 농구팀, 야구팀의 장학금 제안 대신 메이저리그를 택했다. 2016년 MLB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9순위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유니폼을 입었다. 고졸 투수임에도 계약금만 무려 350만 달러(약 48억 원)를 받았다.
마이너리그 시절 매닝은 케이시 마이즈, 타릭 스쿠발과 함께 디트로이트 선발진을 책임질 영건 트리오로 불렸다. 완성도는 낮아도 가장 큰 신장과 높은 타점을 갖춘 매닝은 잠재력만큼은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2021년 착실히 성장 단계를 밟아 빅리그 데뷔에 성공했다. 2022시즌에는 선발 투수로 12경기 63이닝 평균자책점 3.43을 기록하며 마침내 잠재력을 터뜨리는 듯했다.

< 프로 데뷔 후 2023시즌까지 기본 성적 >
그러나 예기치 못한 부상과 불운이 발목을 잡았다. 2023년은 매닝 커리어에 있어 희비가 교차한 시즌이었다. 4월 투구 도중 강습 타구에 맞아 발이 골절되는 불운을 겪었다. 복귀 후 7월 9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전에서 6.2이닝 노히트 투구를 펼치며 팀 합작 노히트노런 대기록을 견인했다. 하지만 그해 9월 다시 한번 발 부상을 당하며 규정 이닝 진입에 실패했다.
이후 매닝의 성장은 정체됐다. 2024시즌 메이저리그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마이너리그를 오가는 ‘AAAA급 투수’ 신세가 됐다. 2025년엔 메이저리그 진입도 못 했다. 빅리그 통산 45경기 226.1이닝 11승 14패 ERA 4.58. 지명 순위를 생각하면 아쉬운 성적표였다. 이제 더 이상 유망주라는 꼬리표가 통하지 않는 20대 후반에 들어섰다. 이에 매닝은 정체된 커리어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 2024 / 2025시즌 맷 매닝 기본 성적 >
스카우팅 리포트

< 맷 매닝 2024년 구종 구사 비율 및 무브먼트 (메이저리그 기준) >
매닝의 장점은 포심 패스트볼이다. 평균 구속 약 151.4km/h, 최고 약 156km/h에 이른다. KBO 리그에서 최상위권에 속하는 스피드다.

< 2025시즌 기준 매닝 포심 평균 구속 예상 순위 (규정이닝, 단위 : km/h) >
스피드건에 찍히는 숫자와 함께 주목해야 할 것은 익스텐션이다. 198cm 큰 키를 활용해 타점을 최대한 끌고 나와 던진다. 익스텐션이 약 2.1m에 달할 정도로 길다. 빅리그에서도 상위 16%에 해당한다. 타자 입장에서는 150km/h 초반의 공이 더 빠르고 위력적으로 들이닥치는 셈이다.

< 2024시즌 맷 매닝 포심 스펙 (단위 : km/h, cm) >
포심만 보면 완벽한 KBO 1선발감이다. 하지만 야구는 포심 하나로만 승부할 수 있는 게임이 아니다. 매닝이 자리를 잡지 못한 가장 큰 이유도 포심이 아니었다. 중요한 순간 타자의 헛스윙을 만들어낼 확실한 결정구의 부재다.
매닝의 결정구는 스위퍼다. 2023 MVP 수상자 에릭 페디를 시작으로, 스위퍼를 사용하는 외국인 투수들은 KBO 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 맷 매닝 & 에릭 페디 & 카일 하트 스위퍼 비교 >
KBO 최동원상을 받은 후 빅리그로 진출한 페디, 하트의 스위퍼와 비교해 보자. 페디와 하트는 타자의 배트가 닿지 않는 곳으로 공을 휘게 했다. 반면 매닝의 스위퍼는 두 선수의 것보다 덜 떨어지고, 덜 휜다. 스위퍼와 커터 사이 궤적을 그린다.
약한 구위의 스위퍼는 트리플 A에서도 통하지 않았다. 2025시즌 31경기 동안 헛스윙률이 25%가 되지 않았다. 빅리그 선수들의 변화구 평균 헛스윙률이 약 30%임을 감안하면 아쉬운 수치다.
그렇다면 결정구 대안이 있을까? 좋은 구위를 자랑하는 파워 커브가 있다. 2024년 평균 구속 130km/h 초반대를 기록했다. 빅리그 선발 평균보다도 약 4km/h 더 빠르다. 눈앞에서 빠르게 사라져 타자들의 헛스윙을 끌어낼 힘이 있다.
하지만 커브는 제구 문제를 가지고 있다. 불안한 커브는 구사율이 높지 않다. 그마저도 대부분을 반대 손 타자인 좌타자를 상대할 때 던진다. 2025년 트리플 A에서는 커브가 존으로 몰렸고, 결국 헛스윙을 끌어내지 못했다. 전체 커브 헛스윙률은 25%가 되지 않았다. (평균 헛스윙률 약 30%)

< 2025시즌 맷 매닝 커브 지표 (트리플 A) >
세 번째 변화구는 커터다. 2025시즌 장착한 구종으로 평균 구속 140km/h 초반대를 형성한다. 시즌 초반 6경기를 제외하고 던지지 않았지만 결과는 꽤 나쁘지 않았다. 피안타율 .167, 피OPS는 .500을 넘지 않았다. KBO리그에서 구사율을 높인다면 다른 구종의 위력까지 올릴 수 있는 다크호스 구종이다.

< 2025시즌 맷 매닝 커터 지표 (트리플 A) >
오프스피드 구종은 스플리터를 던진다. 평균 140km/h 초반대로 KBO리그에선 구속에서 강점이 있다. 2024년 기준 IVB 약 11.9cm, HB 약 29.2cm로 무브먼트도 엄청 나쁜 편은 아니다. 하지만 역시 제구 문제를 가지고 있다.
좌타자 상대 기록이 비교적 더 안 좋은 이유다. 2025년엔 좌타자 상대 K/BB 0.93이라는 매우 안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앞서 언급한 커브도 제구가 확실치 않아 좌타자를 상대로는 믿고 던질 공이 없다.

< 맷 매닝 좌우타자 상대 성적 (2024/2025) >
매닝은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아는 투수다. 빅리그에서도 Zone%(스트라이크 존 투구 비율)는 리그 평균을 상회했다. 즉 컨트롤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커맨드다. 스트라이크 존 안에 공을 넣을 수는 있다. 하지만 원하는 곳에 던지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다.
* 컨트롤: 공을 스트라이크 존 안에 넣는 능력 / 커맨드: 공을 원하는 곳에 넣는 능력.
트리플 A 통산 K/9 9.53으로 탈삼진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제구가 불안정하다. 트리플 A 통산 BB/9 4.47로 전형적인 와일드씽 유형이다. 특히 2025시즌 트리플 A에서 BB/9 6.57을 기록하며 유독 제구 난조를 겪었다.

< 맷 매닝, MLB 투수 평균 Zone%, BB% (2024시즌) >
우려되는 한 가지 요소가 더 있다. 바로 내구성이다. 2022년에는 투수에게 가장 민감한 우측 어깨 염증으로 107일이나 이탈했다. 시즌 막판에는 팔꿈치 인대 손상의 전조 증상일 수 있는 전완근 통증까지 겪었다.
2023년 역시 4월에 발생한 우측 발 골절이 9월에 또다시 터지며 한 시즌에만 같은 부위로 두 번이나 쓰러졌다. 강속구 투수가 하체 지지력을 잃으면 투구 시 상체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 어깨와 팔꿈치에 과부하가 걸리는 부상 악순환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전망
맷 매닝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복권이다. 높은 타점에서 꽂히는 빠른 공은 한국 타자들이 까다로워할 무기다. 큰 키와 긴 익스텐션에서 나오는 포심의 위압감은 그 자체로 리그 1선발에 어울린다.
최근 KBO리그에서 성공한 와일드씽 유형 투수들은 ABS의 도움을 받았다. 제구는 엄청난 난조만 겪지 않는다면 큰 문제가 안 될 수 있다. 하지만 시즌 내내 활약하기 위해서는 포심과 함께할 결정구가 필요하다. 비슷한 스타일의 드류 앤더슨, 라일리 톰슨도 주무기 킥 체인지업과 파워 커브가 있었다.
결정구를 보완한다면 타자들이 알고도 못 치는 에이스로 충분히 활약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보완에 실패한다면 그저 공만 빠른 투수로 기억될 수 있다.
참조 = Baseball Savant, Fangraphs, Baseball Reference, Pitcher list, STATIZ, Baseballprospectus
야구공작소 이동건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장호재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최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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